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삼정 대표 “21대 국회 제1호 법안으로 차별금지법 추진할 것”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심상정ㆍ금태섭ㆍ김종훈 의원실과 함께 4일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차별금지법 제정,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평화나무)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심상정ㆍ금태섭ㆍ김종훈 의원실과 함께 4일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차별금지법 제정,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평화나무)

[평화나무 김준수 기자] 한국사회 내 인권 증진을 방해하고 차별금지법 제정을 가로막는 주요 세력으로 보수개신교가 지목됐다. 보수개신교의 적극적인 비호 아래 이뤄지고 있는 반동성애 운동은 사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인권조례를 수없이 철회시키는가 하면 최근에는 독실한 기독교인이자 자유한국당 기독인회장을 맡고 있는 안상수 의원이 성소수자 차별을 정당화하는 국가인권위원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일이 있었다. 시민ㆍ사회단체들의 거센 반발로 국가인권위 개정안은 한차례 철회되는가 싶었지만 현재 다시 발의된 상태다.

이런 상황 속에서 차별금지법 제정 방법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심상정ㆍ금태섭ㆍ김종훈 의원실과 함께 4일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차별금지법 제정,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보수개신교의 차별금지법 반대,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를 주제로 발표한 김현준 연구원(서교인문사회연구실)은 개신교 대중이 성소수자 차별과 동성애 혐오를 정당화시킬 수 있도록 반동성애진영과 개신교 엘리트 지식인들이 정교화 된 담론을 제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증오 감정이나 혐오의 선동은 보수개신교의 일상적 신앙과 분리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혐오와 신앙이 즉각적으로 변환되는 것도 아니다”며 “(보수개신교의) 혐오나 차별금지법 반대의 논리는 세속우익정치 이데올로기에 대한 보수개신교 지식의 체계적인 번역의 산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반공주의는 ‘동성애 독재’ㆍ‘젠더전체주의’로, 포스트모더니즘은 ‘좌파 포스트모더니즘’으로 그 의미가 왜곡되고 강화된다고 했다.

특히 “2010년 전후 에스더기도운동이라는 혐오와 차별 기반의 전방위적 신자대중 동원조직으로 그 전략적 형태를 바꾸며 발전해왔다. 최근에는 바른성문화성문화를위한국민연합(바성연), 건강한사회를위한국민연대(건사연) 등 보다 전문적인 운동조직 활동 중”이라며 “이 과정에서 극우 담론은 보다 치밀해졌고, 개교회와 하위 집단 내의 극우 이데올로기는 강화되었으며, 이에 기반을 둔 대중정치는 극우주의를 그 동력으로 삼게 되었다”고 했다.

또 최근 개신교 내 극우적 보수주의 경향으로 ▲동성애 혐오 ▲여성 혐오(반여성주의) ▲이슬람ㆍ이주민 혐오(인종주의)가 추가됐다고 했다. 김 연구원은 “혐오와 차별 주장을 공공성이나 보건 복지 담론으로 포장하기에 이른 것”이라며 바성연, 건사연, 동성애동성혼반대국민연합, 에스더기도운동 등을 혐오와 증오의 논리를 담론 형태로 발전시키고 있는 단체로 지목했다.

문제는 위의 단체들이 SNS와 각종 집회, 강연 등으로 개신교 대중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끼치면서 배제와 차별을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게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김 연구원은 “이들의 정치적 퍼포먼스 혐오실천의 본보기가 되어 공론장에서 혐오를 표현해도 된다는 신호를 대중에게 전시하게 된다”며 “이를 통해 대중은 공공성이나 공동선에 대한 감각을 소수자 혐오 실천을 통해 학습하게 된다”고 했다.

무엇보다 “극우의 혐오 언행의 전시는 공론장에서의 반인권적 언행을 하나의 정치적 입장이나 권리로서 정당하다는 메시지를 대중과 시민사회에 전달할 뿐만 아니라, 정치권이 이를 하나의 정책적 선택지로서 고려할 수 있도록 만든다”며 “정치권은 그러한 극우적 입장을 대의제 하에서 제도화하고, 그럼으로써 ‘샤이(shy)’ 보수 개신교인의 결집이 유도된다”고 했다.

혐오와 차별의 논리가 정교화 된 언어로 포장되면서 보수 개신교인들을 ‘선량한 차별주의자’로 만들고 있다고도 했다.

김 연구원은 “극우 보수개신교는 ‘성적지향에 따른 차별’은 차별이 아니라고 함으로써 평등과 차별의 선택지를 제한하고 평신도 대중의 ‘여론’이 차별주의자라는 부담을 빗겨갈 수 있도록 해주는 논리와 장치를 마련해주고 있다”며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더라도 자신들은 평등과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이라는 자의식만을 강화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정치에 끊임없이 침투해 들어오는 종교와 극우주의의 결합에 관한 비판적 고민이 더욱 요청되고 있다”고 했다.

 

“차별금지법 반대, 세계를 공유하지 않겠다는 표현”

김만권 교수(연세대 사회과학연구소)는 ‘다수의 결정이 존중받지만 지배하지 않는 사회’를 주제로 발제하면서 인권의 보편성은 다수결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김 교수는 “인간은 어떤 정치공동체에 속하느냐에 따라 ‘평등’한 존재가 될 기회를 부여 받는다”며 “우리가 차별을 금지하고자 하는 제도가 종교적, 경제적, 문화적 이유로 거부되는 사회에 살고 있다면, 우리 옆의 누군가는 정치적이고 사회문화적인 차별 앞에 모욕과 굴욕을 경험할 뿐만 아니라 법 앞에서 평등하지 않은 인간으로서 국가의 적절한 보호 밖으로 제도적으로 배제되어 추방된 존재로 살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다수결은 민주주의 체제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의사결정 방식이 아니라고 했다. 참주정을 제외한 거의 모든 정치체제에서 활용됐던 기술적 장치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타자를 지배하기 위한 정당화의 근거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또 다수결 방식이 내포하고 있는 위험성도 지적했다.

김 교수는 “민주주의는 ‘합의’와 ‘동의’에 기반을 둔 동일성을 지향하는 체제다. 이런 합의와 동의를 민주주의를 운영하는 기본원리인 ‘다수결의 원칙’에 두면 민주주의는 더욱 차이와 이견에 인색해진다”며 “51명의 합의와 동의만 있다면 49명은 어떤 방식으로든 51명의 입장을 마치 자신의 입장인 듯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이런 측면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이 이뤄지지 않는 이유는 다수가 반대해서가 아닌, 정치공학적인 문제라고 분석했다. 그 근거로 2017년 12월 실시된 MBC 여론조사를 예로 제시했다.

당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치ㆍ사회ㆍ경제 모든 영역에서 동성애자를 차별하면 안 된다’는 차별금지법에 대한 의견은 찬성과 반대가 각각 46%대로 나타났고, ‘동성결혼 합법화’는 찬성 41%, 반대 52%로 드러났다.

김 교수는 “이런 결과는 다수의 의사에 반대하는 또 다른 다수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알고 보면 우리 사회에서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지 않는 것은 다수결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계산의 문제”라고 했다.

끝으로 “어떤 이들은 타자의 정체성을 인정함으로써 나의 정체성 일부가 무너진다고 말한다. 이런 주장을 하는 많은 이들은 타자의 정체성을 추하고 악한 것으로 그려낸다. 그것을 그려내는 언어는 혐오와 경멸로 드러나기 마련”이라며 “소수를 도덕적으로 부도덕하고 미학적으로 추하게 그려내는 혐오의 논리가 난무한다면, 그 다수의 결정이 온전한 정당성을 획득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일 뿐이다. 다수의 결정은 숙고된 판단을 통해 존중받아야 하지만, 그것을 지배의 논리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21대 국회에서 차별금지법 제정하자”

토론회에 참석한 시민ㆍ사회단체와 정당 관계자들은 제21대 국회 임기 내 차별금지법 제정을 목표로 내걸었다. 또 내년 4.15총선을 앞두고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구체적인 전략과 연대 방법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차별금지법 제정은 정의당의 당론이다. 20대 국회 남은 기간 동안 차별금지법 발의 및 제정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내년 총선에서 반드시 승리해 21대 국회 제1호 법안으로 차별금지법을 발의할 것을 약속드린다. 대한민국 정치가 아직 낡은 과거에 머물러있지만 정의당은 포기하지 않고 소수자 여러분들의 인권을 지켜나가겠다”고 했다.

정의당 차별금지법추진특별위원장으로 활동 중인 김조광수 감독은 차별금지법 제정이 어려울 것이라는 패배주의에서 벗어나는 일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21대 국회에서 어떻게 제정할지 구체적으로 전략과 전술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차별금지법 제정 의지가 확고하면서 당선 가능성이 있는 후보와 어떻게 연대할지에 대한고 고민해야 한다”며 “보수기독교 세력의 반대가 지금보다 더 거세질 것은 분명하기 때문에 어려울 것이라고 지금부터 단정 짓지 말자”고 했다.

이승훈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사무처장은 차별금지법을 거세게 반대하는 반동성애진영동으로 인해 오히려 차별금지법의 필요성이 역설적으로 드러난다고 했다.

이 사무처장은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지 않고 있는 현실이 차별의 정당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차별금지법이 차별의 정당화가 될 것이라고 사회적 분위기를 조장하는 세력들 때문에 차별금지법 제정이 필요하다”며 “예전에 비하면 선거에서 종북프레임이 그렇게 영향을 끼치지 못하고 있다. 혐오선동세력에 기생하는 보수정당에 대한 심판으로 총선 전략을 어떻게 구상할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반동성애진영의 입장만이 과대 대표되고 있는 현실에서 언론의 역할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도 나왔다.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반동성애진영의 ‘동성애는 반대하지만, 동성애자는 사랑한다’, ‘동성애는 죄지만 동성애자는 사랑으로 품어야 한다’라는 주장은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은혜 뉴스앤조이 기자는 “수년간 반복된 ‘가짜뉴스 받아 적기’는 이것이 가짜가 아닌 ‘해석의 차이가 담긴 다른 뉴스’라는 기이한 논리로 둔갑했다”며 “소수의 목사ㆍ엘리트가 주도한 (차별금지법 반대) 운동은 정치력ㆍ조직력ㆍ자금력 삼박자를 골고루 갖춰 교계 전반에 깊게 스며들어 토론이 불가능한 환경을 만들어버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권 이슈에서 중간은 없다. 첨예하게 대립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안에서 양쪽 입장을 다 싣는 ‘기계적 중립’, ‘공평한’ 보도는 겉으로는 공정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누군가의 삶을 볼모로 한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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