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기업 임금인상엔 “부메랑이 된 임금인상, 실적도 채용도 놓쳤다”

지난 2019년 7월 12일  열린 페미시국광장에서 여성단체들이 빔 프로젝트를 통해 조선일보 사옥에 '폐간하라' 등의 문구를 새겨 넣었다. (출처=한국여성민우회)
지난 2019년 7월 12일  열린 페미시국광장에서 여성단체들이 빔 프로젝트를 통해 조선일보 사옥에 '폐간하라' 등의 문구를 새겨 넣었다. (출처=한국여성민우회)

조선일보 기자들이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미 중앙일보와 JTBC 노사는 기본연봉 6% 인상, 동아일보 역시 임금 4.7% 인상을 합의한 가운데, 실질 임금 하락 보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선일보 노동조합(위원장 박국희)은 지난 23일자 노보에서 ‘임금인상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한다’는 지적을 언급하면서도 “조합원들은 ‘그럼 월급쟁이들만 고스란히 물가 고통을 떠안으라는 것이냐’고 했다”며 임금인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어 “한국은행은 지난 21일 올해 물가 상승률이 4.7%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사실상 동아일보 임금 인상률도 뛰어넘는 것”이라며 “더욱이 국내 물가 집계에는 해외와 달리 주거 비용이 빠져 있어 체감 물가는 최소 6% 이상, IMF 이후 20여년만에 최악이라는 것이 중론”이라고 강조했다.

노보에서도 언급됐지만, 기업들의 임금인상에 대한 조선일보의 논조는 인플레이션 우려로 가득했다.

부메랑이 된 임금인상, 실적도 채용도 놓쳤다(4월 22일) 기사에선 “IT 업계를 넘어 산업계 전체를 휩쓸고 있는 ‘임금 인상 전쟁’이 실적 타격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개발자 등 직원들의 몸값은 부쩍 높아졌는데, 사업 실적이 그만큼 따라주지 못하면서 고정비 부담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고용마저 줄어드는 연쇄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대기업 임금 13% 인상, 임금發 인플레이션도 경고등(6월 8일) 사설에서 “올 1분기에 대기업 근로자의 임금 상승률이 4년 만에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300인 이상 대기업의 월평균 임금(694만4000원)은 1년 전보다 13.2% 증가했다”며 “지금의 임금 인상은 물가 상승으로 실질 임금이 하락하는 바람에 임금 상승 압박이 높아지고 이것이 다시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임금 인플레이션’ 악순환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기업의 임금 인상은 추가 고용 여력을 줄인다. 기업이 실적을 보전하려고 제품 가격을 올리니 그것이 또 물가를 자극한다”고 덧붙였다.

1년 새 직원 연봉 1000만원 올린 대기업들, 지나치지 않나(6월 23일)에서도 “고물가·저성장의 복합 위기 앞에서 대기업들이 책임감을 갖고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깊어지는 경제 위기, 은행·기업·근로자 모두 이럴 때 아니다(6월 24일) 사설에서도 “한국 경제가 고환율·고금리·고물가의 삼각 파도에 휩쓸려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인데, 노동계에선 내년 최저임금을 18.9% 올리라고 요구하고 있다. 공무원 노조, 은행 노조들도 고물가와 사상 최대 이익 등을 근거로 임금을 6~7%씩 인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노동계 요구안은) 폐업하라는 얘기나 마찬가지’라며 반발하고 있다”며 “각 경제 주체들이 나만 살겠다고, 돈 더 달라고 이기심에 사로잡히면 작금의 경제위기 국면을 헤쳐나갈 수 없다”고 훈계하기까지 했다.

또 임금인상과 근무환경 개선 등을 요구하는 노조를 깎아내리는 보도도 적지 않았다. “잘못했습니다” 성난 개미들 앞에 고개숙인 CEO들(3월 21일) 기사에서는 “개미 주주들은 주가 하락 원인을 다각도로 분석해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고, 과도한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노조를 비판하기도 했다”며 한 주주가 현장에서 시위를 벌이는 노조원을 향해 ‘나는 노조가 정말 싫어요’란 피켓을 들고 맞시위를 벌였다고 보도했다.

또 “주총 중에도 한 여성 주주가 ‘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하며 생떼를 부리는데 발목이 잡히지 않으면 좋겠다’고 발언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SPC 불매운동, 릴레이 단식... 민노총 ‘투쟁’에 점주도 직원도 열받았다(5월 20일) 기사에서 “SPC그룹 파리바게뜨를 상대로 한 민노총의 ‘투쟁’이 끝없이 이어지면서, 가맹점주와 빵·음료 제조 기사들까지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SPC는 4년전 정부가 주도한 소위 ‘사회적 합의’에 따라 제빵사 임금을 3년간 39% 올려줬지만, 노조는 여전히 회사를 망가뜨리는 방식의 시위를 멈추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1분기 인건비 26.4% 올라… 임금·물가 ‘상승의 악순환’(5월 30일)에서는 “올해 매출 상위 30대 기업의 1분기 인건비가 작년 1분기에 비해 무려 26.4%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게임업체와 판교 IT 기업에서 촉발된 대기업 임금 인상 요구가 자동차·조선·제철·항공 등 전 산업으로 빠르게 확산한 탓이다. 여기에 더해 물가 상승도 임금 인상 압력에 기름을 붓고 있다”며 “글로벌 경기 둔화로 기업 실적이 꺾이고 있는 상황에서도 노조는 물가 상승으로 실질 임금이 줄어든다며 올해 임금 인상 폭이 더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해당 기사에서 조선일보가 언급한 기업은 현대차, 현대중공업, 대한항공, 삼성전자, 현대제철 등이다. 조선일보는 노조들이 올해 더 많은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있다며 경영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경영실적이 악화하는데도 노조들이 생떼를 쓰고 있다는 것이다.

노동계는 고강도 夏鬪 예고… 車·조선·철강노조 “임금 대폭 올려라”(6월 6일), 노조는 “기본급 인상분, 작년의 2배 이상 올려달라”(6월 11일), [동서남북] 생산직 연봉 1억원 시대의 이면(6월 14일) 등에서도 주요 기업 노조들의 임금인상 요구에 비판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그간 조선일보의 보도대로라면 기업들의 무리한 임금인상은 기업들의 실적을 악화시키고, 채용도 어렵게 만들며, 경영마저 위태롭게 하는 요인인데, 유독 조선일보 기자들의 임금인상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기사나 사설을 통해선 임금인상 우려를 전하면서 정작 자신들의 실질 임금 하락 보전이 필요하다며 임금인상을 운운하는 모습은 모순적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평화나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