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8번째 촛불집회가 5일 서울 서초동 검찰청사 주변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평화나무)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8번째 촛불집회가 5일 서울 서초동 검찰청사 주변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평화나무)

[평화나무 권지연 기자] '검찰개혁'에 대한 민심이 폭발한 이유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서초동 촛불집회와 광화문 집회의 세 대결로 몰아가던 언론이 이제는 대통령이 국론분열을 외면하고 있다며 공세를 퍼붓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최근 열린 서초동과 광화문 집회에 대해 국론이 분열된 것이 아니라 직접 민주주의 행위라면서 다만 깊은 골로 빠지지 않도록 절차에 따라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 같은 문 대통령의 입장 발표에 일부 정치권과 언론들은 또다시 맹비난을 퍼붓고 있다.

조선일보는 8[사설] 또 엉뚱한 책임 회피, 지금 나라에 대통령이 있나 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청와대 회의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을 반대하는 집회와 지지하는 집회가 대규모 세 대결 양상으로 이어지는 데 대해 국론분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이 모든 심각한 사태를 만들고 키운 책임자가 먼 산을 보며 남 말 하듯 한다. 지금 나라에 대통령이 있느냐는 생각이 든다고 썼다. 문 대통령이 자신의 책임을 남 얘기하듯 하는 '유체이탈' 화법을 쓴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유체이탈 화법을 쓰고 있다는 표현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입에서도 똑같이 나왔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8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국론분열이 아니라는 말은 상식과 양심의 분열로, 유체이탈식 화법이라며 책임 회피로 온 나라를 아수라장으로 만들어 놓고 그것을 직접 민주주의로 포장하지 마시라고 날을 세웠다.

중앙일보도 나 원내대표의 발언을 인용해 박근혜 유체이탈 화법의 소환문 대통령 "국론분열 아니다"에 나경원 "양심 분열" 기사를 내고, “과거 박근혜식 화법으로 불렸던 유체이탈 화법이 정치권에 다시 소환됐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사실에서 대통령은 국론 분열아니라지만, 국민은 불안하고 불편하다며 비판했고, 국민일보도 [사설] 나라 둘로 쪼개졌는데 국론 분열 아니라니 사설을 내고, “조국 장관 사퇴가 전제되지 않으면 검찰개혁은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숫자공방' 부추기며 '국론분열'로 몰고 간 주범은 누구?

그러나 애초에 숫자공방을 부추기며 국론이 분열되고 있다는 듯 부추긴 건 언론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조국 법무부 장관에 대한 검찰의 무리한 자택 압수수색 이후 서울 서초동에는 주말마다 대규모 촛불이 타오르고 있지만 언론은 촛불의 의미에 대해서는 제대로 조명하지 않았다.

지난달 28일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린 후 언론들은 일제히 숫자에 집중했다. 조선일보는 30200만명 집결? 모두 서서 집회장 꽉 채워도 최대 13만명 제목의 기사를 내고, “사법적폐청산 범국민시민연대'는 이날 밤 집회에 200만명이 참가했다고 주장했다며 주장은 곧바로 '제도권 친문(親文)' 진영에서 '사실'로 취급됐다. 관변 매체가 시민단체 주장 수치를 기사 제목으로 보도했고, 여당이 공식 성명 등에서 다시 숫자를 받아 쓰며 '민심(民心)'이라고 못 박았다. 검증은 없었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인터넷에선 집회 참가자 전원이 인당 14명씩을 등에 업고 바닥에 서면 200만명이 가능하다등의 조롱이 나왔다고 썼다.

서초구청장 출신 박성중 국회의원(자유한국당)이 낸 보도자료 문구를 인용해 "녹지대와 가로수를 면적에 포함해도 조국 지지 시위대는 많아야 5만명에 불과하고, 서리풀축제는 7만명으로 추산된다. 100~200만 시위 인원은 현지를 모르는 무지(無知)에 따른 과장"이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같은 날, 서초동 집회 숫자를 팩트체크 코너에서 다뤘다. 중앙일보는 [팩트체크] "조국집회 200"···강남3구 다 나와도 160 보도에서 “200만 명 설의 진위를 따져봤다, 박성중 한국당 의원 측이 낸 보도자료와 “200만 명은 서초동 일대의 교통 능력을 초월하는 수치라고 주장한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의 페이스북 글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같은 날 동아일보의 보도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최소 200” vs “최대 5참가자수 논란 보도에서 페르미 추정법에 따르면 28일 집회 참가자들이 모두 서 있었을 경우 최대 22만 명 정도라는 계산이 나온다고 했다.

이 밖에 언론들은 대부분 숫자공방에 집중했다. 특히 자유한국당 박성중 의원이 언급한 페르미 추정법어떠한 문제에 대해 기초적인 지식과 논리적 추론만으로 짧은 시간 안에 대략적인 근사치를 추정하는 방법이다. 이 방식은 박근혜 탄핵 촛불집회 당시 과학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지목되어 폐기됐다. 그런데 보수 정치인과 언론에 의해 되살아 난 것이다.

3일 보수정당과 종교단체가 주도한 현 정규 규탄 집회가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후에는 양측 집회를 세 대결로 몰아가는 모습도 역력했다.

채널A3면적 기준 광화문 vs 서초동 집회 참석 인원은 ? 보도를 내고 지난주(928) 서초동에서 열린 조국 장관 지지 집회 인원수와 오늘(103) 집회 참석자 인원을 놓고 어느 쪽이 더 많이 모였나 숫자 대결이 벌어지고 있다집회 장소 두 곳에 모인 사람 수를 면적을 통해 비교해본 결과, 3일 광화문 광장의 집회면적(107천 제곱미터)이 지난달 28일 서초동에서 열린 조국 장관지지 집회면적( 59천여 제곱미터)보다 1.8배 정도 더 넓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5"우리가 조국 " VS "조국은 구속 "...진보 -보수 , 주말 서초동서 '거리정치 ' 대결 기사에서 "개천절인 지난 3일 보수진영의 광화문 집회에 이어, 이틀 만에 진보 진영의 대규모 집회가 또다시 이어지면서 양측 간 거리정치의 세 대결이 거세지는 양상"이라고 보도했다.

결국 촛불집회의 본질을 흐린 숫자공방국론분열주장에 힘을 싣기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았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촛불집회 현장에서는 숫자에 집중하며 세 대결 구도로 몰아간 언론에 대해서도 분노하는 민심이 역력하다. 시민들은 촛불집회 현장에서 언론들의 중계차를 둘러싸고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보도하라고 외쳤다. 시민들의 인식 속에 개혁해야 할 대상으로 검찰못지않게 언론을 고려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주도로 10월 3일 광화문광장에서 '10.3 비상 국민 회의'가 개최됐다. 전 대표회장은 이날 집회 마지막 순서로 국민재판을 열고 문재인 대통령이 탄핵됐다고 주장했다. (사진=평화나무)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주도로 10월 3일 광화문광장에서 '10.3 비상 국민 회의'가 개최됐다. 전 대표회장은 이날 집회 마지막 순서로 국민재판을 열고 문재인 대통령이 탄핵됐다고 주장했다. (사진=평화나무)

광화문 집회, 서초동 집회와 비교 합당한가?

언론과 일부 정치권이 서초동 집회와 광화문 집회를 비교하며 세 대결로 몰아가지만 두 집회를 같은 선상에서 두고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우선 '검찰개혁'을 외친 서초동 집회는 한 유튜버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시민단체의 이름은 '법적폐청산범국민시민연대(적폐청산연대)'. 과거 국정농단 촛불문화제는 80여개 시민단체가 결성된 연합체였던 것과 달리 단일 단체라고 볼 수 있다.

8월부터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추진하던 유튜버 중심의 시민들이 검찰 개혁을 요구하기 위해 새롭게 이름을 붙였고, SNS상에서 확장성을 갖게 된 것이다.

중요한 것은 순수한 시민들의 자발적인 모임이라는 점이다. ‘서초동 촛불집회를 두고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관제데모 수준을 넘어선 황제데모,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는 조폭 단합대회로 폄훼했으나 이처럼 볼 수 있는 근거는 전혀 없다. 시민이 주도한 행사에 시빗거리를 제공하지 않기 위해 여당 의원들은 참석조차 하지 않았다.

반면 광화문 집회는 특정 정당과 종교가 앞장서 주도했다. 자유한국당과 우리공화당, 범국민투쟁본부, 국가를 위한 한국교회 기도의 날 4개 단체다.

우선 지난 3일 광화문에서 집결한 범국민투쟁본부는 전광훈 씨(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가 주도했다. 이재오 자유한국당 전 의원이 총괄본부장을 맡고 있다. ‘빤스 목사로 알려진 전광훈 씨는 한국개신교 주요 8개 교단에서도 이단성 문제를 제기하며 예의주시하는 인물이다.

같은 장소에서 자유한국당도 정권 헌정유린 중단과 위선자 조국 파면 촉구 투쟁집회를 열었다. 한국당 집회 참석자들은 지역별로 표시된 피켓 아래 집결했다. 한국당은 전국 당원들에게 총동원 소집령을 내렸다는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비판을 받기도 했.

이날 서울역 앞 집회는 우리공화당이 주도했고, 시청역 앞에서 열린 또 다른 집회도 개신교 단체가 주축이 됐다. 전국17개광역시도 226개시군구 기독교연합회에서 주관하는 국가를 위한 한국교회 기도의 날’(운영위원장 임영문 목사)에는 일부 대형교회와 무분별한 대형교회 편들기로 지탄받아 온 한국교회언론회 등이 뒷받침이 됐다.

서초동 집회에 나선 시민들은 오직 검찰개혁을 부르짖었다. 어떤 이익단체의 개입도 없었기에 집회현장에서 서로 얼굴을 붉힐 일도 없었다.

무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는 공연을 전혀 관람할 수 없었으나, 누구도 불평불만을 하지 않았다. 참가자들은 모두 자신의 자리에서 검찰개혁’, ‘조국 수호를 목청 높여 외치며 순조롭게 집회에 참여했다. 별도의 안내요원 없이도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열을 맞춰 앉았고, 틈틈이 보행로까지 확보해 통행의 불편을 최소화했다. 매회 집회에서 불미스러운 사건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고, 집회를 마친 후에는 현장 정리까지 말끔히 해냈다.

그러나 광화문 현장에서는 각기 다른 단체가 스피커를 잡는 통에 집회 참가자들끼리도 서로 얼굴을 붉히는 일이 종종 발생했다. 특히 전광훈 씨가 주도한 투쟁본부 측은 같은 장소에서 집회를 연 자유한국당의 집회가 길어지자 이곳은 자유한국당 집회가 아니다라며 약속대로 황교안 대표의 연설로 빨리 끝내 달라고 면박을 줬다.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유한국당이 집회를 이어가자, 투쟁본부는 대중가요 아 대한민국'을 크게 부르며 한국당 집회를 저지하기도 했다.

또 앞서 전광훈 씨는 같은 날 집회를 열기로 한 '한국교회 기도회 날'에 대해 날을 세웠다. 전 씨는 지난달 28일 담화문까지 발표하며 아직도 돌아가는 판세를 알지 못하는 극히 소수 일부가 103일 다른 장소인 시청 앞에서 기도회를 한다느니, 애국 집회를 따로 한다고 한다"그들이 하는 어떤 말에도 현혹당하지 말고 광화문 광장으로 모여달라"고 당부했다.

심기가 불편하기는 한국교회 기도의 날도 마찬가지다. 임영문 운영위원장은 <평화나무>를 통해 전광훈 씨의 집회 개회에 대해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돈을 끌어모으기 위해 여는 것이라고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우리공화당도 시청과 광화문에서 열린 집회가 못마땅하긴 마찬가지다. 우리공화당은 시민들에게 주말마다 찾아오는 아들이 효자냐, 명절에만 선물 들고 오는 아들이 효자냐고 반문하며 이날 다른 곳에 가지 말고 자당(自黨) 집회 장소로 와달라는 일종의 호객(呼客)”이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데스크에서 ] 이런 동원 집회 보셨나요 를 통해 '범국민투쟁본부'가 같은 장소에서 열린 한국당 집회를 방해하고 손에 든 피켓도 제각각인데다 아마추어들의 중구난방 집회였다는 점을 강조하며, 동원 집회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조선일보의 이러한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집회에 참여한 시민 개개인은 순수한 마음이었을지 몰라도 집회를 주도한 단체의 성격을 보면 마냥 순수했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또 자유한국당이 자신들이 준비한 연설을 마친 후 재빨리 자리를 정리하자, 이렇게 가버리면 우리는 어떡하느냐 지방에서 올라온 참가자들의 거센 항의가 쏟아졌다. 동원 집회의 부작용으로 의심되는 지점이다.

오히려 3일 광화문 일대의 집회가 '중구난방'이었던 이유는 각기 다른 정당과 단체들이 비슷한 정치색을 지닌 시민들을 대상으로 밥그릇 싸움을 한데서 비롯됐다고 보는 시각이 더 설득력을 얻는다.

광화문 집회에서는 보수단체 회원 46명이 연행되면서 폭력집회라는 오명까지 썼다. 이날 일부 집회 참가자들은 경찰 저지선을 강제로 뚫고 청와대 방면으로 진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경찰을 폭행했다. 이중 선두에 선 5명은 각목까지 휘둘렀다. 경찰은 이중 불법 행위에 가담 정도가 경미하다고 판단한 44명은 석방 조치했으나, 2명에게는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JTBC는 이날 현장을 취재하던 자사 기자가 시위 참가자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시위대가 여기자를 둘러싼 가운데 한 시위 참가자가 기자의 신체 일부를 손으로 때리고 욕설을 퍼부었다는 것이다. 한국여기자협회도 그냥 넘어갈 수 없다며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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