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여당이 북한식으로 헌법을 개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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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여당이 북한식으로 헌법을 개정한다?
  • 박종찬 기자
  • 승인 2019.10.13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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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나무 박종찬 기자] 문재인 정부와 여당이 공산주의 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헌법 개정 초안을 마련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가짜뉴스가 최근 SNS에서 떠돌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내놓은 개헌안이 지난해 국회 파행으로 합의를 이뤄내지 못하면서 사실상 물건너 갔지만, ‘개헌’을 골자로 한 가짜뉴스는 끈질기게 SNS에서 부활하는 모습이다.

SNS에서 떠도는 개헌 관련 가짜뉴스 이미지. 뉴스타운 등의 주장을 요약해서 실었다.
SNS에서 떠도는 개헌 관련 가짜뉴스 이미지. 뉴스타운 등의 주장을 요약해서 실었다.

“끝내는...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헌법 개정초안이 나왔습니다”로 시작하는 한 장짜리 이미지 파일에는 10가지 내용을 나열했다.

‘문재인 대통령 4년 연임’, ‘개인토지 소유권 박탈, 재산균등분배’, ‘대기업 제재’, ‘자유민주주의 삭제하고 공산 인민민주주의 등재’ 등이 적혀 있다. 한마디로 문재인 정부가 한국을 공산화할 준비를 해놓았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각자 아는 사람 30명에게만 전달하면 3000만명에게 전달하게 된다”고 요청하고 있다. 

수년째 떠도는 헌법 개정 초안 ‘가짜뉴스’
‘속보’라거나 ‘끝내는...’이라는 문구로 마치 최근 헌법 개정 초안이 발표된 것 같은 인상을 주지만,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자문위원회(개헌특위 자문위)가 헌법 개정 권고 초안을 발표한 건 2017년 10월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촛불혁명을 거치며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제왕적 권한을 갖고 있는 현 대통령제를 바꾸는 헌법 개정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왔다.

국회가 개헌특위를 가동하고 수개월 동안 논의를 진행했으나 야당의 반대를 넘지 못해 국회 본회의 표결조차 하지 못하고 무산됐다.

개헌이 통과하기 위해서는 대통령령 또는 국회 과반 동의로 발의 후 20일 이상 국민에게 공고해야 한다. 공고된 날로부터 60일 안에 국회의결(재적 3분의2 이상 찬성)을 거친 후 30일 이내에 국민투표(국민 과반 투표 및 과반 찬성)에 부쳐 통과해야 한다. 

대통령 개헌 초안 ‘좌편향’ 주장, 누가 먼저 꺼냈나?

2017년 1년간의 개헌특위 자문위의 논의 과정 동안 쟁점과 논란이 몇 있었으나, 본격적으로 논란에 불을 지핀 건 <조선일보>다. 

<조선일보>는 2018년 1월 2일 누구나 열람 가능한 개헌 권고 초안을 ‘단독 입수’했다며 개헌 권고 초안에서 ‘권고’를 빼고 개헌안이라 칭했다. <조선일보>는 또 개헌 권고 초안을 “국가체제 근간인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개념 삭제·수정”, “좌편향”이라고 해석했다. “자문위 논의가 야당의 무관심 속에 진행됐다"고도 주장했다.

당일 유튜브와 카카오톡에서 ‘가짜뉴스’들이 양산되기 시작했고, 장제원 자유한국당 당시 수석대변인은 “자유한국당이 자유민주주의 헌법을 수호하고, 국민개헌을 반드시 관철하겠다”는  논평을 발표했다.

논평은 개헌 권고 초안을 두고 “사회주의 국가를 만들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또 “기업의 자유를 옥죄는 노동이사제와 비정규직 철폐”, “‘자유시장 경제’ 대신 ‘사회적 경제’가 강조됐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다음날인 3일 장 대변인의 논평을 기사화하며 힘을 실어주었다.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도 같은 날 “개헌 방향이 좌파 사회주의 체제로 가고 있다"고 했고,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도 “개헌 자문위가 이념적으로 편향되고 사상적으로 경도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즉각 반박 논평을 발표했다. “개헌특위 위원장은 자유한국당 이주영 의원”이며 “개헌특위 위원회에 자유한국당 의원이 14명”이라며 정부 주도의 개헌 권고 초안이 아님을 밝혔다.

개헌특위는 국회의원 36명, 자문위는 외부 자문위원 49명으로 구성됐다. 국회의원은 자유한국당 14명 외에 더불어민주당 15명, 국민의당 5명, 바른정당과 정의당 각 1명으로 수를 맞췄다.

또 자문위 개헌 권고 초안 보고서는 2017년 발표 당시 이주영 개헌특위 위원장, 김성태 의원 등 자유한국당 의원 8명이 참석했다. 참석 의원들은 개헌 권고 초안이 법적 효력이 없는 참고용 권고 초안이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었다.

가짜뉴스 확산과 더불어민주당의 반박 논평에 부담을 느낀 탓인지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4일 그간의 공세에서 한발 물러나 정정 발표를 했다.

자문위 발표 당시 참석했던 개헌특위 위원이자 헌법학자 출신인 정종섭 의원은 “자문위원단은 본래 개헌안을 만드는 것이 그 목적도 아니고 그럴 권한도 없는 것이므로 이는 소동에 불과하다. 개헌안을 만들 자격도 없고 부여한 것도 아니다"라며 권고안은 말 그대로 권고일 뿐임을 강조했다.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법률위원장은 5일 가짜뉴스 유포자 처벌을 요구하며 유튜브 채널 ‘주망코리아’를 고소했다.

유포된 가짜뉴스에는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낸 헌법 개정안’이라며 ‘읍·면·동 별로 인민위원회를 설치하여 대한민국을 사회주의 체제로 만들려고 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더불어민주당의 고소로 개헌 권고 초안을 둘러싼 가짜뉴스는 어느 정도 가라앉는 듯했다.

하지만 2018년 3월 20-22일 3일 간의 문재인 대통령 개헌안 발의 직후 가짜뉴스는 잠시 숙였던 고개를 들었다. <뉴스타운>, <펜앤드마이크> 등 유튜브, 언론 형식을 띤 극우 채널에서 지속적으로 공세를 펼쳤다. 최근에는 한 장의 이미지 파일로 정리돼 빠르게 확산되는 모습이다. 

'대통령제 4년 연임'...문재인 대통령 8년 집권 속셈?

SNS 상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대통령제를 현행 5년 단임제에서 4년 연임으로 바꿔 장기집권을 하려 한다는 식의 가짜뉴스는 어제오늘 나온 것이 아니다.  

5년 단임제는 독재를 막기 위한 대책으로 채택되었으나, 국정운영의 연속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어 현 시점에서 바꿀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4년 중임제를 시행할 경우 대통령 임기가 짧아지는 대신 신뢰도가 높았던 정부가 다시 국정을 이끌어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2017년 개헌특위 자문위 논의 당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 4년 연임제’를 주장해 왔다. 그러나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4년 중임제는 절대 불가라며 팽팽히 맞섰다. 자유한국당은 국회가 총리를 임명하는 '이원집정부제'를 주장했다.

2018년 3월 13일이 되어서야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가 대통령 4년 연임제를 포함한 국민헌법자문안을 문재인 대통령에 보고했다. 문 대통령은 자문안을 받아 3월 22일 개헌안 3차 발표에서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하되, 연이어 선출되는 경우에만 한 번 중임할 수 있다”는 내용의 개헌안을 발의했다. 

중임제라고 표현했지만 사실상 ‘징검다리 출마’가 불가능한 1차 연임제다. 4년 임기를 마친 뒤 직후 대선에서 출마가 가능하고, 당선되면 4년을 추가로 집권하지만 낙선하면 그대로 대통령 임기가 종료되며, 추후 재출마는 불가능하다.

또 개헌이 성사되더라도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현행헌법 제128조는 “대통령의 임기연장이나 중임 변경에 관한 헌법 개정은 이를 제안할 당시의 대통령에 대해서는 효력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8년을 집권할 가능성이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대통령제를 4년 연임으로 변경해 ‘남한대통령이 유일체제로 가도록 개정’을 시도하고 있다는 주장 또한 전혀 근거가 없다. ‘유일체제’란 북한의 집권 및 통치 방식인 김일성 유일체제에서 따온 말로,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을 북한 정권과 엮어보려는 시도로 읽힌다.

인민소위원회ㆍ동네 소위원회 인민재판 시행?
청와대는 2018년 3월 21일 개헌안 2차 발표를 ‘지방분권국가 선언’이라 칭했다. 기본 법률의 범위 안에서 지방에 입법권·재정권을 보장하고 주민 참여와 자치를 강화했다. 카카오톡 유포 이미지의 2번 내용인 지방 분권에 관한 내용으로, 개헌안 발표 당시에 국회의 동의를 얻은 상태였다.

하지만 개헌안은 지방에 사법권을 부여하지 않았다. 인민소위원회·동네 소위원회는 물론 인민재판 등은 언급조차 없다.

인민재판은 6·25 전쟁 당시 북한 인민군이 마을 사람들을 모아서 위협 또는 선동하여 현장 투표를 받아 특정인을 처형하던 민간 재판이다. 인민소위원회나 동네 소위원회를 지방자치단체로 치환하더라도, 사법권이 없는 지자체가 인민재판을 시행할 수는 없다. 대한민국의 사법권은 3권 분립의 원칙에 따라 오로지 사법부에만 속한다.

개인토지소유권 박탈ㆍ재산균등분배ㆍ대기업 제재?
개인토지소유권을 박탈하고 사유재산을 빼앗아 한국을 공산화하려 한다는 주장은 완벽한 허위 주장이다. 대통령 개헌안 1·2·3차 발의 모두 위와 같은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심지어 ‘재산’이라는 단어도 없다.

다만 2차 발표에서 경제민주화와 토지공개념을 강화했다. 경제민주화는 이미 현행헌법 119조 제2항에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민주화’를 규정하고 있다. 개헌안은 여기에 ‘상생’을 추가하였다. 대기업 제재라고 볼 수 없는 대목이다.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공공성과 합리적 사용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특별한 제한을 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다.

부동산 투기와 난개발을 방지하는 목적으로 과거 노태우 정권이 도입을 시도한 바 있다. 개인토지소유권 박탈이나 재산균등분배와는 무관하다. 현행헌법 제23조 1항은 국민의 재산권 보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를 삭제, 공산 인민민주주의를 등재?
‘자유민주주의 삭제’는 2018년 1월 초 <조선일보> 발 논란의 핵심이었다. 2017년 10월 발표된 개헌 권고 초안은 현행헌법의 ‘자유민주적’을 ‘자유롭고 평등한 민주주의 실현’으로 의미를 확장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2018년 3월 대통령 개헌안 발의에는 ‘기본권을 확대하여 국민의 자유와 안전’을 보장하고, ‘직접민주주의’를 강화했다. 자유민주주의를 삭제하거나 인민민주주의에 관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심지어 '자유민주주의'라는 단어도 현행헌법에 없다.

5·18, 세월호 사건 헌법에 명시?
대통령 개헌안 1차 발의는 “헌법 전문에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짐은 물론 법적 제도적 공인이 이루어진 역사적 사건인 4ㆍ19혁명, 부마항쟁과 5ㆍ18민주화운동, 6ㆍ10항쟁의 민주이념을 계승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5ㆍ18민주화운동은 ‘법적 제도적 공인이 이루어진 역사적 사건’으로, ‘북한군 개입설’은 허위이다. 이 같은 허위 주장을 <뉴스타운> 등의 매체로 지속적으로 펼쳐온 지만원 씨는 허위사실 적시로 인한 손해배상으로 현재까지 두 차례 각 1억 이상의 배상금을 물어야 했다.

세월호 사건은 1차 개헌안 발의에 IMF 외환위기와 함께 ‘국민의 삶이 크게 바’뀐 사건으로 언급됐고, 생명권과 안전권을 다룰 때에도 재차 언급됐다.

또 청와대가 “‘세월호 특별법’ 입법 청원에 600만명의 국민이 참여했지만 당시 정부와 국회는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며 국민주권강화와 직접 민주제 확대, 그리고 국회의원의 책임을 묻도록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를 강조할 때 언급됐다.

선거 연령 하향...시대적 요구
개헌안 3차 발의는 선거 연령을 18세로 낮췄다. 청와대는 “OECD 34개국 중 한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가 만 18세 또는 그보다 낮은 연령부터 선거권을 부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청소년은 멀리 광주학생운동부터 4·19혁명, 부마항쟁, 그리고 촛불시민혁명에 이르기까지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들의 정치적 역량과 참여의식은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었다"며 “선거연령 하향은 더는 늦출 수 없는 시대의 요구”라고 강조했다. 

끓는 냄비 속 개구리는 죽는다?
가짜뉴스 이미지에서는 초기의 따스함과 평온함에 빠져 익숙해지다가 냄비가 곧 뜨거워져 몸이 익어 죽게 될지도 모른다고 경고한다.

끓는 물에 개구리를 넣으면 곧바로 뛰쳐나오고, 찬물에 개구리를 넣고 서서히 물을 데우면 인식하지 못하다가 개구리가 죽는다는 이른바 ‘개구리 우화'다. 

그러나 과학계는 개구리 우화가 실제로는 정반대라고 밝히고 있다. 끓는 물에 개구리를 곧바로 넣으면 순식간에 개구리의 단백질이 익어 헤엄을 칠 수 없어 죽어버리고, 물을 서서히 데울 경우 개구리는 뜨거움을 느끼고 빠져나온다.

시드니대학교 연구원 칼 크루젤니키 박사, 오클라호마대학 동물학과 명예 연구 교수 빅터 허치슨 박사, 뉴욕국립자연사박물관 파충류 및 양서류 큐레이터 조지 R. 저그 박사, 하버드대학교 생물학과 더그 멜튼 교수 모두 이 점에 동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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