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언론 기자들 "시민들, 우리에게 너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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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언론 기자들 "시민들, 우리에게 너무해"
  • 허재현 리포엑트 대표 기자(전 한겨레신문 기자)
  • 승인 2020.03.05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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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언론 기자들의 '저널리즘적 결벽증'의 사회적 부작용에 대해
허재현 리포엑트 대표 기자/전 한겨레신문 기자
허재현 리포엑트 대표 기자/전 한겨레신문 기자

기자들은 가끔 어떤 지역에서 큰 사고라도 나면 되레 안심하곤 합니다. '아, 오늘 기사 아이템 발제할 거 없었는데, 마침 잘 됐다.' 그래서 이런 생각이 최근 들었습니다. '정부가 코로나 국면에서 일을 잘 못하기만을 학수고대 하는 걸까? 물 한그릇 떠놓고 매일 '비나이다, 비나이다. 코로나야 퍼져라, 대구뿐만 아니라 전국으로 널리널리 퍼져라' 기도하고 있을까? 그래야 오늘도 지적할게 생기고, 기자들은 오늘 하루 아이템 발제 압박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하고 있는 거 아닐까?'

정부의 방역 시스템을 질타하는 보도들이 연일 쏟아지고 있습니다. 언론이 권력 감시라는 본연의 사명감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코로나 사건을 계기로 '정부 트집잡기'를 위해 움직이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입니다. '보수언론이야 그냥 문재인 정부가 원래 싫었을테니 그러려니 하지만, 그외 진보언론 기자들까지 왜 그러는 걸까. 정부를 비판해야만 저널리즘적 사명을 다했다는 자기 만족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닐까.'

제가 좀 과합니까? 과할 수 있겠지요. 다만, 제가 이렇게 좀 과한 의문을 품게 되기까지 축적되어있는 시민사회의 동향이 있습니다. 지금 시민들이 나서서 정부가 잘한 일을 찾아서 언론사에 제보하고 있거든요. 어떤 중국의 교민은 최근 제게 "중국 체류 한국인들이 중국 당국으로부터 차별대우 받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한국의 언론사에 계속 이메일을 보내는데 답신을 못 받고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요. 우리 언론 보도의 객관성은 의심받고 있습니다.

2020년 3월 1일 많은 언론이 '입국 당시 무증상이었던 중국인 유학생이 첫 확진 판정받았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놀라서 기사를 읽어봤지요. '중국인 입국 금지 안 한 것 때문에 방역 구멍이 뚫린 것'으로 볼 수 있는 사례이니까요. 아니나 다를까 기사의 댓글란에는 '이래도 중국인 입국 금지 안 할거냐'는 정부 비판이 쇄도했습니다. 그런데 기사를 찬찬히 읽어보니, 이건 우리 방역 당국의 무능이 드러난 사례가 아니라 되레 촘촘한 방역시스템이 빛을 발한 모범 사례였습니다. 왜인지 볼까요.

중국인 유학생이 입국했습니다. 입국 과정에서 열이 안 났어요. 그러나 강릉시가 정부 지침 대로 유학생 전원을 검사하고 있었고, 중국 유학생이 소속된 가톨릭관동대 쪽은 학교 버스를 인천공항에 보내 학생을 태워 강릉아산병원 선별진료소로 보냈습니다. 검체를 채취하고 양성 판정을 받은 거였습니다. 공항 입국 시 아무 증상이 없었던 학생을 대상으로, 다소 무리하게 보일 정도로 학교와 방역 당국이 매뉴얼대로 격리 조치하고 코로나 검사를 한 덕에 지역사회 전파를 막은 것이지요.

그러나 대부분 언론이 이러한 평가를 하는 게 아니라, '강원도의 경우 전체 중국인 유학생 1440명 가운데 776명이 국내에 들어와 있고 339명이 입국을 앞두고 있다. 중국인 유학생이 기숙사 2주 격리를 거부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는 식의 문장으로 보도를 마무리 합니다. 입국 예정인 339명의 중국인 유학생이 우리 방역 당국의 촘촘한 그물망 속에서 어떻게 관리되는지가 더 중요한데, 그저 중국인 유학생이 들어와서 불안하다는 식의 보도에 그칩니다. 

강원도청 보건복지국 책임자에게 전화를 걸어, 최근의 언론 보도 때문에 힘든 것은 없는지 한번 물어보았습니다. 그의 하소연은 이렇습니다. "가톨릭관동대 중국인 유학생 건으로 시민들의 질타를 받을 줄은 몰랐습니다. 이건 오히려 우리 방역의 모범 사례인 거거든요. 가톨릭관동대에서 이렇게 확진자를 잘 찾아내어서 다른 강원도 내 대학들도 이 사례를 그대로 따라 하려고 문의가 많이 왔습니다. 방역 실패 사례라면, 왜 그대로 따라하겠다고 문의가 올까요. 언론들이 너무 비판에만 혈안이 돼 있는 거 같아요. 오늘도 최일선에서 방역에 힘쓰는 공무원들 입장에선 힘이 빠집니다."

언론의 보도 의도가 의심스러운 사례는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와이티엔(YTN)은 '격리조치된 한국 관광객들이 빵 쪼가리로 연명하고 감금되어 있다'고 보도했지만 교민들을 중심으로 '실제로는 고급 호텔에 머물고 있고 음식도 성심껏 제공받고 있다'는 반박 글들을 올렸습니다. <한국일보>는 무려 지난달 27일자 1면에 중국 공안당국이 한국 교민 집 앞에 '차별 딱지'를 붙였다고 보도했지만, 이 역시 중국 교민들이 가짜뉴스임을 밝혀내 기사가 삭제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이외 진보언론들에서도 정부의 방역 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보도가 쏟아졌지요. '코로나 공포 때문에 도심이 텅 비었다'는 설명과 함께 사진이 계속 올라옵니다. 그런데 우리 솔직해져 봅시다. 우리 정말 공포를 느끼고 삽니까? 그냥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당부하니까 여기에 협조하느라 외출을 자제한 것 아닌가요?

저는 그래서 요즘 많은 언론소비자로부터 질문을 받습니다. '허 기자님. 대체 왜 진보언론들마저 그렇게 문재인 정부를 싫어하는 겁니까?' 사실 제대로 답해드린 적은 없지만, 속으로 하고싶은 답변들은 있었습니다. 오늘 한번 이야기해볼까요.

"그럴리가요. 진보언론이 왜 문재인 정부를 싫어하겠습니까. 기대하는 게 많으니 살펴보는 것도 많고 비판할 것도 많아지는 것이겠지요. 다만 진보언론이 문재인 정부를 싫어하는 것처럼 비치는 보도의 착시현상 같은 건 있는 것 같습니다."

왜냐면, 문재인 정부가 분명 잘하는 게 있긴 할 텐데 그건 기자가 보도하기가 좀 겸연쩍거든요. 무슨 친정부 언론이라고 선언하는 것도 아니고, 언론의 제1사명은 권력 감시인데 자칫 기자가 권력에 아부하냐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을 것이고요. 정부가 일 잘하는 건 당연한 것이니, 그걸 굳이 조명해줄 필요 없는 것이지요. 다만 못하는 게 있으면 고쳐야 하니까 열심히 비판기사를 쓰게 되는 것이지요. 저와 친한 진보언론 기자들은 하나같이 대화할 때 "권력감시에 여야가 없어야 하는 것인데 시민들이 너무 한다"고 하소연합니다.

저는 이들이 받는 스트레스를 너무나 잘 알기에 그냥 고개를 끄덕여주곤 했습니다. 그러나 사실 좀 더 하고 싶은 얘기가 있습니다. '권력 감시하는 건 좋은데, 정말 우리 사회 권력이 청와대에만 있는 걸까? 검찰은? 국정원은? 의협은? 조중동은? 미래통합당은? 정권이 바뀐 건 맞지만, 우리 사회 권력 구조도 정말 바뀐 것일까?'

진보언론이 권력 감시라는 저널리즘적 사명을 실천하는 동안, 정보 유통의 착시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들여다볼 필요는 없을까요. 시장의 70% 이상을 장악한 보수언론은 악의적으로 정부의 허물을 찾아서 보도하고, 진보언론은 순진한 사명감으로 정부의 허물을 찾아서 보도하다보니, 국민 입장에선 문재인 정부가 맨날 실수만 반복하고 엉망진창인 것으로 느껴지는 것은 아닐까요. 지금 언론보도들을 보면, 문재인 정부는 역사상 최악의 정부입니다. 그러나 이 정부가 정말 그런가요?

보다 못한 시민들이 나서서 해외 언론들이 문재인 정부의 방역시스템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찾아서 퍼뜨리고 있습니다. 2월 27일 이주혁이라는 의사가 SNS에 '표현을 똑바로 합시다. 확진자가 빠르게 늘어나는 게 아니라 환자를 빠르게 찾아내고 있는 것입니다'라고 썼습니다. 언론에서 확진자 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것만 보도하니까 보다 못한 한 의료인이 바로잡고 나선 것입니다. 일본의 방송이 '한국에서 수만 건의 검사가 이뤄지는 동안 일본에서는 수백 건밖에 이뤄지지 않았다'고 비판 보도한 게 유튜브 등에 알려진 시점이 2월 26일입니다. 한국 언론들은 3월 초가 되어서야 '해외 언론들이 한국 방역시스템을 칭찬하고 있다'는 보도를 역수입해 보도하기 시작합니다.

사실 한국의 방역시스템의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건 한국 기자들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해외 언론들이 한국의 방역시스템을 먼저 칭찬하고, 며칠 뒤에 한국 언론들이 조금씩 눈치를 보다가 이 보도를 역수입해 보도하는 이런 현상을 국민은 어떻게 해석하고 있을까요. '대체 왜 한국 언론들은 정부를 비판하는 데에만 열을 올릴까' 이상하게 여겨지지 않을까요. 우리 언론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두고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처럼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싶어하는 대깨문 좀비'들이라고 몰아세우는 것은 과연 온당할까요.

진보언론 기자들이 한번 쯤은 되돌아보면 좋겠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당연히 백점짜리 행정을 펴고 있는 것은 아니지요. 그러나 역사상 최악의 정부인 것처럼 보도되고 있는 지금의 언론 보도도 과연 객관일까요? 성역없이 정부를 비판해야 기자로서의 본분을 잃지 않는다는 사명감에만 몰두해, 독자들에게 되레 '정보 제공의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한국 방역시스템을 칭찬하는 BBC와 뉴욕타임즈 외신 기자들이 '친문 기자' 일리가 없지 않습니까. 정부가 잘하는 건 잘한다고 보도해주면 어떨까요. 그렇다고 아무도 욕 안 해요. 너무 '저널리즘적 결벽증'을 가질 필요 없습니다. 한국의 언론 자유도가 높은 것은 세계가 다 알고 있고, 정부 한번 칭찬했다고 중국처럼 관영언론으로 전락했다고 비판받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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