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 2일 ‘2020 북 신년사 분석과 정세 전망 토론회’ 개최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과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은 지난 2일 서울 시민청 태평홀에서 ‘2020 북 신년사 분석과 정세 전망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평화나무)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과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은 지난 2일 서울 시민청 태평홀에서 ‘2020 북 신년사 분석과 정세 전망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평화나무)

[평화나무 김준수 기자] 2019년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2020년 새해가 밝았다. 특별히 지난해는 남북관계 측면에서 아쉬움이 많은 해이기도 했다. 더군다나 올해는 김정은 위원장의 육성 신년사가 나오지 않기까지 했다. 전문가들은 어떻게 봤을까. 지난해 12월 28일부터 31일까지 진행된 북한의 제7기 제5차 전원회의 결과를 토대로 향후 남ㆍ북ㆍ미 관계를 전망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과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은 지난 2일 서울 시민청 태평홀에서 ‘2020 북 신년사 분석과 정세 전망 토론회’를 개최했다. 김동엽 교수(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황지환 교수(서울시립대), 김엘렌 연구원(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이 각각 ‘남북관계 및 군사’, ‘국제관계’, ‘북한사회ㆍ문화’를 주제로 발제하고, 임수호 북한연구실장(국가안보전략연구원), 이상숙 교수(국립외교원), 홍상영 사무총장(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 토론자로 나섰다.

김동엽 교수(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는 김정은 위원장의 육성 신년사가 나오지 않은 이유에 대해 단순히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서가 아닌 ‘사회주의 강국건설’이라는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서라는 견해를 제시했다.

김 교수는 “12월 28일부터 시작한 전원회의는 2019년 마지막 날이자 북한이 북미대화 시한으로 정한 12월 31일에 폐막해 신년사와 무관하지 않다”며 “직면한 장애와 난관들을 분석, 평가하고 사회주의 건설을 촉진시키기 위한 결정적 대책을 강구하기 위해 이번 전원회의를 소집했다고 의도를 밝혔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김 위원장이 2020년을 절대 실패가 없는 한 해로 만들기 위해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쓰고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무너질 수 있을 것이라는 절체절명의 느낌을 갖고 있어 직접 다 챙기겠다는 의미로 읽혔다. 2020년을 꼼꼼하게 보고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황지환 교수도 “이번 전원회의는 상당히 이례적으로 나흘간 개최되어 현재 북한이 직면한 상황의 엄중성과 위기의식을 반영하고 논의한 중요한 행사였다”며 “대미관계에 상당한 위기의식을 보여주며 국제관계의 핵심적인 방향은 미국과의 장기적인 대립을 정면돌파하기 위해 자력갱생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제5차 전원회의의 핵심 키워드로 ‘정면돌파전’과 ‘새로운 전략무기’로 정리했다. 특히 정면돌파전이라는 단어는 23번이나 언급됐다.

김 교수는 “북한이 이야기해온 새로운 길이란 외교군사적 측면이 아닌 제재압박을 무력화시키고 사회주의 건설의 새로운 활로를 열기 위한 ‘정면돌파전’으로 이해해야 한다”며 “‘정면돌파전’은 새로운 길이라기보다는 이제는 미국을 통한 지름길에 한 눈 팔지 않고 자신들의 로드맵대로 정도를 가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황 교수도 “대미관계와 핵문제가 주요한 이슈였던 이번 전원회의에서 ‘정면돌파전’을 강조한 것은 현재의 위기상황을 말 그대로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판단된다”며 “미국과의 단기적인 위기고조보다는 장기적인 대립을 준비하며 자력갱생을 통해 제재를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이해된다”고 했다.

북한이 정면돌파전을 내건 배경에는 지난해 2월 하노이 회담 결렬이 트라우마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또한 제재 압박 속에서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하노이 북미협상 결렬은 북한으로 하여금 2018년부터 이어온 북미대화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 잘못된 길이었음을 깨닫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며 “남측 중재에 대한 과도한 믿음에서 시작된 외도로 김정은 위원장은 하노이 트라우마를 경험하고 통치력에도 상당한 데미지를 입어 남측을 불신하게 됐다”고 했다.

김 교수는 “장기전이 될 ‘정면돌파전’을 위해서는 각 방면에서 내부적인 힘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역시 기본전선은 경제전선임을 재확인하면서 자력갱생을 9번이나 강조했다”며 “경제사업체계와 질서 정돈, 내각의 통일적 지도와 지휘 보장 등 경제토대의 재정비를 강조하고 있어 북한경제에 어떠한 변화가 있을지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핵경제 병진노선’ 회귀 아냐…자력갱생 통해 정면돌파하겠다는 것”

제5차 전원회의에서 ‘새로운 전략무기’를 언급한 만큼, 북한이 과거의 병진노선이나 군사안보적 강경책으로 회귀한 것이 아니냐는 일각의 해석에 대해서는 의문을 드러냈다.

김 교수는 “북미관계에 대한 평가를 제외하고는 남북관계를 포함해 대외관계에 대한 향후 방향 및 과업 제시가 없는 것은 그만큼 북한이 2020년엔 경제발전 등 내부 문제 해결에 노력을 집중하려는 의도”라며 “결국 새로운 길인 ‘정면돌파전’은 미국과의 장기적인 대립과 제재국면 속에서 적극적이고 공세적인 정치외교와 군사적 자위력을 바탕으로 자력갱생, 자력강화의 경제총력집중노선을 포기하지 않고 추진해 나가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누구든 북한을 상대로 무력을 사용하지 못하게 할 군사력을 강화해 나가는 것이 국방건설목표라고 언급하면서 전략무기개발을 지속할 것을 천명했다”며 “지난 12월 동창리 엔진시험장에서 실시한 엔진 시험과 연관된 고체엔진 ICBM, 다탄두 ICBM 등을 생각해볼 수 있고, 전략미사일 탑재 신형잠수함 등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황 교수는 북한이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폐기를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핵 협상과 관련해 미국의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황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은 대체로 자력갱생을 강조했지만, ‘충격적인 실제행동’을 경고하기도 했다”며 “우선적으로 외교전선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미국이 약속(싱가포르 회담)과 달리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중단하지 않음을 비판하면서 핵실험과 ICBM 실험 중단을 재고할 것을 암시했다”고 했다.

황 교수는 제5차 전원회의가 최근 신년사와 비교해봤을 때 우려했던 만큼 강력한 내용은 아니지만, 2018년, 2019년도 신년사에 비해선 좀 더 공세적인 내용이 담겼다고 했다. 황 교수는 “일부 언론에서 실질적인 ‘경제 핵 병진 회귀’라고 평가하고 있는데, 이것은 잘못된 해석이라고 판단된다”며 “전원회의 이후의 북한 국가전략이 ‘핵경제 병진노선’으로의 회귀가 아닌 핵능력을 유지한 상태에서 자력갱생을 통해 국제사회의 제재를 극복하는 ‘정면돌파전’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남북관계 새 판 짜야…선제적 논의ㆍ위기관리 능력 필요”

이번 제5차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은 북한의 ‘의도적 무시’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서 합의 도출 실패로 북한의 한국에 대한 신뢰가 상당부분 훼손되었고 그 결과 우리의 바람과는 달리 남북관계가 북미관계의 종속변수로 다시금 전락했다”며 “남북관계는 2018년 맺은 남북 간 합의의 이행을 두고도 북한의 자위력 확보 노력과 한국의 한미관계의 경직성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면서 접점을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남ㆍ북ㆍ미 3자 모두 내부의 정치적 변수가 다양해 향후 한반도 정세를 긍정적으로 낙관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북미관계 진전을 기대하며 남북관계는 총선 이후를 기대하는 것은 전략적이지 못하고 한반도 문제에 있어 주도권을 상실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며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지 않으면서 적절한 긴장 하에 북미관계를 현상유지하면서 ‘정면돌파전’을 가게 된다면, 한국에게는 남북관계와 한미관계에서 선택을 강요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에게는 남북관계의 새 판을 짜야한다고 주문했다. 김 교수는 “북미대화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이제 남북관계와 한미관계의 연결고리를 우리 스스로 과감하게 끊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며 “북미관계에 연동되어 있고 상호주의에 갇힌 현 남북관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새로운 개념 정립과 한미 간의 갈등 요소와 남남갈등을 선제적 논의를 통해 ‘제한된 손상’으로 유도함은 물론 바른 회복력을 보일 수 있도록 갈등 및 위기관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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