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아래 ‘중앙선관위’)가 법령에 부합하지 않은 QR코드를 오는 총선 사전투표에도 그대로 사용할 계획임을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평화나무 정병진 기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아래 ‘중앙선관위’)가 법령에 부합하지 않은 QR코드를 오는 총선 사전투표에도 그대로 사용할 계획임을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현행 공직선거법에는 사전투표용지 일련번호는 바코드 형태의 막대모양 기호로 표시하게 돼 있음에도 선관위는 QR코드를 사용해왔다. 

21대 총선까지 불과 40여 일이 남은 가운데 중앙선관위가 사전투표용지에 종전처럼 QR코드를 사용해 일련번호를 표시할 계획임을 밝혔다.

QR코드 사용 문제는 사전투표제도가 도입된 2014 이후로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QR코드가 사전투표제도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요소라는 것. 

기자는 4.15 총선 사전투표용지에 종전처럼 QR코드를 사용하는 지 여부와 그대로 사용한다면 법령 위배 소지가 있음을 알고도 시정하지 않는 이유를 알려달라고 중앙선관위에 질의서를 보냈다. 

중앙선관위는 지난달 28일 다음과 같은 답변을 내놓았다.

○ 우리 위원회는 2018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사전투표용지 QR코드 관련 법 개정 필요성 검토’ 시정요구에 대하여 ‘향후 사전투표용지 바코드 인쇄와 관련한 불필요한 오해가 발생되지 않도록 공직선거법 관련 규정 개정 등 노력할 것’이라고 답변하였습니다. 

○ 이와 관련하여 현재 「공직선거법」 제151조제6항의 “막대모양의” 부분을 삭제하는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안(‘18. 8. 30, 김병관 의원 대표발의)이 국회에 계류 중이며, 우리 위원회는 제21대 국회의원선거의 투명하고 공정한 선거관리를 위하여 지난 1. 10. 국회의장 및 주요 정당의 대표자에게 국회에서 심사·계류 중인 공직선거법 개정 법안의 조속한 입법을 요청한 바 있습니다.

(출처=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 답변 내용으로는 기자가 질의한 4.15 총선 때 사전투표용지에 QR코드를 사용하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 

이를 확인하고자 중앙선관위에 직접 연락을 취하자, 담당 A주무관은 “종전처럼 (QR코드를) 그대로 사용한다”고 답변했다. 다만 법령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있기에 답변서를 통해 공개한 것처럼 “공직선거법 개정 법안의 조속한 입법을 요청해 놓은 상태”라고 했다. 

이어 “그 법령뿐만 아니라, 비례대표 국회의원 기탁금 개정안도 다 포함돼 있다"며 "비례대표 국회의원 기탁금은 현재 1500만원인데 과도한 금액이라는 위헌 청구가 헌법재판소에서 받아들여진 바 있다. 이번 선거 전까지 국회에서 법령 개정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속히 법령 개정이 안 되면 자칫 비례대표 후보들이 등록도 못할 수 있다. 이런 여러 법안이 함께 걸려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현행 공직선거법(151조, 투표용지와 투표함의 작성)은 사전투표소에서 투표용지 발급기로 발급한 “투표용지에 인쇄하는 일련번호는 바코드(컴퓨터가 인식할 수 있도록 표시한 막대 모양의 기호를 말한다)의 형태로 표시하여야 하며, 바코드에는 선거명, 선거구명 및 관할 선거관리위원회명을 함께 담을 수 있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선관위는 2014년 6.13 지방선거에 처음 도입된 사전투표부터 지난 2018년 6.13 지방선거 사전투표에 이르기까지 투표용지 일련번호를 바코드 대신 QR코드를 사용해 표시했다. 

그러자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전문 위원은 ‘2017 회계연도 행정안전위원회 소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결산 예비심사 보고서’(2018. 8)에서 “현행 공직선거법 제151조는 사전투표지의 일련번호를 막대모양의 기호로 표시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선관위는 QR코드를 인쇄하여 표시하고 있는데 이는 현행법에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하기에 이르렀다. 

이 보고서는 “선거과정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고, 불필요한 의문제기 최소화”하기 위해서 “QR코드 사용에 대한 재검토와 관련 법령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법령 위반 소지가 있는 QR코드를 사용해 불필요한 관련 의혹과 논란을 자초할 필요가 없다”며, “당분간 현행 법령을 준수하고 QR코드 사용을 꼭 해야 한다면 법령의 개정을 해서 사용하라”는 취지로 보인다. 

이 같은 국회 안행위 전문위원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중앙선관위는 작년 제7회 6.13 지방선거 때도 사전투표 용지에 QR코드를 그대로 사용했다. 

김병관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공직선거법(151조, 154조)에 나오는 “막대 모양의 기호를”을 “기호를”로 변경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2018. 8. 30)했으나, 이 법안은 여지껏 ‘위원회 심사’ 단계에 머물러 있어 통과가 아직 요원하다. 

그 사이 4.15 총선을 앞두고 “사전투표는 안전하지 않다”며 “사전투표를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부 보수 유튜버들을 중심으로 널리 확산하는 중이다.

지난 19대 대선 당시에는 한 네티즌이 “사전투표의 QR코드에는 개인 정보가 들어 있어 비밀투표가 아니다. 사전투표하지 말자”는 취지의 주장을 인터넷에 게시하자, 선관위는 그를 선거자유 방해죄로 고발했다. 결국 해당 네티즌은 벌금형에 처해졌다. 

선관위는 “사전투표 QR코드에는 ‘일련번호, 선거명, 선거구명, 관할 선거관리위원회명’이 들어 있을 뿐 개인정보는 없다”며, ‘사전투표 조작설’에 대해 일축하고 ‘사전투표 조작설’을 퍼뜨린 자들에 대해 고발조치 하는 등 강경 대응해왔다. 하지만 법령 위반 소지가 있음에도 왜 사전투표용지 QR 코드를 사용하는지에 대해선 명쾌한 해명이 아직 없는 상태라 21대 총선을 앞두고 해묵은 논란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출처=국회 의안정보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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