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온단체’ 규정당한 시민단체들, “삼성, 불법 사찰 일삼아온 비열한 행태 지탄받아야”

(사진=연합뉴스 제공)

[평화나무 김준수 기자] 시민단체들이 16일 오전 서울 강남 삼성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특정 시민단체들을 ‘불온단체’로 규정하고 자사 임직원의 기부금내역 정보를 불법 수집, 감시한 삼성을 규탄했다.

지난달 25일 한겨레는 삼성이 진보성향 시민단체와 정당, 교회 등을 ‘불온단체’로 규정하고 기부금 공제 내역을 통해 임직원들을 불법 사찰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사실은 삼성 노조 탄압 사건 수사 및 판결 과정에서 알려졌다. 삼성은 민족문제연구소, 한국여성민우회, 환경운동연합,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향린교회 등을 비롯한 11개 시민단체와 정당, 교회를 ‘불온단체’로 분류했다.

시민단체들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노동자에 대한 불법 사찰과 노조를 파괴하려는 조직적 시도가 그룹 차원에서 있었음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우리는 헌법에 보장된 개인의 정치적 자유와 노조 결성의 자유를 명백히 침해한 반사회적이고 반인권적인 행태에 경악하고 분노한다”며 “삼성은 소위 ‘글로벌 일류기업’이라 일컬어지면서도 노동자의 기본권을 무시하고 최소한의 윤리와 사회적 책무를 저버린 것”이라고 했다.

이어 “불법 사찰은 개인의 다양한 생각과 말하기를 억압하고 위축시키는 심각한 반민주적 행위이다. 기업의 입맛에 맞지 않는 노동자를 솎아내고 통제하려는 구시대적인 발상과 의도야말로 ‘불온’ 그 자체”라며 “노동자는 기업이 구축한 체계를 일방적으로 따라야만 하는 존재가 아니다. 더 나은 노동조건을 지향하고 요구할 권리가 있다. 이를 함께 고민하고 조성해 나가는 것이 기업의 역할이다. 삼성은 부끄러움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글로벌 기업이라는 대외적 이미지 뒤에서 비노조 경영 방침을 고수하며 불법 사찰과 노조 무력화를 일삼아온 비열하고 위선적인 행태는 전사회적으로 지탄받아야 한다”며 “삼성은 사람에 대한 존중과 철학, 노동자의 기본권에 대한 가치와 이해를 정립하는 것부터 시작하라. 글로벌 기업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는 그 위선과 반인권적인 행태에 대해 강력히 규탄한다”고 했다.

 

기장 “삼성, 진정한 사죄와 재발 방지 대책을 세워야”

이에 앞서 향린교회가 소속된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장 육순종 목사, 이하 기장)도 지난 12일 삼성을 규탄하는 ‘삼성의 불온, 종북좌파 블랙리스트와 불법 사찰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기장은 입장문에서 “자의적이고 신빙성 없는 이념의 낡은 틀로 민주 사회를 지향하는 시민단체들과 종교 단체, 특히 한국기독교장로회 소속 향린교회를 불온 단체로 지정하여 사찰과 감시를 지속해 온 일은 지탄받아 마땅하며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범죄”라며 “자본 권력으로 시민사회를 통제할 수 있다는 욕망을 끝내 버리지 못한 습성은 촛불 혁명으로 더욱 성숙해진 우리의 시민 의식을 간과하는 오만”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경제 권력으로 건전한 민주 시민사회의 정치적 자유와 양심의자유, 신앙의자유를 침해한 사태에 대해 모든 국민 앞에 엄중히 사죄해야 한다. 한국기독교장로회와 향린교회를 ‘불온, 종북 좌파’ 리스트로 매도한 행위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를 해야 한다”며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는 삼성이 진정한 사죄와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고 이해할 만한 조치를 취할 때까지 교단 차원에서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 다시 한 번 삼성이 글로벌 초일류 기업답게 바로 서기를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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