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실 교수, “갈등과 분열 일으키는 ‘거짓뉴스’ 퍼지지 않도록 대안 마련해야”
한국여신학자협의회, 12일 ‘교회ㆍ정치ㆍ여성 - 2020 총선과제’ 포럼 개최

12일 한국여신학자협의회는 ‘교회ㆍ정치ㆍ여성 - 2020 총선과제’라는 주제로 포럼을 진행했다. (사진=평화나무)
12일 한국여신학자협의회는 ‘교회ㆍ정치ㆍ여성 - 2020 총선과제’라는 주제로 포럼을 진행했다. (사진=평화나무)

[평화나무 김준수 기자] 전광훈 씨가 “하나님 까불지 마. 나한테 죽어”라는 신성모독성 발언으로 교계 안팎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가운데, 11월 1일 청와대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는 여성 비하 발언까지 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커져가는 모습이다. 당시 전 씨는 “여자가 하는 말 중에 절반은 사탄의 말”, “여자들은 아주 간교하다”고 막말을 퍼부으며 개척교회가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를 사모 탓으로 돌렸다.

신학자들은 한국사회를 극도의 갈등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는 ‘전광훈 현상’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한국여신학자협의회가 지난 12일 ‘교회ㆍ정치ㆍ여성 - 2020 총선과제’를 주제로 개최한 포럼에서도 전 씨의 이야기가 빠지지 않았다.

‘복음과 정치 – 21세기 갈릴리 여성당을 위하여’를 주제로 발제한 최영실 성공회대 명예교수는 전 씨의 문재인 대통령 하야 시국선언문을 두고 그 어떤 진지한 신학적 성찰이나 성서적 해석도 찾아볼 수 없었다고 혹평했다.

최 교수는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는 지인들이 가짜뉴스를 무분별하게 전파하는 모습을 보고 지난 11월부터 여신협 교육위원회에서 ‘태극기 부대는 누구인가’, ‘전광훈 목사의 시국선언문’, ‘한국교회의 우경화, 역사적 뿌리, 정치 사회적 배경’, ‘교회의 우경화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을 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태극기부대’ 집회에는 참석하지 않았어도 대다수의 친미 반공적 입장에 서왔던 대다수의 보수교회의 교인들이야말로 숨어있는 ‘태극기부대’의 일원일 수 있다는 데에 의견을 같이 했다”고 했다.

그는 “전 씨의 선언문은 ‘친미-반공’적 입장과 ‘종북-좌파’를 비난하는 보수교회들의 프레임과 물질적인 성공과 친기업적인 경제논리를 그대로 반복하는 것 이외의 다른 특별한 것이 없었다”며 “그러나 이 선언문은 현 정권을 ‘사회주의’ 정권으로 규정하고, ‘주사파 척결’, ‘문재인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며 문재인 정권에 반대하는 정치적 입장을 강하게 표명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처럼 정권을 규탄하는 시국선언문이 한국개신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보수교회의 지지를 받은 일이 흔한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1973년 4월 23일 박정희 정권을 비판하는 현수막과 전단지를 들고 남산에서 열린 부활절예배에 참석했다는 이유로 ‘내란음모 예비죄’로 투옥된 박형규 목사에 대해 당시 교계는 ‘정치 목사’로 규탄했다.

전 씨와 그 추종자들이 정교분리를 내세워 적극적인 정치 참여를 주장하는 것은 언어도단(言語道斷)이라고 했다. 애초에 정교분리는 종교개혁 시대 당시 막강한 종교권력으로부터 자유를 얻기 위해 나온 것이었고, 한국에 와서는 개신교인들로 하여금 국가의 불의를 외면하고 침묵하게 만드는데 일조했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정교분리’는 ‘교회와 국가’ 문제의 절대적인 신적 교리도, 원칙도 아니다. 교회의 정치참여를 배제하는 것도 아니고 교회가 정교분리를 말할 때도 한 번도 정치를 안 한 적이 없다”며 “히틀러 당시는 물론, 일제 식민지와 박정희 유신 정권하에서 많은 교회가 입으로는 ‘정교분리’를 말하면서, 실제로는 ‘정교 유착’의 형태로 교권을 유지하고 확장해 나갔다”고 지적했다.

 

“친미 반공적 신앙으로 동족 억압하는 것은 참된 복음 아니다”

개신교인이라면 자본주의이든, 사회주의나 공산주의이든 그 어떤 것도 절대화시켜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예수님이 이 땅에서 실현시키고자 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전 씨의 “하나님 까불지 마”라는 망언이 나온 배경에도 예수님을 하나의 수단으로 여기고 있었기 때문으로 보았다.

최 교수는 “전광훈 목사는 시국선언문에서 현 정권을 사회주의 정권으로 매도하면서 대한민국을 망하게 하고 있다고 몰아붙인다”며 “성서의 복음을 따르는 사람이라면 사회주의나 공산주의는 물론, 자본주의 체제도 절대적인 이념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예수의 복음을 따르는 사람은 그 모든 체제와 이데올로기를 예수의 ‘하느님 나라’의 현실에 비추어 상대화하고, 비판적으로 보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예수가 ‘하느님 나라’의 실현으로 오늘날의 ‘자본주의 국가’를 이루려 한 적은 없다”며 “오히려 그가 지양한 것은 ‘가난한 자와 부자가 함께 먹을 것과 입을 것을 나누며’, ‘가난한 사람이 하나도 없는’ 그런 시스템이었다”고 했다.

끝으로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가운데 기독여성들이 주체가 되어 복음이 요구하는 적극적인 정치 행동을 해야 할 때라고 역설했다. 최 교수는 ‘갈릴리 여성당’의 기원을 부활의 첫 증인이었던 ‘갈릴리 여인들’에서 찾았다. 또 그 정신이 독립과 민주화 투쟁 당신 최전선에 섰던 여성들의 역사, 한국여신학자협의회, 정신대문제대책연구소 등의 활동을 통해 이어져왔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지금 2020 총선을 앞두고 우리는 정교분리라는 거짓 교리에 속지 말고, 저 태극기부대에 속한 그리스도인들에게 친미 반공적인 신앙과 외세를 의존하여 동족을 억압하는 것이 결코 예수의 참된 ‘복음’이 아님을 알려주어야 한다”며 “물질을 신봉하며 핵무기와 자본과 기업을 우상시하는 것이 예수의 복음에 반하는 ‘반복음’임을 성서적으로, 신학적으로 분명히 밝혀주어야 한다”고 했다.

특히 “민족의 분단을 극복하고 참된 정의와 평화를 이루기 위해 몸부림치다가 감옥에 가고, 통혁당 사건처럼 빨갱이의 누명을 쓰고 죽임당한 사람들에게 짐 지워진 ‘빨갱이’, ‘종북좌파’라는 꼬리표를 벗겨주어야 한다”며 “페이스북과 카톡방을 통해서, 무엇보다 교회 설교단에서 갈등과 분열을 일으키는 ‘거짓 복음’과 ‘거짓 뉴스’가 울려 퍼지지 않도록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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