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UN 인권상을 수상하게 됐다”는 내용이 SNS를 통해 확산하고 있다. (출처=UN 홈페이지, 박근혜 전 대통령 페이스북)

[평화나무 박종찬 기자] 우리공화당 등 일부 정치인들이 탄핵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은 무효라고 주장하는 가운데, SNS상에서는 여전히 박 전 대통령과 관련한 뉴스가 쉬지 않고 돌고 있다. “박근혜 씨가 죄가 없다”거나, ‘태블릿 PC 조작설’ 등은 수없이 반복 재생산되는 레파토리다. 이외에도 “박근혜 전 대통령이 UN 인권상을 수상하게 됐다”는 내용이 전파되고 있어 사실 여부를 확인해 보았다. 

박근혜, 유엔인권상 수상자 선정?

“알려지지 아니한 소식 한 가지를 알려주겠다”는 문구로 시작한 카카오톡 메시지에는 “우리나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유엔 인권상 수상이 6월 10일 확정됐으며, 올해 12월 10일 인권의 날을 맞아 포상하게 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아울러 “2018년 ‘한국의 1700만 촛불 시민이 인권 수상자 후보에 올라 야단’이었지만 유엔인권위가 오히려 ‘촛불 시위의 희생자’ 박근혜 전 대통령을 수상자로 확정했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또 “우종창 전 월간조선 편집위원을 공동 수상자로 선정했다”는 점을 밝히며 “구글이나 네이버에 자세한 내용이 있다”고 안내했다.

이 같은 주장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카카오톡 메시지에 적힌 대로 포털 사이트를 검색한 결과, 5월 22일과 27일 비슷한 주장이 담긴 페이스북 게시글과 다음 카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주된 게시처는 6월 10일 「환단고기」 등 유사 역사학을 신봉하는 네이버 블로그 항산문화원과 다음 카페 태형사상연구소였다. 해당 블로그에 같은 내용의 게시글이 6월 10일 오후 11시 6분과 7분에 나란히 올라왔다. 이들 카페와 블로그 게시글은 원문 작성일을 미국 시간으로 5월 21일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카카오톡을 통해 전파되는 메시지에서는 ‘항산문화원’과 ‘태형사상연구소’에 게시 글이 올라온 6월 10일을 박근혜 씨의 유엔 인권상 수상이 확정된 날짜로 기재됐다. 유포자들이 옮기는 과정에서 착오를 한 것으로 보인다.

이뿐이 아니다. 카카오톡 메시지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유엔 인권상은 1966년 유엔 총회에서 제정되어 1968년 처음으로 수상자를 배출했고, 그 후 5년마다 수상자를 선정해 포상한다. 수상 회기에 따라 2018년에 이미 수상자가 배출됐다. 다음 수상은 2023년에 이루어진다. 2019년 수상은 있을 수가 없다.

1700만 촛불 시민이 2018년 유엔 인권상 후보에 추천된 것은 사실이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세계시민단체연합(CIVICUS)·아시아민주주의네트워크(ADN)·당시 정세균 국회의장 등이 2018년 봄 유엔인권이사회(OHCHR)에 추천했다. 그러나 수상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다만, 독일의 공익 정치 재단인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이 주는 ‘2017 에버트 인권상’을 수상했다.

'항상문화원'과 '태형사상연구소'에 올라온 게시글 캡처

김평우 "게시글 내가 쓴 것 아냐"... 우종창 “유엔 통보받은 적 없다”

카카오톡 메시지에서 안내한 페이스북과 다음 카페 게시글의 작성자는 김평우 변호사라고 적혀 있다. 김 변호사는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심판 당시, 피청구인 박근혜 대통령의 대리인단에서 활동했던 이력이 있는 인물이다.

이 게시글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과정이 ‘졸속’이고 ‘불법’이었다”며 국회와 당시 탄핵 인용 결정을 내린 헌법재판관들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종창 기자가 헌법재판관들을 고발했기 때문에 유엔인권위에서 이를 인정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우 기자는 2017년 3월 14일 탄핵소추안 가결 판결을 한 헌법재판관 8명을 직무유기·직권남용·허위공문서작성 등을 이유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발한 바 있다.

그러나 게시글의 주장과 달리, 박 전 대통령과 공동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우 전 편집위원은 21일 <평화나무>를 통해 “(유엔인권위로부터) 직접 통보받은 건 없다”면서 “(나도) 전달받은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고 인지했을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우 전 편집위원은 또 “다만 대선 후보였던 한반도미래연합 김정선 대표가 수상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반도미래연합은 2016년 김정선 대표가 창설한 우익 민족주의 정당이다. 그는 “김 대표가 보내준 자료를 보고도 믿음이 가지 않았으나, 김 대표 측이 믿으라고 종용해서 초청장과 비행기 표가 온다는 9월 20일까지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우 전 편집위원은 또 “페이스북과 다음 카페에 올라온 글도 김평우 변호사가 쓴 글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평소 본인과 친분이 두터운 김 변호사가 글을 작성했다면 분명히 본인에게 직접 연락해 알려주었을 것이란 설명이다.

우 전 편집위원의 말대로 김 변호사는 “해당 게시글은 내가 쓴 것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유엔 기구로 둔갑한 유엔세계재활기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인권상은 한반도미래연합 김정선 대표가 창설을 추진해 상임의장으로 있는 유엔세계재활기구(UNWRO)에서 시상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반도미래연합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과 우 전 편집위원이 10월 18일 수상하는 게 맞다”며 “다만 기존의 유엔 인권상이 아니라 유엔 인권 특별상”이라고 주장했다. 

유엔세계재활기구는 이미 2016년에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노벨 평화상 수상 제안, 2017년 박 대통령의 유엔 인권상과 노벨 평화상을 추진한 바 있으나, 공식적인 국제 연합(UN)과는 무관하다.

결국 유엔이 아닌 국내 우익 민족주의 정당 창설자가 주도한 시상을 누군가 김평우 변호사의 이름까지 차용해 유엔 시상으로 둔갑시켜 퍼뜨린 셈이다.

한편 대한민국 박대모(박근혜 대통령을 존경하고 사랑하는 모임) 임예규 중앙회장은 유엔세계재활기구 관련 기사를 캡처해 “박 전 대통령이 10월 18일 유엔세계재활기구가 선정한 ‘IOED'S ANNUAL AWARD 부분’ 세계인권특별상을 수상한다”고 공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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