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공 외치는 새일파 깃발에 신옥주 은혜로교회 유인물까지

광화문 역사에서 문재인 대통령 하야 서명을 받는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관계자(사진=평화나무 박종찬, 2019.11.30.)
광화문 역사에서 문재인 대통령 하야 서명을 받는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관계자(사진=평화나무 박종찬, 2019.11.30.)

[평화나무 박종찬 기자] 전광훈 씨가 이끄는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집회가 주말마다 광화문 광장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다. 11월의 마지막 날(토요일)에도 집회는 어김없이 열렸다. 

광화문 역사에 설치된 서명대에서는 중장년의 여성들이 서명에 동참하는 시민들에게 가족 이름도 쓰라고 종용하는 모습도 보였다. 

집회 스태프로 활동하는 순국결사대(사진=평화나무 박종찬, 2019.11.30.)
집회 스태프로 활동하는 순국결사대(사진=평화나무 박종찬, 2019.11.30.)

 

각 학교, 군 출신 구국동지회 깃발들(사진=평화나무 박종찬, 2019.11.30.)
각 학교, 군 출신 구국동지회 깃발들(사진=평화나무 박종찬, 2019.11.30.)

집회 현장에는 여러 고등학교 동문회나 트루스 포럼, 해병대, 육군사관학교, 해군사관학교, ROTC 등 군 출신들의 깃발과 사람들이 보였다. 같은 모자를 쓰거나 같은 복장을 한 노인들은 함께 모여 사진을 찍으며 동창들과 의기투합했다. 군복을 입은 사람들도 여럿이었다.

기념 촬영하는 육군사관학교 구국동지회(왼쪽), 해군사관학교 구국동지회(오른쪽)(사진=평화나무 박종찬, 2019.11.30.)
기념 촬영하는 육군사관학교 구국동지회(왼쪽), 해군사관학교 구국동지회(오른쪽)(사진=평화나무 박종찬, 2019.11.30.)

집회장 주위에는 순국결사대가 더 많았다. '순국결사대'라고 적힌 빨강, 파랑, 초록색 머리띠를 두르고 조끼를 입은 순국결사대는 경광봉을 들고 안내하거나 통제하는 등 스태프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좌우에 크레인이 대형 스피커를 매달고 있는 무대에는 발언자들이 오르고 내렸다. 언론에 알려진 이들도 있었고, 유명 정치인부터 청년, 시민으로 소개된 사람들도 있었다. 사회자는 ‘평범한 시민’이라는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주옥순 엄마방송 진행자, 신혜식 신의한수 진행자, 손상대 뉴스타운 전 대표, 홍문종 우리공화당 국회의원(경기의정부시을), 전광훈 한기총 대표회장, '일베종정' 성호 승려 등이 마이크를 쥐었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채 군복을 입고 자세를 취하는 노인(사진=평화나무 박종찬, 2019.11.30.)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채 군복을 입고 자세를 취하는 노인(사진=평화나무 박종찬, 2019.11.30.)

발언 중간중간 공연도 이어졌다. 가야금과 이스라엘 뿔나팔 소리에 맞춰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노년들과 아동들의 합창, 난타, 부채춤, 찬양도 있었지만, ‘전대협’ 이름으로 올라온 청년들의 공연도 있었다. 응원가와 케이팝에 맞춘 군무와 액션 치어리딩은 수준급이었다. 곡 중에는 모두의 화합을 노래한 싸이의 <챔피언>도 있었다.

사회자들은 “세상은 뒤집혔어”라는 가사를 강조하며 소녀시대의 <힘 내!>에 맞춘 청년응원문화연대 리오 치어리딩 팀을 소개하기도 했다. 청년응원문화연대 리오는 2015년 광복70년한국교회평화통일기도회에서 공연한 적이 있으며, 올해 범투본 집회에도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이스라엘 국기, 태극기, 성조기를 한 장에 모은 깃발(사진=평화나무 박종찬, 2019.11.30.)
이스라엘 국기, 태극기, 성조기를 한 장에 모은 깃발. '여호와 닛시 생명의 하나님'이라고 적혀 있다(사진=평화나무 박종찬, 2019.11.30.)

군중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환호했고, 이스라엘 국기도 눈에 띄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일장기, 인도 국기, 스위스 국기까지 보였다. 이번에도 빠지지 않고 ‘멸공 새일’의 거대한 깃대도 집회장 이곳저곳을 이동했다. 2007년 인터넷에서 나체의 남성들이 트럭 짐칸에 타고 질주하는 사진으로 유명한 ‘새일파’는, ‘적그리스도’인 공산주의 국가 북한이 자신들이 예언한 날에 한국을 침공하고, 자신들이 전쟁을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을 펴 기독교계에서 이단으로 지정된 바 있다. 집회장 주변에는 새일파의 한 분파인 스룹바벨선교회(최대광)도 책자에 태극기를 붙여 배포하고 있었다.

새일파의 멸공 깃발(사진=평화나무 박종찬, 2019.11.30.)
새일파의 멸공 깃발(사진=평화나무 박종찬, 2019.11.30.)
'요한계시록 강해' 책자에 태극기를 붙여 배포하는 스룹바벨선교회(사진=평화나무 박종찬, 2019.11.30.)
'요한계시록 강해' 책자 표지에 태극기를 인쇄해 배포하는 스룹바벨선교회(사진=평화나무 박종찬, 2019.11.30.)
은혜로교회에서 배포하는 신문 '은혜로소식'(사진=평화나무 박종찬, 2019.11.30.)
은혜로교회에서 배포하는 신문 '은혜로소식'(사진=평화나무 박종찬, 2019.11.30.)

새일파뿐 아니라 ‘타작 마당’으로 유명한 은혜로교회(신옥주)의 유인물도 발견되었다. 은혜로교회는 종말을 피할 곳이 남태평양의 피지라며 신도 400여 명을 집단 이주시킨 뒤 노역을 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죄를 몰아내야 한다며 신옥주가 직접 폭행하거나 신도들끼리 폭행하는 ‘타작 마당’은 사망자까지 발생해 기독교계는 물론 <그것이 알고 싶다>(SBS), 영국의 BBC 등에서 다뤄 세간에 유명해졌다. 신옥주는 국내에서 수감되었고, 핵심 관계자들은 인터폴에 적색 수배 중이다.

각종 물품을 파는 가판대(사진=평화나무 박종찬, 2019.11.30.)
각종 물품을 파는 가판대(사진=평화나무 박종찬, 2019.11.30.)

집회장 주변에는 가판대가 군데군데 늘어서 있었다. 태극기와 성조기, 이스라엘 국기나 기가 그려진 배지를 팔거나 모자, 장갑 등에 태극기를 붙여 팔았다. 박정희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의 초상화가 그려진 배지 등도 진열되었다. 북한 주민들이 자랑스럽게 다는 김일성 배지를 연상케 했다. 여러 보수 논객들의 책을 팔거나 저자 사인회가 자그맣게 열리기도 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을 다룬 책이나 현수막도 보였다. 한 판매상은 구매자의 요청에 태극기와 이스라엘 기를 포개 한 깃대에 붙여주었다.

도서를 판매하는 가판대. 저자 서명회도 진행하고 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단식하며 읽은 책이라는 홍보 문구도 보인다(사진=평화나무 박종찬, 2019.11.30.)
도서를 판매하는 가판대. 저자 서명회도 진행하고 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단식하며 읽은 책이라는 홍보 문구도 보인다(사진=평화나무 박종찬, 2019.11.30.)

한편 여러 구호가 적힌 피켓이나 전단지도 혼재되었다. 공정선거국민연대라는 곳에서는 전자개표기와 사전 투표를 반대하고 수개표와 당일 투표를 찬성하는 피켓을 들어 보였다. ‘사회정의를바라는전국교수모임’이라는 곳에서는 공수처를 반대하는 전단지를 나눠주기도 했다. '공수처 법 결사반대 윤석열 검찰 절대 수호'라고 적힌 깃발이 태극기와 함께 흔들거렸다. 출처를 밝히지 않은 한 전단지는 하단에 성경 구절을 적고 “종교통합은 배교이다!”고 외치고 있었다.

전자 개표와 사전 투표를 반대하는 공정선거국민연대(사진=평화나무 박종찬,2019.11.30.)
전자 개표와 사전 투표를 반대하는 공정선거국민연대(사진=평화나무 박종찬, 2019.11.30.)
'공수처 법 결사반대 윤석열 검찰 절대 수호' 깃발(사진=평화나무 박종찬, 2019.11.30.)
'공수처 법 결사반대 윤석열 검찰 절대 수호' 깃발(사진=평화나무 박종찬, 2019.11.30.)
독립에 관한 문구를 쓰고 일장기와 이스라엘 기, 인도 기를 배치한 "이승만 은 살아있다 내가슴에" 현수막(사진=평화나무 박종찬, 2019.11.30.)
"우리에게 독립을 주신 하나님!"이라 쓰면서 일장기와 이스라엘 기, 인도 기를 배치한 "이승만 은 살아있다 내가슴에" 현수막(사진=평화나무 박종찬, 2019.11.30.)

 

"종교통합은 배교이다!"라며 WCC를 반대하는 전단지(사진=평화나무 박종찬,2019.11.30.)
"종교통합은 배교이다!"라며 WCC를 반대하는 전단지(사진=평화나무 박종찬, 2019.11.30.)

하지만 집회장 곳곳에는 사이비 종교들과 아울러 전광훈 범투본 총괄대표가 담당하는 사랑제일교회의 봉사 부스, 헌금을 걷는 청교도영성훈련원 스태프, 대한민국불교연합 호국승군단, ‘박근혜 변호사’ 서석구 변호사가 속한 대한민국수호천주교인모임 등이 보였다. 무대에도 목사로 알려진 전광훈 총괄대표에 이어 승려들이 등장해 "아미타불!"을 외치고 찬불가를 노래하며 법회를 열기도 했고, 천주교 수녀가 등장해 정치성 발언을 외치기도 했다.

대한민국불교연합 호국승군단(왼쪽), 대한민국수호천주교인모임(오른쪽)(사진=평화나무 박종찬, 2019.11.30.)
대한민국불교연합 호국승군단(왼쪽), 대한민국수호천주교인모임(오른쪽)(사진=평화나무 박종찬, 2019.11.30.)

각 연사들 사이로 “전광훈 목사님이 욕 좀 했다고 욕쟁이라 그러는데, 내가 원조 욕쟁이”라며 손상대 전 뉴스타운 대표가 특유의 거친 진행을 이어갔다. 우중충한 하늘에 스피커에서 쩌렁쩌렁 목소리가 퍼지고 깃발들이 펄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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