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신화 쓰는 '빤스목사'
웃음거리 되는 한국 정치

[평화나무 박종찬 기자] 전광훈 씨(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가 기독교의 이름을 걸고 연일 정치적 선동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가운데 자유한국당 전·현직 의원이 전 씨의 활동에 합세해 정치력을 키우는 모습이다. 사실상 전 씨의 정치적 발언과 행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한국의 기독교 정당 역사는?

전광훈 등장에 앞서 보수 기독교계는 2004년 정당 설립으로 총선에서의 득표를 꾀했다.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현 원로목사)와 故 김준곤 한국대학생선교회(CCC) 총재 등이 한국기독당을 설립했다.

기독교의 정치권 진입 시도에 교계 내외적으로 논란이 일었다. 한국기독당은 자유민주주의 이념 수호, 한미동맹 강화, 정치권 복음화 등의 구호를 표방했지만, 당시 최수환 상임대표의 600만 득표 예상과는 달리 최종 22만8837표를 얻었다. 득표율 1.07%로 국회의원 배출 최소 득표율 3%를 넘지 못했을 뿐 아니라, 2% 이하 득표 정당은 해산해야 한다는 정당법에 따라 해산되었다.

이후 한국기독당의 후신으로 2007년 기독민주복지당이 설립되어 최수환 장로가 대표를 맡았다. 이러한 기독교 정당의 궤보를 이어간 것이 바로 전광훈 씨다.

전광훈은 2008년 1월 “친북 반미 좌파 척결”이란 구호로 사랑실천당을 창당했다. 교회부흥특별법을 주요 정책 중 하나로 표방해 기독교계의 표심을 모으려고 했다. 사랑실천당 창당 발기인 대회에서 최수환 기독민주복지당 대표가 축사를 전하기도 했다. 같은 해 2월 말 기독민주복지당과 사랑실천당이 기독사랑실천당이라는 이름으로 합당하였다. 취지문에 차별금지법, 사립학교법 등에 관여할 뜻을 밝혔다.

김준곤 총재의 요청으로 방송 출연으로 유명하던 ‘피에로 목사’ 장경동 대전중문교회 담임목사가 3월 당 대표로 위촉됐다. 최수환·전광훈 두 사람은 공동대표를 맡았다. 하지만 이내 장경동 목사가 고사했고, 법적 대표가 정해진 상황이라 원로 모임에서 최성규 순복음인천교회 담임목사를 명예총재로 위촉해 실질 대표로 세웠다. 원로 모임의 조용기 목사와 김준곤 총재가 기독사랑실천당의 대표고문을, 지덕·이광선·이용규·길자연 등 한기총 회장 출신 목사들이 고문을 맡았다. 이광선 목사 등은 전광훈 원장과 함께 명예선대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최성규 목사는 “200만 표가 나올 것”이라며 자신했다.

기독사랑실천당은 통일교의 평화통일가정당(당시 총재 곽정환)을 막아야 한다며 4월 총선에 참여하였다. 45만여 표에 2.59% 득표율로, 직전 총선보다 두 배 이상 지지를 받았지만 결국 국회의원 배출에 실패했다. 한편 평화통일가정당은 1.05% 득표율로 정당 등록이 취소되었다.

전광훈 씨는 2011년 사회주의적 복지주의 배격, 이슬람의 스쿠크법 저지, 동성연애법 저지를 정책으로 내걸고 기독자유민주당을 창당했다. 12·12 군사 반란에 가담했던 군 출신 김충립 목사를 새 대표로 추대한 기독자유민주당은 2012년 19대 총선에서 정훈 목사의 한국기독당과 표를 나눠 가져야 했다. 두 정당은 각 1.2%, 0.25% 득표율을 기록하여 해산됐다.

그러나 전 씨는 정당 설립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2016년 3월 손영구 뉴욕산정현교회 목사를 대표로 세워 기독자유당을 창당했고, 같은 해 20대 총선에 재도전했다. 손영구 목사는 2007년 미주명박사랑 주최 기도회에서 “왜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가?”라는 제목으로 설교를 한 바 있다. 기독자유당은 차별금지법·동성애·이슬람·강성 노조·종북 좌파 저지를 목표로 삼았다. 기독자유당 박원영 사무총장은 “못해도 3명 이상은 당선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19대 총선처럼 다른 기독교 계열 정당인 기독당(박두식 대표)이 나섰으나 표가 크게 갈라지는 일은 없었다. 2016년 5월에 열린 20대 총선에서 기독당이 0.54% 득표율에 그친 데 반해, 장경동 목사,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 윤석전 연세중앙교회 담임목사의 지지를 업은 기독자유당은 62만6853표인 2.63% 득표율을 올려 전광훈이 참여한 총선 중 가장 높은 득표를 기록했다. 하지만 “최소 5석은 가능하다”던 전광훈 원장의 바람과는 달리, 의원 배출에는 실패했다. 

전광훈의 황당한 말말말, 그리고 대통령 만들기의 꿈 

소위 ‘빤스 발언’으로 알려진 전광훈 씨는 걸핏하면 특정 후보를 노골적으로 지지해왔다. 2017년 10월 10일 뉴스앤조이 보도에 따르면 전 씨는 2007년 4월 청교도영성훈련원 집회에서 “대선은 할 것 없다. 올해 12월 대선은 무조건 이명박이 하는 거니까, 장로님이니까. 만약에 이번 대선에서 이명박 안 찍는 사람은 내가 ‘생명책’에서 지워 버릴 거야. 생명책에서 안 지움 당하려면 무조건 이명박 찍어”라고 말해 구설수에 올랐다. 

 2017년 대선에서는 초반, 장성민 국민대통합당 후보를 지지했다. 전 씨는 당시 장 후보를 지지하는 내용의 단체 문자 497건을 보낸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져 실형을 확정받았다. 1심은 징역 10개월, 2심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고, 최근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해 2심 판결이 확정됐다. 전 씨는 장 후보 지지 문자로 실형까지 확정 됐지만 당시 장 후보 대신 홍준보 후보를 지지한다며 막판에 입장을 선회했다. 

뉴스앤조이 보도에 따르면 전 씨는 대통령 선거 전 마지막 주일이었던 2017년 5월 8일 사랑제일교회 예배 설교에서 “홍준표 후보를 만났는데 ‘교회가 원하는 게 뭡니까’ 그래서 ‘동성애 싫다’고 했더니 ‘저는요 표와 관계없이 동성애 싫어 합니다’고 하더라. TV 토론회에서 동성애 정확하게 짚고 넘어가면 기독교 1200만표가 간다고 했더니 ‘목사님 이 문제를 무슨 표를 가지고 계산합니까. 한 표 안 나와도 나는 동성애 가만둘 수 없습니다. 동성애 용서 못 합니다’고 했다”며 “누구를 뽑을지는 하나님한테 계시받아서 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다 알리고 꼭 투표하라”고 독려했다. 그러면서 “특정 후보를 뽑으라고 하면 문제가 되지만, 이렇게 투표에 꼭 참여하라고 하는 건 선거법 위반이 아니다”라고 방어막을 치기도 했다. 
 당시 전 씨가 장 후보 대신 홍 후보로 노선이 바꾼 것은 지지율이 더 높은 후보에게로 갈아탔던 것으로 분석된다. 

다음 대통령은 만들기 올인?

전광훈 씨는 한기총 대표회장에 취임한 후 2019년 3월 기독자유당과 MOU를 맺었다. 고영일 변호사(자유와인권연구소)를 대표로 한 기독자유당은 253개선거구지역연합을 조직해 장경동 목사를 대표로 임명하고, 정치인 출신들을 영입했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자유한국당), 전 국정원장 김승규 변호사(법무법인 로고스), 이재오 전 의원(새누리당), 송영선 전 의원(새누리당) 등이 그들이다. 이재오 전 의원은 전광훈 원장 주도의 문재인하야국민투쟁본부의 본부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이들은 올해 문재인하야국민투쟁본부 집회에서 발언자로 자주 등장하고 있다. 김문수 전 지사와 송영선 전 의원은 전 원장의 사랑제일교회에 교인으로 등록하기도 했다. 9월 16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를 촉구하며 삭발하자, 다음날인 17일 동반 삭발하기도 했다.

광장 집회, 유튜브 등으로 전광훈 원장의 영향력이 커지자 정치인들의 가세가 이어졌다. 10월 3일 광화문 광장 집회에는 이재오 전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 등 새누리당·자유한국당 계열 정치인 출신들이 마이크를 잡았다. 자유한국당은 자체 집회까지 취소해가며 전광훈 측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2020년 4월 열리는 21대 총선에서 보수층의 결집을 노리는 전광훈 씨의 작전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전 씨는 2018년 11월 기자회견을 열고 기독자유당이 21대 총선에서 “100만 표 이상 받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 하야’ 집회 규모가 커지고 자유한국당이 광장 집회에 가세하면서 기독자유당은 보수 개신교인들의 뇌리에서도 점점 잊혀져 가고 있다. 오히려 전광훈 개인의 이름만이 개신교인들의 수치로 남게 됐다. 함께하던 몇몇 전직 의원들의 향방도 불투명하다. 종교인으로서의 최소한의 양심마저 저버린 전광훈 씨의 정치 행보가 어떻게 결론 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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