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문재인 퇴진 국민혁명 집회’서 발언한 시민단체 대표, 전태일 열사 분신 항거 폄훼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전태일다리에서 '2020전태일50주기준비위원회 출범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평화나무 김준수 기자] 전광훈 씨가 주도하고 있는 ‘문재인 퇴진 국민혁명 집회’가 매주 토요일 광화문광장을 점령하다시피 열리고 있는 가운데 주요 연사들의 발언 수위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지난 16일 집회에선 故 전태일 열사를 폄훼하는 주장까지 나왔다. 문 대통령과 현 정부를 비난하기 위해서라면 아무렇지 않게 사실과 역사를 왜곡하는 뻔뻔함을 여실히 드러냈다.

문제의 발언은 본격적인 집회가 시작되기 전에 나왔다.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의 사회로 여성 연사들의 발언들이 이어진 가운데 김유나 세종건강한교육학부모회 대표가 단상에 섰다. 세종건강한교육학부모회(이하 건교학)는 지난 4일 ‘세종시교육청 학교민주시민교육 활성화 조례안’ 폐지를 목적으로 설립된 단체다.

건교학은 “앞으로 세종시 기독교계와 함께 세종시교육청 학교민주시민교육 조례 폐지 및 세종시 민주시민교육 조례 폐지 서명 운동을 우선적으로 펼쳐나갈 것”이라며 “정치ㆍ이념적으로 편향된 교육이 우려되는 학교민주시민교육 조례가 학부모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더불어민주당 소속 세종시의원들이 앞장서 통과시켰다”고 주장한 바 있다.

 

“분열 조장하는 문재인은 ‘빨갱이’…북한으로 가라“

김 대표는 문 대통령을 비난하면서 전태일 열사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을 걸고 넘어졌다. 집회가 열린 당시 광화문광장 한편에서는 전태일 열사 49주기를 맞아 ‘제1회 전태일 힙합음악제’ 준비가 한창이었다.

김 대표는 “우리나라가 대한민국인가, 조선인가? 그런데 오늘 저 뒤에 전태일 힙합 음악 문화제가 있다. 또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행사를 계속해서 하고 있다”며 “대한민국이 1919년에 건국이 되었나? 1948년에 건국이 되었나? 그런데 왜 저자들은 아직도 100주년을 외치고 있나?”라고 했다.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절로 인정하지 않는 현 정부를 비난한 것이다.

그러면서 전태일 열사의 분신을 하게 된 배후에 좌파들이 있다고 했다. 또 전태일 열사의 죽음을 가지고 국민들을 선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태일을 먼저 한번 이야기해보자. 전태일은 이 청계천 광장에서 근로자노동법 책을 끼고 있다가 분신해서 죽었다고 했죠? 거짓이다. 좌파들이 그 아이에게 신나를 뿌리고 불을 지펴서 뜨겁다고 소리치는 그 아이를 불도 꺼주지 않고 분신하게 내버려 둔 것”이라며 “국민들을 선동한 것이다. 그런데 저기서 아이들에게 분신을 선동시키고 폭력집회를 선동 시키는 힙합 음악 문화제를 저 경복궁 앞에서 한다는 것이냐? 이게 대한민국 역사 교육의 현장”이라고 했다.

전교조 비난에도 열을 올렸다. 김 대표는 전교조 소속 교사들이 왜곡된 역사과 가정을 해체시키는 교육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우리나라가 1948년 8월 15일에 건국이 되었지, 1919년에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일이 우리나라의 건국일인가”라며 “그런데 왜 아직도 조선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이 전교조 자식들은 스스로 일제 잔재를 가지고 민족, 민중, 인간학 교육을 왜 아이들에게 하고 있는 것인가.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벌써 1988년부터 3~40년 동안 우리 아이들에게 왜곡된 역사와 자신들이 참교육을 한다면서 엉망진창의 교육을 통하여 아이들에게 폭력집회, 조기성개방, 가정의 해체, 이런 것들을 교육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난의 화살은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게까지 돌아갔다. 발언이 끝나자 ‘문재인 체포’, ‘공수처 반대’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김 대표는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그것의 잔재는 문재인과 조국 일당인 것이다. 이 문재인 정권은 왜곡된 역사 교육을 통해 아이들에게 민중심리를 자극하고 있다”며 “민중 위에 자유가 있어야 되는데, 민중 밑에 자유를 짓밟는 교육을 하고 있는 것이 이 전교조 교육과 한국교육의 실체인 것이다. 이런 교육의 꽃을 피우는 것이 문재인 정권”이라고 주장했다.

발언의 수위는 점점 올라갔다. 국민들 간의 갈등을 심화시키는 대통령은 대통령 자격도 없다면서 ‘빨갱이’라는 폭언도 주저하지 않았다. 마무리는 ‘지키자 대한민국’이라는 구호였다.

그는 “분열을 조장하는 대통령이 대통령이냐? 너는 그냥 빨갱이다. 북한으로 가라. 너희들이 이야기하는 평등, 공정, 정의는 이 세상에 없다. 왜? 거짓이니깐. 우리가 승리할거다. 진리가 우리를 자유롭게 할 것”이라며 “왜곡된 역사와 진실에 선동되지 말아야 하다. 이 자리에 나온 여러분들을 축복한다. 이 나라의 교육과 시국을 바로잡아야 한다. 저것들은 전부다 공산국가의 식민지 역할을 하고 있다. 그것에서 우리 함께 벗어나자”고 했다.

 

전태일 열사 죽음 배후에 좌파 있다?…“말할 가치 없는 왜곡된 주장”

오동진 전태일기념관 부관장은 김 대표의 주장에 대해 “대꾸할 가치도 없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전태일 열사는 1970년 11월 13일 ‘근로기준법 화형식’을 치르기로 한 집회가 경찰에 의해 막히자 ‘근로기준법을 지켜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를 외치며 분신 항거했다. 또 근로기준법을 공부하며 한탄하기도 했다.

오 부관장은 “‘좌파가 조종했다’거나 ‘다른 사람들이 있었는데도 불을 끄지 않았다’라는 이야기는 말도 안 되는 음해다. 말할 가치도 느끼지 못하는 왜곡된 주장”이라며 “전태일 동지는 당시에 대통령에게도 편지를 보내고, 노동청에도 진정서를 냈지만 전혀 바뀌지 않는 현실에 암담함을 느꼈다. 도저히 넘을 수 없는 깜깜한 벽이라서 자기 한 몸을 희생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결심을 한 상황이었다”고 했다.

그는 “‘충동적으로 했다’거나 외부의 다른 사람이 ‘조종했다’는 말은 잘못된 주장이다. 참혹한 노동 현실을 목도하고 조금이라도 변화시키기 위해 활동에 나섰다. 모든 것을 주도하신 분”이라며 “교과서에도 실린 내용인데 그렇게 왜곡해서 되겠나. 학부모회 대표라는 분이 이런 말씀을 하신다니 참담할 뿐”이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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