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 측근 목사, "스타벅스 로고도 사탄의 상징이 아니"라고 하자, 지지자들 “말 좀 가려 해라”
가짜뉴스ㆍ혐오로 결집하다 부메랑

온라인을 중심으로 불매운동이 한창인 스타벅스(출처=연합뉴스)
온라인을 중심으로 불매운동이 한창인 스타벅스(출처=연합뉴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멸공’ 발언에 스타벅스 불매운동 조짐이 나타나는 가운데, 극우적 선동을 해 온 전광훈 씨 측근 목사가 스타벅스를 옹호하려다 지지자들의 항의에 직면하는 우스꽝스러운 일이 발생했다. 

전광훈 씨 측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중 하나인 ‘너만몰라TV’는 스타벅스 불매운동을 의식해서인지, 불매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 10일 ‘스타벅스 실체를 공개합니다! 알아야합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해당 영상을 통해 스타벅스 옹호에 나선 김병호 목사 (삼각산교회)는 “스타벅스는 이단이 아니고, 스타벅스 로고도 사탄의 상징이 아니다”라며 “내가 스타벅스 광고하는 게 아니라 ‘사실관계를 알고 떠들자’, 그 이야기를 하는 거다. '우파가 억지 쓰고 고집부리고 무식하다' 그런 소리 들으면 안 되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그러나 해당 영상에 달린 댓글은 곱지 않은 시선을 넘어 적대적이기까지 하다.

‘동성애부터 사탄 숭배 음모론까지’ 스타벅스 악마화하더니 

스타벅스는 오래전부터 극우 개신교의 주요 공격대상 중 하나였다. 이유는 개신교계의 '반동성애' 기조 때문이었다. 2012년 스타벅스 하워드 슐츠 회장이 동성 결혼 법안 추진을 지지한 후로 보수 개신교는 스타벅스를 향한 적개심을 거침없이 드러냈다. 

미국 개신교와 한국 개신교인들 사이에서 불매운동이 벌어졌는가 하면 2016년 극우 개신교를 중심으로 “슐츠 회장이 공식 기자회견에서 ‘우리 회사의 사명은 기독교를 파괴하는 것’, ‘이번 연휴를 시작으로 어둠의 주관자인 사탄의 디자인이 전국적으로 알려지기 원한다’는 발언을 했다”는 루머가 퍼지기도 했다. 스타벅스코리아 홍보팀은 “스타벅스에서 사탄과 관련된 로고를 만들 이유가 없다”며 논란을 일축했으나 보수 개신교의 선동은 그치지 않았다. 

2018년 2월 27일 서빙고 온누리교회에서는 '2018 제1회 기독교 동성애 대책 아카데미'도 개최했다. 이날 강연자로 나선 한정화 교수(한양대 경영학)는 기업이 마케팅 전략으로 활용하는 동성애 옹호 광고에 현혹되지 말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해당 기사는 '동성애를 지지하는 대표적 기업'으로 스타벅스를 꼽았다. 

더 흥미로운 건, 당시 동성애 대책 아카데미가 열린 온누리교회는 정용진 부회장이 출석하는 교회로 알려져 있다. 

전광훈 '스타벅스 옹호'에 지지자들 “말 좀 가려 해라, 바보 취급하느냐” 거센 항의

동성애 반대에 앞장섰던 건 김병호 목사도 마찬가지다. 일례로 그는 2014년 서울역광장에서 동성애(차별금지법) 입법 반대 집회에 참석해 대표기도 순서까지 맡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광훈 씨 측근 목사의 말임에도 평소와는 다르게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어떤 말에도 ‘할렐루야’, ‘아멘’으로 대답하던 지지자들이 이번에는 날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달린 댓글들(출처=너만몰라TV)
해당 영상에 달린 댓글들(출처=너만몰라TV)

해당 영상 댓글에는 “동성애를 앞장서서 지지하는 기업입니다. 사탄 기업입니다. 목사님 잘 알아보고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이 멸공한 건 잘한 건데 스타벅스 자체를 옹호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목사님, 말씀을 좀 가려서 하면 좋겠네요. 스타벅스 홍보하는 것 같아 듣기 안 좋아요”, “스타벅스 로고가 가지고 있는 비성서적인 상징성, 동성애 후원기업. 큰 목소리보다 차분히 설득력 있는 말씀하시길...청중을 바보 취급하느냐”는 등 부정적인 댓글이 달렸다.

덮어 놓고 반대하던 동성애와 반공 사이에서 우왕좌왕하는 극우 개신교의 모습은 웃음을 넘어 안타까움마저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편,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은 지난 5일과 6일 자신의 SNS에 ‘멸공’, ‘승공통일’ ‘반공방첩’ 등의 글을 올렸다. 지난 9일에는 “나의 멸공은 오로지 우리를 위협하는 위에 있는 애들을 향한 멸공”이라는 글을 게시하기도 했다.

정 부회장의 글에 화답한 것인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이마트에서 장을 보는 모습을 올렸다. 나 전 의원은 “공산당이 싫어요가 논란이 되는 나라는 공산주의국가밖에 없을텐데. 멸공! 자유!”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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