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리판 된 한기총 자체소멸하나

(사진=연합뉴스)

[평화나무 권지연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인 전광훈 씨가 한기총을 몰락으로 몰아가는 중이다. 한기총 내부에서 자발적인 한기총 해체 움직임까지 일어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지는 모습이다.  

한기총 대표회장 연임 노리는 전광훈의 발버둥
한기총 사유화 작업 중? 

전광훈 씨의 한기총 대표회장으로서의 임기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전 씨는 내년에도 대표회장에 출사표를 던지겠다는 뜻을 이미 표명한 바 있다. 그동안 한기총을 이용해 한국교회의 대표인 양 활동하면서 재미를 톡톡히 본 전 씨로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대표회장직에서 물러나는 일이 아쉬울 것이다. 

그러나 한기총 내부에서 전 씨의 대표회장직 연임을 바라는 사람은 지극히 드물다는 분석이다. 현재 전 씨 옆에서 붙어 있는 인물들 중에서도 어쩔 수 없이 끌려다닐 뿐, 전 씨를 지지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가 내부에서부터 들려온다. 전 씨가 제멋대로 해고 통보로 징계를 남발하면서 자리보전을 위해 일단 침묵을 선택한 이들이 많다는 것. 

한기총 내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전광훈 씨가 문재인 대통령 하야 운동에 본격 시동을 걸기 시작한 6월께만 해도 전 씨가 대표회장이 되면서 자기 사람으로 불러들인 인원은 20명 정도에 불과했다. 한기총 회원(교단 총대) 약350명, 임원과 위원장은 약 120명 중 소수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뜻을 거역하는 인사들을 무더기로 제명 또는 자격정지, 심지어 문자 한 통으로 해고 통보하면서 자기 사람으로 만들어가는 작업을 해나갔다. 

현재 한기총 직무대행을 맡고있는 박중선 목사만 보더라도 지난 5월 한기총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전광훈 대표회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그러나 과거 횡령 혐의로 고발당한 전력에 음주를 했다는 이유로 전 씨가 한기총 위원 자격을 정지해버리자, 다시 고개를 숙이고 전 씨에게 붙었다. 

전 씨는 한기총 조사위원회 위원장인 이병순 목사 등으로부터 횡령·사기 ·공금착복 및 유용 혐의로 고발당하자, 지난 7월 말일께 문자 한 통으로 이 목사 등을 제명한 후 박중선 목사를 새 직무대행으로 세웠다. 고개를 숙인 자에게 다시 기회를 주는 아량을 베푼 것이다. 

전 씨가 지난 7월 31일 한기총 임원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는 “이병순 목사 그룹에 모든 권한을 다 부여했으나, 이번에 그들의 반란적 행위가 드러났으므로, 기회를 박중선 목사님 그룹에게 드리겠다. 여러분 중 저를 돕기를 원하시는 분은 직책을 써서 가져오면 가능한 원하는 직책에 임명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전 씨는 이같은 막가파식 해고통보 등의 방식으로 한기총 내부 단속을 해나갔으나, 이들은 언제라도 전 씨에게서 등을 돌릴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 불안감 때문이었을까. 전 씨는 지난 8일 한기총 직원 5명을 모두 해고해버렸다.

손에 넣은 한기총 놓기 싫은 전광훈, 속내는? 

전 씨가 한기총 임원뿐 아니라 직원들까지 갈아치우는 이유는 얼마 남지 않은 한기총 대표회장 임기 동안 한기총을 완전히 사유화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기총 관계자는 “전광훈이 한기총이라는 이름을 가져가기 위해 사무실도 팔아먹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그는 전 씨가 그간 꾸준히 이사들을 자기 식구들로 교체했기 때문에 얼마든지 한기총 사무실을 팔 수도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한기총 사무실을 매매하면 6억 정도 되는데, 한기총 빚 갚는다면서 전 씨가 가져갈 것이고 한기총 간판은 사랑제일교회에 걸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또 “한기총과 기독자유당 253개 지역연합회 위원장 간의 MOU를 통해 253개 지역연합회 단체 등록이 가능하도록 정관개정을 통과시켰다”며 이를 통해 장사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내놓았다. 

한기총에 단체가 가입하기 위해서는 가입비 500만원과 연회비 200만원을 내야 한다. 253개 지역연합회가 가입비와 회비를 내게 되면 총17억7100만원이 걷히게 되고, 이를 자기 마음대로 쓸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253개 지역연합회장에 어떤 인물들이 배치됐는지, 실체가 있는지 여부도 아직은 불투명하다. 그러나 전 씨가 지난 5월 중순께 곤지암 실촌수양관에서 열린 집회에서 “전국 253개 지역연합을 조직해서 앞으로 모든 한국교회 조직을 한기총 안으로 들어오게 하겠다”는 야무진 계획을 밝혔다. 또 “253개 지역조직 위원장들에게는 한 달에 100만원씩 활동비를 주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전 씨는 “나는 내년 4월 15일까지 돈이 필요하다”며 대놓고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드러내기도 했다. 

전 목사는 또 지난 4월 8일 임원회에서는 문화재 관리, 템플스테이 등의 명목으로 정부 지원을 받고 있는 불교계의 상황을 언급하며 “다가오는 정기국회에 지원금 2000억 원을 요구해 지역연합회 관리와 개척교회 지원에 사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그의 과거 발언으로 예측컨데, 전 씨가 한기총을 계속 자신의 손아귀에 넣고 자신의 목적 달성에 활용하려 할 공산이 커보인다. 

한기총 내부서도 비판 “전광훈은 거짓 선지자”

전 씨가 회유와 징계로 한기총을 쥐고 흔들었음에도 내부에서 터져나오는 불만의 싹을 송두리째 잘라버리진 못했다. 

전 씨의 막가파식 행보에 한기총 내부에서 자발적 해체 목소리까지 터져 나온 것이다. 김인기 목사(한기총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가 한기총 내부 관계자들에게 돌린 문자 메시지에는 “한기총에 기생충들이 우글거리는 한 한기총은 더 이상 희망이 없다. 조만간 '왜 한기총이 해체되어야 하는가?' 에 대한 기자회견을 통해서 그동안 한기총에서 자행된 비행과 현 비정상적인 실태를 낱낱이 언론에 밝힐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직전 총회장인 엄기호 목사가 새로 조직한 한기총 비상대책위원회는 10월 1일 한기총 임원회(1차-17차)와 253개 지역연합회를 가입시킨 2차 임시총회의 불법성, 조사위원회 해임 및 회원제명 등에 대해 검찰 고발했다. 현재 이 사안은 북부지방검찰청에 배당됐다. 

이밖에도 문화체육관광부와 청와대 민원실 등에도 불법을 자행해 온 전광훈 씨의 한기총 대표회장 해임 요청서가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도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내란선동혐의와 기부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전 씨가 경찰 소환 조사에 불응하며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지만, 그럴수록 여론을 악화시킬 뿐이다. 상식과 정의를 지닌 민주시민은 누구라도 그의 막말과 거짓 선동에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한기총 내부의 한 목회자는 "전광훈 목사는 본인이 총회장이던 시절 대신 총회도 말아먹더니, 한기총도 말아먹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대표회장 자격 미달 전광훈, 누가 밀어줬나? 

전 씨의 해임 사유를 따지기 시작하자면 한기총 대표회장 출마 자격부터 논란이 될 소지가 충분하다. 

전 씨는 2018년과 2019년 2년 연속 청교도영성훈련원 대표 자격으로 한기총 대표회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한기총 선거관리위원회는 2018년 당시에는 전 씨의 후보 자격을 인정하지 않았다.

한기총은 2018년 1월 후보자의 도덕성을 확인하기 위해 대표회장 후보 등록 시 신원 조회 증명서를 받기로 결의했으나, 전 씨는 이를 제출하지 않았다. 전 씨의 과거 전과가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신원조회 증명서를 제출하지 않았던 이유는 짐작이 가능하다. 

게다가 한기총 소속 단체인 청교도영성훈련원 단체장 자격으로는 한기총 대표회장직에 출마할 수 없다는 것이 당시 한기총 선거관리위원회의 설명이었다. 결국, 전 씨는 이래저래 대표회장 출마 자격 미달이었던 셈이다. 

그런데도 전 씨는 올해 한기총 대표회장에 재출마해 당선됐다. 한기총 선관위원장은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목사다. 한기총 내부에서는 전 씨가 한기총 대표회장이 되기 위해 본인 스스로 8억을 썼다고 말하고 다녔다는 소문도 들려온다. 물론 거짓말과 허풍이 심각한 전 씨의 입에서 나온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에는 물음표가 찍힌다. 그러나 전 씨가 정상적인 방법으로 한기총 대표회장으로 선출되지 않았을 개연성은 매우 크다. 

이와 관련, 전광훈 씨에게 직접 전화 통화도 시도하고 문자를 보내보았으나,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 

한기총 비대위 소속 김정환 목사는 "전광훈 목사의 문재인 하야 운동이 전 목사가 시무하는 사랑제일교회 교인을 늘리는 데는 효과적이었을지 모르겠으나, 한국기독교에는 치명적인 악재가 된 것 같다"면서 "진보보수를 떠나 문재인 대통령 하야 운동을 하나님의 사명이라고 떠드는 정치 목사를 보면서 답답한 심정"이라고 일갈했다. 

또 다른 한기총 관계자는 "한기총 내부에서 조직 쇄신과 리빌딩을 논의하는 움직임들이 많다"며 "절대 전 씨 마음대로 연임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10여년간 한기총 해체 운동을 벌여온 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인 방인성 목사는 “내부적 분란은 이미 예견됐던 일”이라며 “내부적으로 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더라도 큰 기대를 걸기는 어렵지만 그럼에도 건강하게 세우려는 목소리가 나온다면 사심 없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방 목사는 “교단장들이나 목회자들에 의한 이해관계에 얽힌 연합기구보다는 평신도들이 주축이 된 연합 활동이 더 필요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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