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의소리 이완배 기자
이완배 민중의소리 기자

[이완배 민중의소리 기자]

중요한 사실부터 하나 확인하자. 우리는 박근혜-이재용 뇌물 사건에서 삼성과 이재용을 모두 나쁜 놈들이라고 간단히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우리의 상식과 달리 법리적으로 삼성과 이재용은 완전히 분리돼 있다. 201736일 박영수 특별검사가 발표한 최종 수사결과 보도자료의 일부를 살펴보자.

피고인 이재용, 최지성, 장충기는 공모하여 (중략)업무상 보관하던 피해자 삼성전자의 자금 762800만 원, 피해자 삼성화재의 자금 54억 원, 피해자 삼성물산의 자금 15억 원, 피해자 삼성생명의 자금 55억 원, 피해자 제일기획의 자금 10억 원, 피해자 에스원의 자금 10억 원 등 합계 2202800만 원을 영재센터에 후원금 명목으로, 미르재단, 케이스포츠 재단에 출연금 명목으로 각각 지급함으로써 횡령.

이 자료에서 눈여겨봐야 할 단어는 반복돼 등장하는 피해자라는 단어다. 피해자 삼성화재, 피해자 삼성물산, 피해자 삼성생명, 피해자 제일기획, 피해자 에스원. 이들이 바로 이 사건의 피해자들이다.

그렇다면 가해자는 누구인가? 당연히 피고인으로 지칭된 이재용(과 최지성, 장충기 등 그 일당)이다. 삼성이 총력을 동원해 이재용을 보호해서 그렇지, 사실 삼성은 이재용으로부터 막대한 피해를 입은 피해자다.

이 말은 지금 돈을 뜯긴 피해자가 가해자를 보호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심지어 특검 발표 이후 삼성은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특검의 발표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적극적으로 해명까지 했다. 도둑질을 당한 피해자가 도둑놈을 옹호하는 셈인데 이 정도면 거의 연말 코미디 대상감이다. 이게 바로 인질들이 연민을 느껴 테러리스트를 오히려 옹호한다는 스톡홀름 증후군이라는 건가?

피해자가 가해자를 보호하는 이 황당한 상황

이 황당한 상황이야말로 한국 기업들이 누구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가를 여실히 드러내 준다. 한국 재벌 오너들은 거의 습관적으로 기업을 자신의 사유물로 생각했다. 김용철 변호사가 쓴 책 삼성을 생각한다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이건희 일가는 유럽 귀족 흉내를 몹시도 내고 싶어 했다. 이걸 굳이 규제할 근거는 없다. 다만 조건이 있다. 개인적인 사치는 개인 돈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건희의 생일잔치는 공식행사를 빙자하여 공식비용으로 치러진다. 이들은 개인적인 파티에 회사 돈을 쓰는 것에 대해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다."

이건희의 생일이 삼성의 공식행사인 이 봉건적 집단은 이 짓이 왜 부끄러운 일인지 알지 못한다. 기업의 이익이 이재용 일가의 이익과 일치하도록 돼 있는 엉망진창의 기업 구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삼성SDS가 그룹의 집중적인 일감 몰아주기로 성장했다는 사실은 삼성그룹이 이재용 개인의 이익을 위해 기업의 이익을 희생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IT 서비스 회사인 삼성SDS는 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비중이 매출의 70%에 육박한다. 만약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보다 나은 IT 서비스를 받고자 했다면 삼성SDS가 아니라 경쟁을 통해 더 싸고 더 품질 좋은 회사를 선택하는 것이 상식이다.

하지만 삼성SDS의 최대주주는 이재용이었고, 삼성의 모든 계열사들은 이재용의 재산을 불려주기 위해 삼성SDS에 일감을 몰아줬다. 그래서 이재용은 단돈 160억 원을 투자해 그 재산을 3조 원으로 불렸다.

이번 사건도 마찬가지다. 삼성은 법무팀과 홍보팀을 총동원해 이재용의 구속을 막기 위해 사력을 다해 왔다. 수억~수십 억 원의 연봉을 받는 법무팀 직원들의 임금은 모두 회사가 대는 것이다. 그런데 그 돈이 회사 돈을 횡령한 가해자를 구제하기 위해 사용된다. 기업의 존재 이유가 오로지 오너 한 사람의 이익만을 추구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반증이다.

도둑놈을 몰아내야 집안이 평안하다

상식을 동원해 생각해보자. 벌써 몇 차례나 집을 털어간 도둑놈이 있다. 그리고 이 도둑놈은 여전히 호시탐탐 우리집 재산을 노린다. 도둑놈을 몰아내는 것이 상식인가? 도둑놈을 보호하는 것이 상식인가?

당연히 도둑놈을 몰아내야 집안이 평안하다. 그래서 피해자 삼성이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가해자 이재용을 즉각 그룹에서 몰아내고 그의 죄를 묻는 것이다. 그래야 삼성의 앞날이 평안해진다. 이재용은 삼성의 구원자가 아니라 삼성의 파괴자라는 이야기다.

혹시 이재용의 경영 능력이 너무 뛰어나서 이재용이 삼성에 필요하다는 헛소리는 정중히 사양하겠다. 이재용은 20005월 삼성의 인터넷 사업 지주회사격인 e삼성을 세우고 지분 60%를 취득해 인터넷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게 이재용의 경영 데뷔전이었다.

이후 이재용은 e삼성인터내셔널, cgl.com, 뱅크풀 등을 잇달아 설립하고 야심차게 인터넷 사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이재용은 보기 좋게 이 사업을 말아먹었고 삼성은 큰 손실을 입고 인터넷 사업에서 손을 뗐다.

이 역시 이재용이 가해자, 삼성이 피해자였던 사건이었다. 이재용은 자신이 3세 승계 자격이 있음을 인터넷 사업으로 입증해 보이려 했지만, 애먼 삼성 계열사들에게 막대한 손실만을 끼쳤다.

이재용은 경영 능력 측면에서 정말로 아무 것도 보여준 게 없다. 아버지 이건희가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후 이재용이 가장 애착을 가진 사업은 바이오였다. 하지만 지금 바이오의 모습을 보라. 사업이 잘 되고 안 되고를 떠나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남긴 족적은 분식회계라는 상처뿐이다.

게다가 이재용이 없을 때 삼성의 경영이 더 나아졌다는 명백한 증거도 있다. 이재용은 2017217일 구속됐는데 이후 삼성전자 주가는 9개월 만에 52%나 급등했다. 이 주가가 삼성전자의 역사적 최고점이었다.

그런데 이듬해 이재용이 집행유예로 풀려나자, 삼성전자 주가는 16개월 동안 10%나 하락했다. 경영자가 감옥에 가면 기업 주가가 급등하고, 풀려나면 급락한다. 이 정도 경영자라면 없는 게 훨씬 낫지 않겠나?

예언자 아모스는 오직 정의를 물 같이, 공의를 마르지 않는 강 같이 흐르게 할지어다라는 하나님의 뜻을 민중들에게 정했다.

하나님은 오직 돈을 물같이, 이재용을 마르지 않는 강같이 흐르게 하라라고 말씀하지 않으셨다. 정의를 물 같이, 공의를 마르지 않는 강 같이 흐르게 하라고 분명히 말씀하셨다.

그래서 우리는 단호히 외쳐야 한다. 이재용을 구속해 정의가 물 같이, 공의가 마르지 않는 강 같이 흐르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이다. 그게 정의이자 공의이며, 그게 가해자 이재용으로부터 세계적 기업 삼성을 지키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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