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말기적 증상...감춰진 실체 만천하에 드러난 계기"

전광훈 씨가 16일 화성 라비돌리조트에서 열린 한 집회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너알아TV 영상 갈무리)
전광훈 씨가 16일 화성 라비돌리조트에서 열린 한 집회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너알아TV 영상 갈무리)

[평화나무 권지연 기자] 반정부 집회를 이끌며 연일 논란의 중심에 서고 있는 전광훈 씨가 정상적인 학력과 목사 안수 과정을 밟지 않았다는 의혹이 일면서 목사의 자격론까지 불거지는 모습이다. 

 

전광훈 학력 및 목사 안수...

1983년 전도사로 담임목회 시작(과거 언론 기사 및 이력서 기록 등)▷1984년 무인가 신학교 졸업 가능성▷【1986년(발급증) 또는 1987년(교회홈페이지) 대신개혁 교단 목사 안수 '주장'】▷1999년-2000년 안양대학교 신학대학원 편목과정 '주장' 

<평화나무>가 추적한 바에 따르면, 전 씨는 최소 자신이 총회장까지 지낸 대한예수교장로회 대신총회에서 목사 안수를 받은 흔적이 없다. 다만, 대한신학교 설립자인 김치선 박사의 아들 김세창 박사가 재정문제를 일으켜 학교를 김영실 교장의 손에 넘겨준 후 설립한 대신개혁 총회에서 목사안수증을 발급받은 흔적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전 씨가 2004년 목사 안수증을 발급받은 대신개혁 교단의 총회장은 김상묵 목사였다. 김 목사가 “나는 이름만 빌려주었을 뿐, 총회장실에 앉았던 기억도, 일을 했던 기억도 없다”고 말한 것으로 보아 대신개혁은 그야말로 이름뿐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전 씨가 대신개혁에서 목사안수증을 발급받았다고 해서 목사 안수를 받은 것이 증명되는 것도 아니다. 그가 누구에게 목사 안수를 받았는지 알려진 바가 없다. 또 전 씨가 발급받은 목사안수증에는 통상적으로 기재되어야 할 목사안수위원의 이름이 단 한 명도 적혀 있지 않다. 심지어 목사안수증에 기재된 목사안수 일자(1986년10월14일)와 교회 홈페이지에 기록된 목사안수 일자(1987년6월7일)가 다르다. 

전 씨는 또 안양대학교의 전신인 대한신학교 즉, 대신교단 산하의 신학교에서 졸업하지 않았다. 전 씨가 졸업했다는 당산동 소재 신학교(김세창 박사 설립)는 영신교회(황원석 목사)에서 운영되고 있었다. 이곳은 무인가 신학교로 학위가 인정되지 않던 곳이다. 따라서 안양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공부했다는 전 씨의 주장은 성립이 힘들어 보인다. 

교육부는 난립하는 무인가 신학교의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학위가 인정되지 않는데도 ‘학교’라는 명칭을 쓰거나 마치 학위를 주는 것처럼 가장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 

단, 목사 안수는 교단이 자체적으로 인정하는 것이어서 기준없이 남발하더라도 법적으로 제재할 방법이 없다. 전 씨가 지난해 소속교단으로부터 제명ㆍ면직되긴 했으나, 스스로 대신복원 교단을 설립해 스스로 목사로서의 생명력을 이어갈 수 있는 것도 이때문이다. 한국교회의 허술한 기준을 틈 타, 전광훈은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연임을 확실시하고 있다. 

그러니 전 씨가 무인가 신학교를 나와 정체불명의 목사안수를 받고, 스스로 교단을 만들어 목사라 주장하는 것이 씁쓸하더라도 목사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전 씨를 목사로 인정하는 것은 한국 개신교가 회복되는 것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국교회의 현실이 그러하니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자포자기 할 것이 아니라, 한국교회가 그간 목사 안수를 남발한 폐해의 대표격이 전광훈이란 인물이라는 점에 각성하고, 이제라도 그 기준을 세워 자정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상식이란 것이다. 

 

전광훈에게 '목사' 호칭, 이대로 괜찮나?

양희삼 목사(카타콤 대표)는 “(전광훈을 목사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것은) 매우 부끄러운 일이며 패거리 문화에 지나지 않는다”고 일침을 가했다. 

양 목사는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에게 면허증을 줄 때도 대충 몇 개월 만에 주는 경우가 있느냐. 하물며 사람의 영혼을 다루는 목사의 자격을 논하는데, 워낙 자격이 안 되는 목사가 많으니 용인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한국교회 수준을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내 주변에도 군소신학교 출신 목사들이 있다. 그런 분들이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봉사하면서 목사라는 타이틀로 사역하는 것을 존중한다”면서도 “그러나 전광훈은 한국교회 대표를 자처하고 있다. 그렇다면 적어도 일반적으로 누구나 납득할 만한 수준의 자격과 소양을 갖추는 것이 상식”이라고 말했다. 

양 목사는 “유럽에서 신학은 인류 학문 중 최고로 권위 있는 학문으로 여긴다”면서 “또 한글 성경에는 목사란 호칭이 한두번 정도 언급되는데, 목사란 장로 중 가르치는 장로로서, 선생의 역할을 하는 사람을 말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가르치는 자가 제대로 된 교육도 받지 않고, 동생이 대신 출석했다는 발언을 자랑처럼 말하는 것은 그야말로 부끄러운 일”이라며 “그런 전광훈에게 ‘목사’란 호칭을 인정해 주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주장했다. 

양 목사는 목사의 자질 중 가장 중요한 덕목은 “하나님의 마음을 잘 아는 것”이라며 “하나님의 사랑과 그 사랑을 전제로 한 공의를 실천해야 하는데, 전광훈은 공의가 무엇인지는 알지도 못하거니와 사랑은 혐오로 바꿔놓고 있다. 누구도 용납하기 어려운 혐오를 조장해 예수를 땅에 처박아 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헌주 목사(교회개혁실천연대 사무국장)도 “전광훈은 그 어떤 기준으로도 목사란 호칭에 부적합하다”고 단호히 말했다. 

이 목사는 “정규과정을 밟았다고 해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학력만을 가지고 목사의 자격을 논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는 “오히려 시민사회 안에서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지켜야 할 도덕과 윤리적인 면을 따지고, 성도라고 불릴 때 나름의 보이지 않는 윤리와 도덕적인 기준을 갖는 것처럼, 목사는 더 높은 도덕적, 윤리적 기준을 본의아니게 지니게 된다. 그 기준을 따라 많은 사람에게 본이 되고 갖춰야 할 깨끗한 리더십이 그에게 있는가를 따져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기준으로 따져 물었을 때, 전광훈 씨는 목사는 고사하고 성도란 호칭을 붙이기에도 부적합하다”고 지적했다. 

이 목사는 “전광훈에게 자꾸 목사란 호칭을 붙이다 보니 일이 더 복잡해진다”며 “한 사회의 시민으로서 지금과 같은 일을 벌였을 때 좌시할 수 있느냐로 접근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언론부터 전광훈을 목사로 호칭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배덕만 교수(기독연구원느헤미야)는 “개인적으로 전광훈을 목사로 인정하기는 불편하다”면서 “그런데 전광훈을 목사로 인정하느냐 인정하지 않느냐를 넘어서 현재의 개신교를 종교로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까지 이르렀다”고 했다. 

그는 "전광훈만 희귀하게 나온 것이 아니다"라면서 "목회자가 너무나 쉽게 될 수 있고, 목회자가 되기 위한 특정 이상의 기준이 필요한데, 그 기준에 부합하지 못한 목회자가 너무 많이 배출되어 버렸다"고 한탄했다. 

정상적인 과정을 밟아 목사가 된 이들 중에서도 세습, 성범죄 등으로 도저히 목사라고 볼 수 없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은 것이 한국교회의 현실이란 것이다. 아울러 학위와 목사 안수 등에서 의혹이 일고 있는 전광훈 씨를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이 되기까지 협조하고, 뒤에서 후원한 한국 보수개신교 그룹이 존재하는 까닭이다. 

배 교수는 전광훈으로 대두되는 현 상황을 “한국개신교의 말기적 증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무척 불행한 현상이지만 그동안 감춰져 있던 실체가 전광훈으로 인해 백일하에 드러나는 계기가 됐다”며 “환부가 떨어져나가는 고통은 크겠으나 이러한 선동에 휩쓸려가지 않고, 한국교회가 한국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며, 어떻게 서야 할지를 고민하며 자각하는 사람들을 통해 새로워지는 갱신의 단계가 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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