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방역 취약계층 돕는다며 김장환 목사 책 수익 올린 극동방송

극동방송은 2일 오전 7시부터 11시까지 4시간 동안 코로나 19 방역 취약계층에 방역키트를 보내는 ‘힘내세요! 주님이 계시잖아요’를 전국 동시 생방송으로 진행했다. 한구좌에 3만원을 후원하면 마스크 6장과 손 소독제, 큐티책(성경묵상집)을 방역 취약계층에 보내주겠다는 것이다. (출처=극동방송 홈페이지)

[평화나무 권지연 기자] 극동방송(김장환 이사장)이 코로나 19로 특히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대구·경북 지역을 돕겠다는 취지로 진행한 특별모금 생방송을 성황리에 마치면서 김장환 목사의 성경묵상집(큐티책)도 재인쇄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후원자 돈으로 생색은 극동방송이, 김장환 목사 큐티책 수익까지 챙겨  

극동방송은 2일 오전 7시부터 11시까지 4시간 동안 코로나 19 방역 취약계층에 방역키트를 보내는 ‘힘내세요! 주님이 계시잖아요’를 전국 동시 생방송으로 진행했다. 한구좌에 3만원을 후원하면 마스크 6장과 손 소독제, 큐티책(성경묵상집)을 방역 취약계층에 보내주겠다는 것이다. 

극동방송 진행자들은 "한구좌에 3만원인데 가족 수만큼 후원을 해주셔도 좋고, 모임 또는 단체 등의 이름으로 해주셔도 좋다. 아침에 후원한 분들이라도 하나님께서 감동 주시는대로 추가로 후원 해도 좋다"는 등의 독려 멘트를 끊임없이 날렸다. 

또 이번 특별모금 생방송을 통해 모금된 전액은 극동방송에 후원되는 것이 아니라 대구ㆍ경북지역의 방역 취약계층에 전액 기부된다는 점을 매시간 강조했다. 

극동방송 진행자들이 소개한 후원자들의 사연은 눈물겨웠다. 진행자들은 “어린이가 세뱃돈 100만원을 후원하겠다고 한다”, “기초 생활 수급자도 후원했다”는 등의 감동적인 사연을 전했다. 또 진행자들이 소개한 후원자 중에는 가족수 대로 후원에 동참하거나 33구좌, 또는 수백만원 단위의 거액을 후원하는 경우도 수두룩했다. 

문제는 극동방송이 구호 물품 중 하나로 포함시킨 큐티책의 저자가 김장환 목사라는 점이다. 앞서 평화나무는  지난달 29일 기사에서 극동방송이 이번 특별생방송으로 김장환 목사의 큐티집을 땡처리 하려는 것은 아니냐는 문제제기를 한 바 있다.

김장환 목사의 큐티집 ‘승리하리라’의 출판사인 나침반 관계자는 2일 평화나무를 통해 “오늘 아침 듣기로 극동방송에서 2천 권을 주문했고, 5천 권을 더 주문해 새로 인쇄하기 위해 발주를 넣은 상태”라고 밝혔다. 

평화나무 취재진이 ‘이번 특별모금 생방송으로 출판사도 이득을 챙긴 것 아니냐’고 묻자, “그렇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며 “가격을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일에 쓴다고 해서 정가를 전부 받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가격은 대표님께서 정했다”고 했다. 

아울러 나침반출판사 김용호 대표는 문자메시지를 통해 “감기 때문에 목소리가 맑지 않고 건강이 안 좋아 전화통화가 힘드니 양해 바란다”면서 “우리(나침반출판사) 팀장이 자세히 잘 설명한 것 같다. 달리 드릴 얘기가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평화나무가 재차 극동방송에 큐티집을 얼마에 판매했는지를 물었으나, 이에 대한 답변은 듣지 못했다. 김 대표는 "이에 대한 답변은 드릴 수 없다"며 "양해해 달라"고 답변했다. 

단, 현행 도서정가에 따라 책값을 터무니없이 낮추지는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도서정가제(2014년 개정)는 할인율 15%에 가격할인은 최대 10%까지 가능하다. 발행 후 18개월이 지나면 도서의 정가를 변경할 수 있고 비매품으로 발행된 도서는 기증이 가능하다. 그러나 판매를 목적으로 발행된 도서의 경우 저자라 하더라도 임의로 기증하는데는 제한이 따른다는 것이 문체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게다가 앞서 평화나무가 보도한 대로 극동방송이 정한 1구좌 3만원은 손 소독제(베가플루겔/480ml 1만원)와 마스크 6장(9000원) 소비자 가격에 김장환 목사의 큐티책 가격을 포함해야 맞아 떨어진다. 

출판계 한 관계자는 “보통 책의 제작 원가는 초판일 경우 책 정가의 30%, 재인쇄 이상일 경우 20% 내외”라며 “결국 성금을 받아 그중 일부를 책 판매에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출판사와 저자에게 수입이 생긴다는 점에서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여겨진다”고 말했다. 

김장환 목사의 큐티집 가격을 한권에 1만원씩 책정하더라도 큐티책 7천권을 판매한 나침반 출판사와 김장환 목사는 최소 수천만원의 이득을 챙길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장환 목사 큐티집 포함 고지하지 않았다면, 배임죄 소지 커 

극동방송이 자사 유튜브를 통해 공개한 1구좌 30,000원에 해당하는 구호물품. 마스크 6개, 손소독제 등 방역키트와 김장환 목사를 앞세운 큐티용 자료집으로 구성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출처=febc 극동방송 유튜브 영상 캡처) 
극동방송이 자사 유튜브를 통해 공개한 1구좌 30,000원에 해당하는 구호물품. 마스크 6개, 손소독제 등 방역키트와 김장환 목사를 앞세운 큐티용 자료집으로 구성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출처=febc 극동방송 유튜브 영상 캡처)

박지훈 변호사(법무법인 디딤돌)는 “후원자들에게 후원을 독려할 때 3만원 물품 안에 이사장이 발간한 책이 포함되어 있다는 고지가 분명히 들어간 것이 아니라면 큰 문제가 있어 보인다. 배임에 해당 될 소지가 있다”고 해석했다. 다시말해, 후원자들에게 이번 후원으로 김장환 목사의 큐티집을 수입하게 되는 것이란 고지를 제대로 하지 않을 경우 문제의 소지가 크다는 뜻이다.

극동방송이 제작한 이번 특별모금 생방송 공식 포스터에는 물품 구성을 ‘마스크, 소독제, 큐티집 등 3만원 상당 물품 패키지’라고 명시하고 있다. 큐티집이 김장환 목사가 발간한 것이란 설명은 없다. 

극동방송이 자사 유튜브 채널을 공개한 영상에는 김장환 목사의 2020년 발간 큐티집 ‘승리하리라(김장환 목사와 함께 경건생활 365일)’ 이미지가 포함돼 있기는 하다. 그러나 후원자들이 이것으로 김장환 목사의 큐티집이란 사실을 인지했을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극동방송의 특별생방송 소식은 국민일보, 뉴시스, 매일경제, 서울신문, 부산일보 등 30여개 매체에서도 전했다. 해당 보도 내용은 누가 봐도 극동방송이 뿌린 보도자료 내용으로 보인다. 여기서도 극동방송이 물품 구성에 김장환 목사의 큐티집을 포함시켰다는 문구는 찾아볼 수 없다. 생방송 중에도 물론 들어보지 못했다.

극동방송의 특별생방송 소식은 국민일보, 뉴시스, 매일경제, 서울신문, 부산일보 등 30여개 매체가 보도했다. (출처=네이버 포털 사이트 화면 캡처) 

‘생방송힘내세요’ 이벤트, 생색내기용? 

극동방송은 포털에 검색어 올리기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검색어 슬로건을 ‘대구·경북 힘내세요’도 아닌 ‘생방송힘내세요’로 홍보했다는 점도 아쉬움이 남는다. 

극동방송 진행자들은 청취자들에게 ‘생방송힘내세요’ 검색어 띄우기를 독려했다. 실제로 오전 8시 30분 전후로 ‘생방송힘내세요’가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1위로 떠올랐고 생방송을 마치는 11시경까지 10위권 밖으로 밀려나지 않았다. 

2일 오전 8시25분 '생방송힘내세요'가 네이터 포털 검색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출처=네이버 포털 사이트 화면 캡처)

 

극동방송 진행자들은 검색어 띄우기 이벤트와 관련해, 코로나 19로 온 국민이 힘겨운 상황에서 우리(극동방송)가 응원한다는 것을 알리고, 개신교인들이 함께한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 극동방송 퇴사자는 이번 특별 생방송이 진행되기 이전부터 평화나무를 통해 “극동방송이 후원을 할 때마다 늘 생색은 있는 대로 내왔다"면서 "극동방송은 이번 기회가 이미지 쇄신의 적기로 생각할 가능성이 크다. 아마도 엄청나게 생색내기를 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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