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창조물 하대는 하나님을 하대하는 것"

 

11월 1일 집회 중인 전광훈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총괄대표(왼쪽)와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오른쪽)(유튜브 '김문수TV' 영상 갈무리)
11월 1일 집회 중인 전광훈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총괄대표(왼쪽)와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오른쪽)(유튜브 '김문수TV' 영상 갈무리)

[평화나무 박종찬 기자] 여성 신학자 강호숙 박사(기독인문학연구원 연구위원)가 신성모독에 이어 여성 비하 발언을 일삼은 전광훈 씨의 발언과 관련 “여성을 창조하신 하나님까지 무시하는 몰상식한 발언”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강 교수는 12일 <평화나무>와의 전화 통화에서 “(전광훈 씨가) 세상의 정상적인 남자도 못하는 저속한 말을 하고 있다”며 “그런 사람의 입에서 하나님의 이름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수치스럽고 창피하다”고 말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이자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총괄대표를 맡고 있는 전 씨는 11월 1일 청와대 인근 집회에서 “여자가 하는 말 중에 절반은 사탄의 말”이라고 주장했다. 

전 씨는 또 “마누라는 에덴동산부터 사고를 쳐 선악과를 따 먹어서 세상을 이렇게 만들었다”며 “제일 상의해서는 안 될 사람이 마누라”라고 말했다. 개척 교회가 성장하지 않는 이유를 목사가 아내 말을 듣기 때문이라고도 주장했다.

전 씨의 이러한 여성 차별 발언은 처음이 아니다. 8월 15일 광화문 집회에서 문재인 대통령 하야 서명을 받아온 각 지역 참가자들이 한 명씩 연단에 올라 짧게 발언을 할 당시 발언자들은 주로 중장년 여성들이었다.

전 씨는 서명을 받아 온 참가자들의 발언이 끝날 때마다 한 명씩 칭찬하다가 그중 한 명을 바라보면서 “못생겼는데도 (서명을 많이 받아) 잘한다”고 말했다.

전 씨의 외모 비하 발언에 해당 참가자의 얼굴이 순간 굳어지는 모습이 포착됐다.

 

강호숙 기독인문학연구원 연구위원(사진=강호숙 페이스북)
강호숙 기독인문학연구원 연구위원(사진=강호숙 페이스북)

 

“전광훈의 낮은 성 인지 감수성, 초대교회 교부들 인식 답습하는 것”

강 교수는 전 씨의 여성 비하 발언에 대해 “테르툴리아누스 등 초대 교회 교부들이나 신학자들의 주장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창세기에서 아담은 “하나님이 주셔서 나와 함께 있게 하신 여자가 선악과를 주어서 먹었다”며 불순종의 책임을 하나님과 아내에게 전가했다.

또 초대 교부들은 신약성경 디모데전서에서 여자가 (먼저) 속아 죄에 빠졌다는 구약성경 창세기 풀이를 문자적으로 해석해, 인간이 선악과를 먹어 타락한 사건을 여자의 탓이라고 주장했다.

강 교수에 따르면 아담과 하와 부부가 선악과를 먹었을 때 아담의 책임이 더 컸다. 아담은 선악과를 먹지 말라는 명령을 하나님께 직접 들었고, 하와는 아담에게 전해 들었기 때문이다. 

창세기에서 뱀은 선악과를 먹도록 두 사람을 꾈 때 2인칭 복수형 ‘너희’를 써서 말한다. 즉 두 사람이 뱀의 말을 함께 들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나님도 여자에게만 책임을 묻지 않고 아담에게도 물었다.

그런데도 인류 타락의 원인을 여성에게서 찾는 초대 교부들의 해석이 오늘날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강 교수는 “남자와 여자 둘이 하나가 될 때 비로소 하나님의 형상이 된다고 말한다”며 “어느 한 성만 따로 존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남성들이 여성을 인격적으로 동등하게 바라보지 않고, 부수적이고 종속적으로 생각하며 함부로 하대한다”면서 전 씨 발언의 배경이 되는 교회·사회 인식 현황을 짚었다.

전 씨가 오래도록 이어진 가부장적 성경 해석에 젖어 있다는 뜻이 된다. 

강 교수는 또 “대통령한테도 아무렇게나 말하는 사람인데 여자들에게는 더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지난해 12월 실촌수양관에서 전 씨가 청와대 진격을 60세 이상 사모(목사 부인을 일컫는 말)을 앞세우겠다고 한 발언에 대해 언급하며 “이는 여성을 만드신 하나님에 대한 모독”이라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또 “여성 하대는 여성 창조자인 하나님을 하대라는 것”이라며 “(그런데도) 이러한 사고방식을 여성 스스로가 받아들이는 것 역시 불행”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강 교수는 “(전광훈 씨의) 신관과 성경관이 ‘남성 신’에 맞춰져 있다”며 “유교 가부장 주의의 언어도 드러난다. 여기에 소비자본주의가 들어와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고 외모로만 판단하며 희롱하는 등 세속적인 시각이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성경은 남성용이 아닌데도, (전 씨가) 자기 멋대로 읽는 것”이라며 “자라왔던 환경, 여성관, 여성을 함부로 대해 온 경험 등이 몰상식하고 더러운 말로 나오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아울러 “(전광훈 씨는) 세상의 정상적인 남성으로서도 할 수 없는 저속한 말을 하고 있다”며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의 입에서 하나님의 이름이 나온다는 자체가 수치스럽고 창피하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빤스 발언’도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보는 시각에서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 씨는 2005년 대중 집회에서 “여신도가 나를 위해 속옷을 내리면 내 신자요, 그렇지 않으면 내 교인 아니다”라고 말해 논란이 됐다. 

전 씨는 당시 해괴한 신자 감별법을 주장하면서, 남성들에게는 속옷을 내리는 일 대신 인감도장을 가져오면 신도로 인정하겠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역으로 하나님이 창조한 이성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인격적·비인격적인지 알 수 있다는 구별법을 제시하며, 전 씨의 발언이 여성 신도들을 얼마나 비인격적으로 대하는지 드러나는 대목이라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강 교수는 “보수(교회)에서는 (전광훈 씨에 대해) 아무 말도 안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매우 슬프다. 여성들은 압박하고 억압하면서, 남성들의 (여성에게 가한) 범죄는 감추고 용서해준다. 그렇게 감추는 건 부패의 증거”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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