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에도 막말과 선동으로 채워진 광화문 광장

 전광훈 씨가 설날을 맞은 25일 광화문 광장에서 발언 중이다. (사진=평화나무)

[평화나무 권지연 기자] 전광훈 씨가 설날을 맞은 25일 주말에도 광화문 광장에서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는 정치적 발언을 쏟아냈다. 

명절에 가족도 뒤로한 채 광화문에 모인 참가자들은 지역별 피켓 아래 앉아 나라가 공산화 되는 것을 막겠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자신을 목사라고 소개한 한 여성은 "아이들에게 세배하러 오려거든 나중에 오거나 광화문 광장으로 나오라고 했다”며 “나라가 망하게 생겼는데 설날이 대수냐”고 말했다. 그는 “총선에서 지면 가진 재산을 다 반납하고 배급받으며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가짜뉴스에 단단히 중독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곳곳에 설치된 천막 부스에서는 어김없이 문재인 하야 서명을 받았고, ‘사전 투표를 하지 말라’는 슬로건이 걸렸다. 광장에서 배포한 ‘자유대한’ 신문 1면에는 오는 2월 29일 광화문 광장 집결을 호소하는 글이 실렸고, 2면과 3면에는 김문수 전 지사의 글이, 4면에는 2월 29일 각 지역별 버스 시간표와 담당자들의 연락처가 기재되어 있다. 

 

전광훈 “자유한국당 정신나갔다....김문수 내세워 200석 가자” 

전 씨로부터 이날 비난의 화살을 맞은 사람은 다름 아닌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한국당 소속 국회의원들이다. 전 씨는 이날 자유한국당의 무능함을 지적하며 공격성 발언을 이어갔다. 김문수 전 경기도 지사를 내세워 총선 승리를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분위기로 봐서는 총선을 앞두고 자유한국당과 기독자유당이 서로 경쟁 관계로 돌아설 것이란 예측은 적중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둘 사이 물밑 교류는 계속 이어질 수 있다. 전광훈 씨가 끊임없이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 등 대형교회 목사들의 이름을 거론하며 친밀감을 표시하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보수 대형교회들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제1야당도 손에 쥐고 흔들 수 있다고 믿는 까닭일 것이다. 

전 씨는 “오늘 구정이라서 절반도 안 올 줄 알았다. (그런데) 매번(매주) 토요일과 다를 바 없이 엄청나게 모인 여러분에게 경의를 표한다”면서 “이렇게 전 국민이 광화문에 모이는 중에도 한 집단이 참여하지 않고 있다. 바로 자유한국당이다. 도대체 정신이 나갔다”라며 열을 올렸다. 

이어 “지금 문재인이 (청와대에서) 나오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자유한국당 때문”이라며 “무슨 정치를 이딴 식으로 하나, 작년 연말 한 달 전에 3대 악법을 힘도 한 번 써보지 못하고 넘겨준 자유한국당이 정당이 맞느냐. 우리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이 자리에서 모든 시간을 투자하고 목숨 걸고 나왔는데 도대체 정치한다는 자유 우파 정치인들이 오히려 광화문 우리의 모임을 경쟁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자신들은 자유한국당을 지원해왔건만, 자유한국당이 이제 와 자신들과 뜻을 함께하지 않는다며 볼멘소리를 늘어놓은 것이다. 

전 씨는 자유한국당을 향해 “지금도 공천받아 4년 동안 정치하려고 불량품들이 공천 장사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최근 문재인 대통령에게 영수회담을 제안한 것과 관련해서는 “문재인과 영수회담 하려고? 정신이 나갔다. 어떻게 그렇게 간신배들의 말을 듣고”라며 “황교안 대표님을 개인적으로 잘 알고 신앙도 좋은데, 들을 사람의 말을 들어야지...광화문의 말을 들을지어다”라고 소리쳤다. 

전 씨는 자유한국당을 믿을 수 없으니, 김문수 전 지사를 내세워 4월 15일 총선에서 200석을 만들어가자고 목청을 높였다. 

“돌아오는 총선에서 우리가 이기지 못하면 대한민국은 북한으로 넘어간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럼에도 우리의 대표 선수인 정치인들이 싸움도 한번 제대로 못 해 보고, 광화문 광장에 나와보지도 않은 인간들이 다시 공천받아서 정치한다고 하면 되겠나. 문재인도 문제지만 문재인의 범죄행위를 타격하지 못하고 저지하지 못하는 자유 우파 정치인들은 더 큰 문제다. 그래서 나는 큰 결단을 내렸다. 반드시 이번에 자유한국당이 장난치지 못하도록 철저히 감독해야 한다. 오늘 김문수 지사를 우리의 대표로 모시고 광화문 세력을 정치화시켜서 저 자유한국당이 더이상 장난치지 못하도록 철저히 우리는 앞서가야 할 것이다. 이 광화문 광장에 모이는 30대 40대 젊은 정말로 애국자들, 얼마든지 싸움 잘하는 국회의원 아니라 장관 아니라 대통령도 할 사람들이  여기에 얼마든지 있다. (중략) 우리의 대장 김문수를 앞세워서 반드시 4월 15일 총선에서 우리가 200석을 만들어가지고 문재인을 반드시 끌어 내야 될 것이다. 우리는 준비가 다 되어 있다. 저 자유한국당 지도자들 때문에 우리의 수고가 수포로 돌아가게 생겼는데 나는 오늘 결단을 내렸다. 김문수 전 지사에게 책임을 다 돌리고 이 시간부터 지사님이 자유 우파 국민을 이끌어가셔서 반드시 4월 15일 200석 이상으로 이겨주시기를 바란다. (중략) 지난 연말 3대 악법을 자유한국당이 힘도 한 번 못써보고 넘겨줬다. 다시 그들이 국회로 들어가 봤자 그들이 이길 수 있겠나. 이해됐나? 싹 다 갈아야 한다”

 

자유한국당 못 믿는다는 김문수 속내는? 

김문수 전 경기도 지사가 25일 광화문 광장에서 "4월 15일 대승리를 위해 힘차게 나아가자”고 외치고 있다. (사진=평화나무)

 

전 씨는 청중들에게 김문수 전 지사를 “우리의 호프”라고 소개했다. 이어 “두 손 높이 들고 환영하자”며 김 전 지사를 단상 앞으로 불러냈다. 

전 씨에게서 마이크를 넘겨받은 김문수 전 지사도 자유한국당이 얼마나 기득권 의식으로 가득찬 무능한 집단인지를 주장하는데 상당 시간을 할애했다. 

김 전 지사는 “사회주의 빨갱이라고 하는 이들이 얼마나 대한민국 한강의 기적을 갉아먹는 기생충 집단인 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그런데 주사파들이 집권하는 과정을 보면 촛불 광장이 있다”며 “우리가 태극기를 들고 모여있는 이 광장을 촛불로 뒤덮으면서 인민재판, 마녀사냥을 통해서 죄 없는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함으로써 저들이 집권의 길을 닦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런데 이 촛불집회에 같이 동참하던 그들이 누구냐. 당시 새누리당 많은 국회의원이 탄핵에 동참하면서 죄 없는, 뇌물이라곤 받은 적이 없는 깨끗한 대통령 박근혜를 32년형을 받게 해서 서울구치소에서 설날을 세 번째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재인과 영수회담을 하는 것이 자유한국당 대표가 할 일인가. 이 자리에 나와서 우리와 함께 이 광장에서 주사파 마귀 사탄 악령을 물리치는 데 앞장서야 할 사람이 자유한국당 대표가 되어야 하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김 전 지사는 “자유한국당은 제1당으로써 1년에 300억 이상을 여러분의 혈세로 국고보조를 받고 있다”며 “국회의원들은 1년에 월급만 1억 이상씩 받고 보좌관을 9명씩 두고 온갖 특권을 받는다. 1년에 3억씩 후원금을 모집하는 국회의원들 108명을 가지고 제대로 투쟁하기를 우리는 바라면서 이 국회의원들이 태극기를 들고 싸우는 우리와 함께하기를 외쳤지 않나”라고 한국당을 비판했다. 

또 “자유한국당(의원들)에게 마이크를 드리겠다고 여러 번 물어봐도 안 나온다. 여기 나오면 표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이) 태극기는 너무 과격하다. 태극기는 너무 박근혜만 얘기한다(는 이유를 들었다)”며 “(자유한국당이) 중도까지 확장하는 것은 바람직하고 가야 할 길이나 태극기 광장에서 눈비 맞으며, 바람맞으며 모든 주말을 반납하고 피눈물 흘린 여러분을 빼고 대통합이 가능하겠나”라고 반문했다. 

김 전 지사는 “대한민국 국가 위기에 처해 있다”며 “확실히 싸울 정당이 필요하지 않겠나. 우리 일반 국민은 전부 앞장서서 휴일도 없고 주말도 없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추우나 더우나 싸움을 하는데 자기들은 우리의 혈세로 많은 세비를 타고 많은 보좌관을 거느리면서 문재인하고 밥 먹고 사이좋게 잘 지내고 법안은 법안대로 날치기 당하는 이런 국회의원들을 보고만 있겠나. 우리 광장에서 우리의 뜨거운 애국심으로 태극기 들고, 십자가 들고 우리 모두 힘을 합쳐서 4월 15일 대승리를 위해 힘차게 나아가자”고 소리쳤다. 

전 씨 주도의 반정부 집회 때마다 사회를 맡고있는 손상대 씨(뉴스타운 대표)는 청중들이 전광훈 씨와 김 전 지사가 한 말의 행간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짚고 넘어가야 하겠다는 듯 “전광훈 목사와 김문수 전 지사의 말 무슨 뜻인지 알겠나?”라며 “자유한국당 하는 짓을 보면 떼죽음 당하게 생겼다. 우리 힘으로 주권을 찾고 좌파든 우파든 대한민국 국회의원 300명을 다 갈아야 한다. 이제 완전히 대한민국을 새로 갈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김없이 헌금도 걷었다. 앞서 조나단 목사는 "이 시간은 구경한는 시간이 아니라 드리는 시간이다. 몸과 마음과 시간과 재물, 물질을 드리는 시간이다. 하나님께 드려서 올라가면 주님께서 우리에게 축복을 내려 주신다"면서 "정성껏 예물을 드리자"고 했다. 

 

‘기독자유당’ 언급 없으나, 눈에 보이는 선거운동

이날 집회에서는 그 누구도 ‘기독자유당’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간 전 씨와 친분을 과시해 온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마저도 견제의 대상으로 삼고, 기독자유당만이 나라를 살릴 대안이라는 듯 선거운동을 펼쳤다는 논란의 소지는 매우 커보인다.  

전광훈 씨는 기독자유당 후원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실질적으로 기독자유당을 이끌어 온 장본인이다. 전 씨는 앞서 2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기독자유당 전당대회를 열고, 김승규 전 국정원장을 비례대표 1번으로, 장경동 대전중문침례교회 목사를 비례대표 2번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또 이 두 사람은 당선된 뒤 한 달 만에 사표를 낼 것이란 점을 강조했다. 비례대표 당선인이 사퇴하면 바로 밑에 있는 후보가 자동적으로 국회의원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다. 

전 씨는 지난해 5월에는 김승규 전 국정원장을 비례대표 2번 후보로 거론하면서 같은 주장을 펼친 바 있다. 당시 김문수 전 지사는 기독자유당 비례대표 1번 후보로 거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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