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용식 8개교단이단대책위원장협의회 회장, "성도 보호 차원"
"성령 충만하면 하나님 까불면 죽는다고 할 수 있나" 반박

[평화나무 박종찬 기자] 8개교단이단대책위원장협의회(협의회·회장 안용식 목사, 서기 김성한 목사)는 13일 ‘8개교단이단대책위원장협의회가 한국 교회에 드리는 글’을 통해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씨에 대해 주의를 당부했다.

협의회는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윤보환 감독회장 직무대행), 기독교대한성결교회(기성·류정호 총회장), 기독교한국침례회(기침·윤재철 총회장),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예장고신·신수인 총회장), 대한예수교장로회 백석(예장백석·장종현 총회장),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김태영 총회장),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김종준 총회장), 대한예수교장로회 합신(예장합신·문수석 총회장)(이상 가나다 순) 등 한국 교회 주요 8개 교단의 이단사이비대책위원장들의 협의회로, 이단·사이비 종교 문제의 공동 대응을 위해 수립되었다.

협의회는 13일 발표문에서 “전광훈 목사가 애국 운동을 빌미로 하여 여러 집회에서 발언한 내용이 한국교회와 성도들에게 신앙적으로 큰 피해를 주고 있다고 판단하며, 우려를 금치 못한다”며 글을 시작했다.

협의회는 발표문에서 전광훈 씨의 일련의 비성경적 발언 중단을 요구하고, 전 씨의 발언들이 한국 교회에 혼란과 피해를 줄 뿐 아니라 한국 교회의 신뢰도와 전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기술했다. 아울러 한국 교회 목회자들과 성도들이 전 씨로부터 신앙적으로 악영향을 받지 않도록 주의를 당부했다.

 

아래는 전문

'8개교단이단대책위원장협의회가 한국 교회에 드리는 글'
'8개교단이단대책위원장협의회가 한국 교회에 드리는 글'

협의회는 지난해 12월 19일 공개 질의서를 통해 전광훈 씨의 당해 10월 22일 발언 “나는 하나님 보좌를 딱 잡고 살아. 하나님 꼼짝 마. 하나님 까불면 나한테 죽어. 내가 이렇게 하나님하고 친하단 말이야. 친해"에 대한 의도와 의미를 물었다.

전 씨는 올해 1월 30일 한기총 정기총회에서 해당 발언에 대해 사과하면서도 "당시 성령이 충만했다"는 핑계를 대면서 다시 한번 빈축을 샀다. 그런 전 씨는 반대파를 배제한 한기총 정기총회를 열고 대표회장 연임에 성공했다. 해당 발언에 대한 사과도 진정성은 없어 보인다. 그는 2월 4일 광주사랑의교회 초청 강연에서 “내가 ‘하나님 까불면 죽어’ 그때(34살 때)는 해야 되는 건데, 그때 말이야”라며 해당 발언을 농담의 소재로 삼았다.

이에 협의회는 2월 13일 발표문을 통해  "'하나님 까불면 나한테 죽어…'라는 말과 그 발언의 동기가 성령 충만으로 인한 것이란 말은 반성경적이며, 비신앙적이며, 비신학적"이라고 지적했다.

 

8개교단이단대책위원장협의회와 충돌하는 전광훈…시작은 변승우 문제

협의회는 그간 전광훈 씨의 행보에 문제를 제기해왔다. 지난해 4월 4일에는 대한예수교장로회(백석) 교단에서 제명·출교된 변승우(사랑하는교회) 씨를 영입한 전 씨를 비판하며 대처할 것을 발표했다.

변승우 씨는 한국 교회 각 교단으로부터 이단(예장통합, 예수교대한성결교회), 이단성(예장합신), 교류·참여 금지(기성, 예장고신), 집회 참석 금지(예장합동), 예의 주시(기감) 등의 결의를 받아왔다. 구원론의 문제, 극단적 신비주의, 성경을 쓸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사도격 인물이 현대에도 존재하며 그가 자신이라는 신사도주의, 어그러진 계시관·성경관·교회관 등이 이유였다. 2008년부터 2014년까지 이루어져 현재에도 효력이 유지되는 공식 결의들이다.

기자회견에서 변승우 씨를 옹호하는 전광훈 씨(뉴스앤조이 페이스북 영상 갈무리, 2019.03.11.)
기자회견에서 변승우 사랑하는교회 담임목사를 옹호하는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뉴스앤조이 페이스북 영상 갈무리, 2019.03.11.)

하지만 변승우 씨와 신앙적·정치적 맥을 같이 해온 전광훈 씨는 한기총에서 자체적으로 이단대책위원회를 꾸려 변 씨를 이단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변 씨에 대한 이단성이 조작이라고도 했다.

전광훈 씨는 이어 2019년 3월 11일 임원회에서 변승우 씨를 한기총에 받아들였다. 한술 더 떠 전 씨는 ‘신사도’ ‘이단’ 변 씨를 한기총 이단대책위원회 신사도대책분과위원장에 앉혔다. 같은 해 4월 8일 한기총 임원회에서는 변 씨를 한기총 공동회장에 임명하기까지 했다.

전 씨는 4월 8일 문제의 한기총 임원회에서 협의회를 반박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며 “변승우 목사는 이단으로 결의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명백한 교단 결의들을 무시하는 처사였다. 오히려 교리가 정립되지 않은 연합 기구인 한기총에 이단 해제 권한이 없다.

전 씨는 이어 박형택 한국기독교이단상담연구소 소장 등 이단 연구가들을 “한기총에서 이단으로 규정”했다고 주장하며 “이단 감별사”라고 깎아내리고, “한국 교회 목사들을 농단”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한 협의회가 “한기총을 이단 옹호 집단, 전광훈 대표회장을 이단 옹호자로 매도”했다고도 주장했다. 전 씨는 앞선 주장들을 해명하라고 요구하며, 유튜브 공개토론을 하자고도 했다. 해명이 없다면 법적 대응하겠다고도 했다.

정작 안용식 8개교단이단대책위원장협의회 회장은 평화나무와의 통화에서 “(당시 전광훈 측으로부터) 우리한테 연락 온 건 없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8월 8일, 9-10월에 열리는 각 교단 총회에 전광훈 씨를 ‘이단 옹호자’로 결의할 것을 요청하기로 합의했다. 9월에는 각 교단에 요청 공문을 발송했다. 전광훈 씨가 각 교단이 이단에서 해제한 적이 없는 변승우 씨를 일방적으로 풀어주고 공동회장으로 받아들인 것을 이단 옹호에 해당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나님 까불면 나한테 죽어" 발언하는 전광훈 씨(사진=유튜브
"하나님 까불면 나한테 죽어" 발언하는 전광훈 씨(사진=유튜브 플레비언교회개혁연대 영상 갈무리)

8개교단이단대책위원장협의회 직접 전광훈에 질의

전광훈 씨가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 총괄대표를 맡으며 집회마다 과격 발언이나 이단성 발언이 상습적으로 드러나고 있었다. 2019년 10월 22일 문제의 “하나님 까불면 나한테 죽어” 발언이 뒤늦게 유튜브로 확산되어 공중파 뉴스에서까지 다루자, 협의회는 12월 19일 해당 발언에 대한 공개 질의를 시작으로 올해 2월 13일 한국 교회에 전광훈 씨를 주의하라고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협의회 발표문에는 해당 발언뿐 아니라 “위와 같은 일련의 발언들이 교회와 성도들에게 큰 혼란과 피해를 주고 있다”고 적었다. 전 씨는 해당 발언 전후로도 자신을 일컬어 “메시아 나라의 왕”, “성령의 본체”라 칭하고, 올해 2월 4일 광주사랑의교회 초청 강연에서는 “세상 모든 역사는 뭘로 끝난다고요? 주님의 재림으로 끝난다. 메시아의 나라”라고 발언했다.

 

8개교단이단대책위원장협의회 발표문의 취지

 

안용식 협의회 회장은 14일 평화나무와의 통화에서 “협의회는 공조하고 있는 교단들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고 협의한다. 성령의 (신령한) 은사를 말하는 교단에서조차도, (전광훈 씨의) 성령 충만했기 때문에 ‘하나님 까불면 나한테 죽어’라는 말이 나올 수 있다는 사고 방식은 신학적이지도 성서적이지도 않으며, 자칫 교인들에게 위험한 생각을 전할 수 있는 요지가 있는 표현”이라고 협의회의 성격과 발표문의 취지를 설명했다.

안용식 회장은 “목회자들이 청와대나 광화문 집회에 많이 참석하고 있다는 걸 우리(협의회)가 알고 있다. 그분들(전광훈 집회 참석 목회자들)은 그런 발언보다도 정치 문제를 중요하게 보아 (문제 발언을) 넘어 가주자는 입장인 것 같다”고 교계 상황을 보았다.

하지만 안 회장은 “‘애국 운동’한다고 넘어가는 것은 그분들의 입장이지만, 우리(협의회)의 관점에서는 신학적·성서적으로 맞지 않다는 것을 지적해서 혹시 우리 교우들이 (집회에) 따라가더라도 (전광훈 발언이) 신학적·성서적으로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또 “(전광훈 씨가) 기독교에 대해 나쁜 영향을 끼친 것에 우리가 정확하게 짚어야 했다”고 발표문의 취지를 밝혔다.

 

전광훈의 기상천외한 사과

안용식 회장은 “(협의회가 전광훈에 공개 질의한 2019년) 12월 19일 배달 증명을 해서 (전광훈에) 편지(질의서)를 보내 23일 배송을 확인했다. 편지에 답장이 왔다면 답장을 가지고 (협의회에서) 논의를 했을 텐데, 일언반구 얘기가 없었다”고 밝혔다.

전광훈 씨는 편지에 답하는 대신 문제 발언 세 달도 더 지난 올해 1월 30일 한기총 총회에서 해명에 나섰다. 전 씨는 “애국 운동하는 세상 연설에서 한 말”이라며 “공개적인 자리에서 제가 말해서 신학 지식이 약하거나 성경을 깊이 모르는 사람들에게 걱정을 끼친 것에 대해서는 심히 사과한다"고 말했다.

안용식 회장은 “본인(전광훈)이 신학적인 지식이 부족한 것”이라며 “말이 안 된다. 성령 충만했다고 해서 그렇게 발언할 수 있는가”를 되물었다. 안 회장은 “본인이 오히려 잘못 얘기한 거고, ‘흥분하다 보니 그랬다’든지 ‘표현이 지나쳤다’든지 죄송하다고 하면 될 텐데, 듣는 사람의 신학 지식이 없어서 이해 못 한다고 하는 건 좀 그렇다”고 황당해했다. 안 회장은 전 씨의 사과를 13일 협의회에서도 다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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