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법 따위는 돈·권력으로 밀어내는 '명성교회'
대법원 판결도 대놓고 무시하는 '사랑의교회'

[평화나무 김준수 기자] 사회법도 교회법도 지키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사랑의교회는 한국교회사에서 다시없을 족적을 남기고 있는 중이다. 교회가 대법원 판결을 대놓고 무시하는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는 것이다. 예장합동 교단을 대표하는 ‘초대형교회’, 한국의 법조타운 서초동에 위치한 ‘거룩한 인프라’라는 허명이 무색하게 자랑스러움이 아닌 부끄러움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지난 17일 황일근 전 서초구 의원 등 6명이 서초구청장을 상대로 낸 도로 점용허가 무효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서초구의 도로 점용허가 처분을 취소한다”는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7년여의 걸친 법적 다툼 끝에 사랑의교회 참나리길 도로 점용허가가 최종 취소된 것이다. 대법원 선고에 따라 ‘영적 공공재’를 자처하던 예배당 일부가 ‘무허가 건물’로 전락하고 말았다. 사랑의교회는 입장문을 통해 “성도님들께 심려를 끼치게 되어 송구하다”면서도 “대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교계 안팎에서 사랑의교회가 순순히 대법원 판결을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았지만, 이렇게 안하무인격으로 대한민국 사법체계를 정면으로 거스를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지난 17일 판결 직후 발표한 입장문에서 사랑의교회는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면서도 “모든 법적ㆍ행정적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18일 교회 홈페이지와 유튜브를 통해 공개한 ‘참나리길 판결과 관련한 Q & A’에선 사실상 대법원 판결을 지키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사랑의교회는 “지하점용으로 인해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의 반대나 시위, 혹은 민원이 발생한 경우는 지금까지 단 한건도 없었다”며 “구청이 이번 판결을 근거로 점용 기간을 연장하지 않을 경우에는 또 다른 행정적, 사법적 경로를 통해 이의를 제기하고 합법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교회의 사역이 안정ㆍ지속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참나리길 원상회복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또 서초구청의 도로 점용허가 조건과 국토교통부가 회신한 공유재산법을 근거로 점용했던 도로를 반드시 원상회복시킬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원상회복이라 함은 지하 점용한 부분을 다시 흙으로 메워 아무도 활용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합리적이지도 않고 지하 활용을 확대하는 정부 방침과도 맞지 않다”며 “관청의 승인을 받고 진행한 공사로 인해 결과적으로 시민이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될 수 있어 현시대적 상황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변했다.

사랑의교회는 “교회는 도로점용의 이유, 허가의 과정, 그리고 정당한 활용 및 공공성 제고 등의 면에서 어떤 불법을 도모한 적이 없다. 법원의 판결문도 위법사항을 지적하기 보다는 구청이 재량권을 일탈ㆍ남용했다는 것이 핵심”이라며 “관할청인 구청의 조치에 따라 합리적인 방안과 소송과정에서 제기된 쟁점사항들에 대해 가능한 모든 법적ㆍ행정적 대안을 마련해 추진해나가겠다”고 했다.

교회법도 우습게 알긴 마찬가지다. 오정현 목사를 위해 이번엔 교단이 나섰다. 지난해 4월 대법원은 “오정현 목사가 예장합동 헌법이 정한 목사 요건을 갖추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을 내리고 서울고등법원으로 파기환송했다. 서울고등법원 제37민사부(권순형 재판장)는 같은 해 12월 5일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동서울노회가 2003년 10월 오정현 목사를 사랑의교회 담임목사, 당회장, 위임목사로 결의한 것은 무효이며, 위 직무를 집행해서는 아니 된다”고 판결했다.

그러자 예장합동은 2019년 2월 25일 부랴부랴 ‘총회 편목 정회원 자격 특별 교육’을 마련해줬다. 대법원 판결로 사랑의교회 담임목사 지위가 위태로워지자 교단이 발 벗고 나선 것이다. 교단을 대표하는 대형교회 목회자가 아니었다면 얻을 수 없는 특혜이자 사실상 오정현 목사를 위한 2주일짜리 단기코스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사랑의교회 위임 결의도 신속하게 진행됐다. 사랑의교회가 지난 3월 10일 공동의회에서 동서울노회에 오정현 목사 위임 청원을 올리자 동서울노회는 25일 임시노회를 개최했다. 한 달여 후에 정기노회가 예정돼있었고, 별다른 안건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임시노회가 열린 것이다. 동서울노회는 오 목사의 목사 고시 합격을 발표한 뒤, 임직 및 사랑의교회 위임 결의를 통과시켰다. 그야말로 일사천리였다.

초법적 수습안도 무시하는 명성교회

명성교회 부자세습은 2017년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해 갱신과 회복을 다짐했던 한국교회를 충격에 빠뜨렸다. 교단을 쥐락펴락하는 대형교회 앞에서 교회법이 얼마나 무력해질 수 있는지 여실히 드러난 사건이기도 했다. 

예장통합은 지난 2013년 제98회 총회에서 세습방지법을 통과시켰다. 당시 총회는 명성교회에서 진행됐다. 제28조(목사의 청빙과 연임청원) 6항은 “위임목사 또는 담임목사 청빙에 있어, 아래 각호에 해당하는 이는 위임목사 또는 담임목사로 청빙할 수 없다. 단 자립대상교회에는 이를 적용하지 아니한다. 교회에서 사임(사직) 또는 은퇴하는 위임(담임)목사의 배우자 및 직계비속과 그 직계비속의 배우자, 해당 교회 시무장로의 배우자 및 직계비속과 그 직계비속의 배우자”라고 분명히 명시했다. 

하지만 세습방지법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명성교회는 분립시켰던 새노래명성교회와 합병을 시도했다. 김하나 목사를 명성교회 담임목사로 데려오기 위한 조치였다. 당장 변칙세습이라는 비판이 잇따랐지만 명성교회가 소속돼있는 서울동남노회는 김하나 목사 청빙안이 유효하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자 명성교회와 서울동남노회 내부에서부터 반발이 터져 나왔다. 명성교회 세습을 반대하는 교인들은 ‘명성교회정상화위원회’를 만들고, 김수원 목사를 비롯한 노회원들은 ‘서울동남노회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조직해 본격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제102회 총회 재판국은 김하나 목사 청빙안을 통과시킨 서울동남노회 결의가 유효하다며 명성교회 세습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당시 재판국원들과 총회 법리부서의 적극적인 지지가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세습이 적법하다는 판결은 얼마 안 가 뒤집어졌다. 명성교회 세습과 관련해 재심이 결정됐다. 제103회 총회에서 ‘은퇴한’ 김삼환 원로목사는 세습방지법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헌법위원회 해석을 인정하지 않기로 결의했기 때문이다. 또 재판국도 전원 교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새롭게 교체된 재판국은 명성교회 세습이 불법이라는 사실에 쐐기를 박았다. 재판국은 지난 8월 7일 “서울동남노회 제73회 정기노회에서 행한 명성교회 김하나 목사 위임목사 청빙안 승인 결의는 무효임을 확인한다”고 판결했다.

명성교회는 C채널을 통한 여론전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C채널은 명성교회 세습 관련 보도 시 친명성적 입장에 따른 기사만을 내보냈다. 여기에 예정연도 한 팔 거들었다. 예장통합정체성과교회수호연대(예정연)는 지난해 12월 20일 창립총회 이후 각종 기도회와 공개세미나, 기자회견을 통해 명성교회를 적극 옹호했다. 명성교회를 수호하는 것이 한국교회의 명예를 지키는 것처럼 명성교회에게 유리한 법해석과 여론 조성에 앞장섰다. 

‘세습은 불법’이라는 총회 재판국의 재심 판결에도 불구하고 명성교회는 순순히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상 징후는 곳곳에서 감지됐다. 명성교회 세습 무효 판결이 내려진 이후 처음 열린 지난 8월 14일 서울동남노회 임시노회에서 선출된 총대 대다수가 명성교회 세습을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이들이었다. 예정연 소속 목사가 14명, 전체 17명의 장로 총대 중에서 명성교회 장로가 무려 6명이나 총대로 선출됐다. 예정연이 제104회 총회 장소를 두고 꼬투리를 잡더니 서울 영락교회에서 포항 기쁨의교회로 총회 장소도 변경됐다. 

명성교회의 간절한 바람이 통해서였을까. 총회가 열리는 기쁨의교회에 김삼환 원로목사가 깜짝 등장하더니 명성교회 세습 이후 일어난 모든 논란을 우습게 만드는 수습안이 난데없이 통과됐다. 지난해 총대들과 달리 제104회 총대들은 압도적인 찬성으로 김하나 목사가 명성교회에 재청빙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줬다. 총회 헌법이 명백히 세습을 금지하고 있음에도 사실상 명성교회 세습을 예외로 인정해준 셈이다.

당시 수습안에 따르면, 명성교회는 총회 재판국의 재심 판결을 수용하고 재재심을 취하하도록 했다. 또 11월 3일에는 서울동남노회가 임시당회장을 파송하고 2021년 1월 1일 이후에 김하나 목사를 청빙할 것을 명시했다. 하지만 명성교회는 이마저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서울동남노회가 지난 4일 유경종 목사(광주명성교회)를 임시 당회장으로 파송한데 이어 명성교회 당회가 9일 대리 당회장에 김삼환 목사, 김하나 목사를 설교 목사로 세우기로 결의하면서 사실상 수습안을 파기했다. 명성교회수습전권위원회 주최로 지난 17일 김수원 목사 측과 서울동남노회, 명성교회가 모임을 갖은 이후 김하나 목사를 설교 목사로 결의한 것을 철회한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명성교회 공식 입장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20일 주일예배에서도 김삼환 원로목사는 “앞으로 저도 설교하고, 담임목사도 설교하겠다. 그걸 교대 근무라고 한다. 여러분이 협조해 주기 바란다”며 9일 당회 결의를 철회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밝히기도 했다. 김삼환 원로목사에게는 교회법도, 수습안도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지키지 않는 그저 허울뿐이라는 사실만 드러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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