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동방송, "김장환 목사 전두환 참석 여부도 몰라...사과할 일 아니다"

극동방송 이사장인 김장환 목사가 12·12사태 40년이 되던 날인 12일 광주학살 주범 전두환과의 오찬 회합에 참석해 식사하고 있다. (출처=중앙일보 유튜브 영상 캡처)

[평화나무 권지연 기자] 

극동방송 이사장인 김장환 목사가 12·12사태 40년이 되던 날 광주학살 주범 전두환과의 오찬 회합에 참여한 사실이 알려졌음에도 극동방송이 부정여론 잠재우기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이면서 국민적 공분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김장환 목사는 극동방송 이사장만 40년이 넘게 유지해 온, 사실상 소유주나 마찬가지다. 지상파 방송 사업자이자 개신교계 원로인 김 목사와 전두환 전 대통령의 만남을 두고 부적절했다는 지적과 비난이 쇄도하고 있으나, 김장환 목사에게서 반성하는 기색은 찾아볼 수 없다. 

 

12·12 40년 되던 날 김장환-전두환 화기애애 오찬 회동

김장환 목사는 12일 서울 강남의 고급 식당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 내외 등과 2시간 정도 식사를 했다.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김 목사는 시종일관 전두환 씨에게 “각하께서”라는 존칭을 써가며, 극진히 예우했다. 그 자리에는 12·12 사태의 핵심 인물인 최세창 전 3공수여단장과 정호용 전 50보병 사단장 등도 함께 참석하고 있었다. 

최세창 전 3공수여단장은 12·12 때 직속 상관인 정병주 특전 사령관을 체포하는 하극상을 일으켰다. 5·18 민주화운동 때는 실탄을 쓰도록 지시했다. 정호용 전 특전사령관은 12·12 사태와 5·17 비상계엄 확대조치, 5·18 광주 민주화 운동 진압에 가담한 인물로 전두환 정권에서 육군참모총장, 내무부장관, 국방부 장관을 지냈다. 특히 5·18 당시 광주에 투입된 공수부대에 군수품을 지원했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분노의 화살은 김 목사가 군림하듯 운영하는 극동방송으로 향하고 있다. 극동방송은 광주와 전남 동부, 전북, 목포 등 호남권에도 지사를 4개나 두고 있다. 특히 광주에도 지사를 둔 극동방송이 학살 피해자들의 아픔을 보듬기보다 학살의 주범인 전두환 씨를 만나 깍듯이 예우하며 고급 음식을 즐겼다는 사실은 광주지역과 호남권 청취자들의 분노를 사기에 충분하다. 

 

김장환-전두환 오찬 후폭풍... 극동방송 직격탄

제보에 따르면 사건 후 일주일이 지난 시점임에도 광주를 비롯 전라도 지역에서 항의와 후원중단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김 목사에게서 반성하거나 후회하는 기색은 찾아볼 수 없다. 되려 김 목사가 17일 서울 본사 직원들에게 본인 때문에 후원이 중단된 수를 파악해 본인이 지역을 다니며 빠져나만 만큼 후원자를 모집하겠다고 밝혔다는 제보가 이어졌다. 

물론 극동방송은 그 자리에 전두환 씨가 참석하는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을 음악회 때 참석했던 전직 장성들이 감사의 표현으로 김장환 목사를 초청한 오찬이었다는 것이다. 

극동방송은 항의 전화가 빗발치는 현실도 부인하고 있다. 극동방송 관계자는 “일부 항의 전화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전화 주신 분들에게 12일 식사는 가을 음악회 때 참석했던 전직 장성들이 감사하다며 답례로 김장환 목사를 초청한 오찬임을 설명하고 있고, 대부분 청취자가 이해를 해주었다”고 주장했다. 

또 ‘김장환 목사가 공개적으로 사과할 의향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모임의 본래 목적이 12·12와 관련이 없으며 모임 시간 내내 한 차례도 12·12 관련 이야기를 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사과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모임의 실체를 모르고 오해하는 분들에게는 진솔하게 해명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빠져나간 후원자 수만큼 본인이 채워 넣겠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해서는 “김장환 목사가 지역을 다니며 방송국을 홍보하는 일은 본래 있는 일상 업무이며, 17일 직원들이 동요하지 않고 사역에 매진할 수 있도록 독려한 것뿐”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극동방송 궁색한 변명 통할까? 

그러나 전 전 대통령 측은 이날 오찬과 관련, “12·12 사태와 전혀 무관한 친목 모임”이라면서도 “일정이 바쁜 김장환 목사 사정으로 우연히 날짜를 정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전 대통령의 참석 여부를 김장환 목사가 몰랐다는 주장을 믿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다. 

게다가 김 목사가 전두환 전 대통령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는 사실은 이미 세간에 널리 알려질 대로 알려졌다. 극동방송의 해명이 궁색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김 목사는 5·18민주화운동 당시 전 씨의 부탁을 받아 광주에 가 동태를 파악한 후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의혹도 일고 있다. 전두환 대통령이 백담사에 머물 때도 기꺼이 찾아가 만났고, 김장환 목사는 자신의 저서 <섬기며 사는 기쁨>에서 "전두환 대통령에 대해서 끝까지 비판하고 나쁘게 말하는 것도 편협한 일이다. 한 인간을 어떤 사건 때문에 끝까지 미워하는 것은 올바른 일이 아니다. 지나간 일에 대한 평가로 한 사람을 정죄하고 미워하는 것도 잘못이다. 광주 문제로 감옥에도 갔다 오고 사과를 해도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외면하고 저주하면 친구가 되지 않는다"며 두둔했다. 

이뿐 아니라 제보에 따르면 2015년경, 극동방송 신사옥 4층 가든 바비큐 장소에는 전두환 씨가 스페셜 게스트로 참석했다. 

17일 극동방송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한 정상규 전 교회개혁평신도행동연대 대표에 따르면 극동방송은 김 목사가 전두환과 친분을 유지해온 것과 관련해 “전도를 위해서”라고 변명했다.

저작권자 © 평화나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