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주화된 전광훈-신천지와 한 뿌리 신옥주, 유사성은?

[평화나무 박종찬 기자] 정통 기독교의 관점에서는 교리적 이단성을, 사회학적 측면에서는 종교를 가장하여 소수 집단이나 개인의 이득을 취하는 사이비 종교의 모습을 드러내는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본 지면에서는 전광훈 씨와 <그것이 알고 싶다>(SBS), <뉴스룸>, <스포트라이트>(이상 JTBC), BBC 등에서 다뤄 대중에 충격을 준 신옥주 은혜로교회 목사와의 공통분모를 살핀다. 은혜로교회는 죄를 몰아내야 한다며 신옥주 씨가 직접 신도를 폭행하거나 신도들끼리 폭행하는 ‘타작 마당’으로 유명하다.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왼쪽)(사진=연합뉴스)과 신옥주 은혜로교회 목사(오른쪽, 유튜브 '은혜로교회' 영상 갈무리)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왼쪽)(사진=연합뉴스)과 신옥주 은혜로교회 목사(오른쪽, 유튜브 '은혜로교회' 영상 갈무리)

 

기존 기독교 불인정…"내가 복음"

신옥주 씨는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 이만희 총회장이 몸담았던 유재열 장막성전의 영향을 받았다. 2008년 기성 교회를 비난하며 성장하기 시작한 신 씨는 시한부 종말론을 섞은 자의적 성경 해석으로 추종자들을 불려갔다.

이인규 평신도이단대책협의회 대표는 기독교이단대책협회 보고서에서 "(신천지가) 사탄의 것은 기존 기독교를 상징하며, 하나님의 것은 신천지의 것으로 비유 풀이한다”며 신옥주 씨가 같은 구분법을 자신의 집단에 적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대표는 신 씨의 책 <내 생각은 너희 생각과 다르고>를 중심으로 분석한 세계한인이단대책연합회 보고서에서 신 씨의 주장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결론적으로 기존 기독교의 예배는 하나님이 좋아하지 않으시므로 폐하였고, (하나님이) 둘째 것인 신옥주 목사의 교회의 예배로 세웠으며, (신옥주 씨가 원장인) 영적군사훈련원에서 신 목사를 따르는 자들만이 그리스도의 비밀을 깨닫는 것으로써 천년왕국에 들어간다는 뜻이 된다. 정통교회의 해석과 다르게 가고 있는 신 목사의 주장은 그런 점에서 매우 위험하다.”

전광훈 씨는 한기총 대표회장 자리를 꿰차면서 광폭 행보를 이어갔다. ‘신사도 운동’, ‘직통 계시’, ‘극단적 신비주의’로 기독교계에서 이단 정죄된 변승우 씨(사랑하는교회 담임목사)를 숱한 반대에도 적극 한기총에 영입하여 공동대표에 앉히는 것은 물론, 변 씨의 사상에 전 씨가 영향을 받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청와대 앞에서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말하는 전광훈 한기총 대표회장('JTBC 뉴스룸' 영상 갈무리, 2019.11.20.)
청와대 앞에서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말하는 전광훈 한기총 대표회장('JTBC 뉴스룸' 영상 갈무리, 2019.11.20.)

전 씨는 주요 교단들이 탈퇴한 ‘속 빈 강정’ 한기총 대표회장의 직함을 앞세워 기독교를 자처하거나 기독교를 대표한다고 믿는다. 전 씨는 11월 20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단식 현장을 방문한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과 만나 “어용 목사들만 청와대 불러 가지고 밥 먹여주고, 왜 난 안 불러요? 나는 한기총 대표회장이에요”라고 강조했다.

전 씨는 올해 7월 소속 교단에서 제명ㆍ면직 되었으나, 목사직을 잃은 것에는 크게 연연해 하지 않고 있다.

한편 10월 3일 개천절 광화문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집회 때 근처 시청 광장 옆에서 ‘한국 교회 기도의 날’ 집회가 열리자, 전 씨는 “우파 분열”이라며 맹비난했다. “분리하는 것은 마귀다”라고도 했다. 10월 3일엔 기도하지 말고 행해야 한다며, 기독교의 이름으로 모인다면 모두 자신을 따라야 한다는 식으로 주장했다.

 

특별한 비밀 아는 선지자?...초법적 권위 내세워 스스로 신격화

신옥주 씨는 자신을 성경의 비유를 풀어줄 특별한 하나님의 종이라고 주장한다. 장막성전의 유재열이나 신천지 이만희와 같은 주장으로, 교주의 말이 집단 내에서 하나님의 말이 되는 힘을 얻는다.

전광훈, 변승우 등이 따르는 신사도 운동에서는 오늘날에도 예수 그리스도의 직계 제자인 사도와 선지자 격인 소수의 사람들이 있어, 하나님의 말씀을 곧바로 받는다는 ‘직통 계시’로 자신의 권위를 강화한다.

신 씨는 2018년 국내에서 특수상해·특수감금·사기·아동복지법 위반 등 11가지 혐의로 체포되었다. 신 씨는 호송지에서 한 방송사와 수갑을 찬 채 진행한 인터뷰에서도 자신의 권위를 하나님에게서 찾으며 울부짖거나, “타작은 성경에 나온다”, “나는 하나님 앞에 당당하다. 속법의 잣대로 (나를) 판단하니 건방지다”는 식으로 답했다.

전광훈 씨 역시 자신을 선지자(예언자)라 주장한다. “하나님 까불면 나한테 죽어”라며 하나님과의 친밀감(?)을 과시한 전 씨는 “하나님께서 국가 대사에 대해서 저에게 보여주신다. 단 한 번도 제가 틀린 적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하나님이 심장마비로 문재인 대통령을 데려갈 것이라고 예언(?)한 것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발언으로 풀이된다.

전 씨는 신 씨와 마찬가지로 현행 법 체계를 깡그리 무시하는 태도를 보인다. 기부금품법·정치자금법 위반, 내란선동 혐의 등으로 경찰이 4차례 출석을 요구했으나 응하지 않고, 집회에서는 수시로 문재인 대통령을 “죽인다”거나 내란 또는 내란 선동 발언을 이어왔다. 문재인 정권이 하나님을 거역하는 주사파라는 것이다. 또한 ‘순국결사대’를 모집하는 등 국가 내란을 구체적으로 실행에 옮기고 있다.

11월 30일 전광훈 주도의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집회에서 행사 스태프로 활동하는 순국결사대(사진=평화나무 박종찬, 2019.11.30.)
11월 30일 전광훈 주도의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집회에서 행사 스태프로 활동하는 순국결사대(사진=평화나무 박종찬, 2019.11.30.)

자신 향한 비판 견디지 못하고 공격…현행법 처벌 감수한 결사대 운용

신격화·교주화된 이들은 자신이 하나님의 말을 전하는 권위자라 믿기 때문에, 자신을 공격하는 것은 하나님을 공격하는 것이라 여긴다. 지지자들로 하여금 신격화된 자신과 하나님을 동일시하는 무아지경에까지 빠져들게 하는 셈이다. 

신옥주 씨는 2014년 은혜로교회를 처음으로 이단으로 결의한 대한예수교장로회 합신(예장합신) 교단과 예장합신 이단대책위원장 출신 박형택 한국기독교이단상담연구소 소장을 설교에서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신 씨는 한 설교에서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신 이유는 마귀를 멸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단 연구가 “박형택·이인규는 마귀 새끼”라고 했다.

설교를 들은 은혜로교회 교인들은 박형택 소장과 이인규 대표가 강의하는 한국기독교이단상담연구소 세미나 장소로 ‘마귀를 멸하러’ 찾아와 난동을 부렸다. 이미 이인규 대표는 세미나 한 주 전 출석 교회에 난입한 은혜로교회 신도들에게 계단에서 끌려다니며 폭행을 당한 상태였다.

이어 은혜로교회 신도들은 2015년 예장합신 신년하례회에서 밀가루를 투척하며 테러하였고, 이후 비판하는 교회들에 몰려가 소동을 피우는 일들이 반복되었다. 경찰이 출동해도 통제를 따르지 않거나, 심지어 경찰의 진입을 막고 문을 잠그기까지 했다. 이단 연구가들의 휴대전화와 USB를 강탈하고는 경찰서에 가서도 뺏지 않았다고 주장하다 들통나기도 했다.

전광훈 씨는 자신이 하야 대상으로 삼은 문재인 대통령은 물론 연대 세력(?)에서도 자신을 비판하는 사람이나 단체에 강한 어조로 욕하기를 마다하지 않아 왔다. 11월 30일 집회에서는 자유한국당 내 비판 세력이나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일조한 조선일보에마저도 “개자식들!”이라고 소리쳤다.

유서까지 쓴 ‘순국결사대’의 위험성은 이미 10월 3일 개천절 집회에서도 드러난 바 있다. 전 씨의 말에 영향을 받은 집회 참가자들은 사다리를 경찰 방패 위로 올리며 청와대로 진격해 46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전 씨는 문 대통령이 물러날 때까지 집회를 이어가겠다고 했다.

신옥주 씨와 전광훈 씨는 유튜브, 전단지 등 매체를 활용해 가짜 뉴스나 음해를 퍼트리는 공통점도 있다. 은혜로교회 유튜브에서는 이단 연구가들의 과거와 신상을 조작한 방송을 올리거나, 심지어 한국기독교이단상담연구소 페이스북 페이지를 모방해 새로운 페이지를 만들기도 했다. 전광훈 측에서는 집회 때 수시로 거짓말이나 음모론을 퍼트리고, 정치적 가짜 뉴스를 주장하기도 한다. 이러한 주장과 활동은 그들이 설정한 적을 곤경에 빠트리고, 대중을 현혹하며, 소속 추종자들의 증오를 일으키는 데에 활용된다.

신도를 '타작'하는 신옥주 은혜로교회 목사('그것이 알고 싶다'(SBS) 영상 갈무리)
신도를 '타작'하는 신옥주 은혜로교회 목사('그것이 알고 싶다'(SBS) 영상 갈무리)

헌금 요구에 집단 이주 생활까지…이단·사이비 종교 피해 패턴과 동일

신옥주 씨의 은혜로교회는 가족 단위로 포섭되어 조부모·부모·자녀가 서로를 폭행하는 ‘타작 마당’에 참여하기도 하지만, 개인이 ‘빠지는’ 경우 기독교 가정이든 그렇지 않든 남은 가족과 갈등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학업과 생업을 포기하고 은혜로교회의 사업에 매진하기 때문이다. 가족들은 은혜로교회에 들어간 가족 구성원을 ‘꺼내려’고 백방으로 노력하나, 깊이 포섭된 신도는 재산과 시간, 생명까지 바치거나 바치려 한다.

은혜로교회 신도들은 과천에서 집단 생활을 하거나, 남태평양의 피지로 400여 명이 집단 이주해 노동 착취를 당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어린이와 청소년은 학업을 포기당하고 타작 마당을 받으며 ‘그레이스로드(Grace Road: 은혜로)’의 사람으로 자란다. 타작 마당의 대상에는 기저귀를 찬 갓난아이까지 포함됐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은혜로교회는 신도들에게 헌금 할당량을 부과해 막대한 헌금을 거둬들였다고 한다. 피해자들은 헌금 중 57억 원이 피지로 송금됐다고 밝혔다. 한 노인 피해자는 피지로 가기 위해 재산을 처분해 3억을 바쳤지만 2달 만에 추방됐다. 재판부는 해당 건을 신옥주 씨의 11가지 혐의 중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인정했다. 

전광훈 씨의 집회에는 주로 노인들이 ‘애국’이라는 일념으로 찾아온다. 청와대 인근 노숙 농성장 역시 노인들이 제공된 텐트에 드나들며 나름의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다. 가족이 한 마음이라는 지지자들도 적지 않지만, 노인들이 집을 나와 청와대 근처에서 살며 남은 가족들과 불화가 일어날 수 있는 소지는 충분하다. 심지어 전광훈에 ‘빠진’ 비서실장 이은재 목사도 가족들의 우려를 받고 있다.

한편 전 씨는 청와대 인근 빌라에 입주해 자신의 부스를 오가고 있다. 부스에는 “헌금의 처분 권한을 전 목사님께 모두 위임합니다”라고 적힌 헌금함을 비치해두고, 집회 때 여러 번 “헌금하는 시간이 가장 기쁜 시간”이라고 발언해 구설수에 올랐다. 사단법인 평화나무는 해당 헌금 시간을 불법 모금으로 보아 내란 선동 혐의와 아울러 기부금법 위반으로 전광훈 씨를 고발했다.

 

권력 비호 아래 활개 치는 사이비 종교

신옥주 씨의 은혜로교회, 그리고 그레이스로드컴퍼니(은혜로교회 계열사)는 피지 내에서 권력가들과 어울리고 있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 따르면, 대한민국 외교부의 협조 요청과 인터폴 적색 수배에도 피지 경찰은 은혜로교회 관계자들 체포에 미온적이다. 피지 경찰은 신옥주 씨의 아들이자 2인자인 김정용 그레이스로드 대표를 포함한 6명을 긴급 체포한 적이 있었으나, 석연치 않은 이유로 이틀만에 석방했다.

피지 야당도 여러 차례 수사를 촉구했으나 묵살될 뿐이다. 오히려 그레이스로드컴퍼니는 건축 회사를 보유하지 않은 채로 피지 대통령궁 리모델링 공사권을 따내기까지 했다. 피지 정부를 한편으로 만든 은혜로교회는 신도들의 노동을 착취하며 더 많은 돈을 벌고 있다. 신도들 중에 타작 마당이나 환자 방치로 사망자가 늘어나고 있지만 피지 정부는 모른 체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하야를 추진하는 전광훈 씨는 거대 야당인 자유한국당과 어울리며 집회 때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추어올리며 수호자를 자처하고 있다.

언론사들이 모인 서울 시내 광화문 광장 한복판에 매주 집회를 열며 위세를 과시하고, 최근에는 수감된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을 외치는 우리공화당까지 흡수해가고 있다. 조선일보는 전광훈 씨와 선임기자 인터뷰를 진행하며 띄워주기도 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 및 지자체장 출신, 사단법인 평화나무 등 시민단체가 여러 차례 전광훈 씨를 고발했지만 수사 진척은 보이지 않고 있다.

청와대 인근 주민들이 노숙 농성장의 소음과 집회 참가자들의 난동 등으로 대책위원회를 꾸려 피해를 호소하고 언론에서 다루자 경찰은 야간 집회를 금지한다고 했다. 하지만 아침·점심·저녁으로 연일 이어지는 집회에 경찰은 자진 철수하라는 방송만을 되풀이할 뿐 직접 쫓아내거나 불법 조형물을 강제 철거하지 않고 있다.

한편, 매주 열리는 전광훈 씨 주도의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에서는 각종 사이비 종교의 유인물과 아울러 은혜로교회의 유인물도 발견됐다. 

은혜로교회에서 배포하는 신문 '은혜로소식'(사진=평화나무 박종찬, 2019.11.30.)
은혜로교회에서 배포하는 신문 '은혜로소식'(사진=평화나무 박종찬, 2019.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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