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 씨는 11월 30일 오전 11시 광화문 광장 연합예배에서 "오늘 이 시간에 중요한 결단의 시간을 갖는다"며 "대한민국에 세계기독청을 짓기로 결단했다"고 밝혔다. (출처=사무엘TV 화면 캡처)

[평화나무 권지연 기자] '내란선동' 및 '기부금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고발당한 전광훈 씨가 여러 차례 세계기독청 설립 계획을 언급하면서 우려를 사고 있다. 

전 씨는 11월 30일 오전 11시 광화문 광장 연합예배에서 “오늘 이 시간에 중요한 결단의 시간을 갖는다”며 “대한민국에 세계기독청을 짓기로 결단했다”고 밝혔다. 

전 씨는 이날 “세계기독청이 지어지면 대한민국을 예수 왕국을 만들고, 전 세계에 우리가 선교 국가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 기독교인이 한 주에 12만명씩 한국으로 들어와 3박4일 동안 강력한 영적 훈련을 받은 후 자기 나라로 돌아가면 우리나라에는 어떤 일이 생기느냐. 바로 GNP가 5만불이 넘어갈 수 있다. 우리 대한민국은 바로 G2로 갈 수 있다”고 했다. 

전 씨의 주장 자체도 허무맹랑하지만 그 목적성이 선교를 표방한 관광사업과 돈벌이에 있다는 점에서 더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아울러 ‘기독교 중심주의’와 ‘크리스텐덤(Christendom)’ 시대의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은 매우 우려스러운 수준이다. 

전 씨가 이미 두 달 전쯤 순국결사대를 모아 놓고 세계기독청 건립 계획에 대해 언급한 내용을 보면, 그 속내를 더 잘 알 수 있다. 

전 씨는 지난 9월 26일 열린 ‘10.3 청와대진입 순국결사대 모임’에서 세계기독청 건립에 대해 언급하면서 “가톨릭은 바티칸 때문에, 사우디는 메카때문에 밥 먹고 산다. 중국은 만리장성 때문에 밥 먹고 산다. 1년에 관광객이 1천만명이 온다”고 했다. 이어 “대한민국에 기독청을 지어놓으면 매일같이 올림픽이나 월드컵을 개최하는 효과가 나타난다”며 “한주 12만명씩 5성급 호텔에서 훈련하는데 1천만불씩 가지고 들어오면 GNP가 5만불에 부수적인 수익이 한 주에 100억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 어처구니없는 주장에 순국결사대로 모인 사람들은 ‘아멘’으로 화답했다. 

전 씨는 순국결사대 모임에서 시뮬레이션 제작에 3천만원을 들였다며, 세계기독청 영상을 보여주면서 “세계기독청 건립에 대해 말하면 또 헌금하라고 하는 것이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헌금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30대 재벌들에게 면세점을 10년간 무료에 사용할 수 있는 조건으로 공짜로 지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때가 되면 내가 여기 계신 분들에게 새우깡 사주겠다. 지혜만 있으면 다 할 수 있다. 여기서 (세계기독청 건립으로) 일자리가 1만개 발생하면 여기 계신 분들은 수위로 일하고, 여목사들은 설거지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 씨는 이로부터 두 달 후, 별도의 헌금을 걷을 필요가 없다고 장담하던 발언을 뒤집고 “세계기독청 설계가 이미 시작됐다”면서 건축헌금 모금을 집요하게 독려한 것이다. 

그는 “1200만 성도들이 1만원씩만 내면 세계적 역사를 이룰 수 있다”며 “성령이 감동을 준다면 다음 주에 1만원씩 헌금을 하자”며 그 자리에서 안내위원들을 시켜 건축헌금 봉투를 돌렸다. 그는 “이미 세계기독청 건립을 다 하겠다고 나선 사람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도 “우리는 정성껏 참여해야 한다며 한 명도 빠짐없이 봉투를 받아서 다음 주에 헌금을 가지고 오라”고 말했다. 

전 씨는 세계기독청 건립에 대해 이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국무총리를 지내던 시절에 브리핑을 끝낸 사안이라고도 했다.

전 씨는 “(황교안) 장로님에게 이걸 지으면 세계에서 바로 일등 가는 나라 될 것이라고 했다. 그랬더니 황교안 대표님이 말하길, 목사님 다 이해가 가는데 정말 지어놓으면 한 주일에 12만명이 옵니까?(라고 반문했다)”며 “중국의 지하교회 (인구가) 3억명이 올라갔다. 그것도 다 수용 못 한다. 이걸 지어놓으면 칭기즈칸 이후로 동양이 세계를 지배하는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이어갔다. 어떤 날은 황 대표도 세계기독청 설립 계획에 감탄했다는 듯 발언하기도 했다. 

현재 SNS상에서는 전 씨가 추진하겠다고 밝힌 세계기독청 설립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는 글들이 속속 올라오는 중이다. 

한편 세계기독청 설립에 대한 야무진 꿈을 언급한 것은 전광훈 씨가 처음이 아니다. 2006년 세계기독신도연맹 6대 총재로 취임한 김재호 장로는 로마의 교황청과 비슷한 역할을 감당할 기독교청을 한국에 세우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김 장로는 전남 여천, 장성, 강진 군수, 여수 시장 등을 지내고 제11대와 12대 국회의원을 역임한 인물이다. 

당시 크리스천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세계기독신도연맹은 1995년 광복 50주년을 맞아 기독교 평신도들이 창설한 ‘기독교장로통일회’가 개명한 단체로 한국, 미국, 일본, 필리핀, 이스라엘, 중국 등에서 세계기독신도 평화선교대회를 개최해 왔다. 또 1999년에는 초대 이스라엘 주한대사인 아셔 나임(Asher Naim)의 주선으로 예수 탄생지인 이스라엘에 근거를 두는 이스라엘 법인 기독교 단체가 됐으며, 이스라엘재단 기독교 법인인 만큼 기독교청 창설 사업은 이스라엘과 연합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기독연구원느헤미야 배덕만 교수는 “무너지는 개신교의 위기를 타계하기 위한 촉매제로 기독청 설립 등을 시도하는 것”이라고 봤다. 

배 교수는 “궤멸 상태에 놓인 자유한국당과 교회 내부의 문제로 존재론적 위기에 처한 보수 개신교가 현 상황을 타계하기 위해 결집을 시도하면서 동성애, 이슬람 등을 희생양으로 삼다 못해 위기 원인을 현 정부로 몰고 있다”며 “냉전체제 속에서 반공정신으로 유착됐던 보수정권과 보수개신교가 함께 무너질 위기에서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결집 수단을 찾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국에서 개신교는 소수종교에 불과했으나, 해방 이후 미 군정과 이승만 정권을 거쳐 김대중 정권이 들어서기 전까지 엄청난 특혜를 누렸다. 거의 준국교 수준의 지위를 누려온 한국개신교가 기득권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몸부림치는 모습은 예수그리스도의 정신과는 무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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