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 비대위 대변인 "한기총 더 이상 희망없다. 해체하자"
"한기총 횡령총회" 내부 비판도

한기총 내부 특별기구인 조사위원회가 7월 29일 전광훈 목사를 횡령 혐의로 고발했다. (사진=연합뉴스) 

[평화나무 권지연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내부에서까지 해체 요구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한기총 대표회장인 전광훈 씨의 만행을 보다 못한 한기총 소속 목사들 사이에서 특단의 조치로 ‘해체’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11일 김인기 한기총 비상대책위원회 대변인이 한기총 소속 목사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는 “전광훈 목사가 한기총 대표회장 취임 후 한기총에 소속된 목사들 임원, 위원장들을 지목해 쓰레기들, ××끼들 이라고 실촌수양관에서 설교 때마다 말해 왔다. 그때 나는 전 목사에게 한기총 대표회장으로서 그런 막말을 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한기총 돌아가는 꼴을 보니 이제 한기총은 해체되어야 할 것 같다”고 적혀 있다. 

그는 문자메시지를 통해 “한기총에 기생충들이 우글거리는 한 한기총은 더이상 희망이 없다. 조만간 '왜 한기총이 해체되어야 하는가?' 에 대한 기자회견을 통해서 그동안 한기총에서 자행된 비행과 현 비정상적인 실태를 낱낱이 언론에 밝힐 것”이라고도 썼다. 

그간 교회개혁실천연대 등의 시민단체들은 10여년 전부터 한기총 해산 운동을 펼쳐왔다. 과거 군사정권의 입맛에 맞는 나팔수 역할을 해 온 것도 부족해 금권선거 세습옹호, 각종 윤리적 문제가 계속 불거진 탓이다. 이 때문에 이미 2011년부터 2013년에 걸쳐 주류 교단들이 모두 한기총을 이탈하거나 행정보류를 결정한 바 있다. 주요교단들이 대거 이탈하고 시민단체들의 해산요구에도 꿈쩍 않던 한기총 내부에서부터 해체 요구가 터져 나온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한기총 내 또 다른 목사는 “횡령 혐의로 고발당한 사람이 직무대행을 하고 있고 대표회장도 횡령 혐의를 받고 있으니, 현재 한기총은 횡령총회가 됐다”고 비판했다. 

현재 전 씨가 한기총 직무대행을 맡긴 박중선 목사는 2016년에서 2018년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여러 위원회에 배석자로 참석해 회의비를 부당하게 지급받아 총 2억여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한기총 조사위원회는 올해 1월 8일 박 목사를 고발했다. 박 목사는 2011년 한기총 사무총장을 지낼 당시에도 성락교회 김기동 측으로부터 1억 7000만 원을 받고 김기동 목사의 이단 혐의가 없다고 발표했다는 논란도 일으켰다. 2015년 한기총 이단대책위원장을 맡았을 당시에는 주요교단들이 이단으로 결의한 인물들을 한기총에 무분별하게 영입시켜 빈축을 샀던 인물이다. 

박중선 목사를 횡령 등의 혐의로 고발한 한기총 비대위는 지난 9월 29일 전광훈 씨에 대해서도 횡령·사기·공금착복 등으로 문제 삼았다. 전 씨가 한기총 이름으로 후원금을 받아 놓고 정치적 성격을 띤 행사에 지출해 오면서 5개월간 한기총 사무실 임대료를 밀리고, 직원월급도 3개월간 미지급했다. 

한기총 내부관계자에 따르면 언론 보도를 통해 문제가 된 후 한기총 직원들의 월급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밀린 월급 3개월치는 11일 지급했다. 직원들의 입막음을 노린 조치로 풀이된다. 

내부에서도 횡령총회라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한기총 내 또 다른 비상대책위원회도 조직됐다. 직전 한기총 회장인 엄기호 목사가 위원장으로 나섰다. 

엄기호 직전 총회장은 전 씨의 비서실장인 이은재 목사와 대척점에 있던 인물이다. 2018년 엄 전 총회장이 한기총 대표회장에 출마할 당시 또 다른 후보였던 김노아(김풍일) 씨는 대한예수교장로회 성서총회 총회장으로 이단 시비를 받는 인물이다. 이은재 목사는 한국교회 내에서 문제성을 지적해 온 김노아 씨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김노아 씨를 위해 대놓고 선거운동을 한 것이다. 

당시 한기총은 김노아 씨의 후보자격을 박탈했다. 그러자 이은재 목사는 "엄기호 목사가 24대 대표회장에 선출될 당시 선거관리 규정을 적용하는 절차상에 하자가 있었다"며, 대표회장에 대한 ‘대표자 선출결의 무효 확인의 소’를 제기한 바 있다. 

결국 한기총은 지난해 8월 23일 열린 임원회에서 이은재 목사를 제명처리 하기로 결의했다. 대표회장을 고소해 한기총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이유였다. 당시 해당 안건은 찬성 14명, 반대 5명으로 통과됐다. 

한기총 내 복잡한 문제를 이유로 전 씨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한기총 목사들의 움직임도 한기총 내 세력 다툼 정도로 비춰질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한기총 내 목사들마저도 전 씨의 과격 행보는 도를 넘었다고 인지한다는 것이다. 

한기총 내 한 목사는 “전광훈 목사는 한국기독교로는 큰 불행”이라며 “개개인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을 싫어할 수도 있고, 좋아할 수도 있지만 유튜브 등 방송에서 개xx, 새xx 라고 욕을 하는 것은 목사가 할 짓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한기총 관계자는 “전 목사가 임원회를 장악하긴 했으나, 한기총 내에서 전 목사를 따르는 세력은 일부에 불과하다. 전 목사로 인해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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