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 불식 위해 나선 심성정 의원에 보수 개신교계 “답정너”

[평화나무 권지연 기자] 크리스천투데이가 22일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최근 열린 토론회에서 “차별금지법 위반 설교를 하면 처벌받을 것”이라고 작성한 기사에 대한 정정보도문을 올렸다. 또 관련 기사와 사설은 삭제 조치했다.

크리스천투데이는 이날 정정보도문을 통해 “독자 여러분과 정의당 심상정 대표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리며, 본지는 앞으로 정론 보도를 위해 더욱 노력할 것임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번 유통된 기사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 극우 개신교인들의 블로그 등에는 여전히 크리스천투데이가 삭제한 기사가 버젓이 남아 있다. 

심상정 “극단적 사례만으로 차별금지법 단정 짓는 것 왜곡” 

심 대표는 20일 고양시기독교연합회(오성재 대표회장)와 덕양구기독교연합회(송기섭 대표회장) 주최로 고양시 덕양구 사랑누리교회(김정태 목사)에서 열린 '차별금지법 토론회'에 참석했다. 정의당이 2020년 1호 법안으로 차별금지법을 내세운 것을 두고 지역 교계 목회자들의 우려와 오해를 불식시키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이날 반동성애 활동가들과 개신교인들의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식 대응은 답답함을 안겼다. 

당시 토론회에는 반동성애 활동가인 김지연 약사(한국가족보건협회)와 염안섭 원장(수동연세요양병원)도 참석해 차별금지법 제정이 동성애와 에이즈를 확산을 불러올 것이란 주장을 펼쳤다.

또 이 때문에 에이즈 치료 등에 필요한 사회적 비용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날 것이라 우려했다. 결국,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동성애와 에이즈의 상관관계를 언급조차 할 수 없게 되고, 동성애를 ‘죄’라고 말하거나 ‘비정상’이라고 말하는 이들을 처벌하는 반기독교적 악법이 될 것이란 주장을 펼친 것이다.

이어진 토론에는 김명식 목사(덕양구기독교연합회 이단대책위원회), 송기섭 대표회장(덕양구기독교연합회), 김명길 목사(바른군인권연구소) 등이 패널로 참석해 차별금지 항목에 '성적지향'을 삭제하고 목사들이 ‘동성애를 반대한다’고 발언해도 처벌받지 않게 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심 대표는 이날 극단적 사례와 이미지만으로 차별금지법을 단정 짓는 것은 대단한 왜곡이라고 지적했다. 

차별금지법 22개 조항 중 ‘성적지향’에만 집착
차별금지법 위반 설교하면 처벌받는다?...아니라는데도 왜곡 보도 

차별금지법은 병력(病歷), 출신 국가, 출신 민족, 인종, 피부색, 언어, 가족 형태 및 가족 상황, 성적지향, 학력 등 20여개 조항의 차별을 금지하는 법률이다. 차별을 금하는 22개 조항 중 유독 ‘성적지향’에만 집착하며 차별금지법이 대한민국을 무너뜨릴 수 있는 악법인 것처럼 확대해석한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심 대표는 이날 “이 법(차별금지법)은 '성적지향'뿐 아니라 '종교' 때문에 차별하는 것도 금지되어 있다”며 “사회적 약자들이 여러 이유로 차별받고 있기 때문에 차별금지법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그중에 성 소수자 문제도 끼어 있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또 “목사님들이 종교의 자유가 침해받는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런데 법이 아직 제정되지 않았지만, (설교에서) 동성애를 비판하는 건 차별금지법에 위배 되지 않는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어떤 한 사람, 성소수자 개인을 모욕하고 인격적으로 폄훼하는 건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기독교가 동성애를 반대하고 좋지 않다고 말하는 그 자체에 대해서는, 우리가 사상의 자유가 있고 신앙의 자유가 있기 때문에 어떤 신앙과 신념을 가졌다고 누구도 거기에 법적으로 문제 삼을 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2013년 법안에는 교육기관, 공공 기관에서 그런 발언(동성애 비판)을 할 때 처벌받는다고 했지만, 종교 기관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크리스천투데이는 심 대표가 목회자들이 설교에서 동성애를 비판하면, 차별금지법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발언한 것처럼 보도했다. 

크리스천투데이는 기사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추진 중인 정의당 대표 심상정 의원이 ‘(차별금지법이 제정될 경우) 차별금지법을 위반하는 설교를 하면 처벌을 받지 않는가’라는 질문에 ‘처벌을 받을 것’이라고 답했다”고 쓴 것이다. 

이는 한 참석자가 “차별금지법을 어기면 처벌받나, 안 받나”라는 질의에 심 대표가 “처벌받겠죠”라고 답한 워딩이 왜곡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심 대표의 답변은 법을 어기는 사람은 누구든 처벌받을 수 있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답변을 한 것이다.

차별금지법으로 설교를 처벌할 수 있다고 대답한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크리스천투데이는 “단도직입적으로 ‘차별금지법 위반 내용 설교’의 처벌 여부를 묻자, ‘처벌을 받을 것’이라고 답한 것이다”라며 왜곡 보도했다. 

또 22일 '심상정 대표, 차별금지법 가면 벗겨 줘서 고맙다'라는 사설을 싣고, "동성애 비판에 대해 재갈을 물리고 기독교계를 탄압하려 하는 '다음 단계'가 이미 기획돼 있는 것은 아닌가"라고 썼다. 

이후 크리스천투데이의 기사와 사설은 심 대표의 설명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단순 실수에 불과했을까.

그렇게 이해하기엔 그간 크리스천투데이를 비롯한 보수 개신교계가 보여온 독선과 불통은 지나치게 오래 이어져 왔다. 법무부가 2007년 ‘헌법상 평등의 원칙을 실현하는 최초의 기본법’으로 입법 예고한 후 13년째 보수 개신교인들의 반발에 부딪히며 법 제정은 번번이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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