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나무 김준수 기자]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자녀 문제로 연일 신문 1면을 장식하고 있다. 사실 관계를 바탕으로 한 문제제기라면, 후보자 본인도 낮은 자세로 경청해야겠지만 주요 언론조차 최소한의 확인도 없이 의혹만을 부풀리고 있어 국민들의 피로감이 날로 커지고 있다. 여기에 극우 유튜버와 야당을 중심으로 악의적으로 왜곡된 자극적인 가짜뉴스가 범람하고 있다. 연일 맹공을 가하고 있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자녀 문제는 없을까.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자녀 문제 논란을 계기로 일부 의원들의 유별난 자식 사랑을 정리해봤다.

황교안 아들 무스팩 취업 자랑 논란 자초
법무부장관 취임 시기 맞물려…특혜 채용 의혹 증폭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난 620일 숙명여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대한민국 청년들의 미래와 꿈을 주제로 한 특강에서 자신의 아들이 대기업 입사 기준에 한참 못 미치는 스펙으로도 취업했다고 발언해 논란을 자초했다.

황 대표는 큰 기업에서는 스펙보다는 특성화된 역량을 본다. 내가 아는 청년은 학점도 엉터리, 3점도 안 되고 토익은 800점 정도 되고 다른 스펙이 없다다섯 군데 대기업들에서 모두 최종합격이 됐다고 했다. 합겹의 이유는 고등학생 시절 영자신문반 편집장을 지내고, 장애 학생과 친구 맺기를 통해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받은 점, 대학 때 조기축구회 리더를 했던 경력을 소개했다.

그러너디 그 청년이 우리 아들이라고 했다. 여야4당이 한 목소리로 황 대표의 아들인 게 스펙’, ‘청년들의 상처에 생소금을 뿌리고 있다’, ‘현실을 너무 모르는 무개념의 언사라고 비판하는 등 논란은 일파만파 커져갔다. 황 대표가 아들의 스펙을 정정하는 해프닝까지 벌이며 진화에 나섰으나 소용없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의 딸 채용 청탁이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 3KT 새노조가 추가로 제기한 황 대표 아들의 특혜채용 의혹도 재점화한 까닭이다. 연세대학교 법학과 출신인 황 대표의 아들은 2001학번으로 졸업 후 고시 공부를 하다가 돌연 20121월에 KT에 입사했다. 문제는 마케팅 직군으로 입사한 황 대표의 아들이 불과 1년 만인 20131월에 법무실로 배치됐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황 대표가 20118월 부산고검장을 끝으로 공직에서 물러난 후 대형 포럼 중에 하나인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변호사로 활동하다 20131월 법무부 장관으로 취임한 시기와 맞물려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고작 4개월 활동해 보건복지부장관상을?

이뿐만이 아니다. 2001년 황 대표의 아들과 딸이 동시 수상한 보건복지부장관상 논란도 불거졌다. 4개월 활동한 이력만으로 수상했다는 점은 매우 이례적이란 것이다. 황 대표의 아들과 딸이 보건복지부장관상을 받은 이유는 장함모(장애인과 함께하는 모임)’를 운영한 점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이 사이트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친구로 연결해주는 활동을 주로 했다. 사이트를 정식 오픈한 시점은 20017월로 불과 4개월만의 활동만으로 보건복지부장관상 수상이 결정된 것이다. 황 대표의 딸이 장함모에 올라온 글을 엮어 출판한 <우리 친구할까요?>를 살펴보면, 200412월 기준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친구로 맺어준 사례는 10건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더군다나 721일 경향신문의 단독보도에 따르면, 장함모는 20059월에서 10월 사이에 서비스를 완전히 중지한 것을 알 수 있다. 2005년은 황 대표의 딸이 대학에 진학한 후 1학년이었던 시점이다.

단순히 봉사활동을 위한 사이트 운영이 아니라 스펙을 쌓기 위한 활동은 아니었는지 진정성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결국 황교안 대표 아들의 특혜채용 의혹은 고발로까지 이어졌다. 서울남부지검은 630일 청년민중당이 황 대표를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김성태 의원 딸의 KT 부정채용 의혹 등을 수사하고 있는 특수수사 전담부서인 형사6(김영일 부장검사)에 배당된 상태다.

나경원 의원, 자녀 입학위해 없던 전형까지 만들었나
나 의원 딸 입학 이후 더 이상 장애인 입학생 없어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도 황 대표와 함께 자녀의 부정입학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긴 마찬가지다.

나 의원의 딸 부정입학 의혹은 20163월 뉴스타파의 집중보도로 세간에 알려졌다.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의 딸 김모 씨가 지난 2012년 성신여대에 입학하는 과정에서 부정행위가 발생했지만, 학교 측이 이를 묵인하고 특혜를 줘 결국 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는 내용이다.

다운증후군 장애가 있는 나 의원의 딸은 201110월 성신여대 수시 1차 모집에 응시했다. 장애인 전형이 도입된 첫해로 정원외 특수교육대상자 전형으로 현대실용음악학과에 지원했다. 당시 성신여대 특수교육대상자 전형은 학교생활기록부(40%)와 면접(60%) 점수를 더해 합격 여부를 판단한다. 지원자 21명 중 나 의원의 딸을 포함해 3명이 선발됐다. 현대실용음악학과에선 나 의원의 딸만이 유일하게 합격했다.

나 의원의 딸이 장애인 전형으로 입학 이후로는 해당 학과에서 더이상 장애인 입학생은 나오지 않고 있다. 공교롭게도 한나라당 최고위원으로 활동하던 나 의원은 당시 여권 최고 실세였다. 나 의원은 장애인 전형이 도입되기 전인 같은 해 5, 특강을 위해 성신여대를 방문했다.

나 의원이 심화진 총장에게 성신여대와 같은 큰 대학에 장애인 전형과 같은 입시가 없는가라고 발언한 이후 장애인 전형이 처음으로 도입됐다고 성신여대 자체 감사에서도 밝혀졌다. 부정입학 정황을 뒷받침해주는 증언도 나왔다.

나 의원의 딸을 면접 심사했던 이재원 성신여대 정보기술(IT)학부 교수는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면접에서 김 씨가 저희 어머니는 어느 대학을 나와서 판사 생활을 몇 년 하시고, 국회의원을 하고 계신 아무개 씨다라며 마치 우리 엄마가 이런 사람이니까 나를 합격시켜 달라는 말로 들렸다.

김 씨가 지적 장애가 있는 걸 감안하더라도 부정행위는 부정행위라고 밝혔다. 면접 심사위원장을 맡은 실용음악학과장 이병우 교수가 나 의원의 딸을 적극 두둔했다는 증언도 이어졌다. 유력 정치인의 자녀가 아니었다면 상상도 할 수도 없는 배려도 있었다. 뉴스타파는 실기 면접에서 드럼 연주를 준비한 김 씨는 반주 음악(MR)을 틀 장치가 없어 연주를 하지 못한 채 면접 시간을 넘겼다이에 이병우 교수는 면접장에 나와 있던 교직원들을 시켜 카세트를 수배했고, 25분여 뒤 김 씨의 실기 면접을 재개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성신여대 실용음악학과 재학 중이던 한 학생은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시험 볼 때 미리 제출하는 MR의 파일 형태가 지정돼 있으며, 만약 오류가 나거나 플레이가 안 될 경우 혼자 연주를 하거나 아니면 퇴장당한다고 했다. 물심양면으로 나 의원의 딸을 지원한 이병우 교수는 이후 승승장구했다.

나 의원이 위원장을 맡았던 2013 스페셜 올림픽에서 음악 감독으로 활동한 것이다. 나경원 의원 딸 성신여대 부정입학 의혹을 보도한 뉴스타파 기자를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으나, 1심과 2심 재판부 모두 뉴스타파에 무죄를 선고했다. 부정입학 의혹 보도가 허위 아님을 인정해 준 것이다.

성신여대도 201712월 내부 감사위원회를 구성해 4개월 동안 자체 감사를 진행했다. 감사위원회는 장애인 전형 신설 과정을 명백한 규정 위반으로 결론을 내렸다. 또 나 의원의 딸과 함께 응시한 장애인 학생들에게 동등한 시험조건을 제공하지 않아 공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자녀 문제를 정쟁의 도구로 삼지 말고 최소한의 도리와 염치를 아는 정치인들이 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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