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 "윤석열 앞세워 문재인 체포하자"

전광훈 씨가 11일 광화문광장에서 반정부 집회를 열고, “3.1절 전날인 2월 29일 주말 집회까지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앞세워 문재인을 체포해야 한다”고 소리치고 있다. (사진=평화나무)

[평화나무 권지연 기자] 전광훈(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씨가 유일하게 칭송해 마다않는 인물이 있다. 바로 윤석열 검찰총장이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우파정당은 물론, 조선·중앙·동아 등의 언론에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던 전 씨지만, 윤석열 검찰총장에게는 늘 우호적이다. 

전 씨는 11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반정부 집회에서 “3.1절 전날인 2월 29일 주말 집회까지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앞세워 문재인을 체포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윤석열 총장을 지켜내야 한다”고 외쳤다. 이날 무대에는 '만악의 근원 문재인 주범을 탄핵하자'는 현수막이 설치됐다. 

전 씨는 이날 현장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연설과 윤 총장의 신년 연설을 차례로 송출한 후,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연설은 "김정은의 것을 대독한 것"이라고 억지 주장을 펼치더니, 윤 총장의 연설을 두고는 “이것이 바로 연설”이라며 추어올렸다. 

전 씨는 지난 2일 법원의 영장심사를 앞두고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이해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11일 광화문 광장에는 이순신동상 아래로 태극기와 성조기가 섞여 휘날리고 있다. (사진=평화나무)
11일 광화문 광장에 등장한 대형 현수막에는 '추미애는 망나니춤을 접고 자결하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사진=평화나무)

그러나 전 씨에겐 윤 총장을 제외한 그 누구도 다 믿을 수 없는 경계대상처럼 보인다. 

그는 이날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우파 정당에게는 경고 내지는 부탁한다”며 “머뭇거리지 말고 황교안(자유한국당) 대표를 중심으로 통폐합하라. 직무유기하면 좌시하지 않겠다. 혁명의 이름으로 선거를 보이콧할 수도 있다”고 말했고, “여당은 주사파를 처단하라”고 주문했다. 

대형교회 목사들에게는 집회 동참을 요청했다. 전 씨는 “복음주의협의회 소속 여러 목사들이 시국선언문을 발표한 것에 감사한다”며 “지금까지 중간에서 왔다갔다하던 이영훈 목사가 시국선언에 동참한 것도 감사한다. 다음 주에 (광화문 집회에) 나와라”라고 했다.

그러나 한국복음주의협의회(한복협) 이름으로 10일 발표된 시국선언문의 내용은 전 씨가 현 정부를 음해 수준으로 몰아가는 것과는 결이 다르다. 한복협 명예회장인 김명혁 목사도 10일 <평화나무>를 통해 “시국선언문은 문 정부를 공격하기 위한 용도가 아니다”라고 밝혔고, 선언문 내용을 날조하다시피 한 조선일보도 10일 오전 10시께 자사 인터넷 기사 내용을 수정했다. 

복수의 교계 관계자에 따르면, 전 씨는 이영훈 ·소강석 목사 등이 자신과 함께 광장에 나와 소리쳐주지 않는 것에 서운함을 드러내 왔다고 한다. 전 씨가 집회 때마다 특정 목사의 이름을 거론하며 광장집회 참여를 요청하는 것은 생떼 수준의 압박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이날 코미디언 출신 신소걸 목사에 따르면 임마누엘 수양관(금산) 이수영 원장이 전 씨에게 1천만원을 전달했다. 이 원장은 매주 버스를 대절해 지역 성도들과 광화문 집회를 찾고 있다고 소개되기도 했다. 

이에 전 씨는 “전국 3천개 기도원 원장들도 (임마누엘수양관 원장처럼) 매주 버스 한 대씩을 대절해 성도를 모아 집회에 참석하라”고 주문했다. 

전 씨의 이날 발언도 앞 뒤 문맥이 맞지 않는 횡설수설이 많았다. 

전 씨는 대회사에서 “우리 대한민국은 이승만 대통령의 설계도를 잘 배웠기 때문에 그 설계대로 박정희 대통령이 시공을 잘 해서 세운 나라”라며 “모든 분야에서 세계를 제패하고 있다. 지난주에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삼성, 엘지, SK 기업들이 라스베가스에 가서 세계 신기술에 대해 폭풍탄을 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너무 놀라서 백악관 직원들에게 비행기 타고 라스베가스에 가서 한국 제품을 구경하고 오라 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골프 선수들이 (골프 공을) 쳤다 하면 세계를 제패하고 있다. 손흥민이 유럽을 축구로 폭격하고 있다. 세계 50대 교회가 모두 대한민국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잘 나가는 대한민국에 문재인 강도 한 마리가 나타났다”고 했다. 그는 "이 놈(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주에도 신년사를 했는데 이것은 김정은의 연설을 대독한 것"이라고 억지를 부리더니, "경제가 잘 되고 있다고? 이것이 대통령의 신년 연설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 쳐내야 한다"고 했다. 

현장에서 송출한 문 대통령의 신년 연설은 아래와 같다. 

"4.19혁명 60주년과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3년 전 촛불을 들어 민주공화국을 지켜냈던 정신을 계승해야 합니다. 우리 정부는 과감한 변화를 선택했습니다. 경제와 사회구조의 근본적 변화와 개혁으로 우리 사회에 만연한 반칙과 특권을 청산하고 불평등과 양극화를 극복하기 위해 흔들림 없이 노력해 왔습니다. 국민여러분, 2020년은 나와 이웃의 삶이 고르게 나아지고 경제가 힘차게 움직이는 도약하는 해가 될 것입니다" 

 

가짜뉴스 유튜브 중독된 대책 없는 원로들 

전 씨의 발언에 앞서 나영수 목사(부산 예평교회)는 “오늘아침 새벽 6시에 출발해 부산에서 버스 10대가 올라왔다”고 밝혔다. 나 목사는 “지난해 10월 3일에는 60대가 올라왔다. 오는 2월 29일 집회에는 100대가 올라올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대구와 부산 집회 일정을 소개하며, 부산 수영로교회 정필도 원로목사와 호산나교회 최홍준 원로목사가 부산지역 상임대회장으로 나섰다고 밝혔다. 

정 원로목사와 최 원로목사는 지난해 12월 5일 부산에서 열린 ‘전광훈 목사 초청 교계 지도자 구국기도회’에 참석해 전 씨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뒤늦게 전 씨가 지난해 10월 22일 내뱉은 신성모독 발언이 알려지면서 애매하게 선 긋기를 하기도 했다. 

앞서 최홍준 목사는 <평화나무>와의 통화에서 “(전광훈의) 발언을 다 들어보지 못해서 뭐라고 단정짓기를 어렵지만, ‘하나님 까불면 나한테 죽어’라고 한 것은 신성모독이 맞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 씨의 시국관에는 동의한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주사파라는 전 씨의 주장에 동의한다는 것이다. <평화나무>가 재차 ‘근거를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느냐’라고 물었더니, “유튜브”라고 답했다. 

정필도 목사와는 직접 연락이 닿지 않았다. 대신 수영로교회 관계자는 “정필도 목사님은 (전광훈을) 지지한 것이 아니라, 행사에 참석했을 뿐”이라며 선을 그었다. 

정필도 원로목사와 최홍준 원로목사가 부산지역 상임대회장을 맡았다는 것은, 전 씨의 막말과 신성모독 발언에 잠시나마 난처한 듯 보였던 부산지역 대표 원로 목사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전 씨를 돕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편 김진홍 목사(두레교회)는 이날 집회에도 참석해 전 씨를 노골적으로 지지하고 나섰다. 

김 목사는 전 씨의 신성모독 발언에도 ‘전광훈을 이 시대 사사’로 추어올리더니, 지난 주에 이어 이날 집회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김 목사는 “황 대표 중심으로 보수통합 운동이 일어난다고 해서 기도하고 있다”고 했다. 김 목사는 또 독일처럼 민주적 통일을 하기 위해서는 한미동맹이 중요하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영부인과 가만히 바둑을 두든지 가만히 있으면 좋겠다. 나라가 잘 되려면 미국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섯 시간 넘게 진행된 집회 내내 소음기준(80㏈ 이하)을 초과했으나, 속수무책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계속 소음기준을 지켜 달라고 경고를 하는데도 소용 없다”며 난처해했다. 인근 시티투어버스 매표소 관계자는 “본인들은 애국이라고 하는데, 손님들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손님들에게 너무 미안하다”고 말했다. 

11일 서울시티투어버스 손님들을 위한 대기소 모습 (사진=평화나무)
11일 서울시티투어버스 매표소 모습 (사진=평화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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