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종로구, 17일 청와대 인근 범투본 노숙 농성장에 철거 예고

[평화나무 박종찬 기자] 종로구청 등이 일명 청와대 광야교회로 불리는 청와대 농성장 구조물 철거를 예고하면서 전광훈 씨(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총괄대표,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지지자들의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행정대집행 계고장을 전달하는 공무원을 둘러싼 전광훈 측 시위자들(제보자 제공 영상 갈무리, 2019.12.17.)
행정대집행 계고장을 전달하는 공무원을 둘러싼 전광훈 측 시위자들(제보자 제공 영상 갈무리, 2019.12.17.)

서울시 북부도로사업소와 종로구청 건설관리과는 17일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의 중심지인 ‘청와대 광야교회’를 찾아 구조물이 설치된 도로와 보도의 원상회복 명령과 행정대집행 계고장을 전달했다. 범투본 시위 참가자들과 ‘순국결사대’는 공무원들을 둘러싸고 거세게 항의했다.

한 중년 여성은 “나라 망하면 어떡할 건데요? 공산화되면? 이러지 마세요, 제발!”이라고 울부짖었다. 한 노인 남성은 “빨갱이 새X들!”이라고 외쳤다. 그는 구청 직원 코앞으로 다가와 “구청장한테 무슨 권한이 있어?”라며 “돌아가!”라고 반복해서 고함을 쳤다. 또 “네 이놈!”이라고 호통을 치기도 했다.

폴리스라인을 넘어 경광봉을 휘두르며 취재진에 달려드는 순국결사대(제보자 제공 영상 갈무리, 2019.12.17.)
폴리스라인을 넘어 경광봉을 휘두르며 취재진에 달려드는 순국결사대(제보자 제공 영상 갈무리, 2019.12.17.)

봉변을 당한 건 구청 직원만이 아니었다. 순국결사대 등은 구청 직원들이 둘러싸인 현장을 촬영하려던 SBS 취재진을 발견하자 경광봉을 휘두르며 폴리스라인을 넘어 달려들었다. 스태프 조끼를 입은 여성과 순국결사대 남성 등과 함께 SBS 취재진을 막아선 한 청년 남성은 찍지 말라며 접근을 막았다.

그는 “집회 장소에 허가 없이 촬영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공장소에서 이루어진 집회, 시위 현장에서의 사진을 촬영하여 보도한 사건 등에선 초상권 침해를 부정한다”는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판례(2009년)가 있다.

SBS 취재진에 항의하는 범투본 시위대(제보자 제공 영상 갈무리, 2019.12.17.)
SBS 취재진에 항의하는 범투본 시위대(제보자 제공 영상 갈무리, 2019.12.17.)

결국 SBS 취재진은 물러났으나, 구청 직원에게 소리쳤던 전 씨의 지자자들은 취재진을 뒤에 두고도 고함을 질렀다. 그들은 “나가! 빨갱이 방송국!”, “X발 새X들!”, “집회장 밖으로 나가!”라고 외쳤다. 일부는 취재진 뒤를 따라가며 소리쳤다. 경찰이 취재진과 시위대 사이에 파고들어 걸었다.

이후 종로구청이 계고한 대로 행정대집행을 진행할지 주목된다.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종로구청 건설관리과는 지난 10월 구 일본대사관 소녀상 옆에서 농성 중인 반아베반일청년학생공동행동에 철거계고장을 보냈고, 이어 철거반 성격의 단속반을 두 차례 파견한 바 있다.

한편 전광훈 지지는 애국, 그렇지 않으면 나라 망칠 ‘빨갱이’로 인식하는 세계관에 사로잡힌 이들은 기존 지명을 바꿔 불러왔다. 광화문 광장을 ‘이승만 광장’으로, 청와대 노숙 농성장을 ‘청와대 광야교회’로 명명한 것이 그 예다. 이 명칭은 모두 전광훈 씨의 입에서 전해졌다. 전 씨는 ‘이승만 광장’에서 지지자들과 ‘문재인 끝장낸다 청와대 4.19식 집행 예행연습’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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