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나무 김준수 기자] 법조계에도 ‘선교’가 필요하다. 법조인들이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자신들의 재능을 기부하는 일도 하나님이 보시기에 기뻐하실만한 일이다. 주로 대형교회가 아니면 조직하기조차 어려운 ‘법조선교회’의 시작은 그랬을 것이다. 법조인의 소명을 바탕으로 어려운 이들을 돕는 가운데, 전도에 힘쓰는 일 말이다.

법조선교회하면 빠지지 않는 교회가 있다. 무려 대법원, 대검찰청 등 한국의 최고 사정 기관들이 모여 있는 서초동에 자리한 ‘사랑의교회’다. 하지만 사랑의교회 법조선교회가 이름이 알려진 것은 법으로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도왔다는 훈훈한 소식 때문이 아니다. 담임목사에 여러 의혹을 적극 방어하는 한편, 교회의 내부 개혁을 촉구하는 교인들을 소송으로 옥죄는데 법조선교회가 동원됐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사랑의교회 법조선교회의 민낯은 한겨레가 지난 2016년 7월 5일 보도한 <‘사랑의교회’ 아침 8시 고위 판검사가 오 목사의 ‘로열층’에 모였다>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당시 오정현 목사가 법조인들과 모임을 가진 이유는 사사건건 자신을 방해하는 ‘사랑의교회 갱신위원회’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방법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법조인들은 하나같이 쟁쟁한 이들이었다. 김회재 당시 부산고검 차장검사(현 법무법인 정의와사랑 대표)와 지대운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현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부장판사), 김건수 법무법인 로고스 대표변호사와 백무열 로고스 변호사(현 한국은행 법규제도실) 등이 주요 참석자다. 김건수 변호사는 당시 법조선교회 회장이자 도로점용 주민소송 1ㆍ2심 변론을 맡은 핵심인사 중에 하나였다. 

한겨레는 “이날 회의의 초점은 어떻게 하면 오정현(60) 담임목사의 퇴임을 요구하는 사랑의교회 갱신위원회(갱신위) 쪽 교인들을 무력화시킬 수 있을지에 맞춰져 있었다”며 “당회 의결권을 확보하기 위해 갱신위 소속 장로들을 휴직시키고 오 목사 쪽 사람들을 장로로 새로 임명할 방법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회의에서는 교회에서 이런 말을 들을 수 있나 싶을 정도의 기가 막힌 발언들이 넘쳐났다. 사랑의교회 소속 법조인들은 “당회 의결권 3분의 2를 확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숫자만 휴직시키는 것이 좋겠습니다. 휴직 카드는 모든 조처를 하고 나서도 안 될 경우 최후 수단으로 써야 합니다”, “상대방의 손발을 묶기 위해서는 사사건건 형사고소를 해 (검찰이나 경찰에) 조사를 받으러 다니게 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갱신위 교인들이 갱신위에 내는 후원금을) 교회 헌금에 대한 횡령으로 고소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다”라고 오 목사에게 조언했다.

이에 대해 한겨레는 “오정현 목사를 반대하는 신도들을 압박하기 위해 사법제도를 ‘악용’하자는 제안이었다. 교회로선 명예훼손이란 법적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갱신위의 활동을 위축시키려고 했다”며 “더욱이 사랑의교회를 둘러싼 각종 민형사 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차관급인 현직 검사장과 고법 부장판사가 이런 대책회의에 참석한 것 자체가 법조인의 직업윤리에 위배되는 행동이란 지적이 나온다”고 비판했다. 

‘예수비전으로 변화된 법조인들의 삶’의 끝은 각종 비리와 범죄?

사랑의교회 법조인선교회는 “예수비전으로 변화된 법조인들의 삶을 통해 법조사회를 변화시켜, 하나님의 정의가 실현되는 사회를 이루며, 더 나아가서는 아시아와 세계를 품고 모든 인류를 예수제자 삼는다”는 비전을 가지고 1996년 17명의 법조인으로 시작됐다. 

1996년 12월 27일 열린 창립총회에는 당시 기준으로 김병재(연수원 7기, 변호사), 백현기(연수원 9기, 인천지법 부장판사), 심동섭(연수원 14기, 서울고검 검사), 전만수(연수원 16기, 변호사), 이충상(연수원 14기, 서울고법 판사), 경수근(연수원 14기, 변호사), 최창회(연수원 14기), 성범규(연수원 25기, 군법무관), 박래춘(연수원 27기, 사법연수생) 등 법조계에서 내로라하는 이들이 회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름이 알려진 법조인선교회 회원 가운데는 비리 의혹에 휩싸이거나 구속 수감된 법조인도 적지 않다.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도박 사건과 관련돼 구속된 홍만표 변호사(전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 농단 의혹의 핵심인물로 소환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이진만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이민걸 판사(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등이다. 이외에도 성낙송 법무법인 평안 대표변호사(전 사법연수원장), 이임수 김앤장 변호사(전 대법관), 김희관 김희관법률사무소 변호사(전 법무연수원장), 유재만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 등이 사랑의교회 법조인선교회 주요 회원으로 있다가 오정현 목사의 표절 논란 이후 활동을 중단하거나 다른 교회로 자리를 옮겼다.

법조인선교회의의 규모는 얼마나 될까. 판사, 검사, 변호사, 법대 교수, 경찰, 기자, 법조인 가족 등 최소 100여명에 이른다. 한겨레는 “2011년에서 2012년 사이에 작성된 법조선교회 명단을 보면, 전체 회원 154명 중 판사 19명, 검사 11명, 변호사 74명, 교수 6명 등 법조인이 100여명에 이른다”고 보도한 바 있다. 또 오정현 목사 역시 2008년 설교 중에 “저희 교회 판검사가 한 200명 된다. 저희 당회원들이 3분의 1은 법조인, 3분의 1은 의사, 3분의 1은 교수”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법조인선교회에서 활동했던 이화숙 교수(연세대 법학과)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오정현 목사 부임 이후 각종 송사가 발생하면서 법조선교회의 성격이 달라졌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법조선교회 소속 변호사들은 사랑의교회 소송을 대리하지 않는다는 불문율이 있었는데 지금은 깨져버렸다”고 했다. 

최근 고위 법관들의 사법농단과 검찰의 선택적 정의와 선택적 수사로 사법질서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땅에 떨어진 상태다. 법원과 검찰이 뼈를 깎는 개혁을 요구받는 상황에서 ‘예수비전으로 법조인’을 통해 ‘하나님의 정의가 실현되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사랑의교회 법조인선교회의 존재 이유에 대해 다시 한번 묻지 않을 수 없다. 

* 이 기사는 최신정보 4호에 실린 기사로 2019년 10월 작성됐습니다. 

저작권자 © 평화나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