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선교사 기도 편지'에서 시작한 중국 심판론
상태바
'우한 선교사 기도 편지'에서 시작한 중국 심판론
  • 박종찬 기자
  • 승인 2020.02.13 21: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국 심판론' 글 쓴 김진홍 목사...."나도 인터넷 보고 썼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중국 우한에 급조된 레이선산(雷神山) 임시 병원 직원들이 12일 3차 이송 환자들을 병동으로 안내하고 있다. 이날 병원에는 35명의 환자들이 도착했다. (사진=연합뉴스)

[평화나무 박종찬 기자] 한 부부 선교사가 올린 기도 편지가 카카오톡 등을 통해 확산하면서 각색돼 '중국 정부 심판론'에 이용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우한 교회 안타까워하는 한 선교사의 메시지에서 시작한 심판론

A선교사는 지난 1일 100여 명이 모인 카카오톡 채팅방에 중국 우한 지역을 위한 기도 제목을 올렸다. A선교사는 우한에서 25년 정도 사역했으나, 지난해 주거지를 캐나다로 옮겼다.

기도를 요청하는 메시지에는 우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현지 시간 11일부터 세계보건기구(WHO) 명명 COVID-19, 한국 시간 12일부터 한국 질병관리본부 명명 코로나19. 이후 표기 코로나19) 확진 및 치유 현황·A선교사가 개척한 우한 현지 교회 상황·중국 정부의 기독교 탄압 상황 등을 나누고 환자의 치유 등 문제 해결, 믿음의 유지와 복음 전파 등을 위한 기도 요청 등이 담겼다. 기도 편지에는 증상을 앓고 있는 성도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이 애절하게 적혀 있었다.

A선교사는 중국 정부의 우한 교회 탄압 상황을 나열했다. 우한이 2019년 중국의 종교 정책 시범지로 지정되어 핍박이 심했다는 것이다. A 선교사에 따르면 지하 교회 강제 폐쇄, 선교사 추방, 교회당에 CCTV와 시진핑 주석 초상 설치, 예배 때 정부 선전 시간 진행, 지도자 수감, 교회당 파괴 등이 일어났다.

A선교사는 중국 정부의 종교 탄압과 코로나19 창궐을 연결 짓기도 했다. 우한의 “종교규제정책을 실행하는 부서의 가장 높은 사람 공무원 사망자 제 1순위로 세상을 떠났”다며, “왜 하필이면 우한이 이번 역병의 진원지가 되었는지, 그리고  총력을 다하여 대처하는데도 전국으로 신속히 번져가 국가에 크나큰 손해를 불러오게 했는지 짐작을 할 수 있을 것도 같”다고 적었다.

‘심판론’, ‘징벌론’과는 별개로 내용 자체는 사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대만중앙통신(CNA)는 1월 27일(현지 시간) 중국 우한시 민족종교 사무위원회 주임을 역임한 왕셴량(王獻良) 씨가 코로나19로 사망했으며, 고위 관리의 코로나19 사망은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대만 합신문(呷新闻, Eat News)에서 왕셴량(王獻良) 씨의 사망 소식을 다룬 기사. 왕 씨는 중국 백과사전에 사진을 포함한 정보가 등재된 인물이다.(사진=呷新闻 캡처)

 

대만의 다른 매체 합신문(呷新闻, Eat News)도 왕셴량 씨가 26일 사망했으며, 기독교를 억압한 관리였다고 27일 보도했다. 한편 중국 매체인 재신망(財新網)과 중직독가망(中直独家网, ZZDJW.com)은 왕셴량 씨의 종교 정책에 대한 비판 없이 직책과 코로나19 감염 사망 소식을 다루었다.

중국 포털 사이트 바이두(百度)의 백도백과(百度百科)에 따르면, 우한시 민족종교 사무위원회는 “민족 및 종교 활동에 관한 당사자 및 국가의 지침 및 정책을 구현”, “정부 시스템에서 민족 및 종교 사업에 대한 운영 지침을 제공”, “종교 단체가 애국심, 사회주의, 조국 및 국가 통일 지원을 위해 종교 세계에서 자기 교육을 수행하도록 홍보”, “해외 종교의 사용을 거부”, “종교 노동 간부 훈련을 책임” 등을 주요 기능으로 한다. 종교 정책과 관련 법률을 연구·수립·시행·감독하기도 한다. 종교를 국가의 통치 아래 묶으려는 취지로 읽힌다.

 

카카오톡 통해 각색되기도 

A선교사를 공동 파송했던 B교회 C담임목사는 “그분(A선교사)이 100여 명 카톡방에다 올리신 내용이다”라고 밝혔다. C목사에 따르면 2월 1일 캐나다에 있는 A선교사가 우한의 소식을 듣고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 기도 편지를 올린 게 최초였다.

전파되는 카카오톡 메시지. 사진은 문의용 메시지 일부.
전파되는 카카오톡 메시지. 사진은 문의용 메시지 일부.

하지만 중국 현지 성도들의 이름이 적혀 보안이 필요했던 기도 편지는 해당 채팅방에만 머물지 않았다. 이는 A선교사가 원하지 않았던 상황이다. 다른 카카오톡 채팅방이나 개인에게 전달되며 점차 내용이 일부 각색됐고, 일부 군소 매체나 블로그 등에도 확산됐다. 일부 매체는 중국 성도들의 이름이나 선교사 부부 이름, 중국 현지 교회 이름을 그대로 노출하기도 했다.

 "만약에 우리가 우한에 있었더라면"이란 기도편지 내용에서 작성자가 우한에 없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지만,  ‘우한 선교사님이 보낸 기도편지’라는 제목이 붙어 확산됐다. 당황한 A선교사는 최초의 채팅방을 폐쇄했다.

 

'아침묵상'에 ‘우한폐렴과 중국교회’ 글 올린 김진홍 목사 "나도 인터넷 보고 썼다"

여기에 김진홍 목사(두레수도원 원장)는 11일 “지난 해 11월경부터 우한폐렴이 돌기 시작하자 그 병에 감염되어 죽은 첫 번째 희생자가 교회 철거반 반장”이라고 변형했다. 김진홍 목사가 운영하는 두레수도원 홈페이지 ‘아침묵상’ 코너에 올라온 ‘우한폐렴과 중국교회’라는 제목의 글에서였다. 중국 정부가 우한의 교회를 탄압하다가 받은 징벌이라는 취지의 글이었다. 김 목사의 글에선 ‘공무원 사망자 중 첫 번째’라는 말에서 ‘공무원’이 빠졌고, ‘고위 관리’는 ‘교회 철거반 반장’으로 바뀌었다.

'우한폐렴과 중국교회' 게시글이 올라온 두레수도원 홈페이지 아침묵상 게시판(사진=두레수도원 홈페이지 캡처)
'우한폐렴과 중국교회' 게시글이 올라온 두레수도원 홈페이지 아침묵상 게시판(사진=두레수도원 홈페이지 캡처)

일요일을 제외한 매일 올라오는 ‘아침묵상’의 해당 글은 다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대한예수교장로회 합신 교단 등에서 이단 옹호 언론으로 결의된 <크리스천투데이>, 각종 인터넷 카페, 블로그 등으로 재확산됐다.

김 목사는 또 “한 역사가의 분석에 의하면 중국 왕조의 수명이 고작 70년”이었다며 중국 공산당 정권이 71년째로, “이번 우한폐렴 사태로 시진핑 권력은 몰락케 될 것은 거의 확실”하다고도 썼다. “시진핑의 몰락으로 끝나지 아니하고 70년에 걸친 공산당 1당 독재 체제가 무너지게 될 수도 있”다고도 전망했다.

김 목사는 이어 “모든 권력자들은 하늘 무서운 줄을 알고 겸손하여야 합니다. 이를 무시하고 하늘의 사람들을 핍박하다가 하루아침에 저승으로 간 인물이 사도행전에 나옵니다. 독재자 헤롯이란 인물입니다. 그는 세례 요한을 참형에 처하였습니다. 그 직후 벌레 먹어 죽었다 하였습니다”라며 글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중국 내 코로나19 최초 감염자의 신상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다. 김진홍 목사는 평화나무와의 통화에서 “나도 (인터넷에서) 보고 쓴 것”이라고 답했다.

 

안타까운 우한 상황, ‘심판론’, ‘징벌론’ 성경적인가 

김진홍 목사와 같은 인식은 다른 목회자들에게도 나타난다. 전광훈(사랑제일교회)·장상길(송도주사랑교회)·박경배(송촌장로교회) 목사 등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전광훈 총괄대표) 집회 연사들 역시 코로나19를 기독교를 탄압하는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에 대한 하나님의 징벌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고 있다.

이러한 설교나 발언에 박형택 한국기독교이단상담연구소 소장은 평화나무와의 통화에서 “성경적이지 않다는 판단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코로나바이러스가 중국이 교회를 핍박해서 하나님이 징계하시는 것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초대 교회) 당시 로마도 기독교를 핍박했지만, 하나님이 로마 황제들에게 징계를 내린 적이 역사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며 “많은 목회자들이 지진이나 해일 같이 수많은 사람들이 죽는 재난에, 재난 국가에 대한 징벌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우려했다.

박 소장은 또 “(코로나19의) 피해자들은 일반인들이고, 그중에 신자도 있을 수 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중국에 대한 하나님의 징계라고 말하는 건 성경적으로 합당하지 않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박 소장은 김진홍 목사가 말한 헤롯 왕에 대해서도 “(헤롯은) 성도들에의 핍박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의 영광을 가로채고 모독했기 때문에 심판받은 것이다. 다니엘서의 벨사살 왕도 마찬가지의 경우”라면서도 “시대와 상황이 다른데 성경의 상황을 현 상황에 그대로 대입하기는 어렵다”고 신중하게 답했다.

한편 김진홍 목사의 글에서는 사실 관계 오류도 나타난다. 김 목사가 인용한 헤롯은 헤롯 아그립바(아그리파) 1세로, 그가 처형한 사람은 세례 요한이 아니라 사도 야고보였다. 세례 요한을 처형한 사람은 헤롯 안디바(안티파스)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민경욱, 참관인에게서 투표용지 받았다"
  • [인분교회] 합숙소 겹쳐서 앉아서 잤다
  • 김명진 목사 옹호 나선 '인분교회' 교인
  • 경향신문에 대한 취재 거부운동이 필요할 수 있다
  • 부천 신중동 사전투표자 1만8210명, 그 진실은?
  • [인분교회] 김명진, 농업법인 관련 숨기는 게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