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상훼손 복원비용 모금하던 손원영 교수
학교로부터 해임...소송 끝에 대법서 승소

[평화나무 권지연 기자]  2016년 1월 17일 밤, 김천 개운사에서 벌어진 훼불사건은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술에 취한 60대 개신교인 남성이 법당에 난입해 불상을 파손하고, 향로와 목탁 등 법구를 내던지면서 난동을 부린 것이다. 그는 “절도 성당도 미신이고 우상숭배이기에 불을 질러야 한다”고 소리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남성이 이같은 행동을 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본인은 미신과 우상숭배에 대한 거룩한 분노로 미화했겠으나, 무지가 불러온 타종교에 대한 혐오와 폭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결국, 그는 경찰에 인계됐다. 하지만 사찰은 피해를 떠안았다. 

이를 보다 못한 한 신학대 교수는 훼불행위로 피해를 입은 개운사를 돕기 위해 모금 활동을 펼쳤다. 그가 바로 손원영 서울기독대 교수다. 

그는 많은 이들에게서 “진정한 종교평화를 추구하는 자”라며 칭찬받았으나, 학교 측은 손 교수에게 ‘파면’이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서울기독대를 운영하는 그리스도의교회협의회와 학교법인 환원학원은 ‘손 교수의 행위가 교단 신학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였다.

불상은 우상에 해당하기 때문에 복구비용을 모으는 것 자체가 우상숭배 행위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학교 측의 이러한 결정에는 손 교수에 대한 낙인 효과가 작용했을 것이다. 손 교수는 학교와 이사장의 잘못에 눈감는 타입이 아니었다. 교육부는 2011년 서울기독대가 서울 은평구 땅을 매입할 당시 들어간 50억 원이 불법 사용이라며 전액 환수를 명령했다. 이강평 총장은 이후 배임·횡령 혐의로 재판까지 받았지만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이 총장을 비판하며 1인 시위 등을 펼쳤던 손 교수를 학교 측은 곱게 볼 리 없었다. 서울기독대 이사회는 손원영 교수가 2014년 한 차례 징계위원회에 회부 됐을 당시 약속한 사항들도 지키지 않았다고 했다. 손 교수가 학교 측에 했던 약속은 다음과 같다.

△본인과 가족모두 그리스도의교회협의회에서 침례를 받을 것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를 포기하고 그리스도의교회협의회에 입회할 것 △환원 운동에 동참할 것 △종교다원주의 등 급진적 주장에 동조하지 않을 것 △대학 내 정치 활동에 참여하지 않을 것 △학교가 하나 되는 길에 충성을 다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18년간 몸담아온 학교에서 하루아침에 쫓겨난 손 교수의 마음은 어땠을까. 손 교수는 한마디로 “너무 상식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황당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지성의 요람이라는 대학에서 또 종교의 자유가 있는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며 “아마도 학교에서 총장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던 것 때문에 핑계 삼아 잘랐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학교로 돌아가기 위한 손 교수의 투쟁은 눈물겨웠다. 학교 측의 부당한 처사에 학생들도 발 벗고 나섰다. 손 교수가 징계위원회에 회부 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그해 1월, 졸업생 80명의 서명이 담긴 탄원서가 학교 측에 전달됐다. 그러나 손 교수는 가차 없이 학교에서 쫓겨났다. 손 교수는 법원에 제소했고 1, 2심 모두 승소했다. 학교는 손 교수의 복직을 허용하지 않았으나, 상고 최종 시한인 지난 4일까지 학교 측이 상고하지 않아 손 교수는 최종 승소를 거두고 학교로 돌가갈 수 있게 됐다. 

지난달 11일 서울고등법원 2심 재판부는 “학교법인 환원학원이 2017년 2월 내린 손원영 교수 파면 처분은 무효임을 확인한다”고 선고하면서 학교가 손 교수에게 2017년 3월 1일부터 복직할 때까지 매월 임금 상당액과 이자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법의 판결은 교육법의 적용을 받는 교육기관에서 자의적으로 해석된 교리에 의한 부당 해고는 옳지 않다는 점을 명확히 알려주고 있다. 또 손 교수의 사례는 비슷한 고통을 겪고 있는 한동대학교 김대옥 교수에게도 희망을 던져주고 있다. 

손 교수는 “이번 학기는 이미 끝났기 때문에 복귀할 시점을 학교와 의논 중”이라고 했다. 손 교수와 학교 측의 줄다리기가 아직 끝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3년 만에 학교로 돌아가는 손 교수는 각오를 새롭게 하는 이유다. 

손 교수는 “교수로서 해야 할 가르치는 일과 연구하는 일을 열심히 하겠다. 또 아닌 것에 대해서는 외치고, 종교간 갈등을 조장하는 일이 없도록 종교 평화에 기여하는 일도 하고 싶다”고 소회를 밝혔다. 아울러 “점차 혐오를 조장하고 폭력성을 띄는 종교의 모습이 안타깝다”며 “개신교를 비롯한 종교가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개신교의 위기 원인을 신학의 부재에서 찾기도 했다. 손 교수는 “교회가 특히 힘 있는 대형교회들이 대학을 지배하다시피 하면서 대학들이 자본에 종속됐다. 신학자들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지 못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 기사는 2019년 11월에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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