조국 후보자 관련 무분별한 가짜뉴스
‘실체 없는 의혹’ 언론의 조국 때리기 현상

[평화나무 권지연 기자] 8월의 불타는 태양보다 더 뜨겁게 ‘조국’ 이슈가 인터넷상에서 달아올랐다. 도덕적인 면에서 결벽증이 있을 정도라고 알려진 조국 후보자에 대한 ‘자녀교육’, ‘병역’, ‘재산’ 등 각종 의혹이 앞다퉈 보도되면서 인터넷 창은 그야말로 전쟁터가 따로 없었다.

보도되는 것마다 진실성이 담보되지 않았으나, 검증 따윈 중요치 않아졌다. 과열경쟁으로 클릭 장사에 치중한 언론 보도는 광기에 가까웠다. 이를 보다 못한 누리꾼들이 포털에 ‘한국언론사망’, ‘가짜뉴스아웃’ 등의 검색어 띄우기 집단행동에 나선 것도 무리가 아니다.

개인의견 전체의견처럼 호도

조국 후보자 과거 글 왜곡도 서슴없이

지난 8월 9일 문재인 정부의 개각이 이뤄지면서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법무부장관 후보자로 임명됐다. 정치권과 언론에서는 ‘인사 검증’이란 명분을 내세우며 각종 의혹을 제기했다. 가족과 관련한 보도로 채워지는 동안 애초에 법무부장관 후보자로 임명된 이유나 정책 또는 능력 검증에 대한 보도는 실종했다. 의혹에 대한 사실 검증에 노력을 기울이는 매체도 지극히 드물었다.

가장 먼저 불씨를 당긴 건 동아일보였다. 동아일보는 7월 31일 서울대 익명게시판인 스누라이프에 올라온 글 하나를 인용해 보도하기 시작했다. “내로남불 폴리페서, 교수직 사퇴하라“ 법무장관 거론 조국 겨눈 서울대생들 기사에는 익명게시판의 글이 자세히 소개됐다. 26일 게시판에 올라온 ‘조국 교수님 학교 너무 오래 비우시는 것 아닌가요?라는 제목의 글에는 “학교에 자리를 오래 비우시면 다 학생들에게 피해로 돌아온다. 안식년이 3년 이상 갈리도 없고 이미 안식년 끝난 것 아닌가요?”라고 적혀 있다. 동아일보는 실체조차 알 수 없는 개인의 글이 마치 전체 학생들의 여론인 양 호도한 것이다. 그러나 해당 보도를 한겨레를 제외한 중앙일간지와 인터넷 매체들이 받아 기사화하면서 모두 익명게시판의 글이 학생 전체의 의견인 것처럼 표현했다. 조선일보는 8월 2일 ‘정말 낯 두꺼운 사람들’이란 제목의 사설까지 냈다. 조 교수가 과거 폴리페서를 비난하는 글을 썼는데, 정작 본인이 그토록 비난한 일을 그대로 벌이고 있다는 비판을 한 것이다. 그러나 조국 후보자의 2004년 칼럼 내용을 살펴보면, 대학교수의 정치 참여를 무조건 비판하지 않았다. 오히려 “민주주의 사회에서 교수와 정치권이 건강한 상호관계를 맺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며 “주권자이자 지식인으로서 교수가 정치에 무감할 수 없고, 교수의 전문적 식견과 정책능력이 정치권에 반영되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했다. 다만 그가 문제삼은 건, 교수로서 쌓은 성취를 정치권(국회) 진출의 발판으로 삼는 ‘선출직 공무원 지망생’들의 기회주의적 행태였다. 조국 후보자의 과거 글의 요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무조건 비판에만 열을 올린 셈이다.

유튜브 채널 근거 없는 내용 받아쓰기로 확대

한가지 의혹 검증되면 다른 의혹으로 시선 돌리기

유튜버들의 검증 안 된, 아니면 말고 식의 의혹 던지기는 기성 언론을 통해 확대재생산 되고 정치권의 정쟁 도구로 쓰였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바로 ‘조국 후보자 딸 포르쉐 탄다’는 의혹을 검증하겠다며 보도했다가 삭제한 MBN과 매일경제 기사다.

관련 의혹은 김세의 전 MBC기자가 운영하는 가로세로연구소에서 제기됐다. 가로세로연구소가 제작·송출하는 유튜브 채널에 출연한 김용호 전 기자는 “저는 조국 딸이 무슨 차를 타고 다니는지 안다”면서 “제보를 받았는데 빨간색 외제차를 탄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후 실시간 채팅창에 시청자가 ‘포르쉐’라고 댓글을 달자, 김 전 기자는 “아시는 분이 있다”면서 인터넷 채팅창에서 언급된 ‘포르쉐’가 확실하다는 식으로 몰아갔다.

이 내용이 담긴 영상은 11일 ‘재산 55억 조국, 아반떼 탄다고요?’라는 제목으로 가로세로연구소 유튜브 채널에 올라왔다. 가로세로연구소는 19일에도 ‘조국 의혹 총정리’라는 제목의 유튜브 영상을 올렸다.

해당 방송에는 김세의·김용호 전 기자와 강용석 변호사가 출연해 역시 조국 후보자 딸에 대한 내용을 언급하면서 ‘부산대 의전녀 포르쉐녀’라는 문구를 자막으로 띄웠다. 이 주장은 각종 SNS와 카카오톡에서 퍼져나갔고, 자유한국당 의원들 역시 이를 십분 활용했다.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은 19일 조국 후보자 딸의 장학금 수혜 논란 등을 언급하면서 “포르쉐를 몰고 다닌다는 말도 있다”고 말했다. 같은 당 소속인 민경욱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포르쉐 타고 다닌다는 낙제생 딸이 6학기 연속 의전원 장학금을 받은 사실에 대해 해명해 보라”며 조롱하듯 올렸다.

여기에 일부 언론까지 가세했다. 매일경제와 MBN은  21일 ‘조국 딸 오피스텔..거주자 주차장엔 차 10대 중 2대가 포르쉐’, ‘조국 딸 산다는 양산 오피스텔 가보니’라는 제목의 보도를 냈다. 취재진이 조 씨가 거주하는 오피스텔의 주차장을 찾았더니, ‘10대 중 2대가 포르쉐'라며 이 중 한 대가 조국 후보 딸이 타고 다니는 차일 수 있다는 추측성 보도를 한 것이다.

그러나 현재 이 보도는 삭제됐다. 오마이뉴스가 21일 국회의원도 말한 "조국 딸 포르쉐"가 '벤츠'로 바뀐 이유 제목의 기사에서 “조 후보자가 국회에 제출한 서류를 살펴보면 관련 사항이 명시돼 있다”며 팩트체크에 나섰으나 검증된 내용이 확산하기보다는 조국 후보자의 딸이  '포르쉐를 타고 다닌다' '대학에서 꼴찌를 했다'는 등의 가짜뉴스 유포자들을 허위사실 유포로 고발했다는 내용만이 언론 지면을 도배됐다 그마저도 다른 의혹 보도에 조용히 묻혔다.

조국 후보자의 딸 조 모 씨의 ‘입시 특혜 의혹’은 청년들의 분노를 샀고, 사회적 파장도 컸다. 한국일보는 19일 ‘조국 딸, 두 번 낙제하고도 의전원 장학금 받았다’라는 제목의 보도를 단독으로 냈다. 다음날 동아일보가 단독으로 ‘고교 때 2주 인턴 조국 딸, 의학논문 제1저자 등재’ 제목으로 보도했다.

2010년도 고려대 수시모집 요강을 살펴보면, 필기시험 자체가 포함돼 있지 않은 전형이었다. 조씨가 고대에 입학한 전형은 세계선도인재전형으로 외국어를 우선적으로 보는 전형이어다. 당시 2010년도 수시 1차 전형의 정원이 850명 중 200명이 이 전형으로 뽑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조국 후보자가 관여했다고 볼만한 증거 역시 없다. 그런데도 이미 사람들의 뇌리에 ‘금수저 전형’으로 자리 잡힌 인식은 쉽게 깨지지 않고 있다. 언론 역시 검증된 사실을 보도하는데는 별 관심을 갖지 않고 새로운 의혹 제기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

가로세로연구소의 주요 패널인 김용호 전 기자는 8월 25일 ‘조국이 밀어준 여배우는 누구’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려 새로운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는 “사실 확인이 됐다”, “너무나도 명백한 증가가 있다”라고 확언하며, 조 후보자가 한 톱스타 여배우를 후원했다고 주장했고, 해당 영상은 일파만파 퍼져갔다. 그러나 해당 영상에서 김 전 기자가 의혹을 제기한 근거는 “조국 후보자의 동생 조 모 씨가 말했다는 제보가 있으며, 조 후보자가 이 여배우를 대동했다”는 내용이 전부였다. 어떤 특혜를 어떻게 주었는가에 대한 내용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어거지 연결 시도 끝판...지소미아 종료 국면전환용?

지소미아 종료 결정이 국면 전환용이라며 무리한 연결을 시도한 것은 조국 후보자에 대한 의혹보도가 정쟁에 지나지 않음을 보여주는 끝판왕이었다.

지소미아 종료 결정이 나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긴급안보연석회의에서 "조국 사태가 들불처럼 번지자 국민 여론 악화를 덮기 위해 지소미아 파기를 강행한 것"이라며 "물론 아니라고 답하겠지만, 굳이 이틀이나 앞당겨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어제 발표한 것만 봐도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일부 언론 역시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조국 후보자와 엮는 무리한 시도를 거침없이 강행했다.

동아일보는 23일 한국당 “조국 지키려고 온국민의 조국 버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은 본인만의 조국을 지키기 위해 온 국민의 조국을 버렸다”고 말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SNS글을 고스란히 실어주었다.

조선일보는 같은 날 ‘[사설] '조국' 덮으려 한·미·일 안보 공조 깨나, 국민은 바보 아니다’ 라는 제목의 사설을 내고, “안보 고려가 최우선이 돼야 했을 지소미아 문제를 경제 보복 맞대응 카드로 쓴 것은 자해 행위나 다름없다”면서 “청와대가 이런 충격적 무리수를 둔 것은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에 대한 여론이 악화하자 정국을 전환하려 한 것은 아닌가.

대형 사고를 치고 그것을 또 다른 대형 사고로 덮으려 하는 건가”라고 썼다. 이후 “그것도 안보 문제를 이용하는 것은 너무나 무책임하다.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라고 글을 맺었다.

 

과열 경쟁으로 언론이 얻은 것은?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지난 9일~26일 5대 일간지(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신문)를 모니터링한 결과, 조국 후보자에 대한 보도 568건 중 도덕성에 관한 내용이 358건(63%)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러나 정책을 다룬 보도는 15건에 불과했다. 지난 9일~25일 TV 저녁종합뉴스 (KBS, MBC, SBS, JTBC, TV조선, 채널A, MBN)에서는 358건을 보도한 가운데, 이 중 후보자의 전문성에 관한 자질을 묻는 보도는 19건에 불과했다.

나머지 339건이 후보자 본인과 가족의 도덕성에 관한 보도로 채워졌다. 도덕성에 관한 보도였으나 위에서 따져본 것처럼 제대로 된 검증기사는 찾아볼 수 없다. 언론이 제대로 된 검증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정치적 편향성을 지난 매체로 낙인찍힐 수 있다는 부담을 최대한 지고 싶은 않은 이유가 클 것이다. 청년들의 분노가 커지면서 자칫 기득권 카르텔의 한 축으로 몰릴 것을 염려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굳이 그런 위험부담을 안지 않아도 클릭장사만으로도 언론은 충분히 이득을 챙겼다. 결국 의혹 제기 경쟁이 과열되는 동안 국민은 ‘한국 언론이 사망’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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