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나무 권지연 기자] 자유한국당이 공관병 갑질 논란의 주인공 박찬주 전 육군대장을 영입하려다 홍역을 심하게 앓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박 전 대장의 삼청교육대 발언으로 논란이 확산하자, 결국 인재영입 계획을 취소했다.

그러나 후유증은 리더십 교체론이 제기될 만큼 상당하다. 그도그럴 것이 박 전 대장을 삼고초려 해 데려온 사람이 바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이기 때문이다.

황 대표는 지난달 30일 “박찬주 대장을 영입발표에서 배제한 가장 큰 이유가 뭔가?”하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배제라뇨? 정말 귀한 분이에요”라고 대답했다.

제1야당을 이끄는 황 대표의 시각을 보여주는 지점이다. 황 대표는 이날, “그걸(박찬주 전 대장 영입을) 리더십의 상처라고 하면 저에게 남아 있는 리더십이 없을 겁니다”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꼰대 완결판 보여준 황교안의 ‘민폐의전’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기자들의 질문에 역정이 난다는 듯, 박찬주 전 육군 대장을 일러 ‘참 귀한 분’이라고 추어올렸다.

‘귀하다’의 사전정 정의를 살펴보자. 1. 신분, 지위 따위가 높다. 2. 존중할 만하다. 3. 아주 보배롭고 소중하다. 이렇게 세 가지가 나온다.

황 대표는 이 세가지 중 어떤 의미로 박 전 대장을 ‘참 귀한 분’이라고 말한 것일까. 사람은 생각하는 것을 말하게 되어 있다. 또 생각은 평소 행동과 가치관에서 나온다. 그래서 그의 과거 행적을 곱씹어 보았다. 

2016년 3월 20일 오후 8시경, 검정검 고급 세단이 서울역 KTX 플랫폼으로 들어왔다. 참으로 흔치 않은 광경이 벌어진 것이다. 이 차량의 뒷 좌석에는 황교안 당시 국무총리가 타고 있었다.

황 총리는 이날 저녁 8시 출발하는 KTX 171편을 타고 충북 오송역까지 갔다. 세종시 소재 공관으로 가기 위해서였다. 황 총리를 태운 국무총리실 소속 관용 차량 2대가 황 총리를 내려준 뒤, 차를 돌려 나갔다. 

열차 플랫폼까지 세단을 타고 들어간 황 총리는 오송역에서는 역 입구까지 걸어 나갈 수밖에 없었다. 서울역 플랫폼 일부 공간은 차량 진입이 가능하지만, 오송역은 구조적으로 차량 진입이 불가능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황 총리가 역까지 걸어 나가는 동안, 열차에 타기 위해 플랫폼으로 다가가는 시민들은 경호 요원들에게 제지를 당했다고 한다. 그야말로 황제의전의 끝판을 보여준 것이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방문을 위해 한 아파트에서 주차된 차량을 빼달라고 한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황교안 대표의 황제의전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황 대표는 대통령 권한대행이던 2016년 12월 23일 오후 2시, 연말연시 민생현장 점검 차 서울 동작구 대방동의 한 임대아파트를 방문했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이날 황 권한대행 방문 때문에 아파트 주민들은 주차된 차량을 옮겨야 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했다. 황 권한대행이 기자단과 수행원 등을 대동 방문할 것을 고려해 미리 주차공간을 확보하느라 벌어진 일이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오전 9시쯤부터 가가호호 전화를 걸어 “총리가 온다”며 주차된 차량을 옮겨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 주민이 “남편이 차량 키를 갖고 출근했다”며 어쩔 수 없는 상황을 설명하자, 관리사무소 측은 경찰에 불법 주차라며 신고 했다. 이에 경찰관 2명이 곧바로 출동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됐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총리실 관계자는 “관리사무소 측에서 자체적으로 신경을 쓴 것 같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과거 황제의전 논란을 떠올려보면, 총리실 해명은 쓴웃음만 짓게 할 뿐이다. 

2017년 1월 4일에는 황교안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 이동하는 길에서 7분 넘게 신호를 통제하면서 일대 도로가 마비됐다. 황 권한대행이 서울 구로동 소재 디지털 산업단지를 방문하면서 인근 도로 교통이 7분 넘게 통제된 것이다. 

당시 언론은 이 장면이 담긴 차량 블랙박스를 공개하면서, “황교안 대행 차량 8대가 이 구간을 지나간 시간은 실제로 12초에 불과했는데, 이를 위해 무려 7분 동안 다른 차량들은 교통 불편을 겪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그러고 보면 민폐의전, 황제의전의 끝판왕 황교안 대표의 입에서 나온 ‘참 귀한 분’ 발언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진다. ‘황제의전’으로 여러 차례 물의를 빚은 인사답게 공관병 갑질 논란으로 국민적 공분을 산 박 전 대장을 바라보는 애정 어린 시선은 기이할 것도 없어 보인다. 특히 박 전 대장이 독실한 기독교인으로서 갑질 논란조차 하나님이 주신 고난으로 받아들이는 삶의 태도는 어쩐지 황 대표와 참 많이 닮아있다. 

황 대표는 여론이 좋지 않자, 결국 박 전 대장 영입을 취소하면서 바른미래당과의 보수통합을 추진했으나, 시작도 전에 엇박자를 내고 있다. 여론도 회복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한편 황 대표의 박 전 대장 영입과 관련 제3의 인물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주목된다.

평화나무와 접촉한 복수의 제보자는 박 전 대장을 한국당 인재로 제안한 주역으로 전직 관료 A씨를 꼽았다. A씨는 반동성애, 이슬람 반대 운동 전면에 나선 인물이다. 제보자는 그가 개신교계와 한국당 등 보수정치권의 가교역할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실제 박 전 대장 영입은 한국당 공식 의사결정 기구인 최고위원회의의 동의조차 받지못했던 터다.

자유한국당 내부에서도 비판이 흘러나온다. 앞서 장제원 자유한국 당 의원은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인재영입은 섣불렀고, 통합 추진은 미숙하다"고 비판했다.

* 이 기사는 2019년 11월에 작성됐습니다. 

저작권자 © 평화나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