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큰 사람' 주도하는 교회내 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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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 큰 사람' 주도하는 교회내 여론
  • 권지연 기자
  • 승인 2020.03.03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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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개신교 조직력 앞에 사라진 진실

 

권지연 평화나무 기자

얼마 전 자칭 ‘국가 사역자’라는 여성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이 여성은 24일 구속된 전광훈을 위한 성명을 내야 한다며 내게 연락을 해왔다.

나는 이 뜬금없는 전화를 교계 언론사에 재직하던 2014년-2017년 당시에 참 많이도 받아왔다. 이 여성은 보도가 맘에 들지 않으면 사사건건 연락하던 시청자 중 한 명이다.

퇴사한 지 3년도 더 흘렀고, 과거에도 분명 나의 퇴사 사실을 알린 적이 있었으나 이 여성은 기억하지 못한 채 또 내 번호로 연락을 한 것이다. 

이 여성은 내게 전광훈 씨가 20년간 애국 운동을 해 온 선지자로서 하나님께서 사용하고 계시며, 현재 한국이 얼마나 위기인지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우리 이웃도 억울하게 당하면 크리스천이 돕는다”며 “전광훈 목사는 죄 없이 (감옥에) 들어갔다. 이게 다 목회자와 교회에 대한 핍박과 박해의 시작”이라고 주장했다. 

또 국민감시자로서 언론사마다 연락을 하고 있다고 했다. 언론이 심각하게 편향되어 있으며, 무조건 문재인 정부에 유리한 쪽으로 잘못 해석하기 때문에 모니터링과 항의 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는 “성창경 KBS공영노조위원장에 따르면 시청자 한 명이 방송국에 전화할 때 방송국은 무척 두려워한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그분(성창경)이 이런 얘기를 하기 훨씬 전부터 항의 전화를 많이 했고, 댓글 같은 것을 써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했다. 방송국과 교회들에 항의 전화를 혼자 하지 않고 많은 사람이 함께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나는 이런 조직적인 항의 전화가 얼마나 큰 위력을 발휘하는지 과거 교계 언론사에 몸담고 있을 때 수없이 경험했다. 시청자들의 항의 전화에 극우 개신교인들에게 불편할 기사는 단신 한 줄이라도 내려졌다. 탄핵당한 전 대통령 박근혜 씨의 국정농단으로 촛불집회가 한창일 때는 기사 내용에 아무런 논조가 담기지 않았음에도 자료 영상에 촛불집회 장면이 포함됐다는 이유로 기사가 통째로 내려가기도 했다.

이러한 조직적인 힘을 경험한 극우 개신교인들은 정치권은 물론 언론 등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어떻게 움직이면 좋을지를 매우 잘 알고 있다. 

이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조직망을 보유한 극우 개신교인들이 마음만 먹으면 청와대 국민청원이나 국회 국민동의청원 숫자 늘리기 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그 세를 입증이나 하려는 듯, 문재인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이어 올라온 국회 국민동의청원이 1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상임위 안건으로 올라가게 됐다. 국회 국민동의청원에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게시된 것과 띄어쓰기까지 동일한 내용의 청원이 28일 게재됐고, 나흘 만에 10만명이 동의했다. 

아니나 다를까. 문재인 대통령 탄핵을 목표로 청와대 국민청원과 국회국민청원의 청원 숫자가 증가하는 동안, 현 정부 비방이 주로 올라오는 교인들의 카카오톡 채팅방에서는 국민청원 링크가 수차례 공유됐다.

또 평화나무에는 교회 목사가 교인들이 모인 카카오톡 채팅방에 문재인 대통령 탄핵 청원에 동참하라는 메시지와 링크를 올려 불편하다는 제보가 들어오기도 했다. 

서울 성동구 소재 교회에 출석하는 A 씨는 “교회에서 목사가 성가대원들이 모여 있는 카카오톡 채팅방에 문재인 대통령 탄핵 청원 주소를 올리면서 동참하라고 선동해서 너무 불편하다”며 “지속적으로 현 정부를 공산주의당이라고 말하는가 하면 가짜뉴스를 유포한다”고 제보해 왔다. A씨는 “이 목사가 전광훈을 절대적으로 지지한다”고도 덧붙였다. 

박근혜를사랑하는모임(박사모) 회장 정광용 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정광용TV)을 통해 청원방법을 어려워할 수 있는 노인들을 위해 청원방법을 구체적으로 안내하며 청원을 유도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28일께 “어제까지 우리가 청와대 국민청원에 목을 매달았다. 청원대 국민청원은 어느 정도 광고 효과, 홍보 효과를 달성했다고 볼 수 있겠다”면서 “지금 우리가 청와대 국민청원을 한 것이 이슈가 되어서 전국적으로 퍼졌다. 소문이 어느 정도로 퍼졌느냐 하면 시골에 있는 방방곡곡까지 퍼졌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런데 더 확실한 방법을 찾았기 때문에 방향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국회는 (서명이) 10만명만 넘어가면 무조건 청원법에 의해 청원이 받아들여지게 되어 있다”며 국회 국민청원 링크를 주고, 청원방법을 상세히 설명했다. 해당 영상 조회수는 3일현재 10만명 이상을 돌파했다. 그는 앞서 청와대 국민청원과 관련해서도 7편의 영상을 게재해 청원 동참을 유도했다. 

정광용 씨는 전광훈 씨 구속 다음 날인 25일 ‘전광훈 목사 구속, 타당한가’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리고 전 씨를 두둔하기도 했다. 그가 개신교인인지는 알 수 없으나 전광훈 씨와 한 마음 한 뜻이라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한편 정 씨는 헌법재판소의 박 전 대통령의 파면 결정에 반대하는 폭력집회를 주도한 혐의를 받고 전광훈 씨 집회의 공식 사회자인 손상대(뉴스타운 대표)와 함께 징역형을 확정받은 바 있다. 

이처럼 전광훈 씨의 구속으로 광화문 광장에는 오랜만에 평화가 찾아왔으나, 그를 중심으로 세를 결집한 이들의 조직적 행동은 계속 이어지는 모습이다. 

문제는 이들의 외침이나 해당 청원 내용은 사실을 근거로 하지 않는다. 우선 청원 내용을 보자. 

청원인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처를 보면 볼수록 대한민국 대통령이 아닌, 중국의 대통령을 보는 듯하다”며 “국내에서는 마스크 가격이 10배 이상 폭등하고 품귀현상을 빚고 있는데 대통령은 300만개 마스크를 중국에 지원했다”고 지적했다. 또 전 세계적으로 총 62개국이 중국인 입국 금지, 중국 경유한 외국인에 대한 입국 금지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음에도 한국 정부는 눈치 게임 하듯 이제야 '후베이성을 2주 내 방문한 외국인 4일부터 입국 전면 금지' 조치를 취했다“고 비판했다. 또 현재도 하루에 약 2만명의 중국인이 대한민국으로 입국하고 있으며 정부가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마스크 300만장을 중국에 지원한 적이 없다. 외교부는 지난달 30일 민관 협력으로 마스크 200만장과 의료용 마스크 100만장 등 의료 물품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당 물품은 ‘중국유학총교우회’와 ‘중국우한대총동문회’에서 제공했고, 정부는 우한으로 운송을 지원했을 뿐이다. 

또 정부는 이미 중국 전용 입국장을 별도로 만들어 소독과 발열 체크를 하는 등 입국자들에 대한 절차를 강화했고, 정부의 ‘특별 입국 절차’ 등의 영향으로 중국에서 입국하는 중국인은 1000명대로 감소했다. 

그러나 언론마저 이 청원 내용의 진실 여부를 따져보지 않았다. 단기간에 10만을 넘긴 청원 숫자에만 집중해 보도한 것이다. 

오죽하면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청원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일부 언론은 앞뒤 맥락을 생략한 채 '묻지 마' 정부 비난을 하고 있다. 정부와 시민, 공무원, 의료진들이 감염병 예방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 언론만 바뀌면 된다는 교훈을 남겼다”고 비판했다. 

싸움판에서는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고 하지만, 우기면 그만이라는 듯 억지스럽게 ‘문재인 정부=공산주의’ 공식을 밀어붙이는 주요 세력이 개신교인들이라는 사실은 여전히 씁쓸하기만 하다. 이제 놀라울 것이 없음에도 말이다. 이들의 망동은 한국 정치의 수준을 30년은 더 퇴보하게 만드는 듯하다. 

우리 속담에 ‘방귀 뀐 놈이 성낸다’는 말이 있다. 본래 잘못한 것이 많은 사람이 양심에 걸리는 것을 감추기 위해 큰소리를 치며 화를 내는 법이다. 이들의 시끄러운 조직적 행동을 보면서 이렇게 읊조리게 된다. '옛말 하나 틀린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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