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나무 권지연 기자] 흔히들 한국교회가 위기라고 한다. 교회 내 성범죄, 목사의 정치 행보, 재정 횡령, 이웃 사랑 결여 등 이유는 수없이 많다. 그런데 기독교를 삼키는 주범으로 ‘네오막시즘’을 꼽는 이들이 있다. 대형교회 설교 강단과 강연을 통해 전파되는 ‘네오막시즘=한국교회 망치는 주범’ 공식은 누가 퍼뜨리는 것일까. 

뉴스앤조이 보도에 따르면 한국기독교 100주년기념교회 강단에서 공동목회자 4인중 한 사람인 김광욱 목사는 1월 27일 주일예배 설교에서 “오늘날 '네오마르크스주의'가사회를 무너뜨리고 교회를 파괴하기 위해 정치·경제·문화·교육 등 여러 영역에 침투해 있다며 ,교회가 구별되어 반대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설교했다. 

큰사랑교회 박광서 담임목사는 지난해 12월 25일 크리스천투데이에 “'68혁명 세대 '라 불리는 이들은 '네오마르크시즘의 산물'이었다. 이들은 네오마르크시즘의 영향을 받고 자라난 세대들이라 서구의 기독교 전통적인 가치나 윤리체계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있었다. 이들이 오늘의 혼탁한 세상을 만든 주범들”이라는 내용의 칼럼을 기고했다. 

반동성애 활동에 누구보다 적극적인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 역시 지난 2월 26일 크리스천투데이에 목양칼럼을 통해 “동성애야말로 성경의 원리에 맞지 않고 비 진리라는 차원을 넘어 이 시대의 교회들을 해체 시키려는 네오막시즘 사상의 ICBM(대륙간 탄도미사일 -편집자 주 )급 최첨단 무기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하며, 미국교회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되었지만, 한국교회는 그 이전에 동성애를 대응하고 막아야 한다”고 설파했다. 

앞서 소강석 목사에게 영향을 끼친 인물, 김승규 전 국정원장의 입에서도 이러한 수없이 나왔다. 김 전 원장은 3월 28일 헌법학자들을 모아놓고 ‘정교분리원칙에 갇힌 한국교회’를 주제로 포럼을 개최하면서 한국교회 위기 원인을 네오막시즘으로 규정하면서 기독자유당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또 교회 간증 시에는 대한민국을 망치는 좌파이데올로기 중 하나로 ‘네오막시즘’을 거론하면서 “이는 공산주의 혁명을 해야 하는데 종전의 방식으로는 안 된다는 것을 느껴서 우회적으로 공산화하는 방법으로 개발한 이론”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 중 하나가 동성애이며, 배후에는 사탄이 있다고 했다. 

네오막시즘, 한국교회 무너뜨리는 주범? 

‘네오막시즘’이 한국교회를 무너뜨리기 위해 사탄의 조종을 받는 무시무시한 사상이란 주장은 사실일까?

‘네오막시즘’은 1920년대 이탈리아의 그람시와 헝가리의 루카치 등 정통파 마르크스주의의 변종 사상으로 ‘휴머니즘’과 ‘막시즘’을 결합한 단어이다. 이를 하나로 규정하기는 어렵다. 20 세기 초 막스주의에 대한 논쟁이 뜨겁게 일자, 이를 어떻게 하나로 묶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 담아낸 포괄적 개념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학술적으로 경향이 비슷한 것들을 학자들끼리 정례해 ‘네오막시즘’이라고 명칭한 것이지 어떤 중추세력이나 실체가 없다.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이자 교회와사회연구소 대표인 박성철 교수는 현재 일부 개신교 인사들의 네오막시즘 비판은 철학적·사회학적 분석이 결여된 일종의 매카시즘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일부 보수 기독교인들이 말하는 것을 보면 매우 단편적이다. 거기에는 ‘왜’나, ‘어떤 이유’로 네오마르크스주의가 다른 철학적 이론보다 교회를 무너뜨리는지는 것인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고 꼬집었다. 이는 철학사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이나 균형 감각이 없는 
매카시즘과 별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어떤 철학적 사조이든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의 문제이지, 특정한 사조나 철학적 이념이 더 기독교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굉장히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네오막시즘’은 매우 다양한 형태로 발전해 갔다. 2차 세계대전 후 독일의 프랑크푸르트학파는 맑스주의를 재해석하고 비판주의로 발전해갔다. 이를 네오마크스스주의 일종으로 봐야 하느냐에는 학자들 간의 이견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박 교수는 이는 유럽 사회가 의사소통을 중시하는 사회로 나아가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봤다. 유럽의 복지와 사민주의 역시 이러한 철학적 사조가 사회의 바탕이 됐다는 것이다. 

박 교수에 따르면 ‘네오막시즘’ 철학의 영향은 다양한 복지정책에서도 나타났다. 박 교수는 “1930 년 미국 사회는 대공황으로 인해 경기침체가 극심해지고, 수많은 실업자가 발생하자, 노동자, 농민, 흑인, 도시 빈민과 같은 비주류(非主流) 세력들이 가장 큰 어려움을 겪게 됐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1933년에 새로 들어선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민주당 행정부는 대중의 요구에 따라 정부개입을 받아들이는 용단을 내렸다. 뉴딜 정책은 정부가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서서 경제와 사회의 문제에 적극 개입해 해결하는데 앞섰다. 그것도 엄밀히 말하자면 독일 프랑스 등에서 20년, 30년간 네오막시즘을 통해 복지정책을 제시했던 결과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기준에서 볼 때 과거 보수당에서 선거마다 내놓았던 정책 중에서도 ‘네오막시즘’ 철학이 바탕이 된 것도 없지 않을 것이다. 

네오마르크스주의가 성 윤리를 무너뜨린다? 
박 교수는 네오마르크스주의가 한국의 성 윤리를 무너뜨리고 결국, 한국교회가 대적해야 할 대상인 것처럼 낙인찍는 일부 개신교 인사들의 주장에 대해서도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박 교수는 “독일이나 프랑스와 같은 서유럽의 경우, 68혁명 이후 성 윤리 변화는 네오마르크스주의의 영향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한국의 보수 기독교가 신봉하는 미국 사회에서 '성 해방'(sexual revolution)이 본격적으로 논의된 1960년대는 베트남전쟁으로 미국 정부가 시민의 신뢰를 잃어버리고 탈근대(post-modern) 담론이 등장하던 때였다. '

이 시기 '히피'(Hippie 또는 Hippy)로 상징하는 탈근대적 문화 운동은 미국의 전통적인 성 윤리가 약화하는 데 더 큰 영향을 미쳤으며 물론 히피는 '좌파 운동'이나 '미국 시민권 운동'과 더불어 1960년대 미국의 대표적 반문화 운동이지만 네오마르크스주의와 동일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더구나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성 윤리가 무너지는 것은 후기 자본주의사회에 의해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는 성性 상품화에 더 큰 영향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본주의는 기독교적인가? 

‘네오막시즘’을 사회와 교회를 무너뜨리는 반사회적이며 반기독교적 철학 사상이라는 주장 이면에는 ‘자본주의’는 무조건 기독교적이라는 개념을 전제한다. 

과연 자본주의는 기독교적일까. 박 교수는 “막스 베버의 저서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을 보면 청교도적인 정신이 자본주의의 시작이 되었다. 특히 근대적 자본주의의 시작이 됐다고 언급돼 있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그 논문의 맨 마지막 두 장을 보면 근대자본주의가 체계를 갖춘 이후 더는 청교도적 노동윤리를 필요로 하지않고 자체 구조와 체제로써 돌아가고 있다고 마무리 된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자본주의가 기독교적 가치라고 주장하는 이들은 자신들이 보고 싶은 것만 발췌한 것이다. 특정한 구조와 가치, 체계를 기독교적이냐, 아니냐로 판단하기 위해서는 언제나 면밀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 극우는 이념보다 이익 중심 “논리 없어” 

박 교수는 “유럽에서도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극우 물결은 거세지고 있다”면서도 “ 그러나 한국의 극우는 유럽의 극우와는 다른 경향성을 보인다”고 판단했다. 

예를 들어, 독일의 경우 민족주의와 인종주의가 결합해 극우를 이루지만 한국은 지역적으로 이권을 누렸던 이들이 약자를 배제하는 이익 중심으로 작용해 왔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한국의 극우는 이념적 측면이 약하고 논리력도 떨어진다는 것이 박 교수의 지적이다.

그는 “(한국의 극우에게서) 논리적 빈약함이 엿보이는 이유는 ‘빨갱이’, ‘동성애’ 등 일종의 매카시즘을 작용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대중을 설득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무조건 선동당하지 말고 분별할 것을 강조했다. ‘애국’이란 단어를 앞세운다고 해도 다 좋은 의미는 아니라는 조언도 덧붙였다. 

“요즘 애국주의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요, 독일은 인종주의적인 애국주의냐 합법적인 애국주의냐에 따라 다른 평가가 내려집니다. 애국주의라고 다 긍정적인 의미가 아니라는 겁니다. 합법적인 의미의 애국주의는 긍정하나 인종이나 계급을 중심으로 하는 애국주의는 비판하는 성향이 있습니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애국주의를 내세워 감정에 호소하면서 애국이라고 하는 것에는 교정이 필요해 보입니다”

반동성애 네트워크, 선거철 반정부세력으로 돌변? 

반동성애 진영이 개최하는 포럼이나 세미나에서 김승규 전 국정원장의 모습은 쉽게 볼 수 있다.

‘동성애’가 한국교회에서 일종의 좌표 찍기에 사용되는 가운데 전 국정원장의 행보는 사안을 더욱 가벼이 볼 수 없도록 만든다. 더욱이 최근 <평화나무>에는 반동성애 네트워크에 대한 지원이 선거철에는 반민주당 기독교 연합세력으로 돌변한다고 제보가 들어왔다. 제보자의 주장은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다. 초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사퇴압박이 무차별적으로 진행되던 9월경, 교계를 중심으로는 ‘조국 동성애 옹호자’ 프레임이 덧씌워지면서 ‘조국후보자임명반대전국네트워크(조반넷)’이란 단체까지 결성됐다. 

조반넷은 건강한사회를위한국민연대, 차세대바로세우기학부모연합, 동성애동성혼반대국민연합 등 평소 반동성애 활동을 전개해 온 시민 단체와 종교단체가 연합해 결성됐다.

또 조국 법무부 장관 퇴진을 요구하며 시국 선언문을 발표한 대학 교수들 중 상당수는 '동성애동성혼합법화반대전국교수연합'(동반교연)에 이름을 올린 이들로 나타나기도 했다. 

당시 조국 전 장관 퇴진을 주장하는 대학교수들이 서명에 나서면서 ‘사회정의를바라는전국교수모임(정교모)’라는 임의단체가 결성됐다.

정교모의 주최세력은 표면적으로 드러난 것이 없다. 단 9월 18일 팩트체크 전문 매체 <뉴스톱>에 따르면 246개 대학 2104명의 교수(9월 17일 오후 5시 기준)가 서명했다는 '사회정의를바라는전국교수모임'(정교모)에 실명을 올린 대학별 대표 서명자 47명 중 동반교연 활동 경력이 있는 사람이 72%(34명)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반교연은 기독교인 교수 중심으로 결성된 단체로 현재 348개 대학 3200여명이 가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화나무>가 연락처를 입수한 정교모 주최 측 인사도 동반교연에 소속된 개신교 내 대표적인 반동성애 활동가였다.

*이 기사는 2019년 6월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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