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결속 다지는 김삼환, "주의 종과 부딪히면 안 된다"
"김영삼 전 대통령 개혁하다 아들 구속되고 나라도 초토화됐다"
"나는 정권마다 바른 말 하는 검증된 종" 주장

교회개혁평신도행동연대가 20일 명성교회 앞에서 '세습 반대' 집회를 열고, 명성교회의 회복을 촉구했다. 명성교회 구성전 앞으로 경찰차량이 서 있는 모습.
교회개혁평신도행동연대가 20일 명성교회 앞에서 '세습 반대' 집회를 열고, 명성교회의 회복을 촉구했다. 명성교회 구성전 앞으로 경찰차량이 서 있는 모습.

[평화나무 권지연 기자] ‘불법 세습’ 꼬리표를 달고 도마 위에 오른 명성교회가 104회기 총회가 기습 결의한 수습안까지 무시하는 ‘배 째라’식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에 명성교회가 도를 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김삼환 원로목사는 성도들에게 교회에 대한 충성을 강조하며 집안 단속에 나서는 모습이다.
 
평소 명성교회 1부 예배 설교만 전하던 김삼환 원로목사는 20일 명성교회 1부 예배 설교는 물론 이날 거의 모든 설교를 도맡았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김하나 목사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교회 밖에서는 교회개혁평신도행동연대의 세습반대 시위가 열렸으나, 명성교회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김삼환, “김영삼 전 대통령 자기 생각으로 개혁 외치다 나라 망했다” 주장
‘긍휼은 품앗이’...“내가 목사면 남의 목회 말하지 말아라”
 
김삼환 원로목사는 이날 ‘야훼의 손’을 주제로 말씀을 전하면서 김영삼 정권 당시인 1997년 4월 6일 국가조찬기도회 설교를 했던 일화를 설명했다.
 
김 목사는 “김영삼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 두 명을 구속시켰다. 나라 전체를 손안에 넣어서 개혁한 강력한 대통령이 바로 김영삼 대통령이었다. 아무도 할 수 없는 것을 김영삼 대통령이 하셨다”면서 “그러나 하나님이 나에게 주는 메시지는 '대통령에게 경고하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내 평생에 그런 일은 처음이었다”며 “위로부터 타자기처럼 글자가 ‘타타타타타타타타’ 찍혔다”고 했다. 하늘로부터 온 계시를 받는 신비한 경험을 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는 원고를 미리 받아본 청와대가 대통령을 격려하는 설교를 전해야지, 경고성 설교를 하면 안 된다고 했으나, 하나님이 주신 말씀을 외면할 수 없어 호기롭게 하늘의 명령을 따랐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러면서 당시 본인이 설교한 국가조찬기도회 영상을 성도들에게 공개했다.
 
“역대상 29장 11절로 12절에도 기록하고 있습니다. 여호와여, 위대하심과 권능과 영광과 승리와 위엄이 다 주께 속하였사오니, 부와 귀가 주께로 말미암고 또 주는 만물의 주재가 되사 손에 권세와 능력이 있사오니 모든 사람을 크게 하심과 강하게 하심이 주의 손에 있나이다. 하나님을 믿고 의지하는데 인간의 위대함이 있습니다. 이것을 믿지 않고 인간의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자를, 하나님을 떠나 잘살아 보려는 계획을 하나님은 비웃으신다고 성경은 말씀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힘으로 포도나무를 떠나서 자기의 힘으로 열매를 맺으려는 인간의 어리석음은 에덴동산의 아담 이브 때부터 오늘까지 계속 이뤄지고 있습니다. (중략) 한국교회는 믿는 장로님이 대통령이 됐을 때 얼마나 기뻐했는지 잘 모르실 것입니다. 하나님이 크신 은혜로 대통령이 되셨으니, 하나님의 영광을 크게 드러내고 높이시기를 바랍니다. 하나님을 사람 앞에서 높여야 하나님도 사람 앞에서 우리를 높여주시기 때문입니다”
 
대형 스크린을 통해 공개된 영상에는 김 목사의 설교를 듣다가 물을 마시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모습도 포착됐다.
 
김 목사는 대통령이 자신의 설교를 듣고 흠칫 찔려서 물을 마셨다는 듯, “대통령이 왜 물을 마시는 것일까?”라고 성도들에게 묻자, 청중석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김 목사는 “그 설교를 하고 죽는 줄 알았으나, 전해야 할 메시지를 전했다”면서 “내가 4월 6일 설교를 했는데 IMF가 11월에 왔다. 대한민국이 얼마나 어려움을 겪었는지 아느냐, IMF가 와서 우리나라 30대 재벌 17개가 날아갔다. 수십만개 기업이 무너졌다. 회사에서 쫓겨난 사람이 157만명, 금융권에서만 15만명이 나왔다. 서울에 있는 금융권은 다 외국으로 넘어가고 나라가 초토화됐다“고 했다.
 
아울러 “(김영삼) 대통령 아들도 구속되고 ‘개혁 개혁’ 하다가 땅은 외국에 넘어가고 자녀는 구속됐다. 인간은 아무것도 아니고 하나님의 손에 달려 있다”고 부연했다.
 
정리하자면, 김영삼 전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전두환, 노태우)을 구속시키는 등 ‘개혁’을 기치로 내걸고 타인을 아프게 해서 결국 나라가 IMF라는 경제위기를 겪게 됐다는 어처구니 없는 주장이다. 또 이를 막기 위해 하나님께서 자신을 통해 대통령에게 경고성 메시지를 전하게 하셨다는 것이다.
 
김 목사의 설교는 “교회를 잘 다녀야 한다”로 귀결됐다. 그는 “나폴레옹도 히틀러도 미국도, 모든 것이 하나님의 손에 있다. 여러분의 노후도, 남편도 아내도 하나님의 손에 있으니, 부부가 함께 교회에 잘 나와야 하며, 자녀도 교회에 잘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는 한 번도 어느 편에 선 적이 없으며, 한쪽으로 기울어진 적이 없다”고도 했다. 김 목사는 “나는 김대중 대통령 될 때도 1등 공신이었고 노무현 대통령 돌아가신 후 우리 교회가 가서 위로해주고 장례식에 성가대를 보냈다. (어느 정권이든) 다 잘됐으면 좋겠다는 하나님의 종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박근혜 정권 당시에도 위기에 처한 대통령을 찾아 바른말을 전했다는 주장도 펼쳤다.
 
김 목사는 “박근혜 대통령 때도 내가 가서 그 위기 앞에 말씀드렸다. 첫째 기도해야 한다. 두 번째 교회에 나오시라고 했다”면서 “검증된 목회자의 얘기만 들어야 한다. 미래에 대한, 수습에 대한 길을 찾을 때는 하나님의 종을 만나야지, 과학자도 한 치 앞으로 모르는 것이고 이 세상의 경제학자도 한 치 앞을 모른다. 검증된 하나님의 종을 만나 메시지를 들으라고 권면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대통령이 천하의 연구기관 몇만개가 있어도 결국 목사님에게 물어본다. 영국이 세계에서 앞서가지만 하나님의 종에게 물어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의 종과 부딪히면 안 되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결국, 본인이 위기의 때에 대안을 찾아줄 수 있는 검증된 하나님의 종이며, 그러니 자신의 말을 거역해서는 안 된다는 뜻을 피력하고 싶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김 목사는 “긍휼은 품앗이”라며 “긍휼을 베풀라”고 했다. 그는 “나는 완전하다. 너희들이 다 나쁘다 그러지 마시고 긍휼을 베풀라, 관용하라. 내가 남에게 악하게 하면 악한 일이 (자신에게) 돌아오게 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러더니 또 설교가 묘하게 흘러갔다. 그는 “내가 자식이 있으면 남의 자식 말하면 안 된다. 결혼을 했다면 남의 부부 얘기하지 말아라. 내가 목회하면 남의 목회 말하지 말아라. 내가 정치하는 한, 야당을 앝 보고 그러면 안 된다. 뒤집히는 게 사람이다. 절대로 정치하는 분이 상대 정치인들을 짓밟으면 안 된다. 금방 자기에게 돌아온다”고 말했다.
 
또 “긍휼을 베풀면 하나님께서 갚아주시지만, 인류 역사에 자신의 능력을 믿고 하나님의 토기장이의 손을 무시한 모든 나라는 끝났다”고 주장했다.
 
“하나님의 손만 의지하면 대한민국은 하나님이 지켜주신다”고 재차 강조한 그의 설교는 이번에는 북한으로 연결됐다. 그는 “오늘 우리는 하나님의 손을 무시하고 교회를 무시하고 예배를 무시하고, 기도를 무시하면서 유일하게 대한민국만 잘 될 수 있겠습니까”라고 반문하더니, “지금 우리는 너무 모른다. 우리는 북한 따라가면 안 되는 것이다. 북한을 건져내야지, 북한식으로 살면 안 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 목사는 성도들이 ‘아멘’으로 화답하지 않을 때는 못마땅하다는 듯, ‘아멘’을 강요하는가 하면, “북한을 건져내자”는 말을 “따라 하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또 “오늘 대한민국의 지도자들이 기도를 귀히 여기나? 그까짓 것, 가난하고 한심한 것들이 모여서 하는 줄 안다”며 “(기도가) 하나님의 손을 움직이는 줄 모른다”고 지적했다.
 
최근 104회기 총회에서 명성 측이 향응을 베풀었다는 의혹을 의식한 것인지, 설교 중간 “나는어느 권력이나, 세계 어느 지도자에게도 뇌물을 준 일이 없다”는 말도 뜬금없이 꺼냈다.
 
김삼환 명성교회 원로목사가 6월30일 설교에서 "영적 부흥을 자꾸 비판하고, 영적 부흥을 자꾸 양적에대 그러면(비교하면) 사람들은 싸우고 대한민국은 더 싸우는 나라가 된다"고 설교하고 있다.
김삼환 명성교회 원로목사가 6월30일 설교에서 "영적 부흥을 자꾸 비판하고, 영적 부흥을 자꾸 양적에 그러면(비교하면) 사람들은 싸우고 대한민국은 더 싸우는 나라가 된다"고 설교하고 있다.

사실상 김삼환 목사가 내부 결속을 다지는 듯한 발언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김 목사는 최근 설교마다 “교회에 대한 순종"을 강조했다.

또 104회기 총회를 마친 다음 날인 27일 구역장 교육 모임에서는 “(세습 무효) 재판 판결한 놈들, 나쁜 놈들이다”, “교회가 잘 되는 것을 제일 싫어하는 것은 같은 목사”라고 비판했다.
 
이뿐 아니라 “어머니와 같이 교인들이 교회를 잘 지켜야 한다”, “(세습에 대해 밖에서) 무슨 말을 할 때는 여러분이 크게 떠들어야 한다. 전 교인들이 더 강력하게, 벌떼같이 달려들어야 한다”는 등 성도들에게 교회에 대한 충성을 주문하기도 했다.
 
집안 단속에 바쁜 김삼환 목사, 심리는?
 
이처럼 집안 단속과 내부 결속을 다지는 김삼환 목사의 심리 저변에는 불안함을 엿보인다. 총회 수습안을 사실상 파기하다시피 하는 이유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명성교회는 사실상 명성교회의 세습을 용인해 준 104회기 총회 수습안마저 스스로 파기하는 모습이다. 
 
총회 수습안에는 김하나 목사 명성교회 위임 청빙은 2021년 1월 1일 이후가능 서울동남노회는 올해 가을 노회에서 김수원 목사는 노회장으로 추대서울동남노회는 올해 11월 3일경, 명성교회에 임시 당회장을 파송해야 한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친 명성인사로 구성된 서울동남노회(최관섭 노회장)는 지난 4일 유경종 목사를 명성교회 당회장으로 파송했다. 이뿐아니라 명성교회는 김삼환 원로목사를 대리 당회장으로, 김하나 목사를 설교 목사로 세우겠다고 밝혔다.
 
명성교회가 총회 수습안에 따르지 않자, 총회도 입장이 난처해졌다. 수습전권위는 지난 17일 명성교회 이종순 수석 장로를 불러 ”수습안에 저촉되는 사안을 철회하라“고 요청했다. 일부 언론들은 명성교회가 총회의 요청에 김삼환, 김하나 부자 목사를 각각 대리당회장과 설교 목사로 선임하겠다고 정한 것을 철회한 것처럼 보도했으나, 실상은 달랐다.
 
뉴스앤조이는 18일 “명성교회 측 이야기는 달랐다”며 “교회 한 장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보도가 일방적으로 나갔다. (김하나 목사) 설교 목사 철회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 수습전권위의 권유였을 뿐이지 확답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썼다.
 
실제로 지난 20일 교회에서 만난 명성교회 장로 A 씨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한쪽 얘기만 듣고 일방적으로 보도가 나간 것 같다”면서 “결정된 것은 아직 없다. 현재 아직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A 장로는 또 <평화나무>에 “남을 괴롭히고 한을 품게 하면 자기 자신이 반드시 먼저 당한다”면서 “긍정적으로 교회에 덕이 되는 기사와 방송을 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명성교회 일부 교인, ‘세습반대’ 외치는 성도들에게 “너나 잘해라”
 
한편 이날 교회 밖에서는 교회개혁평신도행동연대의 ‘세습반대’ 집회가 열렸다. 평신도행동연대 회원들은 김삼환 목사가 교회 창립 30주년에서 한 설교에서 “엄청난 부와 권세를 가진 대형교회가 왕실처럼 대를 이어가려는 데 문제가 있다. 주의 종으로서 최선을 다하여 사명을 감당한 후에는 내려와야 한다”고 한 김삼환 목사의 설교를 인용하며 “세습이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정당하냐”고 비판했다.
 
교회개혁평신도행동연대가 20일 명성교회 앞에서 '세습 반대' 집회를 열고, 명성교회의 회복을 촉구했다.

간간이 명성교회 성도 중에는 시위대를 향해 “너나 잘하라”고 삿대질을 하며 불편함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경우도 있었다. 

한편 평신도행동연대는 이날 6월 16일 집회에서 시위대를 향해 낫을 휘둘러 특수협박, 재물손괴, 집회 및 시위 방해 협의로 최근 검찰에 송치된 김충환 장로(전 한나라당 의원)가 집회 현장에 나와 해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장로는 이날 집회 현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교회개혁평신도행동연대가 20일 명성교회 앞에서 '세습 반대' 집회를 열고, 명성교회의 회복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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