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동기 고발뉴스 미디어전문 기자
민동기 고발뉴스 미디어전문 기자

[민동기 고발뉴스 미디어전문기자]

세월호 때 잘해서 신뢰도가 높고 엄청나게 사랑을 받았던 방송이 최근 푹 떨어지면서 단숨에 훅 가버리는 게 지금 시대다. 지금은 언론인들이 과거처럼 완주할 수 없는 시대다. 시대 흐름을 따르지 못하면 정말 한순간에 훅 갈 수 있다는 것을 이번에 많이 보여주고 있다.”

 

한동안 '공정뉴스 바로미터'는 JTBC 뉴스

  정연주 전 KBS사장이 지난 16KBS 유튜브 생방송 ‘J 라이브에 출연해 한 말이다. 정연주 전 사장이 언급한 방송은 바로 JTBC ‘뉴스룸이다. 이른바 조국 보도와 관련해 JTBC 보도에 문제점이 적지 않다는 것을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정 전 사장 말대로 JTBC ‘뉴스룸단숨에 훅간 걸까?

  단정할 순 없지만, 위기인 건 분명하다. 사실 필자 또한 세월호 참사이후 라이브 방송뉴스 시청은 JTBC였다. 방송뉴스를 라이브로 보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양하겠지만 필자에겐 일종의 바로미터다. 하루 이슈를 방송사들이 어떤 관점으로 다뤘나 - 이걸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는 얘기다. 가장 괜찮다고 생각하는 방송사를 선택한 다음 라이브로 보고, 전체적인 맥락을 분석한다. 그런 다음 다른 방송사 뉴스는 인터넷으로 체크한다.

  미디어 문제를 다루는 기자로서 매일 해야 하는 일종의 직업병인데 수년 동안 바로미터가 됐던 게 바로 JTBC였다. ‘그렇게’ JTBC로 고정됐던 뉴스채널은 박근혜 탄핵, 정권교체 여부와 상관없이 그대로유지됐고 최근까지 시청패턴을 유지해 왔다. 그런데 최근 채널이 MBC로 돌아갔다. 한번 돌아간 채널은 어지간해선 바뀌지 않는다. 나처럼 충성스런시청자가 왜 채널이 돌아갔는가 - JTBC는 이걸 고민해야 할 것 같다. MBC는 나 같은 시청자가 왜 돌아왔는가 - 이에 대한 제대로 된 분석이 필요해 보인다. 이 글은 두 방송사에게 주는 일종의 이다.

  정철운 미디어오늘 기자는 <한국 언론은 조국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에서 조국 보도와 관련해 주류 언론의 문제점을 이렇게 지적했다. “언론은 출입처 기반의 보도자료·속보·단독이란 기존 취재 메커니즘에 머물렀고, 이번에도 다양한 미디어 시민의 욕구를 효과적으로 담아내는 데 실패했다.”

  온당한 지적이다. 정철운 기자 분석에 조금 첨언을 하면 필자는 한국 언론의 지형 변화와 관련해 분기점이 될 수 있는 사건이 세월호 참사조국 보도가 될 거라고 확신한다. ‘두 사안을 관통하는 맥락과 포인트가 다른 것 같지만 본질과 핵심은 같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그 맥락과 포인트를 제대로 짚어야 최근 JTBC추락MBC상승이 보인다.

 

세월호, 국정농단 보도 등 JTBC '맥락 저널리즘' 조국 보도에서는 왜?

  세월호 참사 때 JTBC가 주목받았던 이유가 뭘까. ‘박근혜 정부에 대한 비판 여부로 판단하는 사람도 있지만 필자 생각은 다르다. ‘관행으로부터의 탈피가 핵심 포인트였다고 본다.

  당시 상당수 언론은 기본적인 사실확인 없이 박근혜 정부가 발표한 것 위주로 받아 썼다. 당시 취재기자들은 물론이고 간부들 역시 그것이 관행이었기 때문에 문제 될 게 없었다는 판단을 했을 거라고 본다. ‘공신력 있는정부가 발표하는 사고 수습현황이나 대책에 오류가 있다는 생각을 원천 차단했다는 얘기다. 저널리즘의 실종이었다.

  하지만 JTBC는 현장에서 실종자 가족들의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주류 언론 상당수가 정부가 제공하는 자료나 입장을 그대로 보도했던 관행을 답습한 반면 JTBC는 이런 취재관행을 따르지 않았다. 현장에서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의 목소리를 들으려 했고 구조에 나선 민감 잠수사들의 주장을 주목했다. 정부 발표와 다른 목소리들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상황에 방점을 찍었다는 얘기다. JTBC는 상당수 언론이 관행적으로 해왔던 취재보도 방식에서 벗어났고 이런 점이 다른 언론과 차변화를 가능케 했다. 박근혜 정부에 대한 비판 여부가 핵심이 아니었다는 얘기다.

  필자는 JTBC의 이런 관행으로부터의 탈피한 걸음 더 들어가는 뉴스’ ‘맥락 저널리즘이라는 이름으로 명명됐다고 본다. 그렇게 형성된 신뢰도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보도로 이어졌고 그 중심에는 손석희 JTBC 대표이사가 있었다.

  하지만 최근 조국 보도에선 JTBC이런 장점이 발휘되지 않았다. 상당수 언론과 크게 다를 바 없이 검찰발 기사뉴스룸의 많은 부분을 차지했고 언론개혁과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에 부응하는 리포트를 의제화하지 못했다. 세월호 참사 때 정부 발표를 그대로 받아쓰지 않고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던 JTBC 기자들은 조국 보도에선 검찰이 흘리는 일방적 정보와 정치권의 무차별적인 의혹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리포트로 내보냈다. ‘관행으로부터의 탈피가 아닌 관행으로의 복귀였고 그렇게 JTBC는 검찰발 기사를 진실인 것처럼 내보내는 한국 주류언론 가운데 하나로 인식됐다.

  MBC 뉴스의 최근 신뢰도 상승은 JTBC와는 상반된 태도에서 비롯한 측면이 강하다. MBC조국 보도에서 그동안 관행적으로 해왔던 피의사실 공표 저널리즘과 거리를 두겠다는 원칙을 세웠다. MBC 검찰 출입기자들의 의견을 박성제 보도국장이 수용했고 이 원칙은 다른 언론과 차별화된 보도를 가능하게 했다.

 

'검찰 흘려준 정보' 의심하고 검증한 MBC 보도

  검찰이 비공식적으로 흘려주는 정보를 받아쓰는 데 급급하지 않고 검증할 수 있는 데까지 최대한 검증해서 내보내겠다는 것어찌 보면 언론이 당연히 지켜야 할 원칙이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지키는 데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따른다. 출입처 제도를 기본으로 하고 있는 한국 언론의 구조상 검찰발 속보 저널리즘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언론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수사 속보 저널리즘에선 진보와 보수언론의 구분이 크게 의미가 없다.

  MBC는 최근 뉴스데스크에서 <검사 기소율은 0.13%검사 성매매법따로 있나> <검사 걸리면 영장부터 기각우리 건드리지 마”> 같은 검찰 비판 보도를 이어갔다. 이런 리포트가 가능했던 이유가 뭘까. 필자는 MBC검찰발 정보 받아쓰기관행으로부터의 탈피 노력, 서초동 앞에서 촛불을 들며 검찰개혁언론개혁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주목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본다. MBC가 서초동 집회에서 드론을 띄워 영상 보도를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도 검찰을 비롯한 출입처가 아닌 시민들의 움직임을 주목했기 때문이다.

  대다수 언론이, 심지어 JTBC마저도 검찰과 조국 전 장관을 비롯해 가족 등을 주목할 때 MBC는 시민의 변화 목소리를 주목했다. 세월호 참사 때 JTBC를 제외한 상당수 언론이 정부 발표만 쳐다보다가 독자와 시청자의 외면을 받은 것처럼 지금은 MBC를 제외한 많은 언론이 관행을 바탕으로 한 기존 취재 메커니즘을 고집하다 비난을 받고 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시민들은 언론을 향해 관행으로부터의 탈피를 요구하며 새로운 형태의 저널리즘을 주문해 왔다. 문제는 상당수 주류 언론이 여전히 정부나 기업 등 출입처에서 제공하는 보도자료나 비공식적으로 흘려주는 정보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확실하지 않은 표피적 정보를 단독이라는 이름으로 달고 진실인 것처럼 보도한다. 정철운 미디어오늘 기자가 지적한 것처럼 미디어 시민들의 욕구는 다양해지고 있는데 주류 언론 종사자들은 과거의 관행을 정통 저널리즘이라 주장하며 완고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JTBC가 최근 들어 신뢰도에서 위기 징후를 보이고 상대적으로 MBC 뉴스의 신뢰도가 상승하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필자는 미디어 수용자에 대한 인식 차이가 핵심이라고 본다. MBC는 변화를 요구하는 미디어 시민들목소리를 주목하면서 의제화를 시도했지만, JTBC는 소통보다는 다시 레거시 미디어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청자들과 소통하세요. 진실을 원하는 그들에게 서비스를 제대로 하고 있습니까? 진실을 밝히는 과정에서 내 잘못을 사과했습니까? 지금 진심으로 반성하고 남에게 삿대질을 하고 있는 것입니까?” 최경영 KBS 기자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쓴 글이다. 이 비판이 비단 KBS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관행으로부터의 탈피를 요구하는 미디어 시민들과 언론 종사자들은 제대로 소통하고 있는가. 최근 MBCJTBC를 가르는 변곡점은 바로 이 지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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