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에 선긋는 자와 기대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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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훈에 선긋는 자와 기대는 자
  • 권지연 기자
  • 승인 2019.11.05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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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훈 영계 레이더에 잡힌 황교안의 답은?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0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총연합회에서 열린 원로들과의 면담에 참석해 전광훈 대표회장과 인사를 하고 있다. 2019.3.20 (사진=연합뉴스)

[평화나무 권지연 기자] 2019년을 뜨겁게 달군 인물로 막말 주자를 꼽으라면 누가 뭐래도 이 사람을 쫓아올 자가 없다. 바로 ‘빤스 목사’로 알려진 전광훈 씨(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다.

전 씨는 자신이 시무하는 사랑제일교회 강단이나 대중이 모이는 자리에서 자주 초대형 교회 목회자들이 자신을 지지하고 있다는 발언을 자주 했다. 그러나 이는 전 씨 혼자만의 착각이었을까. 대형교회 목사들은 선 긋기를 하는 모양새다. 오히려 그의 주변에는 정치인들이 득세한다. 그의 대중동원력에 기대 스피커 잡기 경쟁에 나선 정치인들은 모두 목표를 이룰 수 있을까.
 
전광훈에 선 긋는 자와 기대는 자
 
전광훈 씨는 지난 11월 2일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집회에서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도 본격적으로 (집회에) 나오겠다고 장경동 목사에게 말했다. 김삼환 목사는 오래전부터 후원하고 있다. 이영훈 목사는 50만 개 이상의 (문재인 퇴진) 서명을 가져왔다"고 주장했다. 또 "청와대 사회수석이 대형 교회 목사들을 끝없이 협박해 왔는데, 더는 어떻게 할 수 없는 경지에 와 있다. 다들 순교 정신으로 나오길 바란다. 그 즉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전 씨의 이 같은 주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전 씨는 지난 8월 11일 사랑제일교회 3부 예배 설교에서 “여의도 순복음 교회 이영훈 목사가 청와대 사회수석한테 하도 협박을 당해서 나한테 전화를 한다. 청와대 사회수석이 전화해 (이영훈 목사에게) 전광훈을 한기총에서 끌어내라고 한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또 앞서 6월 23일 사랑제일교회 설교에서도 "청와대 수석들이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담임목사한테 밤낮으로 협박"한다며 청와대가 외압을 행사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아울러 이날 설교에서 은혜와진리교회 조용목 목사와 명성교회 김삼환 목사가 모두 자신을 지지한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평화나무는 < "청와대가 나를 자르라고 한다"는 전광훈 발언, 과대망상?>, <전광훈의 조용목·김삼환·이영훈 목사 지지 주장 확인해보니...> 기사에서 해당 교회와 청와대의 입장을 확인해 보도한 바 있다.
 
물론 모두 전 씨의 주장과는 달랐다. 은혜와진리교회는 “직원들도 모르는 사실을 (전광훈 목사가) 어떻게 알고 있느냐, 일방적으로 한 말인 것 같다”고 선을 그었고, 명성교회는 “김삼환 목사는 전광훈 목사와 친분도 없다”며 딱 잘랐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역시 ‘사실무근’이라고 답했다. 청와대는 “대응할 가치조차 느끼지 못한다”고 일축했다.
 
이처럼 대형교회들은 전 씨와 확실한 선 긋기를 했다. 사실 기독교계 내에서 전 씨는 존재감이 없었다. 선거 때마다 끊임없이 논란을 일으키긴 했으나, 대체로 “저 사람 또 저러네”하고 크게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빤스’에 ‘막말’이미지가 굳어진 전 씨와 한 데 묶이기를 불편해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한기총을 떠난 한 목사는 “내가 한기총에 있을 때만 해도 전광훈 목사는 거의 상대도 하지 않았다”면서 “그의 존재감은 거의 제로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와 대조적으로 그의 주변으로는 그의 대중동원능력에 기댄 정치인들이 모여드는 모습이다. 본래 천주교 신자였던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와 불교 신자였던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은 종교까지 개종해가며 전 씨 교회의 교인이 되었고, 이재오·송영선·심재철·안상수·홍준표·오세훈 등 보수정당 전·현직 의원들이 전 씨가 이끄는 집회에 앞다퉈 얼굴을 내밀었다.
 
급기야 지난 10월 25일 열린 3차 집회에는 전 씨와 신경전을 벌이던 홍문종 우리공화당 공동대표까지 참석해 보수대통합의 가능성을 보였다. 자유한국당은 공당으로서의 최소한의 품위도 잊은 채, 아예 한 배를 탄 듯한 모습을 보였다.
 
전광훈 따라간 정치인의 끝은?
 
전 씨가 판을 깔아놓으면 정치인들이 경쟁하듯 마이크를 잡는 모습은 종교와는 거리가 멀다. 영락없이 선거철에나 자주 볼 수 있는 정치행사다.
 
전 씨의 대중동원력에 기댄 정치인들의 속내는 쉽게 예측이 가능하다. 그가 아무리 빤스 이미지를 탈피하지 못한다 해도 정치인들에겐 어필하는 지점이 분명히 있다. 전 씨는 과거 선거 때마다 선거법을 위반하면서까지 특정 정치인 대통령 만들기에 뛰어들었다. 또 전 씨의 노이즈마케팅은 어떻게든 대중의 뇌리에 한 번 더 각인되기를 원하는 정치인의 욕망과 어느 지점에서 일치하는 면이 있다.
 
전 씨도 자신이 정치인에게 표를 줄 수 있는 대중동원력이 있음을 노골적으로 과시해 왔다. 전 씨는 “김문수 전 지사를 종로구 국회의원에 출마하도록 권유했다”며 “교인 전체를 매주 종로구에 보내 선거운동해서 꼭 당선시키겠다”고 했고, 7월 28일 설교에서는 “(문재인 하야) 천만 서명을 완성하면 대통령도 지명할 수 있다. 김문수 너 대통령 해 먹어. 이만큼 능력이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전 지사가 쓴 ‘주사파가 집권한 대한민국 김문수의 대한민국 죽느냐 사느냐!’를 교인들에게 홍보하는 것도 부족해 문화일보에 전면 광고를 내주기도 했다.
 
지난 3월 20일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한기총을 예방했을 당시에는 "현재 대한민국이 건국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여러 언론과 학자가 이러다 대한민국이 해체될지도 모른다고 경고한다”며 “첫 고비가 내년 4월 총선이다. 자유한국당이 200석을 하면 이 나라를 바로 세우고 제2의 건국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하나님께서 이러한 위기 가운데 같은 신앙을 가진 황교안 대표를 보내주어 자유한국당 대표로 세워 주었다. 이승만, 박정희 다음으로 세 번째 지도자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추어올렸다.
 
당 대표를 위시해 소속 의원들이 줄줄이 전 씨에 기대어 온 자유한국당은 10월 한 달간 보수 집회가 열릴 때마다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운 군중의 열기에 흥분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달아오른 흥분이 가라앉기도 전에 한국당 지지율이 먼저 주저앉을 기세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9~31일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3.1%포인트) 결과, 민주당 지지율은 전주보다 3%포인트 오른 40%, 한국당은 전주보다 3%포인트 하락한 23%로 나타났다.
 
이를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분명한 것은 한국당이 입버릇처럼 위기에 빠진 나라를 구하겠다고 외치지만 현 정부 비방을 위한 레토릭일 뿐이었다. 대국민 소통능력도,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정책도, 신선한 방안도  한국당에 없다는 것을 많은 유권자가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당은 이제야 광화문 집회 참가자가 모두 자신들의 지지자가 아니라는 현실에 당황스러워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최근 표창장과 가산점 논란, 무분별한 외부 인재 영입으로 악재가 겹쳤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전 씨는 스스로 역대 대통령과 관련된 미래를 볼 수 있다고 주장하며 황교안 대표를 더욱 충동질하는 모습이다.
 
전 씨는 지난 2일 광화문에서 열린 집회에서 “이제 드디어 황교안 대표님이 영계 레이더에 나타났다”며 “밤새도록 하나님이 내게 보여준 내용을 종합하면, 황교안 대표님이 너무 소극적으로 대한다. 황교안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말씀드린다. 이것은 바로 주님의 음성인 것이다. 강력하게 대응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황교안 대표가 전 씨의 충동질에 계속 반응한다면 어떤 결과를 초래하게 될까. 우리는 하나님께 묻지 않아도 그 끝을 예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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