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평화나무 권지연 기자]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27일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내년 총선부터 만 18세도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선거 연령을 현행 19세에서 18세로 낮추면서 일부 보수 언론들은 “교육계와 야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일부 보수 정치권과 박자를 맞추는 모습이다. 

조선일보는 31일 <내년 3, 416일생까지만 선거권> 기사를 통해 “현행 선거법이 그대로 시행되면 한 교실 안에서도 투표권이 있는 학생과 없는 학생이 나뉘게 된다”며 “교실 내 투표권이 있는 일부만 선별해서 따로 교육하는 게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재원 한국당 정책 위의장의 주장을 인용해 “18세에게 선거권을 부여한다 하더라도 18세가 된 선거인 중에서 그해 3월 1일 이전 출생자로 한정하는 것이 학제개편 이전에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18세 중에서도 이미 고교를 졸업했을 가능성이 높은 3월생 이전에만 선거권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데일리는 같은 날 <선거법 복잡한데...투표권 생긴 고3, 선거사범 양산될까 '우려'> 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내년 총선부터 만 18세도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이들 중 고3 학생은 약 5만 명”이라며 “자칫 교내 정치 활동으로 선거사범이 양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라고 썼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만 18세로 선거 연령이 낮아진 것에 맞춰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방침이다. 

제도가 바뀌거나 개선되는 것에 따라 발생 가능성이 있는 부작용을 미리 예측하고, 대처할 수 있도록 길라잡이가 되어줄 필요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 언론의 진심은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다. 

촛불청소년인권법제연대는 30일 논평을 통해 “여전히 몇몇 정치인과 교사단체 등 민주주의의 기본적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교실이 정치판이 될 것이다 ’, ‘어차피 청소년들은 정치에 관심이 없다’와 같은 우려를 가장한 무지하고 차별적인 언행을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정치는 민주주의 사회의 구성원들이 서로 소통하고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 그 자체다.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정치에 참여할 권리를 보장받아야 하며 여기에 청소년도 예외는 아니다. 청소년은 미래세대가 아니라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동등한 시민”이라고 강조했다. 

또 “오랜 염원 끝에 이루어낸 만 18세 선거권이지만, 선거권 연령 하향과 더불어 청소년의 정당 가입 및 활동, 피선거권 인하, 청소년 헌법소원 등 청소년 참정권을 온전히 보장하기 위해 넘어야 할 산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OECD 회원국 중 18세에게 투표권을 주지 않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했다. 이미 미국과 영국, 독일, 일본 등에서 만18세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있고, 스코틀랜드, 아르헨티나처럼 선거연령을 일찍이 16세로 낮춘 나라도 적지 않다. 세계적 추세로 볼 때 선거연량 하향은 늦은 감이 없지 않아 보인다. 

이러한 결과를 이끌어내기까지 청소년 활동가들의 자발적인 노력은 눈물겨웠다. 지난해 3월 청소년 3명이 선거권 연령 하향과 청소년 참전권을 요구하며 국회 앞에서 삭발을 하고, 한 달 넘도록 노숙 농성을 벌여야 했고, 수백명이 모인 집회도 열었다. 지난달 18일에는 만18세 당사자들이 국회를 찾아 선거권 연령 하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고, 이달 1일에는 청소년 1234명이 국회 앞에서 선거권 연령 하향을 촉구했다. 

한편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는 청소년 참정권 보장, 학생인권법 및 아동청소년인권법 제정을 목표로 전국 370여개 시민사회·교육·청소년·인권단체들이 함께하고 있다. 

이들은 31일 오후 2시 국회의사당역 3번 출구 앞에서 만 18세 선거권 쟁취를 자축하고 청소년 참정권의 다음 발걸음을 내딛는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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