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여든 바라보는 나이에 6.25전쟁 지휘해서 승리했다?
박정희 대통령이 이승만 전 대통령 뒤를 이었다?

[평화나무 박종찬 기자] 정규재 팬앤드마이크 대표가 14일 광화문에서 '유튜바 대통령' 안정권 씨가 주도하는 '문재인 탄핵 함성 축제' 무대에 올라 “오늘은 아주 젊음의 잔치”라며 문재인 대통령 퇴진 운동에 힘을 보탰다. 

정 대표는 "근 3년 동안 무대에 올라오기는 처음"이라며 "안정권 대표(GZSS TV), 김상진 대표(대한민국애국시민연합 사이버감시단장)를 좋아한다. 이들의 이름을 세 번씩 외치자"고 했다.

14일 광화문 집회에서 발언하는 정규재 펜앤드마이크 대표(유튜브 영상 갈무리)
14일 광화문 집회에서 발언하는 정규재 펜앤드마이크 대표(유튜브 영상 갈무리)

정 대표는 다시 한번 젊음의 자리를 강조하더니 청중을 향해 "나이가 너무 많은 사람이 있다고 기죽지 말라"고 독려하며 "이승만 전 대통령이 대통령 취임 시 나이가 75세였고, 6·25전쟁을 지휘할 때 80세에 가까웠다"고 주장했다. 이승만 대통령은 1948년 취임했고 2년 뒤 6·25전쟁이 발발했다.

정 대표는 또 “(이승만 대통령이) 여든을 바라보고 6·25전쟁을 지휘하셔서 승리로 이끌었기 때문에 우리가 있는 거다”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하지만 정 대표의 주장과 사실은 다르다. 개전 이틀만인 6월 27일 이승만 대통령은 수도 서울을 떠나 대전으로 피신했다. 같은 날 오전에 신성모 국방장관은 무치오 미국대사를 찾아가 이승만 정부의 일본 망명 계획까지 논의한다. 그러는 한편 국방부는 “의정부를 탈환했다”, “정부는 여전히 수도에 있다”, “맥아더가 전투사령부를 서울에 설치했다”, “국군이 현 전선을 고수할 것이다”는 등 국민을 대상으로 왜곡 방송을 했다.

다음날 28일 북한군은 서울에 진입했고, 국군은 북한군의 서울 입성 두 시간만에 한강 인도교를 폭파하며 서울 사수를 포기했다. 한편 27일 UN안전보장이사회의 결정으로 UN군이 참전하여, 6·25전쟁의 지휘권은 이승만 대통령이 아니라 UN군에 있었다.

정 대표는 이어 “박정희 대통령께서 바통을 받아서 대한민국을 반석에 올려놓으실 수 있었던 것도 6·25전쟁에서 우리가 이겼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승만 대통령은 북한군을 막아낼 수 없어 부산까지 피신했고, 전쟁 지휘도 UN군이 수행하였다. 또한 6·25전쟁은 승리가 아니라 휴전으로 이어오고 있다.

박정희 대통령이 이승만 대통령의 뒤를 이었다는 주장도 무리가 있다. 이 전 대통령이 4·19혁명으로 1960년 하야한 뒤 장면 총리의 내각이 펼쳐진 지 1년만인 1961년 5월 16일, 박정희 육군 소장은 군사 정변을 일으켜 정권을 잡고 대통령이 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군사 정변을 일으킨 것은 이승만 정권 계승이나 4·19혁명 복수와 무관하다. 박 전 대통령은 1952년 6·25전쟁 도중 이승만을 대통령 자리에서 몰아낼 계획을 세운 바 있다. 또한 하야 뒤 미주에 있던 이승만  전 대통령의 귀국을 끝내 허용하지 않은 이도 박정희 전 대통령이었다.

또 박 전 대통령은 5·16군사정변을 정당화하기 위해 쓴 <우리 민족의 나갈 길>(1962)에서 이승만 대통령과 자유당을 ‘적폐’로 보고 맹렬히 비판했다.

“실업자는 늘어났고 공산주의를 막는다는 ‘반공’이란 명목 하에 백성들을 더 못살게 굴었다. 부정선거로 나랏법은 엉망이 되었다”(박정희 저, 남정욱 편, 『평설 우리 민족의 나갈 길』(박정희 전집 06), 기파랑, 2017, 30쪽.)

“자유당은 자기네 이익의 추구를 제일로 치는 정당의 본보기”(같은 책, 34쪽.)

“이승만 자유당 독재정권이 12년 동안 기간 산업의 토대가 되는 전력 문제 하나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채 도시는 살찌고 농촌은 메말라 갔다”(같은 책, 95쪽.)

"자유당 독재 12년에 농촌경제는 파탄 나고 관의 기강은 문란해졌으며, 부정축재자들은 건전한 국가 경제의 성장은 제쳐 놓고 스스로 썩어빠지기에 바빴다. 독재와 ‘해방 귀족’들이 날뛴 끝에 민족의 장래는 캄캄해져만 갔다”(같은 책, 99-100쪽.)


정규재 대표는 6·25전쟁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었지만 대한민국이 우뚝 설 수 있는 이유를 “대한민국에서 좌익들이 소멸되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70년만에 대한민국에 다 죽었던 좌익들이 전부 일어나서 누군지 알게 되었다"며 “이제 남은 일이 뭐냐"고 청중을 향해 질문했다. 청중은 "(문재인 대통령) 하야" 등을 외쳤다.

정 대표는 “바퀴벌레처럼 모두 기어 나온 좌익들을 이제 쓸어버릴 때가 다가왔다”며 “‘나는 너무 늙었어’라고 뒤로 물러나시면 안 된다. 6·25전쟁을 지휘하실 때 이승만 대통령의 연세가 팔십이었다. 여러분 용기를 가지시기 바란다”고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이어 "우리는 이긴다”는 구호를 세 번 외치고 내려갔다.

1957년 생으로 60대 초반인 정 대표는 한국경제신문 주필을 거쳐 현재 펜앤드마이크란 방송을 운영하고 있다. 펜앤드마이크는 신혜식 대표의 신의한수와 더불어 극우 유튜브 채널의 쌍두마차를 달리고 있다. 펜앤드마이크는 다른 극우·친일 방송인 가로세로연구소(강용석·김세의·김용호 진행)와 미디어워치(변희재)와는 대립각을 세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최순실 사태를 겪던 2017년 1월, 펜앤드마이크의 전신인 정규재TV에 출연해 정규재 대표와 단독으로 인터뷰를 진행한 바 있다. YTN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 취임 후 국내 매체와의 단독 인터뷰는 당시가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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