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국가인권위원회법 개악안 발의 규탄 기자회견’ 개최

20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성소수자 차별하고, 성별이분법 강화하는 국가인권위원회법 개악안 발의 규탄 기자회견’이 개최됐다. (사진=평화나무)
20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성소수자 차별하고, 성별이분법 강화하는 국가인권위원회법 개악안 발의 규탄 기자회견’이 개최됐다. (사진=평화나무)

[평화나무 김준수 기자] 안상수 자유한국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국가인권위원회법 개정안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20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개최됐다. 이번에 발의된 개정안은 기존에 있던 ‘성적 지향’을 삭제하고 ‘성별 정의’를 신설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성소수자를 차별하고 이들에 대한 혐오를 정당화한다는 논란이 일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평등과 연대로! 인권운동더하기, 한국여성단체연합 등의 단체가 함께했다. 이들은 개정안을 철회하고,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했다. 아울러 개정안을 발의한 의원들에 대한 공천 배제와 즉각 사퇴를 촉구했다.

공교롭게도 기자회견이 열린 11월 20일은 증오범죄로 희생당한 리타 헤스터를 추모하는 ‘국제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이었다. 박한희 집행위원(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은 “오늘은 전 세계적으로 차별과 혐오로 희생된 트렌스젠더의 존재를 기억하고 떠나간 이들을 추모하는 날”이라며 “이런 날에 혐오를 퍼뜨리는 트렌스젠더의 존재를 배제하려는 개악안을 마주하고 규탄집회를 해야 되는 현실에 정말 안타깝고 분노한다”고 참담함을 드러냈다.

이어 “개악안이 주는 메시지는 너무나 분명하다. 성소수자는 차별해도 되고 성별이분법에서 벗어난 트렌스젠더는 그 존재자체가 부정된다는 것”이라며 “차별을 정당화하고 개인의 존재를 부정하는 헌법에 정면으로 반하는 이런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됐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나 분노스럽다”고 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개인의 ‘성적지향’을 이유로 부당한 차별이 금지된다고 명시한 법에서 이 조항을 삭제한다는 것은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공고히 하겠다는 선언”이라며 “성별이분법을 강화하는 것은 사회의 규정과 다른 나로 살아가려는 도전을 짓밟는 것이자 여성에게 가해지는 젠더억압을 더욱 강화하는 결과를 낳는다”고 했다.

이어 “혐오가 지지를 얻을 것처럼 보던 환상은 이제 깨져야 한다. 누군가의 인권을 헌납해서 권력을 얻으려는 정치인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며 “혐오를 대변하는 정치인은 필요 없다. 21대 총선은 당신들을 버릴 것이다. 사회적 합의 운운하며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발의조차 하지 못하는 현실이 낳은 결과를 직시하라. 더 늦기 전에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고 했다.

 

한국여성노동자회 “국민 위해 일하는 국회의원들이 인권 침해 개정안 발의”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 개정안, 개인의 존엄과 평등에 대한 중대한 침해”

‘국가인권위원회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지난 12일 안상수 자유한국당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바른미래당, 우리공화당, 민주평화당 등 야당 의원은 물론, 일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까지 동참했다.

안상수 의원은 지난 19일 국회 정론관에서 보수 기독교 단체 관계자, 반동성애 운동가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개정안 취지를 설명했다. 안 의원은 현재 자유한국당 기독인회장을 맡고 있다.

안 의원은 “올바른 인권과 전통 가정을 보호하자는 한국당 당론에 따라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성소수자 인권은 보호하는 게 마땅하다”면서도 “국가인권법상 성소수자 인권 보호가 한계를 넘었다. 비정상적인 동성애와 동성결혼을 정상이라고 교육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여자를 데려와서 우리 사위라고 하는 상황이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아주 극단적으로는 짐승과 결혼하고 (그런 일을 막기 위해) 사전에 교육하는 권리가 있을 수 있는데, 이것을 하면 범법이 될 수 있다”며 “그렇게까지 가지 않도록 교육과 방어를 하자는 의미”라고 했다.

개정안이 발의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시민단체와 인권단체를 중심으로 민주주의 가치와 성소수자 인권을 무시한 처사라는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한국여성노동자회는 15일 “이번에 발의된 개정안은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에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가 있음’을 적시하고 있는 헌법 제10조의 명백한 부인”이라며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고 그 수준을 향상시킴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고 민주적 기본질서의 확립’을 목적으로 하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존립 근거의 위반”이라고 했다.

이어 “국민의 세금을 받으며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하는 국회의원들이 인권을 침해하는 개정안을 발의 하여 스스로 존재의 의미를 부정했다”며 “이들은 더 이상 국회의원 자격이 없다. 이번 20대 국회가 이들의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했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은 19일 “안상수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국가인권위원회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하 개정 법률안)이 편견에 기초하여 특정 사람을 우리 사회 구성원에서 배제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는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에 역행하는 시도라고 판단하여 엄중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성적 지향’은 개인의 정체성의 핵심 요소로서 이를 부정하는 것은 개인의 존엄과 평등에 대한 중대한 침해”라며 “유엔 자유권위원회, 사회권위원회, 여성차별철폐위원회, 아동권리위원회 등 국제 인권 기구들은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을 이유로 한 차별과 폭력을 금지하고 성소수자에 대하여 평등한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제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과 폭력을 근절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요구이자 인권적 관점에 부합하는 방향”이라며 “개정안의 내용과 같이 성적 지향을 차별 사유에서 제외하거나 성별의 개념을 남성과 여성으로만 축소하는 입법은 인권사적 흐름에 역행하고, 대한민국의 인권 수준을 크게 후퇴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논란이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개호, 서삼석 의원은 철회 의사를 밝힌 상태다. 안상수 의원은 공동발의 취소를 원하는 의원들을 제외하고 해당 개정안을 다시 발의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 평화나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