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단체들, 동물복지는 뒷전, 세금문제로 정치적 공방 가열 안타까워

(사진=연합뉴스)

[평화나무 권지연 기자] 정부의 반려동물 보유세 검토 방안으로 찬반 의견이 격돌한다는 언론 보도가 쏟아져나오면서 동물복지 강화를 위한 정책 방향성의 본래 취지는 묻히는 모습이다. 동물단체들은 동물복지 5개년 계획에서 주요 쟁점도 아닌 세금 문제만 부각돼 정치적 공방으로 흐르면서 본질이 흐려졌다는 점에 우려를 표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4일 <2020-2024년 동물복지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사람과 동물이 공존하는 성숙한 사회로 가는 로드맵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향후 5년간 동물보호와 복지를 향상시키기 위한 6대 분야 26가지 과제를 제시한 것이다. 

여기에는 ▲동물보호·복지 인식개선을 위한 의무교육 확대와 개 물림 사고 예방체계 구축, 동물학대 행위 범위 확대와 처벌강화, 동물 등록제 개선과 활성화 ▲반려동물 영업 관리 강화를 위한 반려동물 생산·유통환경개선, 불법 영업근절, 반려동물 이력 관리 강화, 반려동물 관련 서비스 품질 개선 ▲유기·피학대동물 보호 수준 제고를 위한 사설보호소 관리 제도 마련, 지자체 동물보호센터 시설·인력 기준개선, 유기·피학대 동물 구조체계 개선, 재난 발생대응 역량 강화 ▲농장 동물의 복지 개선을 위한 사육단계 동물복지 기준개선, 운송·도살단계 동물복지 기준 구체화, 축산농가 동물복지 의무교육확대와 점검 강화, 동물복지축산 인증 고도화, 말·축제이용 동물복지 가이드라인 마련 ▲동물실험 윤리성 제고를 위한 동물실험윤리위원회 심의와 감독 기능 강화, 동물실험시행기관 준수사항·처벌강화, 사역 동물 실험관리 개선, 윤리적 동물실험 정보보급체계 구축 ▲동물보호·복지거버넌스 확립 위한 동물복지위원회 정책 심의기능 강화, 동물보호·복지 R&D 기획단 운영, 동물보호·복지 통계·실태조사 개선, 지자체 동물보호·복지정책추진 동력개선, 동물보호·복지 전문기관 구축을 골자로 한 내용이 담겼다. 

농림축산식품부가 14일 <2020-2024년 동물복지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사람과 동물이 공존하는 성숙한 사회로 가는 로드맵을 마련했다. (출처=농림축산식품부 보도자료)
농림축산식품부가 14일 <2020-2024년 동물복지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사람과 동물이 공존하는 성숙한 사회로 가는 로드맵을 마련했다. 보유세 관련 내용은 장장 25장짜리 종합계획에서도 가장 마지막 두 줄에서 살펴볼 수 있다.(출처=농림축산식품부 보도자료)

 

보유세 관련 내용은 장장 25장짜리 종합계획에서도 가장 마지막(24P) 두 줄에서 살펴볼 수 있다. 종합계획 6대 방안 중 하나인 동물보호·복지 거버넌스 확립을 위한 다섯 가지 소주제 가운데 하나인 중앙정부·지자체 산하 전문기관 마련 추진을 위한 검토방안에 포함되어 있다. 

이 많은 동물복지 강화 정책 중 언론의 관심은 반려동물 보유세 검토방안에 쏠렸다. 채널A는 17일 <개 키운다고 세금까지 내라고?…보유세 놓고 찬반 논쟁> 제목의 기사의 보도를 내고 “부부끼리도 의견이 갈리는 문제”라며 시민 의견을 청취했고 뉴스1은 같은 날 <"대다수 국민은 반려동물이 가족…정부가 펫산업 말살" 업계 반발> 기사에서 “대다수 사람들은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여기며 잘 키우고 있는데 일부 유기동물에만 초점을 맞춰 관련 산업을 과하게 규제한다는 이유로 반발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출처=네이버)

 

이런 분위기 속에 <반려동물 보유세 추진 절대 반대합니다>라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지난 16일 올라온 이 청원에는 22일 현재 1만7천여명이 서명을 마쳤다. 청원에는 <'강아지 세금'?… 반려동물 보유세·부담금 검토(조선일보 2020.1.15.)>기사도 링크됐다. 

 

검토하겠다고 했을 뿐인데, 한국당 “반려동물 세금을 즉각 중단하라”

자유한국당은 정부가 사회적 합의나 장치 없이 무리하게 세금방안부터 내놓았다며 공세를 퍼붓기 시작했다. 조경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17일 입장문을 통해 "무턱대고 세금부터 부과한다면 국민적 조세저항으로 사회적 갈등만 유발할 것"이라며 "사회적 합의 없는 '반려동물 세금'을 즉각 중단하라"고 했고, 같은 날 조선일보는 이를 기사화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 마포다방에서 '국민과 함께하는 2020 희망공약개발단 반려동물 공약 발표회'를 열고, 반려동물 관리기구 마련과 진료비 지원 등을 골자로 한 공약을 발표했다. 

발표한 공약 내용은 ▲반려동물 진료비 표준화 및 세제 혜택 마련 ▲명절 휴가철 반려동물 돌봄 쉼터 지원 강화 ▲반려동물 관리기구 마련과 동물 경찰제 확대 ▲진료비 20만원 지원 및 유기견 보호 기간 최소 30일로 연장 ▲반려동물 공적보험 추진 등이다. 

김재원 정책위 의장은 이날 "최근 농림식품부는 2020년부터 2024년까지 동물복지 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반려동물 보유세를 설치한다고 했다"며 "우리나라의 반려동물 제도나 정책이 미비한 상황에서 세금만 부과하는 것은 주객전도"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반려동물 보유세 부과 방안에 반대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반려견 동반카페 마포다방에서 열린 ''2020 희망공약개발단 반려동물 공약' 발표에서 강아지를 안고 있다. 2020.1.21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자유한국당의 공세는 동물복지 강화의 취지와 방향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측면이 크다. 반려동물 관련 세금은 독일, 네덜란드, 싱가폴 등에서 이미 시행 중인 제도다. 언급된 나라들이 앞서 반려동물에 세금을 부과해 온 데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책임감을 느끼게 함으로써 동물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취지가 담겨 있다. 물론 세금 납부에 따른 다양한 사회적 혜택도 따른다. 

예를 들어 독일의 경우 반려인은 반려견을 의무적으로 관계기관에 등록하고, 매년 100유로-120유로(13만원-16만원) 정도의 세금을 내고 있다. 또 반려견의 무게와 크기, 반려동물의 숫자, 견종의 위험한 정도에 따라 세금이 더 높게 책정된다. 걷어 들인 세금은 동물보호경찰관 운영이나 반려동물이 방문하는 공원 관리, 대소변처리 등에 사용되고, 반려견 책임보험제도 등도 마련하고 있다. 

반려동물 보유세 검토방안은 이미 독일과 같은 선진국에 자리 잡은 것처럼, 또 농식품부가 보도자료에 명시했듯 사람과 동물이 공존하는 성숙한 사회로 가기 위한 로드맵의 한 가지 방법으로 제시됐을 뿐이다. 

동물자유연대 최일택 팀장은 “이번 농식품부의 발표는 단순히 세금을 걷겠다는 것이 아니라 반려인들이 책임감 있게 동물을 키우고 적절한 권리를 누리도록 하는 차원”이라며 “그 취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최 팀장은 “반려인들 사이에서는 반려동물을 데리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도 어렵고 외출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반려동물을 키우는데 어차피 들어가는 사회적 비용을 본인들이 내고 적절한 권리를 누리겠다는 목소리가 있어 왔다"며 "세금을 부과한다면 그 목적이 어떻게 설정되는지가 고민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동물병원마다 제각기 받고 있는 진료비 문제도 이해당사자들의 반발에 부딪혀 큰 진전을 이루지 못했을 뿐, 지속적으로 논의되어 온 문제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6월에도 개별 동물병원에서 재량껏 받으면서 불신이 큰 진료비를 공개하는 표준진료제 도입을 통해 소비자의 알 권리를 높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 팀장은 “세금 문제와 동물진료비의 정보 비대칭 문제는 조금 다른 문제이나, 큰 틀에서 볼 때 세금을 부과하게 되면 병원마다 제각기인 동물진료비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동물 보건소를 건립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동물권행동 카라의 김현지 정책팀장은 "'보유세'라는 워딩은 너무 세금을 징수하려는 목적의 느낌만으로 전달될 소지가 있고 반려동물이 재화처럼 취급되는 감이 있어서 수정될 필요는 있는 것 같다"라면서도 "유기동물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견주의 책임의식을 높이는 차원에서라도 반려견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은 오랫동안 동물단체들이 고민이 필요하다고 해왔던 부분"이라고 말했다. 

굳이 보유세가 아니더라도 동물을 구매할 때 가격에 세금을 포함시키는 방법 등 다양한 방식으로 세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것. 문제는 논의가 무르익지도 않은 세금 부과에 대한 이슈만을 언론이 쟁점화 했다는데 있다. 

김 팀장은 "보유세 부분이 정부의 동물복지 5년 계획에서 중점적으로 다뤄진 부분도 아니고 당장 시행되는 것도 아니다. 많은 계획 중 몇 줄 서술되어 있는 것인데 정치적 공방으로 가열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또 한국당이 내놓은 공약과 관련해서는 "선거를 앞두고 각 당에서 이런 저런 공약을 내놓을 것인데, 문제는 진정성인것 같다"며 "한국당에서 공약을 내놓을 때 얼마나 깊이있는 고민을 했는지가 관건인데, 고민의 지점이 돋보이지는 않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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