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 정당 모인 ‘청년정치네트워크’, 19일 ‘그래서 우리가 정치하겠습니다’ 성명 발표

‘청년정치네트워크’는 19일 서울시 종로구 대학로 공공그라운드에서 ‘그래서 우리가 정치하겠습니다’ 성명서를 발표했다. (사진=평화나무)
‘청년정치네트워크’는 19일 대학로 공공그라운드에서 기성 정치권에 요구사항이 담긴 ‘그래서 우리가 정치하겠습니다’ 성명서를 발표했다. (사진=평화나무)

[평화나무 김준수 기자] 2020년 총선이 117일 앞으로 다가왔다. 총선을 앞두고 청년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는 구호는 넘쳐나지만 정작 청년들의 목소리를 듣기는 쉽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각 정당에서 경쟁적으로 비례대표제 청년할당제를 실시한다고 하지만, 실제 공천 과정에서는 청년들은 배제되기 십상이다. 청년정치가 넘어야 할 현실적인 벽이 여전히 높지만 더 이상 기성 정치권에게만 맡기지 않겠다는 이들의 요구는 확고했다.

9개 정당 소속 청년 정치인들이 모인 ‘청년정치네트워크’는 19일 서울시 종로구 대학로 공공그라운드에서 ‘그래서 우리가 정치하겠습니다’ 성명서를 발표했다. 청년정치네트워크는 민간 정책연구소 LAB2050과 시민단체 바꿈이 지난 4월부터 네 차례 진행한 청년공론장과 다수의 간담회에서 정치의 역할을 고민해온 청년 정치인들의 모임이다.

이날 행사는 1부 ‘기성 정치에 요구하다’, 2부 ‘한국사회 전환을 위한 의제를 말하다’ 순서로 진행됐다. 청년정치인으로는 고은영(녹색당), 김소희(미래당), 백경훈(자유한국당), 백희원(녹색당), 송명섭(새로운보수당), 송명숙(민중당), 신지혜(기복소득당), 왕복근(정의당), 이동수(더불어민주당), 이내훈(바른미래당), 정다운(더불어민주당), 정현호(무소속), 채성준(정의당)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이 성명엔 기성 정치권에 요구하는 사항들이 담겼지만, 그냥 요구만 하진 않겠다. 이 요구사항들을 관철시키는 정치를 하겠다는 다짐”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청년정치인들은 최근의 정치가 희망과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정치로 인해 삶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설렘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각 정당은 국회의원 구성의 다양화를 이번 선거의 최우선 목표로 삼을 것 ▲기성 정치권의 세상을 보는 관점의 변화 ▲장기적 관점에 입각한 정책 수립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우리는 단순히 특정 세대는 비켜라, 젊은 사람들이 나서겠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정치가 우리의 삶을 대변하는 본래의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라며 “더 나은 정치를 위해 정당이 유권자에게 주는 선택지부터 달라져야 한다. 더 이상 이전과 똑같은 ‘50대 남성 전문직 자산가’ 일색의 선택지를 내밀어선 우리의 미래가 암울하다”고 했다.

청년은 경험이 부족한 사람이 아니라 이전 세대와 ‘다른 관점’으로 사회를 바라보는 세대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들은 “기후위기, 젠더, 국제관계와 평화 등에서도 우리는 기성 정치와 인식을 달리한다”며 “저성장 시대엔 청년실업, 저출생, 고령화 등의 문제에 대한 인식과 대응도 이전과 달라져야 한다”고 했다.

이어 “우리 정치가 20년, 50년 뒤는 고사하고, 5년과 10년 뒤를 내다보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부동산, 연금, 복지를 비롯해 산업과 환경 정책에 있어서도 장기적 관점의 정책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미세먼지 정책 대응이 마스크 지급에만 그친다면 장기적으론 더 많은 공장이 가동돼 미세먼지가 늘어날 뿐이다. 오늘의 대응이 미래의 재난을 막을 수도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여기 모인 우리들은 그래서 정치를 하려고 한다. 서로 소속 정당이 다르더라도 우리의 요구와 미래 의제를 위해선 초당적인 협력을 할 것”이라며 “더 이상 우리의 미래를 저들에게만 맡기지 않겠다”고 했다.

 

“청년세대 안의 격차 해결 시급…청년문제 바라보는 관점 변화해야”

행사가 진행된 3시간은 청년정치인들의 포부를 듣기에도 짧은 시간이었지만 다양한 의제를 중심으로 활발한 토론이 벌어졌다. 단순히 기성 정치권이 잘못하고 있으니 이제는 물러나라는 내용은 주가 아니었다. 청년정치인들은 노동ㆍ부동산 이슈, 정치의 다양성 확보, 이념ㆍ진영논리의 극복, 투표권 하향 조정, 비례대표 의석 배분을 위한 최소 정당 득표율(봉쇄조항) 등에 대해서도 활발히 논의했다.

김소희 우리미래 공동대표는 “선거제도만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한데, 9개 정당이 모인 이곳에 오니 가슴이 벅차다. 여기가 미래의 의회이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밥값 하는 정치를 해달라고 요구하고 싶다. 우리를 대변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 나오시라. 이제는 소유가 아니라 공유하는 시대, 기후 위기 시대가 왔는데 언제까지 단편적인 정책들만 이야기해야 하나. 비례의 모든 석을 청년으로 할당해야 한다. 그렇게 해도 10%에 불과하다”고 했다.

백희원 녹색당 공동정책위원장은 “젊은 정치가 새롭게 리더십을 이끌어나가는 나라들을 보면 공통적으로 비레대표제를 채택하고 있다”며 “패스트트랙에 올라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원안대로 통과시켜 주는 것이 20대 국회의 역할이다. 그 다음에 저희가 더 나은 미래, 더 필요한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시작점을 만들어주는 것 까지는 지금 기성 정치인들이 해주시기를 꼭 바라는 마음으로 부탁을 드리고 싶다”고 했다.

송명숙 민중당 청년 돌진국회로 특별위원회 위원장은 “12월 19일은 통합진보당이 해산된 지 5년째 되는 날이다. 우리가 정치하는 미래에는 이런 비상식적인 일이 정견이 다르더라도 없었으면 좋겠다”며 “2~30대 1400만명이 갖고 있는 세대안의 격차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미래의 한국사회 문제로 고착화되고 다층화될 것이라는 고민을 하고 있다. 청년세대의 문제를 젊은 사람들의 문제로만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신지혜 기본소득당 경기도당 상임위원장은 “저희는 초등학교 때 IMF를 경험했고, 지금은 IMF를 기억조차 하지 못하는 세대가 등장하고 있다. IMF 이후에 우리가 경험하게 된 세상은 불안을 말하지 않고서는 설명할 수 없다”며 “80년대만 하더라도 모두가 일자리를 가질 수 있다는 전제 하에서 복지체계를 만들어나갔다.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는 과거의 명제가 도저히 통하지 않는 시대가 왔음을 인지하고 이를 변화시켜나갈 수 있는 정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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