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한국인권보고대회, ‘검찰개혁’ 집중조명…김인회ㆍ임지봉 교수, 김용민 변호사 등 발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과 ‘평등과 연대로! 인권운동더하기’는 지난 9일 변호사교육문화관에서 ‘2019 한국인권보고대회’를 개최했다. (사진=평화나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과 ‘평등과 연대로! 인권운동더하기’는 지난 9일 변호사교육문화관에서 ‘2019 한국인권보고대회’를 개최했다. (사진=평화나무)

[평화나무 김준수 기자] 법무부 장관 임명 전 논란부터 전격 사퇴까지 ‘조국 사태’를 겪으면서 검찰개혁의 목소리는 줄어들기는커녕 점점 커지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를 엿볼 수 있다. 9월 22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 의뢰로 한국리서치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52%가 검찰개혁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사퇴한 이후인 10월 20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응답자의 56%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를 ‘찬성한다’고 답했고, 65%는 사법개혁안을 ‘신속하게 처리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오마이뉴스가 10월 30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공수처 찬성 의견이 반대 의견보다 두 배나 높았다. 공수처 설치를 ‘찬성한다’는 61.5%, ‘반대한다’는 33.7%로 나타났다. MBC가 지난달 10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공수처 설치를 ‘찬성한다’는 의견이 66.1%에 달했다. ‘반대한다’는 의견은 26.9%에 그쳤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과 ‘평등과 연대로! 인권운동더하기’ 공동주최로 지난 9일 변호사교육문화관에서 열린 ‘2019 한국인권보고대회’에서도 검찰개혁 문제가 집중 조명됐다.

김인회 교수(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는 ‘실종된 검찰개혁, 법원개혁’를 주제로 한 기조발제에서 현재 검찰개혁에 대한 구체적인 성과가 미흡하다며 핵심과제에 집중해 성과를 반드시 내야 한다고 했다. 또 몇 개월째 공석인 법무부 장관 임명도 시급하다고 했다.

김 교수는 조국 사태와 관련해 검찰의 수사 방식이 “절제 없고, 가혹한 수사가 계속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검찰이 반인권이라기보다는 인권에 둔감하다고 할 수 있다. 조국 수사에서는 잔인성, 인격 말살의 측면이 드러났다”며 “문명국가, 인권국가 수준에 맞는 수사가 필요하다. 무죄추정의 원칙, 프라이버시, 존엄성 존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수차례 강조되어 왔지만 검찰개혁의 가장 핵심적인 방안으로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 교수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다 가지고 있는 검찰의 막강한 권한은 검찰권력화의 출발이 됐다”며 “이렇게 많은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정권이 이용하고, 이제는 스스로 정치를 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현재 검찰개혁의 상태는 구체적인 성과가 미흡한 측면이 있다. 새로운 리더십 마련이 시급하다”며 “검찰이 주도하는 검찰개혁은 곤란하다. 검찰의 행위가 법무부와 청와대를 압도하고 능가하고 있는 지경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후보에게 중요한 역할이 주어졌다”고 했다.

 

“권한 집중은 필연적으로 부패…검찰 견제장치 마련해야”

김용민 변호사(법무법인 가로수, 법무부 법무ㆍ검찰 개혁위원회 위원)는 검찰개혁에 있어 “과도한 검찰 권한 축소는 필수”라며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가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검찰개혁의 방향은 과도한 검찰 권한을 축소하여 검찰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검찰에 대한 견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며 “권한의 집중은 필연적으로 권력화되고 부패하기 마련이므로 그 자체로도 부적절하다”고 했다.

검찰에 대한 적절한 견제수단으로는 ▲공수처 설치 ▲법무부의 감철권, 인사, 예산에 대한 민주적 통제 ▲감사원 감사 등이 있다고 했다.

성공적인 검찰개혁을 위해서는 국민과 시민사회, 실제 개혁을 추진할 힘과 권한을 가진 국가기관의 적절한 공조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 검찰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는 있지만 검찰은 개혁의 주체가 되기보다 객체가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변호사는 “검찰개혁은 검찰의 영리하고 강력한 저항으로 번번이 실패해왔다. 검찰개혁의 시작과 끝에는 반드시 국민의 기본권 보장과 보호가 있어야 하므로 검찰개혁의 주체에서 국민, 시민사회가 빠질 수 없다”며 “법률 제정과 개정을 통한 개혁은 국회가 주체가 되어야 하고, 행정입법과 권한 행사 및 견제를 통한 검찰개혁은 정부가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검찰은 법무부의 통제 아래 있는 외청임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법무부를 장악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또 검사 출신 국회의원들이 검찰개혁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거나 방해하는 것도 문제다.

김 변호사는 최근 2기 법무부 법무ㆍ검찰 개혁위원회가 꾸려지고 권고안이 나왔지만 법무부가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개혁위원회는 ▲셀프감찰 폐지 ▲직접수사 축소 ▲사건배당 기준 마련 ▲셀프인사 방지(법무부의 탈검찰화) ▲대검찰청 권한 축소 ▲대검찰청 정보수집 기능 폐지 등을 권고한 바 있다.

검찰개혁을 위한 변호사의 역할도 강조했다. 제도개선과 함께 검찰의 실무관행을 개선하는데 변호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이미 수많은 변호사들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실질적으로 보장되도록 다퉈왔고, 검찰의 규정을 개정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어 왔다”며 “검찰개혁은 실제 수사와 기소, 그리고 재판과정에서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검찰개혁의 처음이자 마지막을 현장에서 보고 듣는 변호사들의 역할이 앞으로도 계속 중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수처 도입, 불가역적 검찰개혁 방안 될 것”

임지봉 교수(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는 ‘시민사회가 요구하는 법원ㆍ검찰개혁’을 주제로 발제하면서 불가역적인 검찰개혁의 한 방안으로 공수처 도입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참여연대가 1996년 공수처 설치를 내용으로 하는 부패방지법을 입법 청원한 것이 공수처에 대한 국회 논의 시작이라고 했다.

임 교수는 “검찰개혁의 열기가 요즘 그 어느 때보다도 뜨겁다”며 “별다른 통제장치 없이 검사에 집중된 수사권, 수사지휘권, 기소권은 검찰의 권한 오남용을 낳았고, 이를 목도한 국민들이 줄기자체 검찰개혁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또 검찰이나 법무부가 발표한 개혁안은 그 자체로 의미가 없지는 않지만 대통령령이나 부령, 검찰청 예규 등을 개정해 실시할 수 있는 사항이라 정권이 바뀌면 언제든지 이전의 검찰로 돌아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렇기 때문에 “검찰개혁을 위해 행정명령이 아니라 법률의 제정이나 개정이 꼭 필요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을 언급하며 “검찰의 권한 남용도 문제지만 검찰의 권한 오용, 즉 혐의가 있지만 덮는 게 더 문제다. 덮어주기식의 검찰권 오용은 현직 검사에 대한 사건 혹은 현직 검찰 수사관에 대한 사건에서 ‘제식구 감싸기식 수사’로 많이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성공적인 공수처법 도입을 위해서는 두 가지 내용이 꼭 담겨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과 검찰로부터의 독립이다.

임 교수는 “공수처 검사나 수사관들이 대부분 검찰 출신들로 채워지면 공수처가 검찰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고 ‘제2의 검찰’이 되어 공수처 도입의 핵심취지를 살릴 수 없게 된다”며 “이런 면에서 백혜련 의원안이 검사 출신의 공수처 검사가 전체 공수처 검사의 수의 절반을 넘을 수 없게 한 조항은 반드시 반영되어야 한다”고 했다.

공수처가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이 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임 교수는 “두 공수처법안에 의하면 전체 57명에서 67명 정도의 인력만 가지는 기관이 된다. 그리고 공수처 구성원들의 권한 오남용에 대해서는 검찰이 이를 수사하고 기소할 수 있게 하고 있다”며 “공수처는 ‘슈퍼공수처’가 될 수 없으며 2천3백명 검사로 구성된 검찰의 권한 오남용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기구로 남을 것”이라고 했다.

검찰개혁 요구는 높아만 가는데 정치권의 행보는 답답하기만 하다. 이제는 검찰개혁을 바라는 국민들의 열망에 정치권이 응답할 차례다. 11일부터 시작되는 임시국회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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