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근 비리 혐의' 김기현 전 울산시장 11월 30일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집회 발언

김기현 전 울산광역시장이 9월 19일 롯데백화점 울산점 광장에서 지지자와 시민 등이 참여한 가운데 정권 퇴진과 조국 장관 파면 및 구속을 촉구하며 삭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평화나무 박종찬 기자] 자유한국당 소속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아합 왕에,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인 전광훈 씨는 이사야(엘리야의 잘못)에 비유하며 문 대통령을 심판하자고 충동했다.

김기현 전 울산시장은 11월 30일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전광훈 총괄대표, 이재오 총괄본부장) 집회에 손상대 전 뉴스타운 대표의 소개를 받아 마이크를 잡았다.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집회에서 발언하는 김기현 전 울산시장(유튜브 '너알아TV' 영상 갈무리, 2019.11.30.)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집회에서 발언하는 김기현 전 울산시장(유튜브 '너알아TV' 영상 갈무리, 2019.11.30.)

김 전 시장은 자신을 "강도질 당한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측근 비리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재선에 실패한 김 전 시장은 지난 11월 27일 조국 당시 민정수석이 경찰 수사를 지시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른바 ‘청와대 하명 수사’ 논란을 촉발시킨 김 전 시장이 전광훈 씨가 주도하는 집회 연단에 오른 것이다. 

김 전 시장은 “문재인 정권, 사악하고 패역한 정권 이제 무너지기 시작했다''며 ''그것도 권력의 핵심부에서부터 자기들끼리 치고받으면서 무너지기 시작했다. 심판의 날이 눈앞에 다가왔다”고 주장했다. 김 전 시장은 이어 “정의는 살아있다. 하나님은 오늘도 살아 역사하신다”고 강조했다.

김 전 시장은 또 “대한민국이 번영의 길로 닦아나갈 때, 우리가 피땀 흘려 일하고 공부할 때 그들(문재인 정권)은 끊임없이 딴지 걸고 반대하고 데모만 했다”며 “이들(문재인 정권)은 나라 망하게 할 궁리만 했다. 이 대한민국을 통째로 들어 저 김정은에게 팔아버리려 하는데 우리가 이것을 참을 수가 있나”라고 강변했다.

아울러 “저 김기현이 잡으려고 이 정권의 권력 핵심부가 총출동해서 1년 반 동안 탈탈 털어 뒤졌다"며 "그냥 경찰이 나선 것이 아니라 청와대 권력의 핵심부가 나섰”다고 음모론을 펼쳤다.

김 전 시장은 사건의 배후로 문재인 대통령을 지목했다. 그는 “대한민국 국민을 바보로 알고 개돼지로 아는 이 권력, 우리의 손으로 심판하자''고 외쳤다. 그러면서 김 전 시장은 성경 속 아합 왕을 문재인 대통령에 빗댔다.

그는 “(이스라엘의) 아합이라고 하는 왕은 사악한 왕이었고, 그 아내 이세벨은 더 사악한 왕비였다. 이 왕과 왕비는 국민의 재산을 빼앗아서 자신들의 권력에 치부하고, 아무 죄도 없는 사람을 잡아서 처형하는 참으로 못된 권력자들이었다”고 말했다. 김정숙 여사까지 엮은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다.

구약성경 열왕기상에서 아합 왕과 이세벨 왕비는, 나봇의 포도원을 차지하기 위해 나봇을 악한 사람이라 선동해 죽게 했다. 김 전 시장은 자신이 죄인으로 몰려 억울하게 죽게 된 나봇과 같은 처지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전 시장은 전광훈 씨를 악한 정권에 맞서 하나님의 말씀을 전한 선지자에 비유했다. 해당 선지자의 이름은 엘리야지만, 김 전 시장은 시종일관 이사야라는 다른 선지자의 이름을 혼동해서 말했다. 전광훈 씨의 경우는 나치에 저항한 독일의 신학자 본회퍼를 아예 ‘존웨퍼’라고 반복해서 잘못 말한 적이 있다.

김 전 시장은 “이 권력을 향해 심판의 날이 다가왔다고 외쳤던 선지자가 있다. 그 사람은 바로 이사야다”라고 설명하며, ''당시 정권이 겁이 나서 아무도 말하지 못했지만 이사야 선지자만이 하나님께서 살아계시고 반드시 이 패악한 권력을 심판할 것이라고 외쳤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오늘 이 패악한 독재 정권을 향해 (외치는) 이사야 같은 선지자가 저는 전광훈 목사님이라고 생각한다”며  “권력에 빌붙어 사는 사람 850명이 달려들었지만 한 명의 이사야를 이기지 못하고 몰살당했다. 이제 우리 전광훈 목사님께서 앞장서서 국민 혁명을 이끄는 이 본부가 850명이 아니라 8500명, 85000명의 저 사악한 정권이라도 여러분과 함께 반드시 쳐부수자”고 소리쳤다.

김 전 시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하루 연차 휴가를 사용한 것과 관련해 “뭐 국제 회의를 했는데 몸이 아팠는지 피곤했는지 휴가 갔다는데 그럼 푹 쉬지, 건강도 안 좋은 분이 뭘 자꾸 휴가를 왔다 갔다 하나"라며 "우리 국민은 뼈 빠지게 일해도 먹고 살기 어려운데 무슨 휴가를 자주 가는지. 영원히 쉬란 말이다”라며 조롱하듯 말했다. 한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8일만에 단식을 중단해 여론의 건강 우려를 받고 있다.

그러면서 김 전 시장은 음모론마저 제기했다. 그는 "문 대통령이 휴가를 간 이유는 매우 심각한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지금까지 속이고, 거짓말하고, 위선으로 덮어왔지만 이제 더이상 진실을 숨길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도망할 궁리를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집회 참가자들에게 “절대로 도망가도록 놔두지 말자. 반드시 우리 손으로 체포해서 역사의 심판을 이뤄야한다"고 외쳤다.

한편 김 전 시장이 촉발시킨 '청와대 하명 수사'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면서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서 낙선한 울산지역 5개 구청장·군수 후보들은 3일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부정선거 의혹과 관련된 시장 등은 즉각 사퇴하고 울산에 재선거를 실시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지방선거는 ‘패키지’ 선거이기 때문에 광역시장을 어느 당 후보를 뽑았냐에 따라 구청장, 군수, 시·군·구의원을 선택하는 표심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울산시당은 지난 2일 연 기자회견에서 “김기현 전 울산시장은 피해자 코스프레를 중단하고 6·13 지방선거의 시민승리를 폄하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전인석 울산시 대변인도 3일 오전 시청 프레스센터에서 송 시장을 대신해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시장이 최근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 직권남용 등 고발 사건을 비롯해 확산하는 언론 보도에 대해 정확한 사실관계를 밝혀야겠다고 했고, 언론 보도가 사실 확인 없이 왜곡, 양산되고 있어 크게 우려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아울러 "향후 오보, 허위 보도에 대해 엄정 대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시사인> 보도에 따르면 당시 경찰은 청와대와 무관하게 김 전 시장의 측근 비리 제보를 받아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뚜렷한 김 전 시장의 측근 비리 정황을 포착해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그러나 검찰이 이를 불기소처분이나 무혐의처분을 내리면서 검ㆍ경 다툼으로 번졌고, 심지어 검찰은 김 전 시장의 동생을 수사하던 경찰을 구속하고 울산지방경찰청을 압수수색했다. 자유한국당과 김 전 시장은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을 고발하기도 했다.

한편 <부산일보>의 단독 보도에 따르면 경찰에 앞서 검찰은 김 전 시장을 조사하다가 중단했다. 검찰은 경찰이 수사하자 중단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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