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 씨가 5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 인근 도로에서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주최로 열린 '문재인 정부 퇴진 국민대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0.1.5 (사진=연합뉴스)
전광훈 씨가 5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 인근 도로에서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주최로 열린 '문재인 정부 퇴진 국민대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0.1.5 (사진=연합뉴스)

[평화나무 정병진 기자] 전광훈 씨(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해방 이후 남로당 전남지부장까지 했었다”고 거듭 허위 사실을 유포한 사실이 확인됐다. 

전 씨는 4일 광주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남로당 박헌영을 ‘역사의 사기꾼’이라 강조하면서 문재인 대통령까지 ‘역사 사기꾼’이라 비방했다. 이어 “전라남도가 왜 특별히 역사 사기를 쉽게 당했는지”에 대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전라남도가 역사의 사기 당한 거에 대해서 최고의 역할을 한 사람이 김대중입니다. 왜 그러냐면, 김대중이 그때 남로당이었어요. 김대중이가. 김대중이가 남로당의 전라남도 지부장까지 했어요. 그 후에 김대중은 전향했지만, 그때까지는 김대중이 남로당이었어요. 그래서 김대중은 자기가 과거에 실수한 남로당의 그 전적을 없애려 그러는 거야. 부끄럽게 생각해서. 그래서 그때 남로당의 활동도 하나의 역사의 흐름이지 나쁜 짓은 아니다, 라고 이렇게 역사를 거짓말로 굳혀 놓은 사람이 누구냐, 김대중이에요. 이걸 정확히 아셔야 됩니다. 그래서 남로당이 나쁜 단체가 아니라는 것이 교과서에까지 올라와 있는 겁니다. 지금 현재. 기가 막히는 거지요?” 

전광훈 씨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해방 이후 ‘남로당 전남 지부장’으로 활동한 적 있다는 허위 주장을 저녁 7시에 열린 애국국민대회 연설에서도 다음과 같이 거듭했다. 

“6.25 때 빨갱이들이 내려왔어요. 다른 도시는요, 별로 큰 피해 안 봤어요. 전라도가 다 죽었어요. 공산주의한테. 그러면 전라도는 공산주의 따라가면 돼 안 돼?(청중: 안 돼요) 그런데 전라도가 왜 이렇게 공산주의를 좋아해? 김대중 때문에 이렇게 된 거야. 김대중 때문에. 김대중이가 누구냐, 해방 이후 남로당이여, 남로당. 나중에 전향했어요. 나중에 전향했지만 그때는 남로당이었어요. 박헌영의 밑에 있는 전라남도 지부장했단 말이야. 김대중이가.”

전 씨의 주장처럼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해방 이후 남로당 활동을 한 적 있는지 김대중도서관을 통해 확인해 보았다. 김대중도서관 사료팀에서 일하는 장신기 박사(사회학, 김대중의 정치사상 연구가)는 “김대중은 남로당과 무관하다”며 “이거는 군사정권 때부터 있던 전형적 용공음해”라는 내용이 담긴 답변을 보내왔다. 


“김대중은 남로당과 무관합니다. 김대중이 46년 상반기에 조선신민당에 참여한 바 있으나 조선신민당 내 좌익과의 갈등 끝에 46년 여름경에 탈당합니다. 남로당, 즉 남조선노동당은 46년 11월에 결성되었고 조선공산당이 주축이 된 좌익세력의 연합 정당입니다. 여기에 조선신민당이 참여했고 이걸 근거로 그런 주장을 하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거 군사정권 때부터 있던 전형적인 용공음해입니다.

김대중은 민족주의적 성향의 중도좌익 정도의 입장이었는데, 당시 좌익 주류인 조선공산당계열은 소련을 추종하는 사회주의 국제주의 노선을 추종하고 있어서 김대중과 노선이 달랐습니다. 그리고 46년 신민당 탈당 이후엔 처가의 영향 등으로 우익진영에 참여하게 되고요. 결론적으로 김대중과 남로당은 무관합니다.”

김대중 대통령이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제15대 대통령 취임식을 마친 후 국회를 떠나며서 환영인파를 향해 손을 들어 답례하고 있다.1998.2.25 (사진=연합뉴스)

재야 역사학자 김상구 선생(<김구 청문회>, <5.16 청문회> 저자)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남로당 활동설에 대해 “순 거짓말”이라며 터무니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김대중 대통령은 처음에 건준(건국준비위원회)과 인민위원회까지 활동했었다. 그리고 얼마 뒤 (우파 정당인) 한민당에 입당했다”며 “당시 김대중은 한민당 신파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남로당은 조선공산당, 조선신민당, 근로인민당과 합당해 만들어졌다. 당시 조선신민당은 훗날 야당인 신민당과 성격이 달랐다. 연안파 무정과 연결된 백남운이 만든 정당이다. 하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은 남로당 활동을 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대중 DJ 삼남인 김홍걸 의장(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상임의장)도 전광훈 씨의 주장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원래 근거없는 얘기를 많이 하는 사람이라 놀랄 일도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이처럼 김대중 대통령 연구가나 역사학자, DJ 삼남 김홍걸 의장에 이르기까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남로당 활동을 한 적 없다”고 밝혔는데도, 전광훈 씨는 근거 없는 허위 주장을 펼쳤다. 

그는 앞서 언급한 간담회에서 “김대중이나 박정희 모두 남로당 활동을 했고, 둘 다 전향을 했다. 박정희는 김대중보다 더 악질적인 남로당이었다. 박정희는 완전 전향을 했다. 그때는 다 남로당이야”라고 말했다.

박정희는 남로당에서 ‘완전 전향’했으나, 남로당 활동을 한 적도 없는 김대중은 ‘위장 전향’을 했다는 걸까. 전 씨는 “김성수와 송진우 때문에 우익이던 전라남도가 김대중 때문에 전라남도가 좌익으로 다 넘어가게 됐다”는 생뚱맞은 주장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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