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잊었던 예배의 소중함도 깨달아.
우한지역 교회 온라인 예배 전환, 확장성 증가 계기 삼기도

8일 오전 강원 춘천시의 한 교회 정문에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 관계자의 출입을 금하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0.3.8 (사진=연합뉴스)
8일 오전 강원 춘천시의 한 교회 정문에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 관계자의 출입을 금하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0.3.8 (사진=연합뉴스)

[평화나무 박종찬 기자] 코로나19가 신천지 교인을 중심으로 확산하면서 국내 많은 교회들이 온라인 예배와 모임으로 전환했다. 일부 교회들이 '종교집회 자체촉구'는 종교탄압이라며 반발하고 있으나, 온라인 예배에 동참하는 교회들은 오히려 예배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는 기회로 삼는 모습이다. 

경기도 소재 교회에서 시무하는 A 목사는 최근 교인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예배당에 모여서 예배를 드리는 것이 너무나 중요하지만 어떤 자세와 마음으로 예배를 드려야 하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생각”했다고 적었다.

A 목사는 “어떤 분들은 영상 예배에 대한 불편함과 예배당에 모여서 예배를 드리지 못하는 현 상황을 마치 교회가 불의에 타협하는 듯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있음을 보았다”며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한국 교회는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과 같은 외부의 위협과 핍박 속에서도 예배를 멈추지 않았는데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 앞에 우리가 굴복해야 하는냐 라는 것이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이러한 주장들이 비록 틀린 말은 아니라 할지라도 이 상황을 뒤집어 보는 지혜도 필요하다"며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때는 그야말로 외부에서 오는 핍박과 고난이었다. (하지만) 지금 교회가 예배당에 모이지 못하는 것은 정부나 교회를 무너뜨리는 어떤 세력들의 모략이 아니라 우리가 모임이 세상 사람들에게 위협이 된다는 것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신천지 집단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며 "그들의 모임이 총과 칼이 되어 대한민국의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만일 이 땅의 교회들이 예배를 위해서 모일 경우에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수퍼 전파자들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교회가 세상을 위협하는 꼴이 되는 것”이라고 경각심을 일깨웠다. 

A 목사는 또 "지금 이 시기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을 돌아보는 회개와 함께 하루 속히 이 모든 상황들이 종식 되어 예배당에 모여서 함께 예배하는 그날이 속히 오기를 기도하는 것”이라고 글을 마무리했다.

경기도의 다른 교회도 8일부터 온라인예배를 드리기로 결정했다. 이 교회가 온라인 예배를 드리기로 결정한 계기는 외부인의 교회 방문이 혹여 신천지 신도의 기성교회 침투일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A교회는 "지난 1일 주일예배에 '서울의 모 교회에 다닌다'며 외부인이 찾아왔고, 외부 교인은 예배 참석이 불가능하다고 안내하자 갑자기 바닥에 주저앉아 소란을 피우는 소동이 벌어졌다. 결국 경찰이 출동하자, 문제의 방문자는 달아났다"고 설명했다. 

이 교회 담임을 맡고 있는 B목사는 8일 온라인 예배 설교에서 “저는 매일 교회에 나와서 텅 빈 예배당과 본당의 의자를 바라보면서 주님이 얼마나 마음 아프실까 생각해보았다"라며, "아무 일 없이 하나님께 마음껏 예배드리고 찬송하고 성경 공부를 하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새삼스럽게 깨닫게 됐다"고 고백했다. 

이어 "코로나19 모든 상황이 최대한 빨리 끝나도록 밤 10시에 모든 성도님들께서 있는 자리에서 기도 제목을 가지고 기도해달라"고 부탁했다. 

A 교회에서 교인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
A 교회에서 교인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

 

서울의 C 목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모여서 함께 얼굴을 보고 예배하는 것이 더 좋다"면서도 "온라인 예배가 제공한 기회도 있다. 믿지 않는 가족을 찾아가 함께 예배드릴 수 있는 기회이며, 예배 전 과정이 녹화되어 남는 등의 장점이 있다"고 했다. 

다산신도시의 D 목사도 “가정 예배를 세울 수 있고, 평상시 누리던 예배와 소그룹의 중요성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면서 "일상의 모든 순간이 예배라는 걸 깨달을 수 있어서 좋다”고 온라인 예배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또 “막연한 이웃 사랑이 아니라, 정말 도움이 필요한 이웃이 누구인지를 알게 되고, 구체적으로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면서 "이 기간을 통해 깨달은 것을 기반으로 다시 주일 예배로 얼른 모일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바람을 전했다. 

코로나19가 처음으로 발견되고 확산한 중국 우한 지역의 교회에서도 온라인으로 예배와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우한 지역의 의사 출신 E 목사는 한 인터뷰에서 "(온라인 예배로) 지금은 두 배로 모이게 됐다"며 "우리를 이전보다 훨씬 더 가깝게 만들고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E 목사에 따르면 온라인으로 중국의 다른 지역이나 전 세계와도 연결되고 있으며, 오히려 성도들끼리 더 자주, 더 긴밀하게 만날 수 있다고 한다. 온라인으로 일방적 설교 송출만이 아니라 기도 모임, 구역 모임, 심방, 기도 제목 나눔 등 모든 활동을 더 빠르고 간편하면서도 깊이 있게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E 목사는 또 중국 정부의 교회 폐쇄 흐름이 코로나19 이전부터 있어서, 우한의 교회들은 온라인 예배나 모임을 준비하고 있었다고 한다. 때마침 코로나19 감염 확산이 일어나자 재빨리 온라인으로 전환이 가능했다고 밝혔다. 한편 우한의 한 교회에서는 방호복을 입은 채 시민들에게 마스크를 나눠주고,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그러나 회중 예배에 익숙한 교인들에게 온라인 예배가 생소하고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처럼 보인다. 온라인 예배에 처음 참여했다는 한 교인은 "현장(설교 강단)과 멀리 떨어져 드리는 예배보다 설교가 더 잘 들렸다"면서도, "하지만 아무래도 현장성이 떨어진다. 코로나19 사태가 빨리 해결되어 예배당에 가서 예배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평소 좋아하는 설교를 유튜브로 찾아 듣곤 한다는 전라북도의 한 교인은 “2주째 예배를 온라인으로 드리고 있는데, 모여서 예배드리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크다"면서 "예배를 습관처럼 감사 없이 드렸던 모습을 되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또 "아직 익숙하지 않지만, 어떤 장소와 어떤 시간에서 예배하더라도 주님의 은혜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신앙을 고백하기도 했다. 

온라인 예배를 진행하는 한 교회의 유튜브 화면
온라인 예배를 진행하는 한 교회의 유튜브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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