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나무 평화나무] 

평화나무가 뽑은

올해를 뜨겁게 달군 10대 이슈

1위 전광훈이 불러온 혐오

전광훈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총괄본부장(사진=연합뉴스)
전광훈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총괄본부장(사진=연합뉴스)

 

2019년은 전광훈 씨의 막말과 기행으로 점철된 한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월 29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직을 손에 넣은 전 씨는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문재인은 미쳤다”, “총살감” 등의 거침없는 막말을 쏟으면서 자신의 뜻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모두 ‘빨갱이’, ‘사탄’처럼 취급하는 모습이다. 전 씨의 목표는 분명해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의 하야와 자유한국당의 총선 승리다. 전 씨는 자신을 ‘선지자’, ‘국민혁명을 이끄는 대표자’라고 포장하더니, 급기야 지난 10월 22일 청와대 앞 저녁 집회에서 “대한민국이 기름 부음을 받은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간다”면서 “하나님 까불면 나한테 죽어”라고 신성모독적인 발언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2020년을 앞두고 문 대통령 하야는 ‘하나님의 뜻’이라고 주장하는 전 씨에게 어울리는 십계명의 한 계명을 일러주고 싶다. 바로 “하나님의 이름을 망령되이 일컫지 말라”는 것이다.

2위 조국이 불러온 검찰개혁 열망

서초동에서 열린 제7차 촛불집회 현장 (사진=평화나무) 

검찰개혁에 대한 의지를 오랜 시간 불태워온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장관 자리에서 결국 내려왔으나 조 전 장관 가족들에 대한 검찰의 먼지 털이식 수사는 그치지 않았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의 아내 정경심 교수를 총 14개 혐의로 기소했다. 그러나 결국 검찰의 무리수였음이 속속 드러났다. 법원은 정겸심 동양대 교수가 딸의 동양대 표창장을 위조했다는 혐의와 관련, 검찰이 공소장을 변경하려 하자, 이를 불허했다. 이후 이렇게 지적했다. “검사 스스로 첫 공소 사실과 수사로 파악한 사실이 다르다고 판단한 셈이다” 조 전 장관의 딸 조 모 씨와 관련한 공주대 인턴 의혹은 어떠한가. 공주대 인턴 과정 당시 연구물 저자 등재 등에 대해 대학 측이 “문제 없다”는 판단을 내렸던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조국이 곧 검찰개혁’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건 전혀 과장되지 않다. 한편 검찰은 ‘인디언 기우제’마냥 범죄사실 확인 전까지 조 전 장관에 대한 공세를 이어가는 양상이다. 유재수 전 부산 부시장 감찰 무마,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경찰 하명수사 등으로 수사범위를 확대했다.

3위 사망 선고받은 한국언론

 

<이미지 출처=인터넷 커뮤니티>

온통 조국과 관련한 기사를 쏟아낸 언론은 상식적인 언론 보도를 염원하는 국민으로부터 사망선고를 받았다. 이성 잃은 검찰발 기사는 물론 유튜브에서 나오는 근거없는 소문을 검증없이 떠든 한국언론에 대해 국민이 느끼는 부당함과 잔임함은 사망선고를 내리고 말았다. 그러나 그간 기득권 중 기득권으로 살아온 언론은 반성이 없다. 검찰과 언론의 유착관계를 조명한 PD수첩에 대해 한국PD연합회와 법조기자단이 성명까지 내며 반발을 하고 나서는 모습은 사망 선고 받은 언론이 부활할 수 있다는 일말의 기대감마저 저버리게 만든다. 

4위 자유한국당의 헛발짓

단식하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사진=연합뉴스)
단식하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사진=연합뉴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11월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본가’인 한국당 의원들을 향해 “정치 초년생을 데리고 와서 그 밑에서 딸랑거리면서 그렇게도 국회의원 한 번 더 하고 싶으냐”는 비난을 날렸다. ‘정치 초년생’은 황교안 당대표를 지칭한 것이다.
어쩌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쇄신 이미지를 위해 당명까지 바꾼 자유한국당이 박근혜 정권 시기 국무총리로써 국정농단에 책임이 있는 인사를 당 대표로 끌어들인 것부터가 헛발질이었는지도 모른다. 황교안 대표는 줄곳 여의도를 벗어났다. 민생투어를 한답시고 나섰다가 보호장구 착용없이 청소차를 탔다가 실정법 위반 논란이 불거졌고, 앞서 4.3 미니 재보선 당시에는 경남FC 경기장에 난입해 유세해 공직선거법 제 106조 제2항 위반으로 엄한 경남FC에 벌금2000만원을 안겼다. 조국 전 장관 사퇴를 위해서라며 삭발하자, 자신의 가발설만 일축했다는 비웃음을 샀고, 뜬금없이 유튜버로 변신해 섹소폰 연주을 선보이더니, ‘공관병 갑질’ 논란의 주인공 박찬주 전 육군대장 영입으로 리더십 논란이 붉어지자 청와대 앞에서 여의도를 오가며 단식투쟁을 하다 기절해(사실상 숙면중이었을지도 모를 상황에) 8일만에 병원으로 이송됐다. 2019년 최고의 코미디는 황 대표가 이끌었다. 

5위 일본불매운동과 가짜뉴스

 

 

“소비자 80% 이상이 일본제품을 사지 않았다” 12월 11일 농촌경제연구원이 11일 발표한 ‘2019년 식품 소비 및 식생활 행태’ 분석 결과는 한국민의 자긍심까지 일깨운다. 일제강점기 당시 한국인 강제 징용에 대해 배상하라는 한국 대법원의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고, 어떠한 사과도 없이 한국에 경제보복 카드를 들고 나선 일본에 맞서 국민의 대응은 단호했다. 어쩌면 이번 일본제품 불매운동은 소비자의 힘을 일깨운 매우 귀중한 경험과 자산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러나 이런 와중에도 국적이 의심될만한 가짜뉴스는 들끓었다. 한국이 수입한 반도체 핵심 소재를 북한으로 밀수출한다는 일본발 가짜뉴스에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가 대한민국을 망국으로 이끈다는 터무니없는 주장이 불매운동에 찬물을 끼얹었다. 한국정부가 11월 23일 지소미아 효력 정지를 연기하겠다고 발표하자, 일본의 승리처럼 왜곡하며 승전가를 함께 부르는 이들은 씁쓸함을 넘어서 황당함을 안겨준다. 내년 총선을 두고 토착왜구와 싸움이라는 표현은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6위 유튜브 전성시대

 

(출처=유튜브 캡처)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시민 정치 지형을 이끈 플랫폼이 팟캐스트였다면,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는 인터넷 홈페이지 커뮤니티,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 말기부터 현재까지는 2005년 서비스를 시작한 유튜브라고 볼 수 있다. 14일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간한 미디어이슈 5권 2호에 실린 '디지털뉴스 리포트 2019(Digital  News  Report  2019)'에 따르면, 국가별 설문조사에서 '유튜브에서 지난 1주일 동안 뉴스 관련 동영상을 시청한 적이 있다'는 응답 비율이 한국은 40%를 기록했다. 이는 38개 조사대상국 중 4위로 전체 평균 26%보다 14%포인트 높다. 공중파 기성 채널도 유튜브로 시청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문제는 수많은 유튜브 채널 중에서도 극우유튜브만 시청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기존 언론에 대한 불신이 유튜버들의 활동에 힘을 더해주었는지, 유튜버들의 도를 넘는 가짜뉴스 유포가 기성 언론의 불신에 기름을 부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이들은 이제 이들은 공중파 채널은 못 믿는다면서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져 확증편향의 대표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언론지형이 완전히 바뀌어버린 21세기. 우리 언론의 나아갈 방향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7위 광장정치

 

(출처=연합뉴스)
(출처=연합뉴스)

 

올해 대한민국의 정치 현실을 한마디로 단적으로 보여주는 단어는 바로 ‘광장 정치’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검찰의 무리한 수사에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느낀 깨어있는 시민들의 분노와 열망은 또다시 광장에서 표출됐다. 한국의 광장 촛불이 비폭력을 지향하며 매우 높은 선진문화를 보여준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일이지만, 국민이 광장으로 뛰쳐나갈 수밖에 없는 정치 현실은 암담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정치인들은 반성은커녕 자신들의 정치적 수사를 설파하는 장소로 적극 이용하는 분위기다. 자유한국당은 전광훈 씨가 이끄는 반정부 집회가 열린 광화문 광장에 참가해 경쟁하듯 마이크를 잡았고, 우리공화당은 지난 6월과 7월 광화문 광장에 불법 천막을 설치·점거 농성을 벌이면서 서울시와 한바탕 전쟁을 치렀다. 본래 광장이란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요, 다양한 목소리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겠으나, 여의도 정치인들이 광장으로 쏟아져나오는 모습은 참으로 꼴볼견이 아닐 수 없다. 

8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참사진정한 위로는 언제쯤?

여전히 잊어서는 안 되는 이름들이 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과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 가족들에게는 올해도 가혹한 한 해였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갖게 된 희망도 잠시, 참사의 원인 규명도, 책임자 처벌도, 실종자 수색도 어느 것 하나 속 시원하게 해결될 기미가 보이는 것이 하나도 없다. 희생자 가족들은 인고의 시간을 견디는 것에는 뾰족한 수가 많지 않았다. 
최근 스텔라데이지호 2차 심해 수색을 위한 예산안도 전액 삭감당해 충격을 주었다. 지난달 7일 여야 외교통일위원들이 100억원의 예산이 필요 하다는데 합의했으나, 예산결산특위 심의 과정에서 단 1원도 배정하지 않았다. 실종 선원 가족들은 무분별한 예산 삭감에 반발해 국회 본청 앞에서 철야농성에 돌입했다. 희생자 가족들을 투사로 만드는 세상의 모습이 씁쓸하기만 하다. 

9위 대법원 판결 따윈 무시하는 사랑의교회

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가 공공도로를 점용한 지하예배당을 원상 복구하라는 대법 판결에도 사실상 불복할 뜻을 수차례 내비치면서 향후 사랑의교회의 움직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가 공공도로를 점용한 지하예배당을 원상 복구하라는 대법 판결에도 사실상 불복할 뜻을 수차례 내비치면서 향후 사랑의교회의 움직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랑의 교회가 2013년 신축할 때부터 논란을 빚었던 공공도로 점유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결국 기네스북에 세계 최대의 지하 예배당을 보유한 교회로 등재된 SGMC는 예배당을 철거하고 축소 보수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그러나 사랑의교회 측은 대법원 확정 판결에 “가능한 모든 법적·행정적 대안을 마련하여 추진”할 것이라 밝혔다. 사실상 불응하겠다는 의사를 표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대법원은 학위논란에 휩싸인 오정현 목사에 대해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교단 목사가 아니라는 판결을 확정했으나, 사랑의교회는 이같은 법원의 판단을 건건이 무시하는 모습이다. 법 따위는 가볍게 프리 패스하는 교회의 모습 어디에서도 예수그리스도의 사랑의 섬김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10위 명성교회 세습은 사랑으로, 동성애 혐오 말자는 신학생에겐 메스를

‘명성세습 불법허용 철회를 위한 참회기도회’ 참가자들이 28일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 본부가 있는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앞에서 명성교회 세습철회를 외치고 있다. (사진=평화나무)
‘명성세습 불법허용 철회를 위한 참회기도회’ 참가자들이 28일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 본부가 있는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앞에서 명성교회 세습철회를 외치고 있다. (사진=평화나무)

 

명성교회 부자(父子)세습 논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명성교회가 소속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교단 104회기 총회 총대들은 교단 헌법까지 무시해가며 결의로써 명성교회 세습의 길을 터주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제 더 이상 싸우지 말고, 예수 안에서 사랑하자며 다독이는 모습이다. 그러나 명성교회를 덮어주자는 총회 관계자들은 동성애 혐오를 반대하는 신학생과 교회 개혁을 부르짖는 평신도들에게는 “당신들은 함께 갈 수 없노라”며 차가운 메스를 들이대고 있다. 유경재 안동교회 원로목사는 평화나무가 10월 주최한 공청회에 발제자로 참석해 이렇게 말했다. “교회 세습은 종말의 징조”라고... 이 말을 곱씹다 보니 차라리 종말이 다행이라 여겨진다. 종교가 자본에 굴종할 만큼 타락했을 때, 종교가 혐오를 조장할 정도로 사랑을 잃을 때에도 세상에 종말이 오지 않는다면, 이 얼마나 끔찍한 세상인가. 우리는 2020년을 잘 살아낼 수 있을까? 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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